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로 시작된 5월이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고달팠습니다. 지난 5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이라 하면 지금까지 기본급만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여기에 직무수당이라는 최저한의 기본급을 최저임금이라고 불렀습니다. 상여금이나 복지후생비, 중소기업들의 숙식비 등은 따로 쳤습니다.
출처 – SBS
그런데 지난 5월 개정안으로 최저임금이 기본급에다 상여금 중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부분까지도 다 최저임금으로 받은 걸로 간주하게 되었죠. 복지후생비 중에서 해당연도 최저임금의 7% 초과 부분까지도 다 최저임금으로 합쳐서 의제하겠다고 말입니다.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더니 상여금, 복지후생비 등 다른 개념까지 합해서 기본급으로 퉁치겠다니 노동자 입장에선 화가 날만 합니다. 이번 개정안대로 최저임금 계산법이 바뀌면 실질적으로는 최저임금이 떨어지는 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이 최저임금법 개정에 대해서 잘됐네 못됐네 하는 세간의 평이 분분합니다. 잘못된 정보가 많이 퍼지고 있기도 합니다. 상여금,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게 상식이라거나 직종 관계 없이 동일한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거나 하는 식의 해외 사례를 '글로벌 스탠더드'인 양 주장하는 내용도 많습니다. 나라마다 형편이나 제도, 관행이 다른데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소개되는 주장들을 보면 보통 재계의 요구를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인 꼴에 가깝습니다.
출처 – SBS
이 때문에 녹색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노동계는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이나 할 만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개악을 저질렀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조치였다고 강조하며 비판 여론 진화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기본급만 최저임금 산입범위로 정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기본급이 적지만 상여금을 많이 받는 고임금 노동자까지도 최저임금 혜택을 받아 기업에 부담이고 저임금 노동자와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 격차를 벌리는 문제가 일어난다는 거죠.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노동위원장이 법 개정에 반대하며 전격 사퇴할 정도로 내부적으로도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상여금 한 푼 없고 복리후생비가 존재하지 않는 편의점 알바처럼 젊은이들에게 가장 흔한 직종의 경우, 최저임금법 개정안으로 달라지는 것 없이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SBS
노동자들 입장에서 반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자신들의 삶을 좌우할 문제인 최저임금 개정 과정에 노동자의 목소리가 배제되었기 때문이죠. 더구나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라지만 저임금 노동자와 차상위 노동자의 소득을 싸잡아 끌어내려놓고 격차가 줄었다고 얘기하면 대체 누가 이 법안을 곧이 받아들이겠습니까? 녹색당, 정의당을 비롯한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주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 KBS
녹색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아니라 국회에 최고임금 상한제를 요구하며, 민주노총의 국회 앞 농성을 시작하는 기자회견에 함께했습니다. 한편 녹색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하려면 국회는 최고임금 상한제부터 만들어라]라는 논평에서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서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그동안 최소한의 생활조건을 반영하지 못했고, 지난 대선 때 대다수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원에 동의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국회는 기본급에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집어넣어 그 합의를 무시하려 들고 있다. 무능력한 국회, 방탄국회라 불리는 국회가 왜 이 문제를 유독 관철시키려 할까? 이명박, 박근혜, 재벌과 기업의 편에 섰고, 지금 감옥에 있다. 이참에 국회는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녹색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아니라 국회에 최고임금 상한제를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녹색당
한국노총, 민주노총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항의하는 의미에서입니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으로 통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는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남북 고위급 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도 큰일이지만, 국가가 소시민들의 노동으로 영위한 경제활동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국회와 정부가 잊지 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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