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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가짜 뉴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by 생각비행 2017. 3. 8.

가짜 뉴스가 판친다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박근혜 탄핵 정국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페이크 뉴스, 즉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회가 불안한 정국으로 치달을수록 사람들은 믿을 만한 소식을 찾아 헤매게 됩니다. 가짜 뉴스는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노리고 자기 진영에 유리하도록 현실을 호도하는 정보를 속보나 공증된 뉴스인 양 퍼뜨리는 정보 조작의 일환입니다. 요즘은 정보가 퍼지기 쉬운 환경인 SNS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가짜 뉴스가 양산됩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어르신들이 주로 사용하는 카카오톡 단톡방이나 네이버 밴드 등에서 가짜 뉴스가 판치고 있습니다.

출처 - 불교신문


헌재의 탄핵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간 우리나라에서도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재판관들의 평의 결과가 유출되었다고 주장하는 허위 글이 퍼지더니, 급기야 박사모 사이트들을 중심으로 탄핵 반대가 지지받고 있다는 가짜 여론 조사 결과들이 올라오고 있죠. 예를 들어 지난 5일에는 친박 인터넷 카페에 여론조사 결과가 탄핵 반대 응답이 47퍼센트로 찬성보다 높다졌다는 가짜 뉴스가 올라왔습니다. 여론이 뒤집혔다는, 사람을 혹하게 하는 뉴스였습니다만 여론조사 기관은 인터넷 사이트조차 없는 유령업체였습니다. 72퍼센트 이상의 국민이 압도적으로 박근혜 탄핵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 '진짜' 사실입니다.


출처 - JTBC


지난해 12월, 박근혜 탄핵 국회 표결을 앞둔 시점에 박근혜 지지자들의 SNS에는 영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아르토리아 팬드레건 교수, 일본의 석학 히키가야 하치만 박사가 촛불집회에 대해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을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탄핵하려는 한국민들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는 기사가 퍼지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박사모와 친박 단체들은 세계의 지성들이 박근혜를 지지한다며 열심히 퍼 날랐지만, 둘 다 일본 만화 캐릭터를 따와 적당히 만든 가짜 뉴스여서 비웃음을 산 적이 있습니다.


출처 – 제주의 소리


 

대중 선동의 심리학

 

하지만 가짜 뉴스의 파괴력은 불안한 현실의 틈을 파고들면서 정교해지고 한층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사드에 대한 보복이 계속되는 가운데 상하이 와이탄에선 한국인이 한국말을 썼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괴담이 흘러나와 교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후보가 대통에 당선된 것도 페이스북과 구글을 중심으로 퍼진 가짜 뉴스의 위력이라는 분석도 속속 나오고 있죠.


출처 - YTN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즘과 히틀러의 광기 뒤에는 대중 선동의 정치를 펼친 괴벨스(Joseph Goebbels)가 있었습니다. 제3제국의 선전장관이자 '총력전' 전권위원이었던 괴벨스는 열광적인 히틀러 숭배자였습니다. 그는 몇 마디 말과 몇 줄의 글로 사람들의 분노를 촉발하여 급기야 광기의 소용돌이로 내몰았습니다. "이성은 필요 없다. 감정에 호소하라!" 이런 괴벨스의 생각에서 드러나듯이, 감정의 극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탁월한 선동 덕분에 히틀러는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괴벨스는 돌격대의 북소리, 군사 행진, 깃발, 전단, 포스터, 라디오 연설,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총동원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선동 정치를 펼쳤습니다. 철저한 계산으로 군중의 마음과 행동의 변화를 끌어냈기에, 괴벨스가 선동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생긴 게 아닐까요? 사기도 제대로 치면 '예술'이 되는 현실, 과연 누굴 탓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가짜 뉴스가 판치는 지금 상황에서 괴벨스가 남긴 말을 되새겨볼 필요는 있습니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출처 - 경향신문

 

가짜 뉴스 제작자인 폴 호너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만든 가짜 뉴스 사이트에는 언제나 트럼프 지지자들이 찾아왔다며 트럼프가 내 덕분에 백악관에 있게 된 것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캠프의 선대본부장도 자신의 가짜 뉴스를 사실로 여겨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가짜 뉴스가 이렇게 퍼진 이유에 대해 폴 호너는 사람들은 분명히 더 멍청해졌다며 어떤 것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애초에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조롱하기 위해 사람들이 돈을 받고 반트럼프 시위를 한다고 가짜 뉴스를 만들었는데, 트럼프 지지자들이 그걸 진짜 뉴스로 믿고 확산시켰다고 합니다. 가짜 뉴스 제작자인 폴 호너는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트럼프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만들었으나 오히려 그를 도운 셈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어느 쪽 진영이냐를 가리지 않고 가짜 뉴스 자체가 사회에 어떠한 해악을 끼치는지 알 수 있는 단면입니다.


출처 - 한겨레


지금 대한민국에선 가짜 뉴스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의혹을 제기하면 이를 극우 매체와 그 지지자들이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성된 여론은 곧 정치 쟁점으로 부각됩니다. 알맹이 없는 선동에 사회가 휘둘리는 셈이죠. 그러니 '탄핵'이나 '중국 사드 보복'처럼 쟁점이 되는 정보를 보실 때는 한발 물러서서 꼭 팩트 체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기사는 행간을 읽어야 한다는 것,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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