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과 광화문. 요즘 주말마다 집회가 이어진 장소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과 검찰의 과잉수사로 촉발된 이 대결 양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죠.


출처 - 뉴스1

 

지난 9월 2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인근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집회에는 국정농단 이후 최대 규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와 조국 법무부장관의 강력한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집회였는데요. 주최측 추산으로는 200만 명이 참석했다고 하죠. 경찰이 공식적으로 참가자 수를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2017년 3월 박근혜 탄핵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열린 촛불집회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부를 비판하거나 정부의 부정부패에 항의하기 위해 큰 규모의 집회를 하는 일은 자주 있었지만, 같은 장소에서 벌이는 맞불집회도 아닌데 정부와 그 정부가 시행하려는 개혁을 지지하기 위해 이 정도 규모의 시민이 모이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키기 위해 나온 사람도 있겠지만 조국 개인에 대한 호불호는 이미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검찰을 개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시민들을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 주요한 동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까지 검찰의 모습이나 그들을 옹호하는 자유한국당과 그 지지층의 모습을 보면 그런 불안을 가질 법도 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조국 일가족을 둘러싸고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이러다 창녕 조씨는 다 소환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죠. 표창장 위조 혐의로 동원되는 검사의 수가 지나치게 많고 그렇게 장시간에 걸쳐 압수수색을 해야 할 사안이었느냐에 대한 비판도 거셌습니다.

 

사법농단을 비롯해 국가적으로 정말 중요한 사건들을 그런 식으로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했다면 시민들이 이런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았을 텐데, 아무래도 검찰 수사의 초점이 비교되는 건 사실이었죠. 이 밖에도 증거가 확실치 않은 부실한 기소라거나 일부 언론사와 짜고 기소 사실 등을 미리 흘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등 검찰에 대한 불신은 점점 깊어졌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원래 한창 진행되고 있어야 할 검찰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조국 일가족 수사라는 소란에 묻혀 주목을 덜 받고 있으니 이 무슨 세태인가 싶던 상황이었죠.


출처 - 오마이뉴스


그 와중에 국회에서 막말이나 일삼는 자유한국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엄중한 요구를 '관제데모'라고 폄하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과연 이런 말을 입에 담을 자격이나 있을까요? 자유한국당은 개천절에 집회를 계획하고 상당 기간 전부터 총력 집회나 집중 집회로 규정해왔습니다. 그러고는 집회에 시·도당별로 인원을 동원하도록 지시했죠. 자유한국당 중앙당이 내려보낸 공문에는 집회 전 예정 참석 인원과 집회 후 실제 참석 인원을 보고하라는 내용까지 쓰여 있었습니다. 이를 보면 도대체 관제데모는 누가 계획하고 집행했는지 답이 딱 나오죠.


출처 - JTBC


이렇게 동원된 관제데모는 유혈로 점철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개천절 광화문에 모인 범보수 집회는 청와대로 밀고 들어가다가 경찰 저지선을 넘어 각목을 휘둘렀고 이 때문에 35명이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목사를 사칭하는 전광훈은 신도들을 몰고 와 광화문 앞에서까지 헌금을 뜯어냈죠. 돈 밝히는 데는 참 한결같습니다. 예전부터 "데모나 하는 빨갱이들"이라고 혀를 차던 그 보수가 과연 맞나 싶기도 하네요. 이제 와서 그들도 빨갱이가 된 건지 아니면 자기들이 하는 건 구국의 결단이라고 착각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내로남불'의 끝판왕인 셈입니다.


출처 - 한국일보


지난 12일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는 국민의 검찰개혁 의지를 천명하는 '최후통첩'으로 촛불집회가 마무리됐습니다. 지난 5일 촛불집회 때는 서초역을 중심으로 10개 차선에 집회 인파가 넘쳤죠.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도 있듯이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는 12일 집회를 마지막으로 휴식기에 들어갑니다. 물론 검찰개혁이 미진할 경우 언제든 다시 촛불을 들겠다는 의지하에 휴식하는 것이라 집회 신고는 철회하지 않고 유지한다고 합니다. 언제든 다시 일어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시민들의 경고인 셈입니다. 이번 기회에 검찰을 반드시 개혁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조국을 둘러싼 일련의 흐름을 통해 검찰 스스로 자기네가 개혁 대상임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출처 - 뉴시스

일본을 강타한 하기비스 태풍을 주시하며 주말을 보내고 나니 월요일 오후 2시에 갑자기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다는 속보가 떴습니다. 다음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 입장문 전문입니다.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법부무장관직을 내려놓습니다.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 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습니다. "견제와 균형의 원 리에 기초한 수사구조 개혁",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 권 행사" 등은 오랜 소신이었습니다.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유 불문하고, 국 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습니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 게 정말 미안합니다.

가족 수사로 인하여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하였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합니다.

지난 10월 8일 장관 취임 한 달을 맞아 11가지 '신속추진 검찰개혁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행정부 차원의 법령 제·개정 작업도 본격화됐습니다. 어제는 검찰개혁을 위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계획을 재확인했습니다. 이제 당정청이 힘을 합해 검찰개혁 작업을 기필코 완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어느 정권도 못한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합니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들 덕분입니다. 국민들께서는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 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검찰개혁 제도화가 궤도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이제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후임 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마무리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 의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합니다.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의 쓰임은 다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허허벌판에서도 검찰개혁의 목표를 잊지 않고 시민들의 마음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장관을 보좌하며 짧은 시간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준 법무부 간부·직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후임자가 오시기 전까지 흔들림없이 업무에 충실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하여 지혜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9. 10. 14.

조국 올림

 

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이 시점에 사퇴를 하는 것일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온 가족을 향한 질시와 비난을 감수했던 그였기에, 여론의 흐림이 바뀌고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촛불집회의 힘이 총화되어 '최후통첩'을 날린 마당에 자진 사퇴라니 뭔가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마음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하지만 사퇴 입장문을 천천히 읽어보면 가장으로서 개인 조국의 인간적인 솔직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법무부 장관 취임 전 기자회견에서, 청문회 자리에서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냉철하게 구분했던 그의 모습을 상기한다면, 위 입장문 전문에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 진심 이면에 뭔가 다른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고 부풀려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출처 - 더 팩트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 입장을 밝힌 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에 대해 "장관 본인의 결심이었다"라고 말했다고 하죠. 청와대가 조국 장관 사퇴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표명한 겁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직후 강 정무수석이 당 대표실을 나왔을 때는 이미 조 장관의 사퇴 소식이 알려진 직후였습니다. 당 대표실을 나온 강 정무수석에게 기자들은 "언제 사퇴 의사를 밝혔나?"라고 물었고, 강 정무수석은 "추후에 말씀드리겠다"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조 장관 사퇴는 본인의 결심이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3시 수보회의 모두 말씀을 통해 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조국 장관의 갑작스러운 사퇴와 관련해 강 정무수석은 "조국 장관은 계속 촛불 보면서 무거운 심정 느꼈다. 그동안 계속 그런 고민은 있어왔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조국 장관은 입장문에서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며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합니다.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죠.


 

출처 - 데일리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조국 법무장관이 사퇴의 뜻을 밝힌 데 대해 "조금 늦었지만 예상대로 그만두게 됐다. 사필귀정"이라면서 "국민의 승리, 민심의 승리"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조국 전 민정수석으로 촉발된 조국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우습게 여겼던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으로부터 '나베'라는 멸칭을 받은 이가 "헝클어진 국정의 모든 난맥상을 정상화해야 한다"라고 얘기하니 참으로 가소롭습니다. 아울러 "민생경제 부분을 회복시키고 외교·안보에 있어서도 헝클어진 것을 바로 잡기 위한 과제들과 관련해서 국회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피력했는데요, 애당초 그 역할을 내팽개치고 조국 장관의 일을 국론 분열의 장으로 몰아간 게 자유한국당 아니었던가요?

 

출처 - 경향신문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퇴임 1년 전 시점에 이뤄진 지지율 조사에서 헌정 사상 최저치인 5%로 폭락했을 때 당시 나경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입니다. 그렇게 권력욕을 앞세우다 기어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리를 꿰찬 다음 국민을 어떻게 기만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군요.

 

출처 - 미디어워치

출처 - JTBC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달리 야당 의원이면서도 조국 장관 임명에 지지를 표해온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저는 개혁에 방점을 찍고 조 장관의 임명에 대해 청문회 등 모든 언론에 지지를 표명해왔다"면서 "조 장관은 역대 어떤 정권도 이룩하지 못한 검찰개혁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국민들은 여러 의혹 해명에도 그를 용납하지 않았다"라며 "조 장관의 개혁에 대한 사명감과 사퇴 결정을 존중한다. 저도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와 관련해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에 우리 사회는 큰 진통을 겪었다.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통령으로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면서 "그런 가운데에서도 의미가 있었던 것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 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고 평가하면서 "오늘 조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되어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 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과제까지 이뤄지면 이것으로 검찰개혁의 기본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며 검찰을 향해 "검찰개혁 방안의 결정 과정에 검찰이 참여함으로써 검찰이 개혁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개혁의 주체가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면서 "검찰이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자세를 유지해 나갈때 검찰 개혁은 보다 실효성이 생길 뿐 아니라 앞으로도 검찰 개혁이 중단 없이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뉴시스

 

또한 "공정한 수사관행 인권보호 수사, 모든 검사들에 대한 공평한 인사, 검찰 내부 잘못에 대한 강력한 자기 정화,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중심에 놓는 검찰 문화의 확립, 전관예우에 의한 특권의 폐지 등은 검찰 스스로 개혁 의지를 가져야만 제대로 된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언론을 향해서도 "정부가 개입할 영역은 아니다"라면서도 "언론 스스로 그 절박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언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광장에서 국민들이 보여주신 민주적 역량과 참여 에너지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면서 "이제 그 역량과 에너지가 통합과 민생 경제로 모일 수 있도록 마음들을 모아달라. 저부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그간의 대립은 과연 무엇을 남겼을까요? 첫째, 우리 사회가 20대 젊은이들의 분노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점입니다. 조국 장관의 적격성을 둘러싸고 반발한 젊은층의 목소리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의 힘을 발판 삼아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약속했습니다. 20대 젊은이들이라고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기득권이 되어버린 'x86' 세대가 과연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를 수호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의 뜻을 밝히며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고 봐야 합니다. 아울러 20대의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급락한 것도 중요한 지점입니다. 지난 9월 조국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부적격 여론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20대의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8%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20대의 여론을 청년층의 단순한 분노나 환멸로 파악해서는 안 됩니다. 세대 간 불평등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정치권이 기울이지 않고서는 여권이든 야권이든 미래를 그리기 어렵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둘째, 조국 장관의 적격성 문제가 온 가족의 비리를 밝히는 과대 수사로 변질되면서 검찰개혁이라는 중요한 논제가 정파적 논리와 정쟁의 주제로 변질돼버린 측면을 돌아봐야 합니다. 검찰개혁이라는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여야의 극한 대립만이 난무하며 국론이 분열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전형적인 저신뢰 사회입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신뢰지수가 바닥을 칩니다. 특히 검찰, 경찰, 청와대 등 권력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극히 낮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의 적격 인물로 내새운 진보의 아이콘이었으나 그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은 시간이 지나도 해소되지 않고 정쟁의 도구가 되어갈 뿐이었습니다. 그 정쟁의 한가운데 기레기 언론이 있었습니다. 이제 언론 또한 국민의 올바른 눈과 귀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리하여 조국 장관이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들 덕분입니다. 국민들께서는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 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합니다"라고 사퇴 입장문을 내놓은 그 심경의 깊은 뜻을 제대로 전달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셋째, 조국 사퇴는 끝이 아니라 개혁의 시작일 뿐입니다. 조국 사퇴를 "국민의 승리" 운운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패스트트랙 수사에 불응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철저히 수사해야 합니다. 선거개편안과 공수처법안 등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들이 통과되어야 우리 사회가 진일보할 수 있습니다. 전체 의석 297석 중에 과반인 149석이 확보되어야 안건이 통과되는데, 바른미래당이나 무소속 등 여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기류가 있기에 패스트트랙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조율의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검찰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이라고 한 것도 이런 뜻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가늠해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넷째, 국민이 이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 민심은 검찰개혁의 의지로 다시 불타올랐습니다. 과거 최루탄과 화염병 속에서 싹튼 민주화의 열기가 촛불이라는 거대한 들불로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켰습니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염원이 검찰 조직 스스로 개혁안을 내놓게 하는 단계까지 이뤄냈습니다.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광장에서 국민들이 보여준 민주적 역량과 참여 에너지를 통합하여 민생 경제로 모을 때입니다. 포스트 조국은 검착개혁의 성취, 국민의 통합, 민생 경제 살리기가 되어야 합니다. 열린 태도로 토론하고 입장이 다른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한층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국민이 뜻과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기무사가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 과정에서 계엄령과 위수령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서울에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가 들어올 계획이었다고 하니 마치 국민을 상대로 전쟁이라도 치르겠다는 생각이었을까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는 못할 망정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엄령을 들먹인 것을 보면 아직도 암암리에 숨어 있는 정치 군인들이 있는지 의심하게 합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지도 않은 북한 간첩을 잡는다고, 사회 안정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자신들이 지켜야할 국민에게 총부리를 돌렸던 전두환의 무리와 다를 바가 뭐가 있나 싶군요. 전두환이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 사령관이었던 사실을 생각해 보면 아직도 그들이 활동하고 있나 싶어 섬뜩하기만 합니다.



출처 - 군인권센터


기무사는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정치 군인들의 핵심 기관이었습니다. 기무사는 군 안에서도 초법적 기관으로 통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습니다. 투 스타 장군들도 기무사 중령 앞에서 벌벌 떨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니까요. 민주화 이후에도 기무사 개혁이 번번히 실패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각 부대에 대령, 중령급이 파견을 나가 있는데 그들은 파견 부대 상급자의 지휘를 받지 않고 오직 기무사령관의 명령만 듣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군 내부 인사들의 업무는 물론 사생활에 이르기까지의 인사 세평을 임무로 활동합니다. 이 때문에 모든 군 장성이 기무사 앞에 알아서 기게 되었죠.


출처 – MBC 유튜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몰카나 미행 등을 자행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찰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기무사가 세월호 유족을 사찰하고 성향을 분석해 박근혜에게 보고했다는 문건도 폭로되었죠.


출처 - JTBC


암울했던 군사정권을 지나 사회가 민주화되고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21세기가 된 지도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정당성 없는 군사 독재의 단맛을 그리워하는 정치 군인들이 언제든 자신들의 야욕을 드러낼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이번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과 세월호 민간인 사찰 문건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박근혜 탄핵 국면과 촛불집회에서 까딱 잘못했다가는 1980년 5월처럼 서울이 피바다가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계엄령과 위수령을 포함해 광주에서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군의 강압적 방식이 모두 나열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KBS 유튜브


기무사 내부 문건을 보면 심지어 군 지휘계통조차 무시한 위법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시나 국가비상사태로 계엄령 발동 시 계엄군 배치를 위해 군 부대를 이동 배치하려면 군령권을 가진 합참의장이 승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사령부 편성표에 의하면 계엄사령관은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이 맡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군의 위계질서는 한순간에 무너지게 됩니다. 흔히 '육방부'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군의 폐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출처 - 경향신문

 

또한 위수령의 위헌 소지에 대해 군의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적시했습니다. 국회가 위수령 무효법안을 제정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재의를 해야 하므로 2개월 이상 위수령 유지가 가능하다는, 국회를 무시하는 초법적인 계획안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위수령을 지나 계엄령이 선포되면 국회에 병력이 진주하고 국회의원들을 체포·구금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국가의 모든 권력을 자신들이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이와 관련해 군 사이에 오간 모든 문건을 즉각 제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기무사 계엄령 수사 관련 독립 수사단을 꾸리되 비육군, 비기무사 출신으로 수사단을 구성하라는 세부적인 지시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당시 상황과 벌어진 사건을 무겁게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역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휘관들에게 계엄문건 확인 후 최단시간 제출 명령을 내렸습니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실질적 권한을 가진 국방부 장관이 모두 명령을 내렸으니 이에 불복하거나 태만할 경우 명령불복종으로 항명죄에 해당, 그들은 더 이상 군인이라고 자칭할 수도 없습니다. 멋대로 계엄령 검토를 한 시점에서 국가반란에 준하는 죄를 범한 존재들이긴 합니다만.


출처 - 국민일보


특별 수사단의 조사에 의하면 기무사는 지난해 3월 초 계엄령 문건을 상부에 보고한 뒤 파기했다고 합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자 문건의 보고를 받았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이 문건의 원본을 보존하라고 명령했는데도 말입니다. 기무사 눈에는 자신들의 직속 상관인 국방부 장관마저 호구로 보였나 봅니다. 다행히 USB 형태로는 남아 있지만, 문건 파기와 관련해 증거인멸의 혐의도 적용해야 할 판입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출처 - 경향신문

 

기무사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군의 적폐 중에서도 대표적인 기관입니다. 그들의 존속 가치가 더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오히려 존재함으로서 끼치는 해악이 이만큼 크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난 셈이죠. 이번에야말로 기무사를 해체하고 아직 박멸되지 않은 정치 군인들의 싹을 잘라야 할 것입니다.

군 내부 적폐에 대한 폭로를 계속해온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8일 서울 이한열 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 내용이 충격적입니다.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국방부 내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기각할 것을 대비해 군 병력 투입을 준비해야 한다는 모의가 있었다는 겁니다. 당시 수도방위사령관 구홍모 중장이 직접 사령부 회의를 주재하며 소요사태 발생 시 무력진압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를 옹위하고 촛불혁명을 군대로라도 짓밟아야 한다는 작당을 국방부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하고 있었다는 의미인데, 이는 문민통제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국방부가 쿠데타에 준하는 책동을 모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입니다.


처 - 뉴시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죠. 추미애 대표는 이미 촛불정국 당시 박근혜 쪽이 최종적으로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때는 보수층과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무슨 망발이냐는 소리와 음모론이 지나치다는 반대 목소리에 묻혀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추미애 대표는 실제 박근혜 측의 관련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한 발언이었으며 몇 군데 소스를 갖고 먼저 사전에 군의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군 내에 친위 쿠데타에 대한 우려를 하게 하는 실제 움직임이 있었다는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설마 했던 국정원의 음모론 꼼수들이 어이없게도 다 사실로 드러나듯이, 군사독재 이미지에 몸을 사려야 할 국방부가 설마 그런 일까지 벌이겠나 생각했던 일이 현실이 될 수도 있었던 겁니다.


출처 - 뉴시스


국방부는 오늘부터 즉시 감사관실 등 가용인력을 투입해 사실관계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투명하게 밝히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는 건데요. 당시 촛불시위 무력진압 사령부 회의를 주재한 구홍모 중장은 현재 육군참모차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우리나라는 기나긴 군사독재의 압제에 신음해왔고 그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당시 5.18을 비롯해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국민을 오히려 앞장서서 짓밟은 군의 추악함을 수많은 시민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런 뼈아픈 현실을 딛고 대한민국은 촛불혁명 등으로 세계가 깜짝 놀라는 민주주의의 표본이 되는 업적을 이루어왔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는 군사독재의 망령이 고위층 곳곳에 만연해 있을지 모른다는 경고음을 들은 셈입니다. 이번 폭로는 국가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는 위중한 사안인 만큼, 참여 인원과 진행 상황을 명명백백하게 시민들에게 밝히고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가짜 뉴스가 판친다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박근혜 탄핵 정국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페이크 뉴스, 즉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회가 불안한 정국으로 치달을수록 사람들은 믿을 만한 소식을 찾아 헤매게 됩니다. 가짜 뉴스는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노리고 자기 진영에 유리하도록 현실을 호도하는 정보를 속보나 공증된 뉴스인 양 퍼뜨리는 정보 조작의 일환입니다. 요즘은 정보가 퍼지기 쉬운 환경인 SNS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가짜 뉴스가 양산됩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어르신들이 주로 사용하는 카카오톡 단톡방이나 네이버 밴드 등에서 가짜 뉴스가 판치고 있습니다.

출처 - 불교신문


헌재의 탄핵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간 우리나라에서도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재판관들의 평의 결과가 유출되었다고 주장하는 허위 글이 퍼지더니, 급기야 박사모 사이트들을 중심으로 탄핵 반대가 지지받고 있다는 가짜 여론 조사 결과들이 올라오고 있죠. 예를 들어 지난 5일에는 친박 인터넷 카페에 여론조사 결과가 탄핵 반대 응답이 47퍼센트로 찬성보다 높다졌다는 가짜 뉴스가 올라왔습니다. 여론이 뒤집혔다는, 사람을 혹하게 하는 뉴스였습니다만 여론조사 기관은 인터넷 사이트조차 없는 유령업체였습니다. 72퍼센트 이상의 국민이 압도적으로 박근혜 탄핵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 '진짜' 사실입니다.


출처 - JTBC


지난해 12월, 박근혜 탄핵 국회 표결을 앞둔 시점에 박근혜 지지자들의 SNS에는 영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아르토리아 팬드레건 교수, 일본의 석학 히키가야 하치만 박사가 촛불집회에 대해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을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탄핵하려는 한국민들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는 기사가 퍼지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박사모와 친박 단체들은 세계의 지성들이 박근혜를 지지한다며 열심히 퍼 날랐지만, 둘 다 일본 만화 캐릭터를 따와 적당히 만든 가짜 뉴스여서 비웃음을 산 적이 있습니다.


출처 – 제주의 소리


 

대중 선동의 심리학

 

하지만 가짜 뉴스의 파괴력은 불안한 현실의 틈을 파고들면서 정교해지고 한층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사드에 대한 보복이 계속되는 가운데 상하이 와이탄에선 한국인이 한국말을 썼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괴담이 흘러나와 교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후보가 대통에 당선된 것도 페이스북과 구글을 중심으로 퍼진 가짜 뉴스의 위력이라는 분석도 속속 나오고 있죠.


출처 - YTN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즘과 히틀러의 광기 뒤에는 대중 선동의 정치를 펼친 괴벨스(Joseph Goebbels)가 있었습니다. 제3제국의 선전장관이자 '총력전' 전권위원이었던 괴벨스는 열광적인 히틀러 숭배자였습니다. 그는 몇 마디 말과 몇 줄의 글로 사람들의 분노를 촉발하여 급기야 광기의 소용돌이로 내몰았습니다. "이성은 필요 없다. 감정에 호소하라!" 이런 괴벨스의 생각에서 드러나듯이, 감정의 극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탁월한 선동 덕분에 히틀러는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괴벨스는 돌격대의 북소리, 군사 행진, 깃발, 전단, 포스터, 라디오 연설,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총동원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선동 정치를 펼쳤습니다. 철저한 계산으로 군중의 마음과 행동의 변화를 끌어냈기에, 괴벨스가 선동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생긴 게 아닐까요? 사기도 제대로 치면 '예술'이 되는 현실, 과연 누굴 탓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가짜 뉴스가 판치는 지금 상황에서 괴벨스가 남긴 말을 되새겨볼 필요는 있습니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출처 - 경향신문

 

가짜 뉴스 제작자인 폴 호너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만든 가짜 뉴스 사이트에는 언제나 트럼프 지지자들이 찾아왔다며 트럼프가 내 덕분에 백악관에 있게 된 것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캠프의 선대본부장도 자신의 가짜 뉴스를 사실로 여겨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가짜 뉴스가 이렇게 퍼진 이유에 대해 폴 호너는 사람들은 분명히 더 멍청해졌다며 어떤 것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애초에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조롱하기 위해 사람들이 돈을 받고 반트럼프 시위를 한다고 가짜 뉴스를 만들었는데, 트럼프 지지자들이 그걸 진짜 뉴스로 믿고 확산시켰다고 합니다. 가짜 뉴스 제작자인 폴 호너는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트럼프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만들었으나 오히려 그를 도운 셈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어느 쪽 진영이냐를 가리지 않고 가짜 뉴스 자체가 사회에 어떠한 해악을 끼치는지 알 수 있는 단면입니다.


출처 - 한겨레


지금 대한민국에선 가짜 뉴스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의혹을 제기하면 이를 극우 매체와 그 지지자들이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성된 여론은 곧 정치 쟁점으로 부각됩니다. 알맹이 없는 선동에 사회가 휘둘리는 셈이죠. 그러니 '탄핵'이나 '중국 사드 보복'처럼 쟁점이 되는 정보를 보실 때는 한발 물러서서 꼭 팩트 체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기사는 행간을 읽어야 한다는 것,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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