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은 할리우드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도 흥행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지난 12일 한 베스트셀러 소설의 영화화와 주인공 캐스팅 발표가 나자 큰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 소식입니다.
출처 - 민음사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지난 2016년 발간돼 100만 부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2017년에는 독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책으로 뽑히기도 했죠. 또한 그 인기 이상의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것도 화제였습니다. 학교와 직장에서 성차별을 받는 여성, 독박 육아에 치인 주부 등 대한민국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대대적으로 촉발된 페미니즘과 미투운동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문재인 대통령, 유재석, 방탄소년단, 레드벨벳, 소녀시대 등 유명인사들도 이 책의 독자임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출처 - 문화뉴스
《82년생 김지영》 소설의 주인공인 김지영 역에 83년생 영화 배우 정유미가 캐스팅되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인 정유미는 〈가족의 탄생〉, 〈옥희의 영화〉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예능 프로그램인 〈윤식당〉에서 싹싹한 모습으로 '윰블리'라는 애칭을 얻은 인기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네이버 영화에서 개봉은커녕 이제 막 제작 발표를 한 영화의 평점이 4점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별점 테러를 한 사람들은 미래로 가 영화를 보고 오기라도 한 걸까요?
출처 – 네이버 영화
이는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일부 남성이 중심이 된 소행으로 보입니다. 영화 내용이 페미니즘 논란을 일으킨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겁니다. 정유미의 SNS에는 "좋아했는데 실망이다", "이제 남성 팬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거지?" 같은 반응부터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테러에 가까운 반응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를 막아주세요"라는 게시물까지 올라왔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화된다면 자유국가인 대한민국의 기본권에 어긋난다며 소설이 담고 있는 특정 성별과 사회적 위치에서 바라보는 왜곡된 사회에 대한 가치관이 보편화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스크린에 올린다는 건 성평등에 어긋나고 사회적으로 성 갈등만 조장한다고 말합니다.
과연 자유국가, 기본권, 성평등이란 단어의 뜻을 알고 하는 소리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이 청원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자신을 19세 남성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젊은 남성들의 위험수위에 달한 여성혐오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여 더욱 안타까운 청원 글이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책
《82년생 김지영》은 30대 평범한 여성인 김지영과 그의 삶에 일어난 일을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와 성차별을 시사한 점이 높이 평가되는 작품입니다. 이유 없이 남성을 혐오하고 이런 생각을 전파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따른 고충을 작품에 담았다는 사실만으로 남성을 비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지나친 확대 해석일 뿐입니다. 《82년생 김지영》이란 소설과 연관된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페미니즘이 그간 우리 사회에 제기해온 문제들이 온당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듯합니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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