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혼란이 생긴 틈을 타 해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2심 선고로 재구속됐던 이명박이 6일 만에 풀려난 겁니다. 법원이 정의를 구현한다고 일말의 희망을 품었던 사람들은 법원 스스로 판결을 뒤집은 어이없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입니다. 이명박근혜 정권 내내 사법농단으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사법부에 국민들은 다시 한번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법농단 판사들이 하나둘씩 재판부로 복귀하는 것과 맞물려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의구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죠.


출처 - 연합뉴스


재판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불어난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 17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이 지난 19일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보석이 취소되어 그날 재수감되었죠. 그런데 불과 엿새 만인 지난 25일 재판부는 변호인단이 대법원에 제기한 보석 취소에 대한 재항고가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는 어이없는 이유를 들어 이명박을 다시 석방했습니다. 6년이 아니라 엿새 만에 다시 풀어줬다는 건 둘 중 하나라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2심 재판부가 법을 고려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판결을 한 것이었거나 구속적부심을 다룬 법원 쪽이 무리하게 법을 끌어다 이명박을 풀어주려고 혈안이 된 것이죠. 누가 봐도 어느 쪽인지 분명한 터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피고인이 보석 취소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한 사례는 흔치 않고, 재항고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 재판부가 구속집행을 보류한 경우는 선례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재판부가 보석 취소가 아닌 구속집행 정지라는 방식으로 이명박을 석방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이명박에 대한 보석 조건은 대부분 사라지고 주거지만 논현동 자택으로 제한되어 사실상 대외활동에 법적 제한이 없어지게 됩니다.

 

출처 - MBC


이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 법조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죠. 마땅한 사유가 없었다면 보석을 유지하는 게 맞고, 섣부른 선고로 촌극을 낳았다는 의견을 낸 법조인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비판하는 쪽의 목소리가 더 큽니다. 구속 사유가 있어 구속한 피고인을 불과 며칠 사이에 선례가 없는 이유로 풀어주게 되면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체감하게 될 사법 불신이 확산하는 결과만 낳는다는 겁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명박 측은 "경호를 받는 전직 대통령은 도주 가능성이 없다"는 말로 구속집행정지를 얻어냈다고 하는데요, 이 말을 들어준 사법부의 판단대로라면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건 거짓말이 될 뿐입니다. 같은 사례라도 대통령이었던 사람은 풀어주고 일반 시민은 풀어줄 수 없다는 말이 되니까요. 법 앞의 평등이란 헌법 가치를 법원이 정면으로 무시한 이번 사태를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출처 - 경향신문


검찰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여 항고했습니다. 정당한 구속집행정지 사유가 없고 재판부가 검사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결정을 내려 요건과 절차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 법원 관계자 역시 징역 15년 이상의 중형 피고인을 법정 구속하지 않은 전례가 거의 없다면서 전직 대통령에게만 특혜를 줄 수는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법정 구속은 재판부가 선고에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는 뜻이라면서요. 한 부장판사도 항소심에서 중한 실형이 선도됐는데 피고인이 항고장을 낸다고 구속을 못 한다는 것은 실무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 변호사 역시 보석 취소 결정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항고만 가능하고 집행정지 효력이 없다며 구속집행정지는 허용되지 않는 게 바르다고 밝혔죠. 이처럼 법조계에서는 이명박 재구속이 옳다는 입장이 중론입니다. 이에 더해 1심 선고 때 보석을 허락해준 게 애초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이 지경까지 왔다는 겁니다.


출처 - 세계일보


검찰의 항고가 어떻게 처리될지 시선을 끄는 가운데 이명박이 또 다시 구속된다면 기간은 일단 6개월이 될 전망입니다. 상고심 최대 구속 기간이 6개월이기 때문이죠. 이명박과 사법부 어느 쪽이 됐든 이번 '6일 천하'는 우리나라 사법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아 비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사법부는 기계적으로 법리 장난질을 할 거면 AI에게 판단을 넘기고 옷을 벗으라는 대중의 비판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국민들은 헌법 정신에 입각한 법 앞의 평등, 그리고 실제적인 정의를 원하고 있습니다. 인간 판사들이 남아 있어야 할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시 구속됐습니다. 지난해 3월 보석 석방되어 논란이 있었는데 2심 선고로 350일 만에 재수감된 것입니다. 이명박은 선고가 끝난 뒤 3~4분 간 자리를 뜨지 못한 채 표정 없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으나 반성의 기미는 없었습니다. 이명박 자신은 항소로 징역이 늘어 억울할지 모르겠으나 그가 저지른 죄를 보면 우리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출처 - MBC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이명박은 지난 19일 항소심 선고에서 징역 17년으로 오히려 징역이 2년 더 늘었습니다. 이번 선고로 보석 중이던 그는 다시 감방으로 향했습니다. 서울고법은 다스 법인자금 횡령, 뇌물 수수 등 16가지 혐의로 징역 12년에 벌금 130억 원을, 횡령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해 총 징역 17년 벌금 130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재판부는 피고인 이명박이 뇌물 총액이 94억에 달하고 외국 법률회사를 이용하거나 제3자를 통하는 등 은밀하게 사적 이익을 취하려고 했으며, 책임이 명백한 경우에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JTBC


삼성의 뇌물 총액이 는 것이 1심보다 형량이 높아지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항소심에서 삼성으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 대납 비용으로 받은 51억 원으도 뇌물로 추가 기소했는데 1심 재판부는 61억여 원만을 뇌물로 인정했으나 이번 2심에서는 27억여 원 늘어난 89억 원을 유죄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스 횡령액도 1심이 인정한 247억에서 5억 원 늘어난 252억 원으로 판단했습니다. 다스와 관련된 이명박의 횡령 범행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사실상 다스가 이명박의 소유임을 2심 재판부도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이 외에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받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10만 달러도 직권상 대가가 있는 것으로 본다며 1심과 같이 유죄 판단을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명박은 법원 앞에 있던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웃는 모습을 비추기도 했으나 동부구치소로 향하는 탓인지 매우 인위적인 행동처럼 보였습니다. 이명박의 변호인 측은 즉각 상고하기로 했는데요. 파렴치한 짓은 이제 그칠 때가 됐습니다. 2심 재판부의 판결문대로 이명박은 대통령으로서 뇌물을 받는 공무원을 감시, 감독, 처벌해 부패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개인, 공무원, 사기업 등에게 광범위하게 뇌물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책임이 명백한 부분에서조차 반성하거나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죠.

 

출처 - 박순찬 페이스북

      

   

출처 - 《부끄러운 이명박근혜 9년

 

2심 판결로 징역이 늘어난 것은 반갑지만 이명박의 국정농단에 대한 가장 큰 처벌은 뇌물과 횡령, 나아가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등으로 유용한 국가예산을 모두 환수하는 것입니다. 국가를 회사로 알고 사기업처럼 해먹은 이명박과 그 패거리에겐 그게 가장 명확한 처벌일 테니까요.

국정농단부터 사법농단의 원흉들이 보석을 신청해서 우리를 긴장하게 했던 한 주였습니다. 이명박은 조건부이긴 하나 보석이 허가되었습니다. 김기춘과 양승태는 보석 청구가 다행히 기각됐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지난 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 허가를 받아 조건부 석방이 되자 시민단체인 조선의열단 관계자가 집 앞에서 항의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보석 허가 결정을 내린 서울고등법원은 "자택구금에 상당한 엄격한 보석조건을 붙인 보석 허가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죠. 사실 보석은 법에서 정한 요건에 충족되면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안 되는 원칙적인 이야기이긴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보석이 사람들의 마음을 이토록 들끓게 하는 건 법률적 판단을 하는 법관, 나아가 법질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크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이번에 보석을 신청한 사람이 사법농단의 장본인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보석과 관련된 이 상황 자체가 자기 회귀적이고 아이러니가 아닌가 합니다.


출처 - JTBC


지난 5일 검찰은 양승태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10명을 추가 기소하고 법관 66명에 대한 징계 사실을 통보했습니다. 66명이나 되는 법관 중에 현직에 있는 이도 8명이나 됩니다.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등이며 불구속기소 되었습니다. 이들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 모임에 대한 와해를 시도한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당시 법원행정처 이민걸 실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시 국민의당 의원들의 재판을 심리한 재판부의 심증을 빼내 전달한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박근혜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 재판과 민변 변호사들 체포치상 혐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있었으며, 신광렬 전 부장판사는 정운호 게이트 당시 판사들 상대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영장전담 재판부를 통해 검찰 수사 상황을 빼내고 영장 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냈다고 하죠. 지난달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구속한 성창호 부장판사 등도 수사기밀을 보고한 혐의로 함께 기소되었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파기환송심 재판장이었던 김시철 부장판사의 경우 2015년 무죄를 끌어내기 위해 검사, 변호인에 대한 문답 시나리오를 준비한 사실이 지난달에 드러난 바 있습니다. 사전에 무죄 판결문 초안까지 작성해두고 무죄 선고를 시도했으나 같은 재판부에서 주심을 맡은 최 모 판사가 반대해 실행하지 못했다고 하죠. 이제 대법원이 해당 법관들에게 비위 사유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요, 법관 징계 공소시효가 3년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중 일부는 징계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점쳐집니다.

 

출처 - MBC

법관의 판결이 외부의 과도한 비난을 받게 된 건 일선 법원의 이런 어이없는 판결들 때문입니다. 사법농단을 지켜본 국민들은 사법부가 삼권분립에 의해 독립된 기관이라는 생각을 더는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느 기관보다도 독립적이어야 할 법원을 자신의 영위를 위한 거래 수단으로 이용했던 양승태, 그리고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이 던진 부메랑이 돌아와 결국 법조계의 불신을 야기한 것이죠.


출처 – 연합뉴스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이 자행되던 때 단물을 빨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제 자유한국당의 신임 당대표가 됐습니다. 이런 사실은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그대로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박근혜와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격으로 거절한 이가 바로 황교안이었습니다. 그는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박근혜를 최대한 잘 도와드리고자 특검 연장도 불허"했다며 스스로 공치사를 하듯 말을 꺼냈습니다. 국정농단을 최대한 덮어주고자 사심을 갖고 특검에 대한 수사 지휘를 했다고 스스로 고백한 꼴 아닙니까?

 

출처 - 경향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수감된 지 353일 만에 석방됐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수감된 지 384일 만에 석방됐으며, 이번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져 349일 만에 석방됐습니다. MB의 보석 석방 때문인지 '보석 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보석이란 구금된 사람을 일정한 돈이나 채권을 받고 석방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재판에 연루된 피의자에게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조처죠. 자기변호를 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어 무고한 사람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사태를 예방하려는 목적입니다. 형사소송법은 일정한 예외 사유를 정해놓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보석 허가 청구를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외 사유에 해당하여 보석 허가를 할 수 없는 경우라도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임의적 보석 또는 직권 보석 허가 결정을 내려 피의자나 피고인을 석방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는 '병보석'도 이런 임의적 보석의 경우입니다. 일각에선 보석 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법원이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벌 총수와 정치인 등 막강한 변호인단의 조력을 받는 권력자들에게 예외적으로 보석을 허용해준 과거가 있기 때문이지요. 


 

출처 - 중앙일보

 

사실상 우리나라의 보석 허가율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한다면 낮은 편에 속합니다. 대법원이 발간한 《2018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석 허가율은 36.3%(2204명)였다고 합니다. 2008년 이후 법원의 보석 허가율이 점차 낮아지는 경향도 보인다고 하는군요.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가 지난해 말 발표한 '미국 보석 제도의 경제학'이라는 자료를 보면 미국에서 1999~2009년 사이 보석 청구가 기각된 경우는 대체로 10%대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보석으로 풀려나는 사람이 많은 미국에서는 오히려 높은 보석금 때문에 보석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하죠.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피고인이 보석 허가를 기대하지 않아 청구하는 비율 자체가 낮습니다. 지난해 전체 피고인 중 11.4%(6079명)만이 보석 신청을 했고 실제로 보석이 허가된 피고인은 3%대에 불과했다고 하죠. 

 

출처 - 노컷뉴스

 

이런 상황에서 보석으로 풀려나온 이명박을 바라보는 여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이른바 'MB 보석은 특혜 아닌 특혜 같은 특혜'라는 얘기입니다. 이명박의 보석 석방은 특혜라고 단정해서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특혜가 전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는 겁니다. 우선 이명박 보석의 결정적인 이유는 구속 기간이었습니다. 이명박은 1심에서 징역 15년을 받아 2심 재판이 진행 중이죠. 이명박의 항소심 재판 과정을 보면 4월 8일로 예정된 구속 기간 만료 시점까지 끝날 가능성이 없습니다. 형사소송법은 1심, 2심, 3심 각 6개월만 구속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는데요, 어차피 구속 기간 내에 재판을 끝낼 수 없어 장기적으로 가야 하는 상황에서 보석을 결정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될 정도의 중대한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그간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했느냐 하는 부분에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또한 형법이 보석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긴 해도 실제로 풀려나기가 어려운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본다면 권력이 있거나 돈이 있는 수감자에게 주어지는 특혜로 인식될 측면이 크죠. 물론 일반 국민의 경우에도 구속 기간보다 예상 재판 기간이 더 길어지면 보석을 허가해주긴 하지만, 일반인의 재판이 이 정도로 길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입니다. 또 하나 이명박의 보석 석방이 특혜로 인식되는 측면은 형사 피고인에게 불구속 재판은 그 자체로 엄청난 특혜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우 법원이 조건을 까다롭게 걸긴 했으나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것보다 자택에 자유롭게 머무는 상황이라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훨씬 커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측근들에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법정에서 그들의 진술 증거가 중요한 증거가 되기 때문에 진술을 번복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죠. MB가 보석으로 풀려났다는 사실 자체가 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 않겠습니까?

 

출처 - 연합뉴스

 

이명박의 보석 석방을 두고 일각에서는 MB의 재판지연전술이 먹힌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권영철의 Why뉴스' 꼭지를 맡은 권영철 기자는 이번 MB 보석 석방에 관해 취재하며 검찰의 한 핵심관계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지연시켜 기간 내에 끝내지 못하게 하려고 작전을 짠 것"이라며 "재판부가 그런 의도를 알고도 이를 묵인한 셈"이라고 인터뷰한 내용을 들려주었습니다. 실제로 MB는 1심에서 자신의 측근들을 증인으로 법정에 세우지 않았지만 항소심에서는 23명이나 되는 증인을 신청하며 재판지연작전을 펼쳤습니다. 이명박의 경우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있는 것이 없어 박근혜와 달리 영장을 추가로 발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를 충분히 이용했고 재판부가 수용한 상황이 됐습니다.

 

출처 - 카카오 1boon

 

앞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갈 때마다 법원의 사전 허를 받고, 복귀 후에도 법원에 보고해야 합니다. 재판부는 "구치소에서 석방돼 자택에 머무르면서 재판 준비에만 집중해야 한다"며 "법원 허가 없이 자택에서 한 발짝도 밖으로 나올 수 없고 변호인과 직계 혈족 외의 사람과 접견 통신할 수 없다"고 조건을 달았죠. 아울러 재판부는 "보석조건을 준수한다는 조건으로 임시 석방하는 것일 뿐 구속영장의 효력은 유지되는 셈"이라며 "만일 피고인이 조건을 위반하면 언제든지 취소하고 다시 구치소에 감금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가사도우미와 경호원, 운전기사 등과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접견 허가를 요청했습니다.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이라 하더라도 100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징역 15년형의 중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가사도우미까지 두는 데 대해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보석 허가에 대해 사실상 가택 구금이라고 밝힌 법원의 엄격한 석방 지침과도 사뭇 다르다는 지적도 뒤따릅니다. 얼마 전 이른바 '황제보석'으로 논란이 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사례 때문인지 재판부는 이명박의 보석 석방이 '병보석' 사유에 근거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MB 보석이 특혜라는 점이 분명해보입니다.


출처 - YTN

 

이명박이 보석으로 풀려 나오는 날 YTN '돌발영상'이 오랜만에 영화 같은 영상 한 편을 찍었습니다. 이명박이란 배우 자체가 스포일러이긴 했으나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 소제 뺨치는 연기를 보고 있자니, '벽 짚고 보석 석방되기'라는 특권층을 위한 고급 기술의 창시자가 될 성싶다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명박의 보석 석방,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사건임에 틀림없습니다. 재판부가 아무리 조건부라는 단서를 달았더라도 결국 그 보석을 허가한 것은 법원입니다.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날이 참으로 멀어보이는군요.

세밑한파와 함께 2018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연초에 계획한 바를 다 이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생각비행이 주목한 일들을 중심으로 2018년을 정리하며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출처 - JTBC


적폐의 9년을 청산하고 신년을 맞이하는 마음 : https://ideas0419.com/789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사실상 파기, 이제 다시 시작! : https://ideas0419.com/792


2018년의 시작은 적폐청산이 포문을 열었습니다. 새해가 되자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적폐 중 하나이자 온 국민에게 큰 모욕감을 안겼던 12.28 한일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파기되었죠. 우리나라 정부가 알아서 엎드린 이면 합의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2의 한일협약이라는 비유가 비유가 아니게 되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출처 - JTBC


이명박 일가를 향하는 검찰의 칼끝 : https://ideas0419.com/800

이명박, 검찰 가는 길 : https://ideas0419.com/821

이명박 “내 전 재산은 집 한 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 https://ideas0419.com/872

다스는 넉넉히 MB의 것 – 1심 판결을 보는 우리의 자세 : https://ideas0419.com/886

박근혜 징역구형과 이명박 검찰 소환이 의미하는 것 : https://ideas0419.com/814

최순실 징역 20년, 국정농단 심판 이제부터 시작이다! : https://ideas0419.com/804


연초의 가장 큰 이슈는 다스의 주인이 이명박으로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일가를 향하던 검찰의 칼끝이 드디어 혐의들을 잡아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연루자들을 잡아넣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박근혜는 징역 33년, 이명박은 징역 15년을 받은 상태로 항고 중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재용 집행유예 – 재벌의 3.5 법칙은 아직도 통하는가? : https://ideas0419.com/801

다스 소송비 대납으로 특별사면 거래한 삼성 : https://ideas0419.com/807

문제는 재벌 개혁! 삼성 분식회계 사건을 보는 시선: https://ideas0419.com/836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결론, 핵심은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 : https://ideas0419.com/897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유지, 결국 또 삼성 봐주기인가? : https://ideas0419.com/905


하지만 이런 적폐청산의 흐름 속에서도 삼성의 이재용은 집행유예로 석방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삼성공화국임을 방증하는 사건은 또 있었습니다. 이재용의 삼성그룹 승계를 위한 고의 분식회계로 상장이 중지되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9일 만에 주식거래가 재개되어 재벌개혁의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씁쓸한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죠.


출처 - 더 팩트


반복되는 재벌의 갑질, 우리의 대응은? : https://ideas0419.com/831

최저임금법 개정안 논란, 노동계 목소리 경청해야! : https://ideas0419.com/843

최저임금을 둘러싼 을들의 전쟁 : https://ideas0419.com/858

위기의 한국 경제?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 https://ideas0419.com/870

굴뚝 위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 최장기 고공농성 언제 끝날까? : https://ideas0419.com/910


어디 삼성뿐이겠습니까? 한진그룹 산하 대한항공 조현아의 갑질을 시작으로 올 한 해도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의 갑질에 대한 사회적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재벌과 결탁한 보수 언론은 최저임금제와 소득주도성장에 흠집을 내기 바빴지만, 정작 한국 경제를 망치고 있는 주범이 누구인지 삼척동자도 똑똑히 알 수 있는 한 해였죠.


출처 - Psychology Today


미투(#MeToo) 운동의 확산,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 https://ideas0419.com/803

혜화역 시위와 낙태죄 폐지, 여성 인권 신장 계기 되길 : https://ideas0419.com/840

안희정 1심 무죄 판결을 보는 우리의 자세 : https://ideas0419.com/868

82년생 김지영 영화화로 더 선명해진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 : https://ideas0419.com/877

2018년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려본 책, 82년생 김지영 : https://ideas0419.com/909


2018년의 화두이자 시대정신이라고 할 만한 사건은 미투운동에서 촉발된 페미니즘의 확산입니다. 검찰 내부의 성폭력, 성추행이 폭로되어 사회 전반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다양한 여성 혐오 사건은 수많은 여성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은 출판계에 오랜만에 등장한 밀리언셀러가 되었고 대출 순위 역시 1위를 기록하는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여성주의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한 백래시 등이 더해져 성별 간 논란이 증폭되었지만, 이는 대한민국이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하나의 지표이기도 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제3차 남북정상회담 성공리에 이루어지길! : https://ideas0419.com/816

4.27 판문점 선언, 이대로 평화협정까지 이어지길! : https://ideas0419.com/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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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 결과를 보는 자세 : https://ideas0419.com/847

한눈에 보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 통일로 미래로! : https://ideas0419.com/878

남북 철도 공동조사 – 분단 이후 처음으로 두만강까지 달린다 : https://ideas0419.com/902


한편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남북/북미 정상회담은 그야말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전쟁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는데,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급진전된 남북/북미 관계가 평화협정으로 이어진다면 유라시아 철도를 통해 한반도와 대륙이 연결되어 대한민국의 문화적 영향력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초석이 되겠지요. 번영은 평화라는 토대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음을 실감합니다.


이 밖에 알라딘 창작블로그와 다음 아고라가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고 실버 세대가 유튜브의 주요 이용자가 되는 등 미디어 환경의 급변을 체감하는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과연 2019년은 우리에게 어떤 한 해로 다가올까요? 힘들었던 기억과 나쁜 기억은 모두 과거에 남겨두고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2019년에도 생각비행은 좋은 정보를 공유하며 사회에 필요한 책을 펴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관심으로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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