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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미투(#Me Too) 운동의 확산,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by 생각비행 2018. 2. 7.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구속되고 다소 잠잠해지나 싶었던 검찰 내부 적폐가 다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뿐 아니라 검찰 조직 내 성폭력, 성추행 사건이 여검사들의 폭로에 의해 수면 위로 드러난 겁니다. 한국 최고의 권력 중 하나이자 법조계 최고의 엘리트로 인정받는 검사마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폭력의 대상이 되어 고통받고 차별받는 현실이 알려졌습니다.


출처 – JTBC


첫발은 통영지청의 현직 검사 서지현이 뗐습니다. 서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안태근 전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었습니다.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인 안태근이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등의 강제추행을 한 사실을 밝힌 것이었죠. 서 검사는 이에 반발하여 당시 소속청을 통해 사과받는 선에서 정리하기로 했으나 그 후 어떤 연락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 뒤로 서 검사는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 발령을 받았는데 그 배후에 안태근 검찰국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성추행 사실을 당시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앞장서서 덮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죠.


출처 - SBS


서 검사의 뒤를 이은 폭로자는 임은정 검사였습니다. 임 검사는 15년 전 직속 상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임 검사는 검찰 내부 게시판에 2003년 경주지청에서 성추행당한 상황을 '지옥 생존기'라는 표현으로 상세히 설명했는데요, 직속 상사인 부장검사가 회식을 마치고 집에 데려다주겠다면서 성추행을 하고 집 안으로 떠밀고 들어가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임 검사가 이 문제를 같이 근무하던 선배 검사에게 상의하자 되레 자신에게 사표를 쓰라면서 알려지면 너만 손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죠. 결국 당시 지청장에게 찾아가 고소도 불사하겠다고 한 뒤에야 겨우 사표를 받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편 임 검사는 2005년에는 성매매 전담 부장검사가 2차로 성매매까지 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감찰조차 없었음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직장 내 차가운 눈초리와 상사 뒤통수 치는 꽃뱀이라는 멸칭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두 검사의 용기에 힘입어 다른 여검사들이 피해 사실을 잇달아 폭로하면서 미온적으로 대처하던 대검찰청은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구성하고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루 이틀 사이에 손바닥처럼 입장을 뒤집은 법무부와 검찰에 대한 낮은 신뢰도로 내부 수사가 제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습니다. 더구나 조사단장으로 임명된 여검사가 성추행과 성매매를 하는 남자 검사들을 두둔하며 덮기 급급했던 사람이었다는 진술이 나와 피해자들이 조사를 거부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죠.


출처 – JTBC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일 서지현 검사와 임은정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에 성추행 진상조사를 위한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습니다. 임 검사는 거시적 안목에서 정의로운 검찰을 당장 꿈꾸기에는 난망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뭘 잘못했는지 깨닫고 부끄러움을 알아주시면 하는 것을 검찰 수뇌부에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찰 내부에 대한 자정 작용이 되어야 할 이번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출처 - JTBC


검찰 조직 내 성범죄 피해 사실에 대한 폭로가 문화계의 미투(#Me Too)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최영미 시인은 JTBC에 출연하여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폭로했습니다. 〈괴물〉이란 시는 한 유명 원로 시인을 지칭하고 있었는데요, 최 시인은 내가 데뷔할 때부터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대한민국 도처에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면서 해당 원로 시인이 '괴물'임을 시사했습니다.

 

출처 - JTBC

 

아울러 문단 내 성폭력이 일상화되어 있었으며, 여성 문인이 권력을 지닌 남성 문인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뒤에 복수의 대상이 된다고도 밝혔습니다. 문단의 메이저 그룹 출판사에서 펴내는 잡지 등의 편집위원으로 있는 남성 문인들이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여성) 문인에게 원고 청탁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런 피해 당사자들은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도 어렵고, 하소연할 곳도 없어 작가로서 생명이 거의 끝난다는 최 시인의 이야기는 문화계에 만연한 성폭력 실태를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출처 - Psychology Today

 

최근 사회 곳곳에서 제기되는 미투 운동을 혹시 불편한 시선으로 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소설가 공선옥의 <시대의 기미>라는 칼럼을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그럼에도 아랑곳없이 세상은 조금씩 변해왔다는 것을, 느낀다. ‘차마 그 이름을, 그 얼굴을 밝히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시대는 이제 먼 과거의 일이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시대는 다시는 올 수가 없게 되었기를 나는 바란다. 그것이 무엇이든,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그 이름을, 그 얼굴을 당당히 드러내고 발언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가 되기를.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돌아가는데 미투 운동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성폭력 피해자를 다시 2차 가해하고 조롱하고 따돌리는 행태, 나아가 성별 권력 관계를 재생산하는 구조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합니다. 은평녹색당에서 기획한 강의가 이런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출처 - 은평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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