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로는 해가 바뀌었다는 실감이 그리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는 반농담으로 '코비드 1년', '코비드 2년'처럼 연호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떠도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월 26일 현재 1만 명을 넘었습니다. 방역당국은 다음 달 오미크론 변이 점유율이 90%를 넘겨 지배종이 되고 하루 확진자가 2만~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애초 오미크론 변이는 확산 속도가 델타 변이보다 2~3배 빠르기 때문에 확진자 증가세가 가파르게 상승하리라고 예상했으니, 얼마 되지 않아 현실로 드러난 셈입니다. 

 

출처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그나마 다행인 점은 확산세에 비해 중증화율이 낮다는 기대일 텐데요, 일부 감염병 전문가 사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성탄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성탄 선물'은 없었죠.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최대 확진자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며 난리도 아니었으니까요. 입원 환자가 급증하자 의료계에는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이처럼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지난 12일 미국 CNBC의 보도에 의하면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에 비해 확진자의 중증화율은 74%, 사망률은 9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죠.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은 막강하지만 증상은 덜하다는 건데요, 오미크론이 처음 발견된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도 전파력은 더 강하고 중증화도는 좀 덜하다는 연구 결과를 낸 바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이야기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오미크론 변이는 쉽게 걸릴 수 있는 만큼 여전히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낮다는 점은 어디까지나 건강한 일반인으로 국한한 결과라는 겁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 역시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화율이 낮다고 단순히 장담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화이자와 모더나 등 백신 회사는 3차 부스터샷에 이어 4차 접종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3월까지 오미크론 대응 백신을 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 같은 나라는 이미 4차 접종에 들어가기도 했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3차 이상의 추가 접종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몸의 대응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월 26일 현재 우리나라의 1차 백신 접종율은 86.90%, 2차까지 접종 완료한 사람은 85.50%입니다. 그런데 3차 추가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은 50.25%로 절반 수준입니다. 오미크론 변이를 막으려면 3차 추가 접종까지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습니다만, 국민 상당수가 백신 공포를 조장하는 언론 기사의 영향으로 주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백신 접종과 실제 사망 사건 간의 인과 관계를 검증하는 과정 없이 언론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혹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퍼 나르기 바쁩니다. 하지만 정작 기사 내용을 봐도 코로나19 백신 때문에 사망했다는 내용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과 관계가 명백하다면 언론은 시민의 눈과 귀가 되는 본분을 다하기 위해 철저히 검증하여 명명백백하게 기사로 내보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언론이 코로나19 관련 기사로 클릭수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때론 백신 접종 이슈나 방역패스 이슈로 편 가르기나 선동질을 일삼기도 합니다. 이는 모두 코로나19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심보에서 기인합니다. 결국 이로 인해 코로나19 혹은 백신 부작용으로 정말로 고통받는 분들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사례도 생깁니다.

 

출처 - 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에 의해 코로나 확산이 급증하는 가운데 설 연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관심의 초점이 모이고 있습니다. 방역당국은 수도권의 확산세를 우려하며 설 연휴 직후까지 거리두기를 3주간 연장했습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꾀하다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늘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는 여전히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KTV

 

세계 각국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인 '팬데믹'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인 '엔데믹'으로 바뀌는 중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독감처럼 지역별로 해마다 유행하는 병이 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최근 화이자를 비롯한 제약회사들이 먹는 코로나 치료제를 내놓고 있습니다. 한때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인플루엔자의 경우 이제는 매년 예방주사를 맞으며 예방하는 것처럼, 코로나19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죠.

 

출처 - 중앙일보

 

2021년 1월, 《네이처》는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에 종사하는 23개국의 면역학자, 감염병 연구자, 바이러스학자 100여 명에게 코로나바이러스가 근절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조사 결과, 89%의 응답자가 코로나바이러스가 엔데믹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약 1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엔데믹의 전제 조건으로 백신 의무 접종을 들고 있다는 점이 변화라면 변화일 겁니다.

 

출처 - 잡스

 

인류는 위험 앞에서 늘 새로운 길을 개척해왔습니다. 문제는 그 길을 걷는 동안 숱한 피해자가 생긴다는 것이겠죠. 그러므로 당장 오미크론 변이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점은 가공할 확산세를 누그러뜨리고 유행 곡선을 완만하게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그렇게 해야 고위험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의료체계의 붕괴나 사회 기능의 마비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향후 오미크론 변이와 어떻게 공존하느냐가 진정한 의미의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설 연휴에 만날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백신 접종과 방역에 신경을 써야 하겠습니다.

때 아닌 '멸공' 논란으로 SNS와 정치권이 소란스러웠습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멸공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올린 비타민 사진을 인스타그램이 삭제 조치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며칠 후 복원되었지만 정용진 부회장은 이런 조처에 화가 났는지 중국 시진핑 사진이 포함된 기사를 올리며 멸공이 삭제 사유라면 중국 공산당 사진도 삭제 사유가 되는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이내 스스로 삭제했습니다. 중국 시장이 걱정됐기 때문인지 자신의 멸공은 중국과는 상관이 없고 북한만을 겨냥한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죠.

 

출처 – 연합뉴스

 

정용진 부회장의 정치 성향은 가세연의 뮤지컬 <박정희> 프리뷰에 직접 참석해 인증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죠. 그는 75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SNS 셀럽'이라는 타이틀을 신세계그룹 '오너' 직책보다 중요하게 여기는지, 종종 관종 짓을 벌여 논란을 불러일으키곤 했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쌍팔년도 간첩 잡는 똘이장군 시절도 아니고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멸공'이라는 단어 자체를 쓴 것부터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이런 사고를 하는 사람이 최신 유행을 이끌어야 할 백화점과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오너라니, 하며 국민은 어이없어했습니다. 그런데 고루하기 짝이 없는 국민의힘은 웬 건수인가 하며 멸공 인증 릴레이를 시작했습니다.

 

출처 - MBC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자기 인스타그램에 정용진이 경영하는 신세계 이마트에서 '멸'치볶음과 '콩'조림을 사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멸치볶음과 콩조림을 곁들여 아침을 먹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나경원도 "오늘 저녁 이마트에서 멸치, 콩, 자유시간. 그리고 토요야식거리 국물떡볶이까지. 멸공! 자유!"라며 멸공 릴레이를 이어갔습니다.

 

출처 - YTN

출처 - 한겨레

 

시대 감각이 한참 뒤처진 것도 문제지만 이들 중 군대 근처에 갔다온 사람도 없습니다. 정용진은 과체중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죠. 단기간에 급격한 체중 증량이 있었던 사실을 미루어보면 누가 봐도 군 면제를 위한 꼼수였다는 걸 알 수 있죠.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역시 부동시로 면제되어 군 복무와 관련이 없습니다. 이처럼 군대 근처에 가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전쟁을 선동하는 '멸공' 주장을 운운하니 곱게 받아들일 사람들이 있을까요?

 

출처 - MBC

 

멸공 릴레이에 대해 곧장 시대착오적이며 선동적인 색깔론이라는 여론의 뭇매가 쏟아졌습니다. 얼마 전까지 국민의힘 선대위를 맡고 있던 김종인조차 인터뷰에서 "성향이 원래 그런 사람들"이라며 고질병임을 지적했죠. 선거를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해야지 아직도 멸공에 반응하는 한 줌도 안 되는 사람들만 갖고 선거를 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도 국민의힘을 향해 대놓고 일베 놀이 하는 거냐며 한심하다는 논평을 쏟아냈습니다.

 

출처 - YTN

 

시류에 어긋난 행태에 대해 시장의 평가 역시 냉혹했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의 SNS 멸공 논란으로 인해 일주일도 안 된 지난 11일 증권시장에서 신세계 관련 주가가 동반 하락해 시총이 2000억 원 넘게 증발했습니다. 전체 주가의 8% 가까이가 순식간에 빠진 겁니다. 중국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장중 신저가를 찍기도 했습니다. 신세계는 중국 내에서 화장품 사업과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죠. 향후 베트남과 라오스 등 공산주의 국가들에서의 사업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큰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경우 불매운동이 본격화할 조짐마저 보입니다. 게다가 SSG의 상장과 디지털 전환 등 그룹 차원에서 수많은 도전을 맞이하고 있죠. 신세계의 개미 주주들은 대기업 오너로서의 직책보다 SNS 셀럽으로서 과시가 더 중요한 거냐며 제발 그 입 좀 닫으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오너가 유아적인 자기 과시를 위해 기업 가치와 주가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요?

 

출처 - JTBC

 

여론의 뭇매를 견디다 못한 정용진은 지지부진한 해명을 이어가다 돈이 증발하기 시작하자 뒤늦게 더는 멸공 발언을 하지 않겠노라며 사과 입장을 내놨습니다. 실적 하나하나에 커리어를 걸고 있는 수많은 직원과 자기 재산의 미래를 신세계라는 기업 가치에 건 주주들의 자금이 왜 오너의 헛소리 몇마디에 물거품이 되어야 할까요? 대기업 오너의 한심한 행태에 따른 '오너 리스크'는 우리나라 경제계의 고질병 중 하나입니다. 기업의 오너라면 적어도 직원들만큼의 능력은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 - 한겨레

 

21세기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멸공' 같은 말을 주워섬기는 집단에서 대선후보가 나올 수 있다니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미래를 그런 퇴행적 행보로는 그릴 수 없다는 사실을 속히 깨닫길 바랍니다. 

지난 11월 22일부터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 발송이 시작됐습니다. 그에 맞춰 올해도 어김없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종부세 타령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은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지난해에 비해 42% 늘어 100만 명에 육박하고 고지된 세액이 5조 7000억 원이나 된다며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고 설레발을 쳤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징벌적 종부세가 만든 세금 쓰나미의 대재앙이자 세금 폭탄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출처 - 미디어오늘

 

보수 진영과 그에 부역하는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한 종부세 세금폭탄 타령은 15년이나 되풀이된 쉰 떡밥입니다. 15년이나 됐는데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세금폭탄 타령을 하니 진부한 수준이 아니라 단단히 미쳤다고 봐야 하겠지요.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 규모나 고지 세액은 국민의힘이 얘기한 내용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세금을 누가 내는지가 중요한 사실이 아닐까요? 올해 우리나라 인구는 약 5200만 명입니다. 국민의힘은 올해 종부세 납부자가 지난해에 비해 42% 늘어 1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절대 다수인 5100만 명은 고지서조차 받을 수 없는 게 바로 종부세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해야 옳지 않을까요? 국민 전체의 2%가 나머지 98%는 손에 쥘 수 없는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다고 말입니다. 이런 불평등이 과연 괜찮은 걸까요? 

 

출처 - 연합뉴스

 

물론 부자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국민으로서 적당한 세금을 내고 있느냐는 별개로 하고 말입니다. 종부세를 무서워하는 대한민국 2% 국민 중 대부분은 최소 2주택 이상을 가진 다주택자와 법인입니다. 실제로 종부세 고지 세액인 5조 7000억 원 중 다주택자는 48.5만 명, 법인은 6.2만 명으로 세액의 88.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엄청난 고액 주택이 아닌 이상 1주택자가 종부세를 내는 대상에 해당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다주택자 투기 억제를 위한 과세강화 조치로 3주택 이상자 과세 인원이 전년 대비 78%, 세액은 223% 증가했습니다. 다주택자 중 85.6%가 3주택 이상 보유한 부자들인데, 이들이 다주택자 종부세 세액 중 96.4%를 냅니다. 결론적으로 2주택자라고 해도 종부세로 인한 부담은 거의 없다는 얘기이며, 종부세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3주택 이상 다주택자 투기 억제 역할을 그나마 충실히 수행하는 몇 안 되는 세금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간 종부세 주요 회피 수단이던 법인에 대한 과세가 대폭 강화되어 과세 인원은 279%, 세액은 311%로 폭발적 증가를 보였습니다. 이 정도만 살펴보면 현재 종부세 타령을 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출처 - 더불어민주당

 

1주택자는 전년 대비 종부세 납부 인원과 세액이 모두 줄었다는 게 팩트입니다. 자기가 정말로 사는 집이라면 종부세 걱정할 필요가 줄었다는 얘깁니다. 25억짜리 집에 살더라도 1주택자라면 평균 세액은 50만 원 남짓입니다. 20억 이하 집이라면 평균 27만 원이고요. 소나타 승용차 자동차세가 연 52만 원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봅시다. 25억짜리 집에 살면서 세금을 50만 원도 내지 않겠다면 당장 세무조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단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지부터 확인해봐야겠죠.

 

출처 - 박태웅 SNS

 

사실이 이러니 볼멘소리를 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성실히 일하는 대부분의 국민입니다. 직장인의 경우 연봉이 1억이라면 이에 대한 소득세만 35%입니다. 소득세 최고 세율은 45%로 소득의 거의 절반 수준이죠. 이에 비하면 25억짜리 집에서 살면서 겨우 50만 원 내는 종부세로 세금폭탄 타령을 하는 작자들은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 - 미디어오늘

출처 - 미디어오늘

 

'투기공화국'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몰리는 자금을 사회적으로 선순환시키기 위해서라도 종부세는 한층 강화해야 하는 세금입니다. 현재 보유세 실효세율이 너무 낮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OECD 주요국의 보유세 실효세율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0.16%였다가 2019년 기준 0.17%가 됐습니다.

출처 - 평화시대 / 진보당

 

미국에서 시작된 부자 증세 논의가 세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인세 최저세율 인상에 프랑스, 독일이 찬성했으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당시 이익을 얻은 사람들에게 부유세나 연대세를 매겨야 한다"고 밝혔다고 하죠. IMF, OECD 등 국제기구들 역시 코로나19 극복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고소득자·대기업에 대한 누진세 강화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 추세와 달리 부유세 논의가 지지부진합니다. 자본주의의 천국이라는 미국조차 부유세 도입에 앞장서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보수는 15년째 종부세 세금폭탄을 운운하고 있으니 기가 막힙니다.​ 종부세 완화가 아니라 불평등 해소 위해 부유세를 도입하라고 진보정당들이 외치는 판국에 말이죠.

 

출처 - MBC라디오

 

2%도 안 되는 사람들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세금폭탄 보도에 열을 올리는 언론을 보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눈과 귀인가 묻지 않을 수 없군요. 15년이나 지겹게 들었으니 더는 속지 맙시다. 우리는 평생 받아볼 수 없는 종부세 고지서를 두려워하는 부자들의 편을 들어주는 언론과 정당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종부세를 핑계로 세입자들의 부담을 늘리려는 다주택자들과 법인들을 감시하고 규제해야 할 때입니다.

'반란 주모자', '국가 반역자', '독재자', '학살자' 등으로 불리며 우리나라 현대사에 짙은 어둠을 드리웠던 전두환이 지난 11월 23일 오전 집 화장실에서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12.12 군사 쿠데타 동지인 노태우가 세상을 떠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뒤를 따른 셈이죠.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을 앓고 있었기에 사망 원인은 지병으로 파악되는데요, 많은 이들이 전두환은 평화롭고 평범하게 죽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12.12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 전두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대한민국 민주주의 암흑기의 주범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단 한 번도 국민의 직선제 투표로 당선된 적 없는 유일한 대통령이죠. 이처럼 정통성과 거리가 먼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후 1995년 반란수괴, 내란수괴, 내란목적 살인 등의 죄목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애초 사형이 구형되었으나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국민 여론과 관계없이 그해 사면되고 말았죠. 수감 기간은 2년에 그쳤습니다.

 

출처 - KBS

 

그는 죽는 순간까지 5.18을 비롯한 무수한 민주화운동 피해자와 희생자들에게 참회하거나 사죄하지 않았습니다. 죽기 전 추징금을 완납한 노태우와 달리 전두환은 1000억여 원에 이르는 추징금마저 미납한 채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인면수심'이라는 말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인간입니다.

 

출처 - 뉴스1

 

유유상종이라는 말처럼 전두환의 유가족 역시 ᄈᅠᆫ뻔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부인인 이순자는 관련 비리나 의혹이 끊이질 않았고, 그의 가족은 건국 이래 최대 금융사기였던 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에 연루된 바 있습니다. 친인척을 동원한 부동산 투기 소문 또한 끊이질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순자는 2019년 남편 전두환에 대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망언까지 하여 국민을 분노하게 했죠.

 

출처 - PD수첩

 

전두환의 자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출판사를 운영한 장남 전재국은 2013년 아버지의 추징금 완납을 위해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하더니 그 뒤로 감감무소식입니다. 최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유령법인을 만들어 비자금 계좌를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을 샀습니다. 차남인 전재용은 탈세 혐의로 수사받던 중 차명계좌에서 160억가량의 뭉칫돈이 발견되었고, 이 중 70억가량이 비자금 계좌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확인돼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전두환의 빈소에는 5공 정치인이나 하나회 출신 군인들,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이 조문했고 이명박, 반기문, 노태우 부인 김옥숙 등이 근조 화한을 보냈습니다. 일반 시민의 조문은 거의 없다시피 한 반면 극우 유튜버나 태극기 부대들이 빨갱이 운운하며 소란을 피웠죠.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은 전두환 사망과 관련해 조문을 가겠다고 하더니 2시간 동안 오락가락하다 결국 안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비웃음을 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전두환을 명백한 내란 학살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사죄 없는 그에게 조문 계획이 없다고 하여 선을 그었습니다. 전두환의 유가족은 5.18 관련 사죄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며 끝내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전두환은 국립묘지에 안 가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북녘땅이 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 남고 싶다고 했는데요,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겠죠. 그는 안 가는 게 아니고 못 가는 겁니다.

 

출처 - JTBC

 

국가보훈처는 빈소가 차려진 날 전두환 측에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명확히 통보했습니다. 청와대 역시 "끝내 역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히며 청와대 차원의 조화와 조문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국가장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장례에 대한 지원 역시 없다고 했죠. 노태우 사망 당시 '추모 브리핑'이라는 이름으로 발표가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사망 관련 브리핑'이라고 표현도 달리했습니다.

출처 - 뉴욕타임스

 

전두환에 대한 해외 언론의 평가도 비슷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1월 23일 한국에서 가장 비난을 많이 받은 군 장성 출신 독재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1980년 광주에서 시민들을 살육했다(mowdown)고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한국인 사이에서 전두환이란 이름은 폭압적인 군사 독재자와 동의어라며 올림픽 등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독재 정치와 학살이라는 부정적 유산이 이를 압도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출처 - MBC

 

대부분의 시민은 전두환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한편으론 기뻐하고 한편으론 아쉬워했습니다. 학살자가 죽은 건 기쁘지만 죗값을 치르지 않고 사과 한마디 없이 죽은 건 너무 파렴치하다는 거였죠. SNS에서는 오늘 저녁은 타코야키나 문어숙회라며 독재자의 죽음을 풍자하는 얘기가 넘쳤고, 일부 정육점과 식당은 전두환 사망 기념으로 할인 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역사를 기록하고 전두환을 단죄하는 것입니다. 20년 넘도록 뭉개고 있는 추징금을 전두환 일가로부터 받아내는 것도 남은 일입니다. 전두환은 약 956억에 달하는 추징금 외에 지방세 10억여 원을 미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8년째 서울시 고액 체납자 명당에 그이 이름이 올라 있기도 했고요.

 

출처 - CBS

 

당사자인 전두환의 사망으로 말미암아 향후 추징금 환수가 불투명해진 상황입니다. 추징금은 가족 등 타인에게 양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법 재산인 것을 알고도 취득한 제삼자로부터는 추징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미납 추징금 집행에 대해 법리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6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두환 사망 뒤에도 상속재산에 대해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전두환 재산 추징 3법을 대표 발의했으나 법사위에 계류 중입니다. 조속히 처리하여 전두환 일가의 범죄 수익금을 모조리 받아내야 할 것입니다. 전두환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역사에 어둠을 드리웠던 독재자가 모두 죽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을 반면교사 삼아 대한민국 역사에 다시는 독재자가 등장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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