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의 역사는 뿌리 깊습니다. 과거 왕권과 종교의 권위에 도전하는 책을 금서로 지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음란과 폭력을 통제한다는 미명하에 이뤄지는 검열에 이르기까지 검열은 지배자의 통치 수단으로 이용된 측면이 다분합니다. 권력에 의해 자행되는 이런 검열이 일상화되면 피통치자는 검열의 '끝판왕'이라고 할 자기 검열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속칭 '알아서 기게 되는' 거죠. 이런 상황은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검열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비화합니다. 생각비행은 검열의 헤게모니를 쥐고 표현의 자유를 억합하려는 국가와 정부의 문제를 줄곧 비판적인 시각에서 다뤄왔습니다. 

 

다시 기억해야 할 5.18 광주민주화운동, 신군부의 독재와 언론·방송의 굴종사
http://www.ideas0419.com/145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사회 변화의 씨앗 있다
http://www.ideas0419.com/192

 

정보조작 의혹으로 살펴보는 SNS 심의의 허구성
http://www.ideas0419.com/280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며 표현의 자유를 다시 돌아보다
http://www.ideas0419.com/354

 

<천안함 프로젝트>,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http://www.ideas0419.com/448

 

삼일절에 돌아보는 헌법의 근본정신
http://www.ideas0419.com/456

 

증거 조작 시대에 꼭 봐야 할 영화 5편
http://www.ideas0419.com/459 

 

안타깝게도 2014년 현재 광주에서 예술가의 작품을 검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출처 – 광주 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박근혜 비판을 금지하다


민주화의 상징 도시 광주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광주 비엔날레는 올해로 20돌을 맞은 현대설치미술전시회입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생긴 비엔날레로 국제적 위상도 매우 높습니다. 올해 9월 5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이 행사에 17개 나라, 49명의 작가가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광주비엔날레가 올해 그간 쌓아온 위상을 일거에 허물어버리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비엔날레 창설 20돌을 맞아 광주 5.18 정신을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로 특별전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비엔날레 측이 정치적인 이유에서 특정 예술 작품의 수정을 지시하고, 그 수정본조차 전시를 거부한 일이 사건의 발단입니다. 문제 작품은 민중미술가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입니다.


출처 - 뉴시스


광주비엔날레가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을 거부한 이유를 보면 기가 막힙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박근혜 대통령을 작품에서 허수아비로 표현했기 때문인데요, <세월오월>은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이 등장하게 된 원인을 되짚어 올라가 결국 518 광주에 닿는 작품입니다.

 

작품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김기춘 비서실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문창극 총리 후보자,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수많은 정치인이 등장합니다. 광주 비엔날레 측은 박정희로 보이는 군사독재 정권과 김기춘에 의해 조종되는 허수아비로 묘사된 박근혜 대통령 부분을 수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홍 작가는 고민 끝에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형상화한 내용을 닭으로 수정합니다.
 

출처 - 한국일보


그러나 광주비엔날레 측은 홍 작가의 작품 전시를 유보했고, 보수단체들은 홍 화백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에 이릅니다. 홍 화백은 "세월호를 들어 올려서 아이들을 탈출시켜 우리 품 안에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림의 주제도 못되고 부제일 뿐이다. 세월호 사건은 단순한 침몰 사고가 아니라 학살사고이고 그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에 있다고 생각해 그림으로 기록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림 수정으로 작품이 담고 있는 원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작가의 작업에 간섭하지 않겠다며 취소 결정을 뒤집고 비엔날레 재단이 결정할 일이라고 한발 물러서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하지만 비엔날레 재단은 결국 <세월오월> 작품의 전시 유보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세월오월>은 특별전 장소인 광주시립미술관에 걸리지도 못한 채 특별전 개막식이 열렸습니다.

 

특별전을 총괄해온 책임 큐레이터는 <세월오월> 전시 유보가 자신이 불참한 가운데 강행된 결정이라며 개막식에 앞서 사퇴를 표명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항변하면서 말입니다. 애초 계획된 특별전 개막식은 5분 만에 파행으로 끝났고, 20년 전통의 광주비엔날레는 5.18 정신을 세계에 알리기는커녕 그 정신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세계 작가들의 공동 대응, <세월오월>의 전시를 허하라!


지난 8일 특별전 개막식장 바깥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세월오월> 작품의 게릴라 전시가 기획되었습니다. 홍성담 작가를 포함한 다른 작가들이 <세월오월> 작품의 수정된 그림을 4배 크기로 확대한 프린팅을 가지고 외부에 전시하는 항의 퍼포먼스를 벌이려 했으나 사복경찰 50여 명이 동원되어 이를 막는 소란이 일었습니다. 이후 홍 작가의 거주지를 사복경찰이 감시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사태가 점점 커지자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습니다.
 

출처 - 광주일보


이윤엽, 홍성민, 정영창 작가는 지난 11일 오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달콤한 이슬 1980년 그 후’에 출품했던 자신들의 작품을 자진 철거했습니다. 작가들은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검열에 항의하면서 이 작품을 전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출처 - 광주일보


광주비엔날레 보이코트 움직임에 국제적인 반향이 일고 있습니다. 일본 오키나와 미술계가 출품작의 철회 의사를 밝히며 홍 작가의 <세월오월> 작품 전시를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오키나와 미술계는, 예술은 정치의 관점이 아닌 인간의 생명과 존엄의 문제로 제안하는 행위이므로 예술 작품은 정치의 힘으로 막을 수 없으며, 그렇지 못하다면 비엔날레의 이념이 무너진 것이니 참여할 의미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서 가장 주목받는 독일 판화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오키나와 미술계가 대여해주었기 때문에 오키나와 미술계가 전시를 철회할 경우 광주비엔날레는 국제적인 망신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태는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 측이 박근혜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벌어진 촌극에 가깝습니다. <세월오월> 작품 중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풍자는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광주민주항쟁으로부터 이어진 민주정신이 세월호 참사로부터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다는 승화와 치유가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입니다. 

 

설사 홍 작가의 작품 주제가 직접적인 박근혜 비판이라 할지라도 정치권이나 행정력이 예술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장소가 아니라 예술적 표현의 극한을 맛볼 수 있어야 할 예술전시회장에서 이번과 같은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권력의 검열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 드러나는 지표가 아닌가 합니다. 눈치를 보고 몸을 사려야만 무사할 수 있다는 자기 검열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이 얼마나 무서운 일입니까? 다른 곳도 아닌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가 독재자의 딸을 무서워하며 알아서 기다니 참혹한 심정입니다.

 

 

박근혜 정부, "자유 없는 민주주의"를 꿈꾸는가?


 

출처 - 한겨레


작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월간 《현대문학》이 원로소설가 이제하와 정찬, 서정인의 소설 연재를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중단시킨 것이죠. 그러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유신을 부정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문학에 이어 이번에는 미술 다음에는 어떤 예술이 권력 앞에 굴복하고 자기 검열을 하게 될까요? 독재자의 그늘에서 비롯된 박근혜 정권의 어둠이 우리 사회에서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예술계의 연대와 시민의 관심과 비판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종북몰이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자유 없는 민주주의"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닙니다. 2013년 12월 16일 국회 세미나실에서 열린 '표현의 자유와 언론탄압 2차 사례발표'에 참석한 유종성 교수(미국 UC샌디에고)는,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요소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한다고 해도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은 자유 없는 민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통령 선거 부정 의혹, 부정 당선 의혹, 국정원과 국방부가 연류된 부정 선거와 댓글 조작 의혹, 이를 수사하던 검찰의 수장을 혼외아들 문제로 찍어낸 의혹, 국가정보원의 유오성 간첩조작사건 등을 바라보면 과연 한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가 단순한 선박 침몰 사고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퇴행과 깊은 연관 관계가 있으며, 총제적인 구조 실패가 독재 국가에서나 나타날 법한 정권의 경직성 때문이라는 비판적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제(8월 12일) 《경향신문》에 홍성담 작가를 인텨뷰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내 그림 '수장고'라는 감옥에 가두지 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인터뷰 내용을 발췌해 전달하는 것으로 이번 기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왜 이런 작품을 구상했나.

“올 1월부터 ‘광주 정신과 관련한 전시회를 하는 데 걸개그림을 그려 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수차례 거절해 왔다. 그런 와중에 세월호가 침몰했다. 내 작업실이 안산에 있는데 단원고 2학년생 2명을 아르바이트로 써 왔다. 이 중 한 명도 숨졌다. 사고 이후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며 나흘을 보냈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자본주의와 부패한 관료, 국민의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국가 시스템이 세월호 사건을 만들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세월호와 5·18은 국가 폭력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작품을 결정했다.”

 

-박 대통령 풍자 장면은 꼭 필요했나.

“세월호 침몰로 304명이 죽거나 실종됐지만 정부는 아무것도 못 했다.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박 대통령에게서 유신의 그림자를 봤다. 대통령은 유신의 어두운 그림자들의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사건이 발생한 정치적 원인은 반드시 밝혀서 증언하고 기록해야 한다. 역사적 사건에 대해 시각적으로 기록할 임무와 의무가 민중미술가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광주시는 ‘시의 예산이 지원됐는데 정치적 내용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에서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전체 제작비는 1억원 정도 들었다. 작품은 기획 단계부터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광주 정신은 저항 정신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세력들에게 저항하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광주 정신을 알리겠다는 전시회에서 이런 정도의 권력에 대한 풍자와 패러디도 못 한다면 광주 정신은 집어치워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전시가 불가능하다면 작품은 작가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시는 미술관 수장고에 넣어 둔 채 감옥살이를 시키고 있다. 세상에 빛을 못 보게 하려는 술수다. 광주시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너무 부끄럽다. 윤장현 시장이 책임지고 담대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영화 <명량>의 흥행이 심상치 않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가장 역동적이었던 전투 명량해전을 영화화한 <명량>은 이순신 장군이 12척으로 왜선 330척을 물리친 영웅담입니다. 전 세계 해전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인데요, 영화 <명량>도 한국 영화사의 신기록들을 차례차례 격파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인 68만 2772명을 기록하더니 개봉 이틀 만에 최단 기간 100만 돌파 기록을 세웠습니다. 개봉 5일차에는 역대 최고 1일 스코어인 125만 3633명을 기록하며 최단 기간 400만을 돌파했고, 6일 차에는 500만, 개봉 8일 차에는 최단 기간 관객 700만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최고 흥행 기록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를 물리치고 전인미답의 경지인 1500만 관객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때문인지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도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명량>을 관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명량>은 영화적인 면과 진짜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교훈의 면에서 논란이 있는데요. 생각비행은 이 시국에 영화 <명량>을 통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이순신 장군이 남긴 진짜 교훈을 살펴보려 합니다.


 

출처 – 다음 영화



12척 대 330척의 해전에서 진짜 본받아야 할 점


이순신 장군은 세종대왕과 함께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위인 중의 위인이며 영웅 중의 영웅입니다. 흔히 영국의 넬슨 제독과 비교되곤 합니다. 하지만 넬슨은 국가의 지원을 넉넉히 받으며 수많은 전공을 세웠고 사생활에 추문이 많았습니다. 반면 이순신 장군은 영화 <명량>의 시작 부분에서 드러나다시피 국가의 지원은커녕 임금과 권력자들로부터 고문과 모함을 받아 백의종군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순신 장군은 한결같이 백성을 위하고 군인의 본분에 충실하여 청렴한 사생활로 인격자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참으로 비교할 데 없는 인류의 귀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수많은 업적 중에서도 명량대첩은 가히 백미라고 할 텐데요. 이순신 장군이 모함을 당한 사이, 무능하기 짝이 없는 원균은 칠천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친히 키운 당대 최강의 조선 해군을 모조리 말아먹었습니다. 그렇기에 복귀한 이순신에게는 칠천량에서 퇴각해온 12척 외에는 싸울 배가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도망쳐온 배와 군졸들만으로 수십 배에 달하는 왜선을 물리쳤다니 이순신 장군의 지략과 용맹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출처 – 다음 영화


하지만 이런 이순신의 위용이 우리 사회에서는 왜곡되어 쓰이는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오늘날 위정자들은 한국 사람으로서 이순신 장군을 본받으려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감내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식으로 활용하곤 하는데요, 한마디로 말해 위에서 하는 말에 일절 불평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이런 억지는 역사가 꽤 깊어 영조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순신은 간과(干戈)가 극렬한 가운데에서도 능히 전선을 만들었었는데 옹진이 아무리 피폐되었다고 해도 돈 4백 냥을 마련하지 못하여 이런 청을 한단 말인가? 수신은 추고하고 스스로 마련하여 배를 만들게 하라.

_영조실록(1744년 2월 20일)


이는 당시 황해 수사 박문수가 경비정을 만들 예산이 부족하다고 예산 지원을 요청하자 영조가 내린 답변이라고 합니다. 이순신은 달랑 12척으로 330척을 이겼는데 겨우 돈 400냥을 스스로 마련하지 못하느냐는 핀잔입니다. 그 유명한 암행어사 박문수조차 이순신과 비교되며 무시당했던 거죠. 하지만 과연 이것이 옳은 비교일까요?


생각비행은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진짜로 본받아야 할 점은 대장선의 희생자가 단 2명뿐이었다는 사실이라고 봅니다. 영화 <명량>에서 보이다시피 실제 역사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대장선은 홀로 1~2시간을 왜선들과 싸웁니다. 그런데 《난중일기》의 기록에 보면 난전을 치르고도 대장선의 사망자가 단 2명이었고 부상자도 고작 3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12척으로 330척을 패퇴시킨 것만 해도 대단하지만 희생자 수가 극히 적다는 사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입니다. 조선 수군의 12척은 모두 무사했지만 왜선은 침몰한 배의 수만 31척입니다. 이 수치는 최소한 그렇다는 이야기니 실제로는 전과가 더욱 컸겠죠.





출처 - 다음 영화


열세를 뒤집는 위대한 승리 때문에 우리가 간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순신 장군의 해전의 위대한 점 중 하나는 아군의 희생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한산대첩 직후 벌어진 안골포 해전에서는 단 한 명의 조선 수군도 죽지 않았지만 왜군은 42척이 침몰하고 3960명이 사망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는 마지막 노량해전에서조차 조선수군은 전사자가 10명에 그친 데 반해 왜군은 200여 척이 침몰하고 사상자가 2~3만 명에 달했습니다. 이러니 당시 왜군이 이순신이란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었다는 이야기를 납득할 만합니다.



출처 - EnCyber.com


승리를 가능하게 했던 요인 중 하나는 철저한 훈련과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왜군에 비해 압도적인 해상 전력을 갖췄다는 점입니다. 조선 해군의 주력인 판옥선은 왜선보다 크고 단단했으며, 이순신 장군이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서 만든 화포는 근대적인 함대 포격전이 가능할 정도였다고 하죠. 여기에 훈련으로 갖춰진 빠른 기동력과 이순신 장군의 지략이 합쳐지니 일기당천이라고 할 만합니다. 영화 <명량>에서는 대장선의 백병전이 나와 희생자가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포격전 위주로 전투하는 이순신 장군의 함대에 왜선이 달라붙기도 힘들었을 겁니다. 영화의 백병전은 어디까지나 극적인 긴장감을 위한 상상이지요.


이순신 장군이 항상 죽을 각오로 전투에 임한 결과 수군은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영화 <명량>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진짜 교훈은 책임 있는 자는 아무런 준비 없이 병사를 사지로 내몰지 않고, 자신이 죽음을 각오하되 부하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의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진짜 리더십이 아닐까요?



신상필벌의 이순신 리더십, 하지만 후손들은?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또 하나의 리더십은 엄정한 군율에 기반을 둔 신상필벌이었습니다. 영화 <명량>에서도 잘 묘사되었듯이 군율을 어지럽히면 반드시 벌을 주었고, 그 죄가 중하면 가차 없이 처벌했습니다. 물론 공을 세우면 반드시 상으로 치하했지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순신 스스로 실천했습니다. 그렇기에 백성과 군졸은 이순신 장군을 신뢰했고, 이를 바탕으로 훈련으로 축적한 경험 덕분에 혹독한 전투 상황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겠지요.




출처 - 다음 영화


영화 <명량>을 보면 명량대첩이 승리로 끝난 후 노꾼들끼리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 걸 알까?” “모르면 호로새끼들이지!” 하고 주고받는 대사가 나옵니다. 과연 우리는 이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를 필두로 사회 전반을 돌아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상필벌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지도층이 서로 봐주기에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서울시 강서구 재력가 송모씨 '로비장부'에 이름이 오른 정모 검사의 금품수수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용돈'이라며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대가와 관련해 인정할만한 부분이 없다. 장부 말미에 용돈, 세배돈, 순수 용돈이라고 기재돼 있다"면서 "300만원은 추석용돈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檢 "검사 금품수수 인정되지만 용돈이다" (아시아경제)


사회 정의를 위해 공평무사해야 할 검찰이, 이미 로비 장부에 뇌물을 받았다고 기재되어 있는 검사가 받은 돈을 뇌물이 아닌 용돈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그 검사를 처벌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제 식구 감싸기에 지나지 않는 이런 행태를 두고 비난이 들끓고 있습니다. 신상필벌은커녕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덮고 넘어가는 것이 오늘날 지도층의 모습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지켜낸 나라의 후손으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8월 8일 현재 세월호 유가족은 25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 한겨레


실제 역사는 아니지만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이렇게 말합니다. “충(忠)은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라고요. 오늘날 지도층은 영화 <명량>을 아전인수 하지 말고 이순신 장군이 역사에 남긴 진짜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키즈 카페는 다들 아실 겁니다. 그렇다면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카페, 음식점, 극장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최근 확산 중인 영업 방침이라고 하는데요, 문자 그대로 아이들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어린아이들이 혼자서 가게에 들어갈 리 없으니 영유아를 동반한 어른들도 받지 않겠다는 얘긴데, 어떻게 보면 요즘 같은 불경기에 꽤 대담한 영업 방침입니다. 손님을 가려 받겠다는 뜻이니까요.

 

당연히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와 인권 단체에서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주만이 아니라 이 방침을 환영하는 손님이 뜻밖에도 상당히 많습니다. 의견이 갈리는 노 키즈 존, 과연 어떤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이 문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반대 입장, 노 키즈 존은 명백한 차별이다



출처 - 한국일보



영유아 입장을 거절하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 확산되면서 엄마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고급 음식점과 백화점 VIP 라운지,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골목길 작은 카페와 찜질방까지 아이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


"유모차는 나가주세요" 문전박대 당하는 엄마들(한국일보)


위 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영유아 입장을 거절하는 노 키즈 존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동네 작은 카페나 찜질방 중에 '노 키즈 존'을 영업 방침으로 내세우는 곳이 생기고 있습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좀 유명한 카페에 갔다가 문전박대당한 경험, 아이와 함께 관광지로 놀러 갔다 찜질방에 자러 들어갔는데 미취학 아동은 소란스럽다며 제지당한 경험 등등, 많은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서 '노 키즈 존'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대단합니다.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설움이 갈수록 커진다고요.


 


출처 - 경북매일신문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춘 키즈 카페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서울 시내 대형 아파트 단지에 집중되어 있고 그나마 그 수가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영화관 중에 영유아를 동반한 부모를 위해 '아이랑 엄마랑 상영관'을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만, 이 역시 한정된 시간에만 운영되고 장소가 굉장히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게다가 공통으로 이용 비용이 상당히 비쌉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만 해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되는데 가족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점점 부족해지는 현실은 부모 입장에서 굉장한 부담입니다.


육아 휴직은커녕 아이를 가졌다고 해고당하기 일쑤인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데리고 엄마가 외출하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일이 되고 있습니다. 말로는 고령화 사회를 걱정하고, 아이를 낳으면 애국자 취급을 하는 요즘 세상에 말입니다. 안 그래도 아이를 키우기 힘든 현실인데 이젠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이유로 특정 장소에서 차별까지 당해야 한다니 엄마들의 설움은 점점 깊어집니다.


인권 단체 역시 '노 키즈 존'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합니다. 상업 공간이라고 해도 누군가의 이동이나 사용 자체를 규제하는 방침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차별금지 조항을 어긴 것이라고요. '노 키즈 존'을 허용하면 비슷한 불편을 끼칠 수 있는 중증 장애인의 이용을 규제하는 것도 가능해지므로 점차 사회적인 차별이 확산되어 사태가 나빠질 것이라는 예견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인권 단체는 '노 키즈 존'은 옷만 입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복장 규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이며, 아이를 마음대로 떼어놓고 올 수 있는 반려동물이나 물건처럼 생각한 차별적이고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찬성 입장, 오죽하면 노 키즈 존을 만들었겠나



출처 - 트위터


현실적으로 자신의 사업장에 '노 키즈 존'을 선언한 업주들을 무조건 비난하기도 힘듭니다. 카페 업주들이 자신들이 겪은 고충을 풀어놓는 커뮤니티나 카페 옆 대나무숲(@tearsofcafe_)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카페를 초토화하는 아이들과 이를 내버려두는 개념 없는 부모들에 대한 성토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장사해야 하는 사람들이 '노 키즈 존'과 같은 극단적인 영업 방침을 세웠겠느냐며 고충을 이야기합니다.


외부 음식물 금지인 카페에서 태연하게 뜨거운 물까지 받아 냄새를 풍기며 아이들에게 컵라면을 먹이는가 하면, 아이가 뛰놀다 다른 손님의 테이블을 쳐 음료가 쏟아져도 못 본 척 넘기기 일쑤고, 심한 경우 옆에서 음식이나 음료를 먹는 손님이 있는데도 아랑곳없이 테이블 위에서 똥기저귀를 갈고 내버려두고 갑니다. 이를 지적하거나 혼을 내려고 하면 어디 내 아이 기를 죽이느냐고 적반하장인 부모도 많습니다. 인터넷 게시판과 SNS를 볼 것도 없이 주말에 사람 많은 장소에 가면 아이들의 돌출행동과 무신경한 부모들 때문에 기분이 상했던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겁니다.


 

출처 - 티브이데일리


업주뿐 아니라 많은 손님이 '노 키즈 존'에 찬성하는 이유로 개념 없는 부모들의 자업자득이라는 입장을 견지합니다. 아이를 가진 사람이 여가를 즐기고 싶은 것처럼 아이가 없는 사람도 손님으로서 카페에서 조용한 분위기를 즐길 권리가 있고, 소음에서 해방되어 영화에 집중할 권리가 있고, 매장의 분위기를 즐기며 음식을 먹고 싶다는 얘깁니다. 한편 업주들로서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회전율을 떨어뜨리고 클레임만 제기하는 엄마들의 모임보다 차라리 일반 손님을 받는 편이 더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한마디로 더 이상의 민폐는 사양하고 싶다는 거겠죠. 게다가 '노 키즈 존'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영업 방침이 아닙니다.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달 초 미국 펜실버그주 피츠버그 지역에 위치한 레스토랑 멕데인(McDain’s)은 6세 미만 아동의 출입을 금지하면서 ‘노 키즈 존(no-kids-zone)’ 움직임의 상징처럼 떠올랐다. 식당과 항공사 뿐 아니라 최근에는 호텔 극장 심지어 슈퍼마켓도 어린 아이들의 출입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이처럼 어린 고객을 마다하는 것은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에 대한 불만이 높기 때문이다.


“애들은 안돼!” 식당 호텔 극장 등 곳곳서 ‘어린이 출입금지’(헤럴드경제)


선진국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방침을 우선할 것 같지만 출산율이 낮아지고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가 늘어나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아이들 때문에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항공은 일등석에 유아를 동반한 고객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항공사 또한 유사한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텍사스 주의 한 극장은 '베이비 데이'로 지정된 날 이외에는 영유아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미주리 주 슈퍼마켓에서는 어린이가 없는 쇼핑 시간을 정해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플로리다 주에서는 집 밖에서 아이들이 노는 행위를 금지해야 하느냐는 문제로 논란이 일어났을 정도라고 합니다.


 

출처 - 한국일보


일본의 부모는 "남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가르치지만, 인도에서는 "너는 남들에게 폐를 끼치며 살고 있으니, 남들도 용서하거라"라고 가르친다고 합니다. 상반되는 입장이지만, 단순히 어느 한쪽만을 옳다고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노 키즈 존'도 단칼에 결론을 내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원칙적으로 '노 키즈 존'은 옳지 않습니다.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민폐로 방해받고 싶지 않은 다른 손님들의 기분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업주들도 자선사업을 하는 건 아니기에 자신들의 곤란한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주장하겠지요. 

 

결국 이 문제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결정이 날 것 같습니다. '노 키즈 존'에 반발하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위드 키즈 존'이 생길 테고 둘 중에 과연 어느 쪽이 더 장사가 잘 되느냐로 말이죠. 어쩌면 서로 다른 입장에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니 둘 다 살아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노 키즈 존'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본주의란 무엇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니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구소련의 붕괴 이후 사실상 세계는 자본주의로 재편되었습니다. 하지만 독점적 지위에 오른 자본주의의 그늘은 날로 짙어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같이 실물 없이 돈이 돈을 낳는 파생상품의 남발로 전 세계가 금융위기의 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자본으로 얽혀 있는 수많은 세계 국가의 경제와 개인의 살림살이를 위협했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은 경제는 물론 사회와 정치, 문화, 예술 등 인간의 손길이 미치는 모든 곳에 엄청난 위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생각비행은 가정 경제의 구조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위인 100만 원에 주목해보려 합니다.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100만 원은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출처 - 연합뉴스



100만 원,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허위진술서의 대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유우성을 어떻게든 간첩으로 만들려 했던 국정원이 건넨 비리의 대가가 100만 원이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김우수) 심리로 열린 간첩 증거조작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 중국 출입국관리소 직원 임아무개(49)씨는 "국정원이 요구하는 대로 진술서를 써주고 현금으로 1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동포인 임씨는 중국 길림성 소학교에서 자신의 담임교사였던 국정원 협조자 김원하(62·구속 기소)씨 소개로 만난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자신이 쓴 진술서를 조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허위진술서 대가 100만원 건네"(한겨레)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선량한 시민 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할 거짓 진술서를 써준 대가로 전직 중국 공무원에게 건넨 돈이 100만 원이라는 이야깁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에 100만 원이란 액수가 너무 적다고 느낄 수 있으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부와 국가기관이 나서면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기에 충분한 액수입니다.



100만 원, 눈감아 줄 수 있는 리베이트의 최소 단위?



출처 – 메디파나 뉴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23일 지난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도 시행되기 전 100만원 이하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약 1만 여명에 대해서는 행정처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행정처분 면제의 이유는 리베이트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이 리베이트 내역이 제약사가 일방적으로 기록한 것이라 실제 조사해보면 의사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이같이 판단했다고 전했다.


100만원 이하 '리베이트 '받은 의사 행정처분 면제(약사공론)


의료민영화 혹은 의료영리화에 반대하며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의료계이지만 사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상위 계층에 속합니다.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쌍벌제도 시행 이전 100만 원 이하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은 행정처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88만원 세대에게는 한 달 월급을 훌쩍 넘는 큰돈입니다. 만일 100만 원을 훔쳤다면 사회적으로 큰 범죄가 되지만, 보건복지부의 논리에 따르면 가져다 바친 돈을 받았다면 눈 감아 줄 수 있는 돈이 되는 셈입니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요?


100만 원, 10년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족을 먹여 살리는 월급



출처 - 한국일보


 

부천지역 홈플러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모(45·여)씨는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다수는 40대다. 자녀를 부양하느라 허리가 휘어지고 다리가 찢어지도록 일하는데도 월급이 100만원이 안된다”며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의 월급을 달라”고 말했다. 울산 지역 홈플러스에서 근무하는 조합원은 “벽보를 붙이고 일을 하다 보면 고객들이 정말 월급이 100만원이 안되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이라고 답을 해주면 정말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조, 10년 일해도 월급 100만원 안돼(위클리오늘)


카트에 아이들을 태우고 들어가는 손님에게 "어서 오세요, 고객님"이라고 매번 인사하는 직원들, 붐비는 시식 코너에서 잰 손놀림으로 쉴 새 없이 시식용 음식을 만드는 직원들. 이들은 대개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지난 7월 24일 글로벌 기업 홈플러스의 비정규직 노조가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며 경고성 파업을 단행했습니다. 10년을 몸 바쳐 일해도 월급이 100만 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홈플러스 상임이사 4명은 1년에 100억이라는 막대한 돈을 보수로 받고 있습니다. 할 말을 잃게 하는 뼈아픈 현실입니다.

 


 

100만 원, 황우여 후보자가 딸에게 주는 용돈



출처 - KBS


 

황우여 후보자 소유의 2층짜리 건물입니다. 보증금 1억 원, 월세 750만원에 임대를 줬습니다. 황 후보자는 임대료에서 매달 100만원 가량을 대학원생인 딸에게 줘왔습니다. 건물 관리인 명목이었습니다.


황우여, 대학생 딸에게 ‘건물 관리’ 명목 월 100만 원 지불(KBS)


빈곤층에겐 가정 경제의 전부이지만 부유층에겐 딸 용돈에 지나지 않는 돈이 100만 원입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황우여는 현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상태입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황우여 후보자는 건물 임대소득 중 일부를 대학원생 딸에게 관리인 명목으로 매달 지급해왔는데요, 딸에게 용돈을 주면서 이 돈을 모두 경비로 처리해 세금까지 줄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꼼꼼함이 돋보이는군요.

 

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자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뒤늦게 670여만 원의 세금을 납부했다고 합니다. 학림사건[각주:1]의 배석 판사로서 사과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교육부장관 후보가 될 자격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딸에게 주는 용돈으로 세금을 아끼려는 사람이 사회부총리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입니다.

 

 

100만 원, 삼성전자 주식 1주를 살 수 있는 돈

출처 - 한국경제

 

고가주의 경우 1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기다 보니 개인이 구매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최근 배당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와 '배당소득증대세제' 등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국내 증시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30%를 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배당을 늘리면 고스란히 국부유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주에 100만원 훌쩍 '그림의 떡'… 배당 늘면 외인 배만 불릴 판(서울경제)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본을 놓고 보면 국경은 무의미합니다. 돈으로 돈을 버는 주식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100만 원은 참으로 초라한 돈입니다. 이른바 황제주로 통하는 삼성전자의 주식은 100만 원으로 달랑 1주 살 수 있습니다. 이런 황제주는 개인투자자들이 감히 넘보지 못해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져 국고가 유출되고 있습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더니 정말 그런 형국입니다.



100만 원, 미래를 담보하는 연금의 최소 기대치



출처 - SBS

 

개인연금에 가입한 직장인들이 기대하는 연금 수령액과 예측 금액 차이가 약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입자 절반은 본인의 예상 연금수령액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매월 수령할 수 있는 연금액은 약 23~25만원이다. 하지만 기대하는 연금수령액은 실제 수령가능한 연금보다 약 4~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금 가입자 중 19.2%가 월 100~125만원을 적정 연금 수령액으로 꼽아 보험료와 기대하는 연금액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보여줬다.


“개인연금, 기대수령액은 100만원↑…현실은 25만원”(현대경제신문)


사회적 안전망을 갖춰주지 않은 채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많은 시민이 노후 대책의 일환으로 연금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민연금 이외에 개인연금을 따로 붓는 직장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실상 그들의 바람과 현실의 괴리가 심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훗날 연금으로 적어도 월 100만 원을 받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연금은 4분의 1인 25만 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직장인이 연금을 얼마 받게 될지도 모르면서 헛된 희망을 품고서 무작정 연금을 붓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힌 결과가 불확실한 미래라니 참으로 암담한 현실입니다.



100만 원, 아이돌 가수들이 고등학교 축제에서 노래하는 이유는?


 

출처 - 시사프레스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아이돌이 최근 고등학교 축제 무대에 '출몰'하고 있다. 한 해 매출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이돌이 고등학교 무대에 까지 오르는 이유는 뭘까. 돈 때문만은 아니다. 1000만원대의 행사비를 받는 아이돌이 고등학교 무대에서 받는 돈은 10분의 1인 100만원 수준. 무대 의상, 헤어 메이크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절대 ‘남는 장사’가 될 수 없다. 파급력 때문도 아니다. 1만여명 정도가 모이는 대학축제와 비교하면 고등학교 축제에 모이는 인원은 미미한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의 '교문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100만원에 4곡 부릅니다' 아이돌, 고등학교 축제 러시 왜?(일간스포츠)


대학축제 단골손님이자 이를 주 수입원 중 하나로 삼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 이들이 최근 고등학교 축제에선 100만 원에 4곡 정도를 불러주는 파격적인 서비스에 나섰습니다. 자신들의 노래를 주로 소비하는 고등학생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홍보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인지도가 낮은 아이돌 가수들일수록 절실하다고 합니다. 아이돌 가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져 고등학교 축제를 타개책의 일환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줄 아이돌 가수들이 자본주의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세월호 침몰 사건을 목격한 뒤 생각비행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을 출간했습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연대해왔으나 하나의 사건이 책 자체의 기획에 이렇게 직접 영향을 준 사례는 없었습니다. 저희는 세월호 사건을 자본주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병폐가 드러난 현상을 무수히 목격했습니다. 오늘 논의의 초점인 100만 원과 세월호가 연결되는 사례도 그중 하나입니다.    

 

 

100만 원, 세월호 출항 시 지급된 이름값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침몰한 세월호가 출항할 때마다 청해진 해운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게 상표권 사용료로 100여만 원씩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지난해에 세월호는 100여 차례 출항했고 상표권 사용료로 낸 금액이 1억 원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전에 돈을 밝히던 유 전 회장은 얼마 전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인 의심을 증폭시켰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장도리 만평


 

100만 원,  정미홍 대표가 주장하는 세월호 집회 참가비 
 

출처 - 서울신문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빠져 있던 지난 6월 23일 한 언론사 주최 워크숍에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대표가 초청강사로 나와 <대한민국 건국사의 진실과 오해>라는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이날 정 대표는 5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됐던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 청소년 알바 동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자신의 발언이 사회 문제로 비화하자 사과의 글을 올린 바 있었던 정 대표는 뜻밖에도 이날 강연에서는 청소년들이 세월호 시위에 나가서 100만 원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여 재차 논란을 촉발했습니다.

 

정미홍 대표는 강연에서 "시위 나가서 100만 원 받아왔다, 그 얘기를 들은 거예요. 아무튼 선거캠프에 영향을 줄까 봐 얼른 사과를 올리고 말았지만, 제가 그 자료를, 인터넷 알바 사이트에다가 시위에 참가하면 일당 준다고 광고하는 거 다 모아놨어요. 제가 그거 고소해 가지고 다 고발하고 조사를 시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정 대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책임 회사인) 그 청해진(해운)에 가서 데모하지 않는다. (시위대는) 대통령 물러나라고 하지 않냐”면서 “전부 피켓을 들고 나와서 전국을 성황당처럼 노란 리본으로 만들어 놓고, 돌아오라? (죽은 사람이) 어떻게 돌아와요? 이성을 찾아야 될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사회 양극화, 자본주의가 낳은 괴현상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100만 원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는 굉장히 분열적이고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가족을 위한 벌이의 모든 것이 100만 원이건만, 누군가에겐 용돈에 불과한 금액입니다. 이 같은 극단적인 양극화 역시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중 하나입니다. 

 

출처 - 이투데이

 

지난 7월 16일 《이투데이》가 보도한 <[멈춰버린 기적-③]도 넘은 사회양극화...국민행복은 갈수록 먼 길>이라는 기사는 소득과 고용의 사회 양극화가 우리 경제를 좀먹고 있는 현실을 잘 알려줍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소득 불균형에 따른 양극화가 이미 위험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발표한 '아시아의 불균형 상승과 정책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소득 불균형 악화 속도는 최근 20년간 아시아 지역 28개국 가운데 5번째로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상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거나 기간제 파트타이머 같은 '시간제' 일자리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 하나를 둘로 쪼개는 형식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고용시장의 양극화를 불러오고, 신규로 만들어져야 할 청년 일자리마저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정부가 내세운 2017년 고용률 70퍼센트 목표를 맞추기 위해선 올해 청년층 고용률은 2.2퍼센트 포인트 증가해야 하지만 올해 5월까지 청년고용은 1.1퍼센트 포인트 증가에 그쳤습니다. 

 

부자(富者)를 규정하는 절대적 기준은 없습니다. 사회적 인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14 한국부자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국내 부자가 총 16만 7000명에 달합니다. 전 세계 부자 100명 중 1명은 한국에 살고 있는 꼴입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성장과 경기 부양에 매달리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져 사회적 갈등만 커진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 초기에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향후 재정정책이 자본 소득과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근로소득과 저소득층의 세 부담은 줄이는 식으로 가야 합니다.
 

생각비행은 일개 출판사이지만 다양한 시각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안해왔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호봉제 폐지? 불평등의 대가
http://www.ideas0419.com/460


국민이 봉인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한국의 비즈니스
http://www.ideas0419.com/454


사회문제 해결책, '예방'인가 '사회적 안전망'인가
http://www.ideas0419.com/414


노숙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http://www.ideas0419.com/319


왜 우리는 자본의 벽을 넘어야 하는가 - '착한 자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http://www.ideas0419.com/186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이 우리 사회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이상,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놓지 않겠습니다. 좋은 정보를 공유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1. 학림 사건(學林事件)은 1981년 군사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이 민주화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학생운동단체 등을 반국가단체로 몰아 처벌한 사건이다. 당시 전민학련이라는 대학생 단체가 첫 모임을 가진 대학로의 '학림다방'에서 유래한 말로 경찰이 숲처럼 무성한 학생운동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_위키백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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