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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3년 만의 메르스 재발, 이번엔 달라야 한다!

by 생각비행 2018. 9. 12.

3년 만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2015년 5월 이후 3년 만에 61세 남성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대병원에서 치료 중입니다. 3년 전 초동 대처 실패로 세계 2위의 메르스 감염국으로 전락한 바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닷새 전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와 감염 의심자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추가 확진자는 없습니다. 방역 당국이 지금까지 집계한 밀접 접촉자는 22명, 일상 접촉자는 418명인데요. 어제 오후 기준으로 6명이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였지만 확진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입국했던 20대 영국 여성 등 발열과 기침을 보인 사람들이 1, 2차 검사에서 메르스 음성으로 나타나 격리 해제되었습니다. 정부는 메르스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한 상태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3년 전에 메르스를 경험했기 때문인지 정부 차원의 대처는 그보다는 나아진 모습입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첫 환자의 확진 판정까지 보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가 병원 4곳을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결과가 되어 감염 환자가 급증했죠. 치료하던 의료진까지 감염되는 등 대혼란이 빚어진 바 있습니다. 의료적인 면에서는 그때와 달리 1차 감염자의 확진 판정과 접촉자들에 대한 차단이 신속하게 이루어진 편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하지만 공항 검역 단계의 안전 불감증 등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현재 확진 판정을 받은 61살 남성이 메르스 환자로 의심된다며 보건 당국에 신고된 건 5일 전 밤입니다. 그런데 그는 불과 4시간 전에 공항 검역을 무사통과했습니다. 공항 검역관에게 지난달 28일 쿠웨이트에서 설사 때문에 병원에 간 적이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는데요. 설사는 메르스의 주요 증상까지는 아닙니다만 발열, 호흡 곤란과 함께 동반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 검역관은 체온이 정상이라는 이유로 그를 그냥 통과시켰습니다. 남성이 지인인 의사에게 설사 증상 등을 문의하고 입국하자마자 스스로 병원에 가는 등의 조처를 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 일상생활을 했다면 감염자는 훨씬 많아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불안감을 느낀 탓인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첫 번째 확진자를 처벌해달라는 게시물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스스로 병원을 찾아갈 정도면 메르스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부인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오라고 하는 등 감염 가능성을 고의로 숨긴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실제로 감염병 발생 국가에서 출발했는데도 건강 상태 질문서를 내지 않거나 허위로 작성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합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스스로 병원에 갔고 지인인 의사와 전화 통화를 했을 때도 설사 증상을 호소하기는 했지만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은 없었다고 합니다. 이는 동승한 승무원도 증언한 바입니다. 이렇다면 급성 장염 등을 의심할 수도 있는 증상이기 때문에 남성이 일부러 속이고 입국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친 면이 있습니다.

 

결국 3년 전 우리 사회를 강타한 메르스라는 전염병의 공포가 패닉을 일으킨 결과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열과 기침이 나면 자신이 메르스가 아닌가 의심된다고 119 등에 신고한 사람들이 십수 명 나오기도 했죠. 메르스 환자를 삼성서울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할 때 특수 구급차가 아닌 일반 구급차를 이용한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죠. 음압 구급차는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환자실을 완전히 밀폐하고 공기 필터링 시스템을 갖췄지만, 일반 구급차는 운전석과 환자 사이에 격벽만 쳐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운전자가 보호복을 착용하고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만 국민들의 불안을 초래하는 대응이라는 비판이 뒤따릅니다.

 

출처 - 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본부의 매뉴얼에 의하면 메르스 의심환자는 37.5도 이상의 발열과 기침, 호흡곤란, 폐렴, 급성호흡곤란증후군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 14일 이내에 중동 지역을 방문했거나 메르스 확진환자가 증상이 있는 동안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올해에도 114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30명이 사망하는 등 대부분의 메르스 위험이 여기서 시작되니 각별한 유의가 필요합니다. 메르스 감염 경로는 낙타와 접촉, 생 낙타유 섭취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3년 전의 대혼란으로 우리나라의 메르스 환자 분류 기준은 WHO보다도 엄격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뚫렸다는 건 메르스 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말대로 전염병에 대한 대처는 모자란 것보다는 과잉 대처가 낫습니다. 더 이상의 혼란 없이 가라앉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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