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세계 금융경제 환경에서 돈의 움직임을 읽는다!

2020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생각지도 못한 복병을 만났습니다.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경제적 요인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1월부터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는 국지적 문제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유럽, 중동 등 세계 곳곳으로 퍼졌고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경이 폐쇄되고 이동이 제한되면서 세계 경제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주가가 급락하고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했습니다. 안전자산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미 달러화를 더욱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실물경제 충격과 금융시장 변동성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얻은 경험을 토대로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이 신속히 대처하여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후유증(역대급 돈 풀기)으로 세계는 40여 년 만의 인풀레이션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6판]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금융 상황을 반영했습니다. 5판부터 공동 저자로 참여한 권준석 팀장은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에서 '코로나19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 정책 당국이 어떤 정책을 실행했는지, 이러한 정책이 어떠한 문제를 유발했는지, 앞으로 돈의 흐름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한편 책의 주제인 '원화와 외화의 흐름, 환율과 금리의 연결고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와 그래프를 최근 데이터로 전면 수정했습니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우리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우리나라는 1997년 제2의 6.25라는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슬기롭게 극복했습니다. 하지만 그 여파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경험하지 않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습니다. 자칫 방심하는 순간 우리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금융경제 환경에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6판]은 돈이 움직이는 이유를 시작으로 환율과 금리, 돈의 흐름과 조절, 금융위기, 환율과 외환정책 등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어렵게 보이는 주제들을 간단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돈의 흐름과 가격이 금융위기 상황에서 평소와 달리 어떻게 변동하는지를 보여주고 취약성과 기폭제라는 두 요인을 기준으로 경제위기를 설명합니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미국과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다른 나라들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극복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지금 세계 금융경제가 어떤 상황인지, 앞으로 돈의 움직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등 수많은 의문에 답도 제공합니다. 세계 금융경제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경제금융 환경을 고려할 때, 이 책은 금융회사와 기업 그리고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돈의 움직임'을 살피는 폭넓은 시야와 정보를 제공해줄 것입니다. 

  

 

지은이 

임경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한국은행에 입행하였다. 자금부, 국제금융부, 금융시장국 등에서 정책금융 기획, 외환보유액 관리, 금융시장 분석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고려대학교에서 재무론(경영학 석사)을 전공하였으며 미국 듀크대학교Duke University에 방문연구원으로 파견되어 금융시장제도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였다. 세계은행 국제금융 프로그램 등에서 ‘금리, 환율, 자본이동의 연결고리’에 대한 기본체계를 정리하였으며, 동국대학교에서 재무관리(경영학 박사)를 전공하였다.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채권시장팀장 및 부국장, 경남본부장 등을 역임한 후 수원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였다. 현재 수원대학교 특임교수로 증권시장론, 국제금융론 등을 강의하면서 한국주택금융공사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통화정책수단의 거시경제변수에 대한 선행성에 관한 실증연구〉, 〈투자자의 자금흐름과 투자자심리에 대한 연구〉 등, 주요 저서로 《환율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투자를 위한 생각의 틀》 등이 있다.

 

권준석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입행하였다. 입행 이후 금융시장국에서 채권시장 관련 업무를, 국제국에서 외환보유액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원화와 외화의 움직임에 대해 배우고 그 연결고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외환보유액 관련 기획 업무를 담당하면서 급격한 외화자금 유출의 위험성을 절감하였다. 프랑스 그랑제콜Grande ecole인 파리 ESSEC Business School에서 경제학박사 학위(계량경제학 전공)를 취득하였으며 이후 금융안정국에서 코로나19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현재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산하 그룹에 한국은행 대표로 참석하여 글로벌 금융 규제 관련 논의를 수행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학위 논문은 〈Three essays on multistep forecasting with partial least squares〉이며 주요 논문은 〈금리와 자산가격 변화가 가계부채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금융안정연구 제23권 제2호)이다. 또한 〈금융안정보고서〉, 〈지역경제보고서〉 등의 집필에 참여하였다. 

 

 

차례 

머리말_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MON 돈의 흐름
LECTURE 1 화두
LECTURE 2 돈의 성격
1. 트랜스포머: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돈
2. 시간과 공간 속에서 두 가지의 변신
LECTURE 3 돈이 움직이는 이유
1. 나를 믿는다: 전망에 기초한 투기
2. 틈새를 노린다: 차익거래
3. 위험을 이전하다: 위험회피
4. 위험을 나눈다?: 위험분산의 함정
5. 내게 맞게 바꾼다: 조건의 교환
6. 일단 챙겨야 한다: 자금 가용성의 확보
7. 친구 따라 강남 간다: 군집행동
8. 덩치가 커야 이긴다: 외형 확대
LECTURE 4 경계를 넘나드는 돈의 흐름
1. 돈이 드나드는 길
2. 우리나라의 대외 포지션
3. 결국 남거나 모자라는 돈
LECTURE 5 경계 안에서 외국돈의 흐름
1. 원화와 외화 바꾸기
2. 외화를 빌리고 빌려주기
3. 팔고 사기와 빌리고 빌려주기
LECTURE 6 원화의 큰 흐름
1. 돈을 부르는 이름과 계산
2. 돈은 어디로 얼마나 흘러갔나?
3. 돈이 흐르는 속도
Q&A

TUE 환율과 금리 그리고 연계
LECTURE 7 가격의 움직임과 운동장
1. 수요와 공급의 힘
2. 환율과 환율제도
3. 금리와 채권시장
LECTURE 8 외화의 흐름과 환율의 관계
1. 무엇이 환율을 변동시키는가?
2. 환율 변동은 어디에 영향을 미치는가?
LECTURE 9 원화의 흐름과 금리의 관계
1. 무엇이 금리를 변동시키는가?
2. 금리 변동은 어디에 영향을 미치는가?
LECTURE 10 삼불일치론에 대한 이해
1. 삼위일체는 가능한가?
2. 삼불일치론과 정책조합의 선택
3. 삼불일치론에 대한 선행연구
4. 비판과 반론
Q&A

WED 돈의 조절
LECTURE 11 돈의 흐름과 조절
1. 연계거래의 복잡한 흐름
2. 양과 흐름의 조절
LECTURE 12 원화의 조절
1. 다목적 댐의 수문: 자금의 양
2. 닻을 내리다: 기준금리
3. 세 가지 무기: 전통적 통화정책수단
4. 새로운 무기: 비전통적 통화정책수단
LECTURE 13 외화의 조절
1. 외화 유출입과 규제
2. 거시경제정책수단
3. 거시건전성정책수단
4. 국가비상금
5. 외채 관리
6. 중앙은행 간 통화스왑
Q&A

THU 금융위기의 교훈과 새로운 변화
LECTURE 14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1. 역사의 교훈
2. 위기의 구분
3. 투기적 공격
LECTURE 15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1. 제2의 6.25
2. 금반지를 꺼내다
LECTURE 16 글로벌 금융위기
1. 모기지에서 세계로
2. 헬기를 띄우다
3. 출구전략
LECTURE 17 우리나라와 주요 신흥시장국의 글로벌 금융위기
1. 고래와 새우
2. 외환을 지켜라
LECTURE 18 코로나19: 전화위복 vs 더 큰 위기의 잉태
1. 돈 풀어 살리기
2. 돈 풀기의 후유증: 물가의 역습
3. 방향을 바꾸는 돈의 흐름
LECTURE 19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세상
1. 고금리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2. 돈은 어디로 움직일까?
3. 급증한 부채는 금융안정을 위협할 것인가?
Q&A

FRI 통화정책과 외환정책의 연계운영
LECTURE 20 연계된 정책 과제
1. 연계를 위한 세 가지 축
2. 통화정책의 독자성 확보
3. 환율정책의 탄력적 운용
4. 거시건전성정책의 대응
LECTURE 21 정책조합의 모색
1. 배의 키는 어디로?
2. 기본 체계의 선택
3. 평소에 잘하자
4. 정책 트랜스포머
LECTURE22 정리
Q&A

맺음말_ 숲을 알아야 나무를 헤아리며, 나무를 알아야 숲을 본다
참고문헌
찾아보기

지난 2월 5일 이재용 회장은 삼성그룹 불법승계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밝히며 이재용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했던 '국정농단 사건'과 얽혀 앞서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판이한 결과입니다. 생각비행은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다룬 바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삼성으로 인한 국민연금 3000억 손실, 누가 책임지나? : https://ideas0419.com/569 

이재용 집행유예 - 재벌의 3.5 법칙은 아직도 통하는가 : 
https://ideas0419.com/801 

진정성 없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 대국민 사과, 앞으로 삼성은? : 
https://ideas0419.com/1058 

다시 삼성공화국으로,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 
https://ideas0419.com/1209 

삼성 미래전략실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삼성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와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시세 조종 등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이재용 회장은 이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아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기소된 19개 혐의에 대해 결과적으로 죄다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출처 - MBC

 

검찰은 이재용 회장과 삼성 미래전략실 등이 그룹 승계 계획안 '프로젝트 G'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했고 이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봤습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각각 0.32주와 1주로 합병 비율을 결의했습니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만 약 23%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사의 대주주인 구조였기에 제일모직 주식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면 이재용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그만큼 커져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상황이었죠.

출처 - 참여연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물산 주주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가 합병에 반대할 만했습니다. 삼성물산 매출액이 제일모직보다 5.6배 많고 자산총계는 3.1배나 더 큰데도 제일모직의 가치가 너무 크게 책정됐으니까요. 국민연금도 반대할 명분이 충분했는데 당시 이재용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연금에 외압을 가해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국정농단 특검 수사로 확인된 사실입니다. 이 사건에 연루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한 결과로 최대 1658억 원의 손해를 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결국 이 합병은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S)까지 초래했습니다. 합병 당시 옛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 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상설중재재판소에 ISDS를 제기했고 일부 승소했습니다. 2023년 6월 20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엘리엇 매니지먼트 측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1조 원의 배상을 요구한 데 대해 청구액의 7%인 69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핵심 쟁점이었던 정부의 부당 개입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가 패소한 셈이죠. 우리 정부는 5년간 법률비용과 이자를 포함해 1300억 원가량을 지급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출처 - 뉴시스

 

이쯤에서 지난 2월 5일 삼성그룹 불법승계 1심 재판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 판결에서 대법원이 판시한 승계작업과 청탁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라며 그 승계작업과 청탁의 결과물이 구체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판결한) 대법원은 '승계작업'을 '최소 비용의 지배권 강화'로 정의하면서 그러한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러한 승계작업은 그에 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행위와 제공되는 이익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고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을 뿐이다. 즉 대법원 및 그 하급심에서는 이 사건 합병에 대한 청탁의 대가를 인정하지 않고, 단지 포괄뇌물죄에서 포괄적 직무관련성에 대응하는 수준의 가변적이고 추상적 개념으로서의 승계 작업이 인정되었을 뿐이다"라고 명시했습니다.

 

출처 - 참여연대

 

또 재판부는 대통령의 부당 개입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왜곡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 근거로 한국 정부가 엘리엇과의 ISDS 소송에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위원들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자신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표결하였다는 입장을 밝힌 점, 2022년 11월 삼성물산 주주 7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한 1심 판결에서 법원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행위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의결권 행사를 좌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을 들었습니다. 법조계라는 같은 업계 종사자가 판결에 사용한 용어 정의를 다시 해가면서 앞선 판결을 뒤집은 건 차치하고 국민연금 의사결정이 왜곡된 게 아니라면 당시 유죄받은 사람들은 재심이라도 받아야 하는 걸까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엘리엇이 제기한 ISDS 소송을 법무부에서 진행했는데요, 1심 재판부가 무죄 판결의 근거로 든 '국민연금의 합당한 판단'이 ISDS 소송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그런데 이재용 회장의 '불법 합병' 판결에서는 무죄의 근거로 활용됐으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출처 - SBS

 

결국 검찰은 삼성그룹 불법승계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항소했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부정과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증거판단, 사실인정 및 법리 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사실인정 및 법령 해석을 통일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항소한다고요.

 

출처 - 경향신문

 

참여연대는 "제1심의 무죄 판결은 재벌들이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해 함부로 그룹회사를 합병해도 된다는 괴이한 선례를 남김으로써, 재벌 봐주기의 대명사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사회정의와 법치주의에 반하는 이번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규탄했습니다. 남은 2심, 3심이 어떻게 진행될지 국민이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만 극우 문제가 심각한 게 아닙니다. 미국 대선도 혼돈 그 자체입니다. 지난 1월 미국 콜로라도주와 메인주 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공화당 대선 예비경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이죠. 2021년 1월 6일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파들이 자행한 국회의사당 폭동과 관련해 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기소된 트럼프는 상당한 책임이 인정되기 때문에 적어도 콜로라도주에서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입후보할 자격이 없다는 판결이었죠. 모반이나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는 공직을 맡지 못한다는 수정헌법 제14조 3항이 근거였습니다.

 

출처 - YTN

 

그런데 이 판결은 법리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적으로 트럼프에게 힘을 더해줬다는 것이 현실적인 평가입니다. 트럼프의 상고로 콜로라도 법원의 판결은 연방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놓을 때까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출마 가부에 대한 최종 칼자루를 쥐게 되었는데요, 콜로라도주 공화당 경선이 3월 5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 판결이 현실적인 의미가 있으려면 그전에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상고를 기각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하지만 현재 연방대법원은 트럼프가 임명해놓은 대법관들의 보수 우위가 명확한 상황입니다. 아울러 대선 후보의 출마 가부라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판단을 내릴 경우 유권자의 선택 범위를 크게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꺼릴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입니다. 미국 전체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주 한 곳의 판결로 결정하게 할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연방대법원이 상고를 받아들이게 되면 사실상 트럼프의 대선 출마 자격을 인정한 셈이 되므로 현재 진행 중인 그의 무수한 다른 혐의에 대한 재판 역시 정치적으로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이런 상황은 한 달 뒤인 지난 2월 16일 트럼프의 사기 대출 의혹 재판에서 4700억 원이 넘는 벌금을 선고받자 더 선명해졌습니다. 지난 2022년 9월 뉴욕주 검찰총장은 트럼프와 트럼프그룹이 은행과 보험사로부터 유리한 거래 조건을 얻기 위해 보유 자산가치를 허위로 부풀려 신고했다며 뉴욕시 맨해튼 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요, 이 소송에 대해 맨해튼 지방법원은 트럼프 측이 자산 가치를 허위로 부풀려 부당이득을 얻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총 3억 5000만 달러, 그러니까 약 4800억 원을 뱉어내라고 판결했습니다.

 

출처 - KBS

 

의사당 폭동까지 일으켰던 극우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런 판결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고 결집하는 모습입니다. 트럼프 역시 자신의 SNS에 법원의 판결을 자신에 대한 정치적 박해로 규정하며 즉시 반격에 나섰습니다. 바이든과 법무부가 가짜뉴스를 근거로 정치적 기소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는 현재 공화당 내에서도 60%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사기 대출 판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트럼프가 대출을 받기 위해 부동산 규모를 부풀려 부당하게 이익을 올린 사실이 명박한데도 극우 트럼프 지지자들은 요지부동입니다. 오히려 4800억 원의 벌금을 대신 내주자면서 크라우드 펀딩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인 부동산 사업가와 그 부인은 미국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트럼프 벌금 대납 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갑부였던 데다 미국 대통령까지 지낸 트럼프의 벌금을 대신 내줄 머저리가 과연 있겠나 싶겠지만, 이 펀딩 페이지가 개설된 지 24시간 만에 1억 원이 넘는 돈이 모금됐습니다. 마치 박근혜를 위해 모금하던 태극기 부대를 보는 것 같네요.

 

출처 -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자신의 SNS에 맨해튼 법원의 판결 역시 선거 개입이자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판결이 나온 다음 날 트럼프 스니커즈 같은 비싼 굿즈들을 내놨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필라델피아 스니커즈 박람회에서 '절대 굴복하지 않는(Never Surrender) 하이톱 스티커즈'를 소개했습니다. 그날 밤께 전용 판매 웹사이트인 '트럼프 스니커즈 닷컴'에서 1000켤레 한정 제품이 완전히 동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악명도 명성이라고 돈 벌 기회를 놓치지 않는 수완을 발휘한 셈입니다. 이처럼 트럼프는 정치적 생명이 끊길 수도 있는 연이은 악재를 지지자의 결집을 부르는 호재로 바꿔놓았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정치계는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 모두 당황하고 있죠. 

 

출처 - KBS

 

세상이 혼탁해지고 사람들이 불안해하니 자격없는 자들이 여기저기서 설치기 시작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이들을 걸러내고 심판할 방법은 선거밖에 없는데,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과연 우리나라 총선과 미국 대선은 어떤 결과를 내게 될까요? 현명한 국민의 판단만이 밝은 미래를 보장합니다. 눈과 귀를 열고 정세를 잘 살펴 올바르게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오는 4월 10일 있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출마가 예상되는 전·현직 검사가 최소 45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최소 31명의 전·현직 검사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선 최소 14명의 전·현직 검사가 출마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하죠. 그들은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거나 아니면 윤석열이 검찰 독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출마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제53조 제1항은 '국가공무원으로서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선거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4항에는 '그 소속기관의 장 또는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이 접수된 때에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사표 내면 그 순간 그만둔 것이니 출마해도 돼'라고 해석할 수 있죠. 전직 검사는 당연히 출마해도 괜찮습니다. 선거 90일 전까지 사직했다면 현직 검사의 출마도 문제는 되지 않겠죠. 문제는 현직 검사들이 사표 수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총선 출마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검사로 월급을 받으면서 가욋일 즉, 선거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공무원에게 선거일 전 90일까지 공직을 사퇴하도록 한 것은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검사들이 이런 법 취지를 모르지 않을 텐데 믿는 구석이 있어서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사람이 많습니다.

 

출처 - KBS

 

이는 '황운하 판례' 때문입니다. 공직자가 공선거법상 출마 시한인 선거일 90일 전까지 사표를 냈다면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더라도 출마가 가능하다고 본 대법원 판례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사표를 내도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기관장이 사표 수리를 거부하거나 지연한 게 아니라 불가능한 경우 말입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비위와 관련해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나 내부 감사가 진행 중인 경우 퇴직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표가 수리되지 않는 겁니다. 공무원이 비위를 저지르고는 퇴직 수당 삭감 등의 징계 안 받겠다고 그만둬버리면 안 되잖습니까?

 

출처 - 국회방송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서울 중앙지검 김상민 부장검사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향 사람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공개돼 비판받은 일이 있습니다. 공개된 문자 메시지에는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다", "창원은 이제 지방이 아니라 또 하나의 큰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지역 사회에 큰 희망과 목표를 드리겠다"는 등의 내용이어서 현직 검사가 정치 활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했죠.

 

출처 - KBS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차장이던 2020년 당시 한동훈(현 국민의힘비상대책위원장)과 이동재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 을 제기하자고 공모했다며 KBS에 허위 사실을 제보해 한 위원장의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사직서를 낸 이후 전남 순천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로 등록했습니다.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총선에 출마하는 현직 검사들에게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김상민 부장 검사는 정직 3개월, 신성식 연구위원은 해임 처분을 받았습니다.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 훼손을 크게 문제 삼은 결정이었죠.

 

출처 - MBC

 

며칠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현직 검사로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는 전두환 하나회"라는 발언을 해 법무부로부터 '정치적 공정성 훼손'을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됐습니다. 그런데 14일 자신의 징계 사건을 심의하는 검사징계위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근무지만 서초동에서 용산으로 옮긴 듯 윤석열 전 검사는 정치를 수사하듯이 하고 있다"며 "(국회로 가) 김건희 종합 특검법을 관철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어 "(총선일인) 4월 10일은 민주주의 퇴행과 검찰 정권을 끝내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며 "누구보다도 그를 잘 아는 제가 윤석열 사이비 정권을 끝장내고 윤석열 사단을 청산하는 데 최선봉에 서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현직 검사가 총선 출마를 시사한 것입니다.

 

출처 - MBC

 

공직자, 특히 검사는 특정 사안을 다룰 때 정치적 편향성이 반영됐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직 신분으로 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사기업조차 겸직금지 조항이 있죠. 이는 직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업무 수행 중 취득한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는 식의 비위를 저지를 요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출처 - 데일리안

 

현직 검사의 정치 출마는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법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긴 했습니다. 황운하 의원 논란(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당시 국민의힘에서 공무원 신분으로 출마를 막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폐기될 상황입니다. 야당에서는 최강욱 전 의원이 '검사 출마 제한법'을 발의했으나 당시 검찰 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란 말이 나와 한동훈 장관 시절 법무부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죠.

 

출처 - 동아일보

 

이러는 와중에 현직 검사의 정계 진출 시도는 사실상 꽤 늘었습니다. 검사와 같은 사법기관 공직자가 현직인 상태로 정계에 진출하는 것은 사법기관의 신뢰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주요한 문제인 만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합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공무원 출마를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의 취지와 대법원 판례가 맞지 않는 만큼, 사표가 수리되지 않으면 출마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지난 15일 현직 검사들의 총선 출마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자 박성재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안타깝지만 이것을 막을 수 있는 입법적 조치가 미흡해서, 밖에서 보는 제 입장에서도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이제 시민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출처 - 2014 총선시민네트워크

 

전국 19개 의제별 연대기구와 80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구성된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약칭 2024 총선넷)는 지난 19일 21대 국회 현역의원을 중심으로 35명의 1차 공천반대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2024 총선넷은 35명의 공천반대 명단을 유권자들에게 널리 알려 투표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각 정당의 공천 심사 과정에서 반영되도록 촉구하여 반개혁적이거나 정부 실정에 책임이 있는 인물들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을 받지 않도록 활동할 계획이라고 하죠. 이에 더해 검사의 정치 출마를 막을 실효성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앞으로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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