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 위해선 돈을 벌어야 합니다. 하지만 극심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등장으로 사라지는 인간의 일자리 등 우리의 고민이 깊어지게 하는 사회문제가 가득합니다. 축적해놓은 자본이 없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여 생활을 영위하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반면 어떤 이들은 '금수저'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고 어마어마한 부를 누리며 삽니다.

 

출처 - KBS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법정 심의기한 내에 노사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지난 29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6차 전원회의를 열어 2018년도 최저임금안 합의를 시도했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보다 54.5% 인상한 '1만 원'을, 사용자 측은 2.4% 오른 '6625원'을 제시해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최저임금 협상이 법정 심의기한을 넘김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7월 3일 오후 3시에 7차 전원회의를, 7월 5일에 8차 전원회의를 각각 열어 노사 간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사용자는 가급적 저렴한 비용으로 노동력을 사려 하고, 노동자는 사회적 불평등을 일소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발탁되는 기회를 보장하고, 결과적으로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추구해야 한다고 당위적으로 생각합니다. 최저임금을 합의하는 일이 쉽지가 않은 까닭입니다. 입장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것이죠. 이는 통계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서는 고용형태에 따라 한시적 근로자, 시간제 근로자, 비전형근로자로 분류해 조사하고 있는데,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644만 4000명으로, 전체 근로자 중 차지하는 비중이 32.8퍼센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노동계는 노사정이 합의한 부분에 더해 정규직 중 임시·일용직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합니다. 이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중은 지난해 55.1퍼센트에 달합니다. 노사 양쪽 비정규직 통계 비중이 22.3퍼센트 포인트 차이가 남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SBS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16 비정규직 노동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비정규직 평균 임금 수준은 정규직 평균의 절반 수준인 53.5퍼센트였다고 합니다. 조사가 시작된 2003년 이래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겁니다.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상대임금을 가늠해 보면, 2003년부터 2008년까지는 60퍼센트대 수준이었으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실물경기 위축과 고용부진에 시달리며 2009년 54.6퍼센트대로 급락한 뒤 정규직과의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소득이 사회적 불평등을 낳는 유일한 요인은 아닐지라도 대한민국 사회에서 핵심 요인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소득 격차 관리는 민주주의 사회의 지속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 때문에 하나의 해결책으로 '기본소득제'가 거론됩니다.


출처 - 뉴스1


기본소득제란 일반적으로 일을 하든 안 하든, 소득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격언이 있긴 하지만 수백 가지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운 고학력자가 있다 한들 어장이 없으니 실업자밖에 더 되겠습니까? 편중되어 문제지 지금 세계에는 물고기가 넘치도록 많으니 창고에 가득한 물고기를 썩기 전에 나눠주자는 식으로 이해해도 될 법합니다.


출처 - 중앙일보


복지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이름은 같은 기본소득이지만 나라 사정에 따라 내용은 조금씩 다릅니다. 스위스는 지난해 6월 만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매달 300만 원, 미성년자에겐 78만 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기본소득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기본의 복지 제도를 없애버리고 기본소득만을 제공하겠다고 했기 때문이죠.


출처 - 중앙일보


원래 기본소득제는 복지 축소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경제적 우파가 고안한 제도입니다. 기존 복지 제도를 폐지하고 현금 지급으로 단순화하자는 겁니다. 정부 입장에선 복잡한 공적부조나 사회보험 등에 드는 행정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중앙일보


한편 핀란드에서는 올해부터 만 25~58세 실업자 가운데 2000명을 무작위로 뽑아 매달 68만 원을 2년간 지급하는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이 역시 중도우파의 작품이지만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복지 천국이라고 얘기하는 핀란드이기에 실업급여가 줄어들까 봐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을 해소하고 근로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한 것에 가깝다고 하죠.


출처 - 중앙일보



이런 이유로 기본소득제는 정통 좌파의 비판을 많이 받는 제도입니다. 소비를 전제로 한 친시장적 정책이라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겁니다. 부익부 빈익빈 같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저소득층과 독거노인에게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더라도 기존 복지제도는 유지하되 현금수당을 얹어주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제를 실험 중인 복지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사회안전망 자체가 촘촘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특히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현실적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기본소득제의 취지에 동의하더라도 재원 마련 문제로 현실성이 있겠느냐 하고 걱정하는 분이 많습니다. 전 국민에게 월 3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완전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려면 연간 180조 원의 예산이 듭니다. 이 때문에 한신대 강남훈 교수처럼 개인의 모든 소득에 10퍼센트의 이른바 시민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습니다. 세금 부담이 늘지만 돌려받는 걸 생각하면 80퍼센트 이상의 가구가 순이익이라고 합니다. 한편 카이스트 이광형 교수처럼 로봇에 세금을 매기는 로봇세 신설을 주장하는 쪽도 있습니다.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로봇에 세금을 매기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그 로봇을 설계, 제조, 소유한 상위 1퍼센트에 대한 소득재분배 기능도 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한편 일각에선 이런 현금의 직접 지급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와 취업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사람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고려대가 진행한 장학금 실험이 결과적으로 순기능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고려대는 지난 2016년부터 성적 우수자에게 주는 장학금을 폐지했습니다. 대신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혜택을 늘렸습니다. 저소득층 장학금, 학생자치 장학금 등으로 배분했고, 기초생활수급자에겐 학기 중은 물론 방학에도 매달 30~50만 원의 생활비를 지원했습니다. 소득 1~5분위에 해당하는 2400명의 등록금을 전액 면제했고 저소득층 학생이 교내 근로를 하는 경우 근로장학금을 1.5배 지급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도입 당시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받을 돈을 뺏었으니 학생 전체의 학습 의욕을 꺾고 그 돈으로 흥청망청하는 학생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를 뒤집고 시행 1년 만에 학생들의 성적이 달라졌습니다.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 돈벌이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니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난 겁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오늘날 대학은 돈 많은 집안 자식들이 공부를 더 잘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돈 없는 집안 자식들은 공부하기 위해 직접 돈을 벌어야 하니 알바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되고, 이 때문에 시간과 체력 소모로 정작 공부를 못 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었습니다. 고려대 장학금 실험은 이런 문제를 타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저소득층 장학금으로 학생들의 자존감이 올라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순기능이라 할 수 있겠죠.


출처 - 중기이코노미


고려대 장학금 실험은 학교가 학생의 기초 생활비를 방학에도 지원해줬다는 면에서 기본소득제와 비슷하면서도 그 대상이 기초수급생활자였다는 점에서 정통 좌파들이 주장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집중 지원이 빛을 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갈수록 심화하는 양극화 문제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경제 체제의 변혁 앞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요?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을 시기입니다.

 

갑질사회, 대한민국

 

지난 6월 25일은 한국전쟁 67주년이었습니다. 이 땅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과 이름 없던 작은 나라를 위해 참전하여 희생한 세계 각국의 영령들을 기리는 날이죠. 한데 그 누구보다도 이분들의 뜻을 기리고 실천해야 할 대한민국 군의 현실은 자랑스럽지 못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한국전쟁 기념일 다음 날인 지난 26일 이한열 기념관에서 군인권센터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경남 지역 39사단장인 문 소장이 공관병, 운전병 등 병사들을 대상으로 갑질을 일삼은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문 소장의 갑질은 가관이었습니다. 지난 3월 술을 마신 뒤 심야에 공관으로 간부들을 데리고 들어와 공관병에게 술상을 차리라고 지시하고는 공관병의 뺨과 목 부위를 때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취침 중인 병사를 깨워 술상을 차리게 한 것도 심각한 문제이고 비상사태를 대비해야 할 군의 지휘권자가 새벽에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만취한 상태로 병사에게 폭력을 행사했으니 징계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제 식구 감싸기에 바쁜 육사 마피아들은 문 소장이 병사의 뺨에 손을 대긴 했지만 때린 것은 아니라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며 수사는커녕 징계위원회에 회부조차 하지 않았죠. 


문 소장의 갑질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운전병을 개인 기사처럼 써서 임무와 상관없는 민간인을 만나러 갈 때도 수시로 불러냈습니다. 또한 그는 새벽에 공관 보일러 담당 장병을 불러 보일러 작동 확인을 시키더니 추운 이유가 뭐냐고 따졌습니다. 온도를 올렸으나 원인 파악을 제대로 못 한 장병에게 폭언을 쏟아낸 문 소장은 다음 날 아침에 보일러 담당 장병에게 해안 경계를 보내버리면 정신 차리겠느냐는 위협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 밖에 문 소장은 자신의 대학원 과제를 대신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거나 담배를 피울 때 당번병에게 곁에서 재떨이를 들고 있으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 뿐이 아닙니다. 짜장면 배달을 시켰는데 철가방에 넣어서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기를 공사판 노가다 취급했다며 부하에게 욕설을 퍼부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애초 저따위 인성으로 어떻게 별을 달았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하지만 이런 심각한 인성의 소유자에 대해 육군본부는 구두경고를 했을 뿐 사실상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아 문제가 심각합니다.


문 소장의 행동을 보면 장군에게 과연 공관병과 당번병, 운전병이 꼭 필요한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직급에 따라 당연히 있는 국가공인 사노비 취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업무상 필요하다면 월급도 많이 받는 장성급이 스스로 필요한 만큼 고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재의 당번병, 공관병 제도는 아예 없애거나 큰 틀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육사끼리 제 식구 허물을 덮어주는 군 내부의 적폐 청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참고로 미군은 본인 돈으로 고용하는 형태라고 합니다. 왜 국방의 의무를 지는 청년들을 사노비처럼 부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 JTBC


대한민국 남성 중 군대를 갔다 오신 분들 가운데 황당한 사례를 경험하지 않은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징병제를 채택해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상 군대는 애증의 대상입니다. 특히 사회 경험이 적은 젊은이들에게 집단적으로 가해지는 부조리와 갑질의 향연은 이상한 군대 문화를 내재화하여 말도 안 되는 시스템에 젖어 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군대는 원래 다 그래." "군대 더러운 게 어제오늘 일이야?"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일이 아니라 이번에야말로 군대 내부에 잠재한 부조리의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알베르 카뮈도 말한 바 있습니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라고 말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하는 갑질, 교수가 조교에게 하는 갑질, 회사 상사가 부하에게 하는 갑질,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기사들에게 벌이는 갑질 등등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갑질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도됩니다. 최근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우편함에서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합니다'라는 내용의 전단 수십 장이 발견되고 벽보가 붙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방침을 세우자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행동에 나선 겁니다.

 

출처 - 울산매일

 

그런데 경비실 에어컨 반대 추진자들의 전단과 벽보 내용에 대해 "말 같지도 않은 이유들로 인간임을 포기하지 말라"며 에어컨 설치를 찬성하는 의견을 개진하는 글을 붙인 주민도 있었습니다. "단 한번이라도 여러분께서 쓴 글이 경비아저씨들께 그리고 글을 읽는 주민들에게 어떤 상처를 줄지 생각해 보셨느냐"면서 "경비 아저씨들도 누군가의 남편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그늘 하나 없는 주차장 한 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경비실에 지금까지 에어컨 한대 없었다는 것이 더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주민은 "공기 오염이 걱정되신다면 댁에서 하루 종일 켜두시는 선풍기 끄시고, 수명 단축이 걱정되신다면 운동을 하시고,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이 걱정이라면 분리수거 잘 지켜달라"고 충고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이 대기업의 '갑질' 규제를 위해 행동에 나섰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 그리고 피자업계 선두권인 미스터피자가 그 대상입니다. 현대위아는 2013년부터 3년 동안 최저가 낙찰을 받은 하도급업체에 24차례에 걸쳐 납품 단가를 일방적으로 깎은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이런 갑질로 현대위아는 연 매출 7조 원대에 달하는 회사로 성장했는데요,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위아를 검찰에 고발하고, 3억 6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한편 박근혜 정부에 의해 좌천됐다가 문재인 정부에 의해 부활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첫 수사 대상으로 미스터피자를 지목했습니다. 미스터피자는 정우현 회장의 친인척이 관여한 업체를 중간에 끼워 넣어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비싼 값으로 치즈를 강매한 의혹을 받고 있죠. 지난 지난 21일 미스터피자 본사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회장 자서전 강매, 비자금 조성, 본사 책임의 광고비를 가맹점에 떠넘긴 의혹 등 다각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정우현 회장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옥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사과한 뒤 회장직을 사퇴했습니다.

 

출처 - 시사포커스

 

패션잡화 브랜드 CM을 운영하는 성주디앤디의 김성주 공동 대표이사 또한 올해 초 하도급업체들의 납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당해 갑질 논란이 일자 최근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죠. 그리고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또한 직을 내려놓았습니다. 6월 들어 3명의 오너가 추문 및 갑질 논란으로 줄줄이 물러난 셈이 되었습니다. 

 

 

하청사회, 대한민국

 

우리 사회에서 갑이 사회적 부를 움켜쥐게 된 까닭은 을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쥐어짜 가로챘기 때문입니다. 갑질이 가능한 이유는 '하청'이라는 특수한 계약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원래 하청(subcontract)이란 일의 일부 혹은 전부를 위탁받는 상호계약이며, ‘갑’과 ‘을’도 계약거래 당사자 양쪽을 일컫는 명칭일 뿐입니다. 그러나 양자가 평등하거나 대등하지 않기에, 대개 계약은 일거리를 주는 원청인 갑에게 유리한 반면 일거리를 받는 하청인 을에게는 불리합니다. 이 때문에 흔히 갑은 우위에 있는 자로, 을은 지위가 낮은 자로 인식되죠. 생각비행이 최근 출간한 책, 《하청사회》의 내용 일부를 소개하면서 문제점을 고민해보겠습니다.


계약 조건상 유리한 위치에 있는 갑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을에게 부당행위를 합니다. 원청과 하청 사이에 널리 알려진 부당행위 또는 '불공정 하도급거래'에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구두발주, 하도급대금 부당감액 등"이 있습니다. '갑질'은 단지 갑이 '우위에 서는 것'만이 아니라 하위에 있는 을을 '밟고 서는 것'을 포함합니다. 갑은 갑질을 통해 스스로의 우월한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궁극적으로 더 많은 지대 또는 이익을 추구하게 됩니다.

출처 - 《하청사회》


하청사회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갑은 계속해서 갑의 위치를, 을은 계속해서 을의 위치를 유지해야 하죠. 달리 말하면, 갑과 을의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적으로 재구성되어야 하청사회는 존속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갑은 어떻게 해야 계속해서 갑이 될 수 있을까요? 갑의 지위를 견고하게 지키거나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갑과 을 사이의 불평등이 점차 줄어든다면 갑으로서의 특권과 특혜도 점차 약화되겠죠. 따라서 갑은 불평등을 심화시키되 그에 따르는 을들의 불만을 무마해야 합니다. '낙수효과 이론'은 그 핵심 전략이었습니다. 

 

위 그림이 표현하고 있듯이 낙수효과란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 및 투자 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하는 효과를 가리킵니다. 낙수효과 이론의 지지자들은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의 수중에 먼저 돈을 채우면 중력의 법칙에 따라 가난한 사람에게도 그 혜택이 흘러내려 온다고 설명해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그림처럼 '부자 감세'는 부유층의 지출 증가와 투자 증가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을에게 돌아갈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예언합니다.

출처 - 《하청사회》

 

과연 낙수효과로 빠른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이루게 될까요? 갑들은 낙수효과를 반복해서 말하지만 실제로는 낙수효과를 차단하거나 지연하면서 갑의 위치를 확고히 지켜왔습니다. 경제학자들 또한 낙수효과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부자들은 감면된 세금만큼의 현금을 재투자하며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금을 확보하거나 자산에 투자했을 뿐이죠. 2016년 5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370조 원으로 10년 만에 약 3배나 증가했습니다. 사내유보금이 많다는 것은 기업이 이익을 남긴 뒤 투자를 하지 않은 채 그저 '곳간'에 차곡차곡 채워놓는다는 의미입니다.

 

출처 - 《하청사회》

 

갑들은 '낙수효과'를 얘기하면서 을들의 불만을 억눌러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경제의 선순환은커녕 빈부의 차가 날로 확대되고, 가난한 사람들이 갈수록 더 많은 빚을 떠안는 악순환이 이어졌죠. 위의 그림을 살펴보시죠. 맨 위 칸의 와인잔 3개의 크기가 각기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 사이에 화살표를 넣으면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도급을 주고받는 하청관계가 그려집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갈수록 맨 위 칸의 와인 양이 줄어드는데, 이것이 전형적인 도급관계, 즉 외주 혹은 하청관계에 있는 갑과 을의 처지를 설명해줍니다. 와인의 양은 외주 단계를 거칠수록 줄어드는데, 줄어든 양으로 아래 잔을 채워야 하는 을로서는 인력 활용도를 극대화하거나 서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화물 운송의 다단계 하청구조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화물운전기사들은 2003년, 2008년, 2012년에 파업한 이력이 있습니다. 거듭된 화물연대 파업의 근본 원인으로, 화주와 운송회사, 운송노동자로 연결되는 화물운송의 다단계 하청구조를 꼽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화물운송노동자가 제대로 운임을 받지 못하고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 《하청사회》

 

위 표를 보시죠. 40ft(freight ton, 운임톤) 컨테이너로 부산―서울 구간을 왕복 운송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출입업체(화주)가 대형 운송회사에 123만 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대형 운송회사는 이 가운데 27만 원가량을 가져가고, 운송 업무를 알선업체에 맡기게 되죠. 알선업체는 수수료 명목으로 운임의 약 10퍼센트인 10만 원가량을 챙기고, 이를 다시 영세 운송사나 소규모 알선업체에 넘깁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도 10퍼센트 정도에 해당하는 8만 원을 수수료를 챙깁니다. 결국 실제로 운반 업무를 맡는 화물 노동자가 받는 운임은 최종적으로 78만 원으로, 수입업체(화주)가 지불하는 돈의 63퍼센트에 불과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부당한 구조를 파타해야 하건만 이 시대의 을들은 성과주체로서 성공도 실패도 모두 자신의 선택이고 책임이라 믿으며 끊임없이 앞만 보고 내달리게 됩니다. 을들은 학교나 회사 같은 조직에서 성적이나 성과로 서열을 매기는 무한경쟁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집단 전체가 그저 맹목적으로 앞으로만 내달리다가 절벽에 떨어져 죽고 마는 아프리카의 스프링폭스라는 산양들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을'이 옆에 있는 다른 '을들'을 마주 보고 함께 조직을 이루거나 연대한다면, 그래서 을들이 질주를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 하청사회는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울 겁니다. 《하청사회》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하청사회로 변모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분절화되고 개인화된 관계를 어떻게 청산하고, 원청과 하청 사이의 책임 있는 관계와 연대의 끈을 어떻게 형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갑질사회와 하청사회를 살아가는 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최근 언론,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갑들의 행패를 더는 좌시하지 않고 을들의 단단한 연대를 통해 갑들이 만든 시스템의 부조리를 하나하나 바꿔나가야 합니다. 서두에서 인용했던 카뮈의 말을 다시 언급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나라면 전승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던 커제는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3연패를 당하고 끝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바둑 세계 랭킹 1위였던 중국의 커제가 인공지능에 패하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러다가 인류사에서 인공지능에게 승리한 마지막 인간이 이세돌이 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았습니다.



출처 - 아주경제


커제의 완패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인간 바둑 기사들이 쌓은 전체 기보가 16만여 개에 머무르는 반면 알파고는 이번 커제와의 대국에 임하면서 일부러 인간 기보 데이터를 빼고 인공지능끼리의 대국으로 3000만 개 이상의 기보를 축적한 상태였습니다. 짧은 시간에 알파고가 압도적인 성과를 올린 것은 인간의 지력과 비교 자체를 불허하는 자기 학습 덕분입니다. 커제에게 완승한 인공지능의 압도적인 기량을 보면서 이젠 정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물론 인공지능은 특정한 분야에 국한해서만 그 성능을 선보이기 시작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 발전 속도는 무섭죠. 레이 커즈와일이 2045년 기술적 특이점이 오면 인공지능은 더 이상 인간이 감히 도달할 수 없는 차원으로 도약하리라 예측했는데 벌써 수긍할 만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인간이 쌓아놓은 데이터를 토대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때때로 섬뜩한 일도 벌어집니다. 인공지능이 인간들의 편견까지 학습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글로브(GloVe)라는 유명한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한 미국 프린스턴 대학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언어를 학습하는 동안 사회적 편견까지 덩달아 학습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글로브는 인터넷상에 퍼져 있는 텍스트들을 분석하고 인간 언어를 이해하는 딥러닝 AI 알고리즘입니다. 이 알고리즘은 인터넷에 올라온 글의 통계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의 중간 개입 없이 텍스트를 스스로 학습하고 각 단어 사이의 의미적 연결성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그런데 문제는 인간이 생성해놓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학습한 이 인공지능이 인종차별이라는 인간의 편견까지 학습하기 시작한 겁니다. 예를 들어 유쾌함(pleasant), 불쾌함(unpleasant)의 두 그룹으로 단어를 분류하는 실험에서 꽃은 유쾌함으로, 벌레는 불쾌함으로 분류했습니다. 이런 실험을 인간에게까지 연장해보니 흔히 백인 이름으로 쓰이는 에밀리나 맷은 유쾌함으로 분류했는데 흑인에게 주로 쓰이는 이름인 에보니, 자말은 불쾌함으로 분류했다고 합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 언어를 학습하면서 부정적인 편견까지 그대로 학습했음을 방증합니다.



출처 - 로봇뉴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보다 먼저 마이크로소프트의 트위터 AI 테이(Tay)는 인터넷에 확산된 인간 언어 습관을 학습하고 이를 공유하는 인공지능이 있었습니다. 테이가 막상 작동을 시작하자 사용자들의 질문에 백인우월주의, 흑인 비하, 대량학살 옹호 등을 일삼아 마이크로소프트가 황급히 서비스 자체를 종료해버린 적이 있습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인간의 언어를 중심으로 한 문제는 인공지능 연구에서 큰 화두 중 하나입니다. 2017년 현재 전 세계 295가지 언어로 총 4400만 건 이상의 기사가 공개된 위키피디아에도 그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위키피디아는 기본적으로 그 기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직접 작성과 수정을 하고 있지만, 방대한 규모 때문에 기사 편집 작업의 일부를 자동화된 소프트웨어, 이른바 봇(Bot)이 담당하게 하여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양적으로 봇은 인간의 0.1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위키피디아 전체 편집 작업의 15퍼센트 정도를 담당할 정도로 뛰어난 작업 효율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옥스퍼드 대학교가 2001년부터 2010년까지의 위키피디아 편집 이력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봇끼리 서로의 편집 작업을 삭제하는 싸움을 벌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사람이라면 자기가 작성한 글이 반복해서 삭제되고 반려된다면 그 이유를 알아보고 토의를 통해 타당한 결론을 도출했겠지만, 당시 봇에는 이런 기능이 없었습니다. 이론적으로 봇끼리는 편집을 두고 싸움이 일어나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연구 결과 이 싸움은 여러 가지 언어를 관통하는 주제에 대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 기사의 특정 단어에 대해 링크가 있다면 봇끼리 영문 정보 링크가 정답이다, 일문 정보 링크가 정답이다를 두고 싸운 겁니다. 언어의 차이가 맹점이 되어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난 것이죠. 다행히 이런 현상은 2013년 다른 언어 간 링크를 보조하는 위키데이터가 세워진 후 사라졌다고 합니다.



출처 - 이데일리


옥스퍼드 대학교의 연구 결과 언어에 따른 봇의 행동 경향 차이도 드러났습니다. 이는 각각의 봇이나 봇이 동작하는 환경의 이면에 인간 설계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인공물인 인공지능이 인간 문화를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죠. 인류 역사 속에 나타나는 신화를 보면 늘 인간은 조물주인 신을 닮아가려고 합니다. 인공지능이 자신의 조물주인 인간을 닮아가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두려워합니다. 실제로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사라질 일자리에 대한 다양한 분석 자료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감소하는 일자리를 걱정하여 연대해야 할 대상을 경쟁자로 생각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기존 일자리를 다소 감소시킬 수 있겠으나, 그와 반대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여지도 함께 존재합니다.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공포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공지능 같은 유행에 함몰되어 기계화 기술의 등장으로 우리의 고용 형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하청사회의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일자리 파이가 줄고 그 줄어든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을들'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결국 문제는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는 세력이 우리 사회의 '갑들'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상세한 내용은 생각비행이 펴낸 책, 《하청사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위협할까 걱정하기 이전에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과 기업의 문제를 더 근본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앞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편견을 학습했다는 사실을 통해서 우리가 성찰해야 할 대목은 인공지능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 속에 있는 차별 혹은 추악한 욕망에 대한 경계가 아닐까 합니다.

 

'갑'을 더 부자로 만들어주는 기술을 만들지, '을'을 자유롭고 풍요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을 만들지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의 문제입니다. 우리 속에 내재한 편견을 깨고 화합하는 세상을 위해 노력한다면 인공지능에 의해 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고민하는 일은 줄어들 겁니다.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에 대한 걱정보다 우리에게 시급한 일은 하청사회를 살아가는 '을들'의 단단한 연대가 아닐까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지속가능한 갑질의 조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 질문에 대해 "로또 번호를 알아두겠다" "상장될 때 삼성전자 주식을 사두겠다" "IMF 직전에 재산을 현금화하고 건물을 사두겠다" 등이 사람들의 흔한 댓글입니다. 일확천금의 타이밍을 노리겠다는 생각이 보편적인 생각이겠죠. 그런데 같은 질문에 대해 조금 생소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으로 되돌아가 비트코인을 채굴하여 쟁여놓겠다" "2015년으로 되돌아가 이더리움에 투자하겠다" 같은 댓글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뉴스에 자주 오르내려 이름은 들어봤지만 누군가에게 설명할 정도로 잘 아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실물이 아닌 가상화폐입니다. 암호화폐라고도 하며 최근 10년간 금융·경제 분야에서 논란과 관심의 핵심 중 하나였습니다. '이것을 과연 화폐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부터 '실물 경제에서 사용 가능한가' 등의 논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투기 세력이 생길 정도로 급속히 현실 경제의 한 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화폐를 대체해나가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 유튜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는 '해시 함수'라는 컴퓨터 수학적인 알고리즘을 통해 화폐를 생성하고 거래 내역을 검증합니다. 이 때문에 '인터넷 뱅킹'이나 '사이버 머니'와 비슷한 건가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나 그 근본은 상당히 다릅니다. 

 

출처 - 동아일보

 

 

비트코인은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로서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고 개인이나 사기업이 '채굴'을 통해 돈을 만들어냅니다.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고 거래 기록을 남기기 위해 '블록체인'이라는 일종의 공공 거래 장부를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본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해킹해 위조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비트코인 이후에 나온 이더리움은 현재 2위의 가상화폐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거래 내용뿐 아니라 계약서, SNS, 이메일, 전자투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출처 - 유튜브


기존의 가상화폐와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화폐라는 점에 있습니다. '도토리' '네이버 캐쉬' '페이스북 크레딧' '초코' 등은 가상화폐지만 한국은행의 원화로 교환되거나 교환가치가 일정한 전자화폐에 속합니다. 그러므로 중앙은행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죠. 하지만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는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P2P로 빠르고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며, 그 생성이 암호화된 수학적 알고리즘을 컴퓨터로 풀어내는 것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예를 들어 비트코인 개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가 짜놓은 함수에 따라 향후 100년간 발행될 화폐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2100만 개까지만 발행되는데요, 2015년 현재 1500만 개 정도가 발행되었으니 600만 개 정도가 남은 셈입니다. 개인이 됐든 기관이 됐든 정부가 됐든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로 암호화 문제를 풀면 비트코인이 일정량 만들어지도록 보장되어 있습니다. 이를 채굴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이 달러라는 기축통화로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현 세상을 금본위제로 되돌려놓을 미래의 황금으로 취급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많은 컴퓨터가 문제를 풀수록 문제의 난도가 높아져 전체 비트코인 시스템의 보안성이 한층 강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2100만 개로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은 보통 4년 주기로 반감기를 갖습니다. 채굴을 계속하다 보면 한정된 양에 따라 보상이 반감하는 것으로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이죠.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반으로 줄고, 그렇기에 자본과 기술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더 달려들어 채굴을 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생성 함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집니다. 

 

출처 - 전자신문

 

2009년 비트코인이 생긴 직후에는 비효율적이긴 해도 똑똑한 사람이 달려들어 종이와 연필로 풀려면 풀 수는 있는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양자 컴퓨터라도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개인은 물론 국가의 슈퍼컴퓨터도 풀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2016년 말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연산력은 20080812.13페타플롭스라고 합니다. '페타플롭스'는 보통 슈퍼컴퓨터처럼 처리량과 처리속도의 단위가 일반 PC와는 다른 컴퓨터에 쓰이는 단위입니다. 현재 전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의 연산능력을 모두 합해도 363페타플롭스입니다. 그러니 전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를 전부 합한 것의 5만 5000배에 달하는 연산능력 네트워크인 셈이죠. 보안 수준과 문제 풀기는 나날이 어려워지고, 그렇기에 그 가치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의 '골드러시'라고나 할까요?


출처 - 중앙일보


2010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비트코인으로 이뤄진 첫 거래가 있었습니다. 비트코인을 달러로 환전하지 않고 비트코인 송금만으로 현실의 물건을 살 수 있는지 궁금했던 한 사람이 비트코인 1만 개로 피자 두 판을 샀습니다. 당시 피자 두 판은 30달러 정도였으나 비트코인 1만 개는 40달러(4만 원) 정도의 시세였다고 합니다. 비트코인으로 시도하는 첫 거래 기념으로 웃돈을 주고 피자값을 계산한 건데요. 그런데 그 피자를 산 비트코인 1만 개가 3달 뒤에는 600달러, 연말이 되니 2600달러가 되더니 이듬해 4월에는 1만 8000달러가 되어 있었고, 급등한 비트코인의 가치 때문에 2017년 초 기준으로는 낮춰 잡아도 10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피자를 샀던 이 시기에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10만 원어치 샀다면 10년도 안 된 지금 1600억 원이 되어 있다는 소립니다. 후발 주자인 이더리움 역시 지난 1월 1일 8.52달러였으나 반년 만에 250달러를 돌파해 가치가 2839퍼센트 수직상승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경제


어마어마한 가치에 눈독 들인 투기 세력이 몰리고 있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변동성이 굉장히 높은 투자상품이 되었습니다.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하루 거래 대금이 이미 1조 원을 넘고 있습니다. 코스닥 시장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1600년대 네덜란드 튤립 사재기처럼 거품이 되어 투자자들이 자칫 하루아침에 깡통차게 될 위험성도 커지고 있죠. 비트코인 커뮤니티에는 중국계 환치기 세력까지 한국 가상화폐 시장에 대량 유입됐다는 루머가 돌고 있을 정도라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짧은 기간에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출처 - CBS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손쓰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애초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은 중앙은행 없이 전 세계에 분산된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화폐다 보니, 일단 이 가상화폐가 법적으로 증권인지 재화인지에 대한 기본적 정의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겁니다. 게다가 어느 나라 정부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규제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 역설적으로 그 나라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공식 화폐의 지위를 획득했다는 것으로 여겨져 투기 세력이 더 몰리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가 '지대추구행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죠.


겨우 20년 만에 인터넷이 없던 시절을 까마득히 잊고 지내고, 10년 만에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실물 경제를 움직이는 가상화폐까지 등장한 세상입니다. 최근 인구에 회자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를 어떤 세계로 이끌어 갈까요? 기대와 걱정이 맞물리는 세상입니다. '모르는 게 약이다'는 말이 더는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기술을 잘 통제하지 않는다면, 기술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삶을 피할 수 없습니다. 집단지성의 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