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시간이 왔다
2017년 3월 10일(금) 오전 11시.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를 운명의 날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8일 박근혜 탄핵심판 사건 선고를 10일 오전 11시에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예상했던 7일까지 선고 날짜가 정해지지 않고 헌재 평의가 예상외로 치열하다는 소리가 흘러나오면서 혹시 우려했던 13일 이후 선고되는 것 아니냐 하는 예측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예상 유력 날짜 가운데 하나였던 10일로 발표되었죠.
출처 - 연합뉴스
탄핵이 인용될 것인가 기각될 것인가, 모두의 관심이 쏠리는 지점입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해볼까요? 탄핵심판 선고는 세 가지 가능성 중 하나입니다. 인용, 기각, 각하가 바로 그것인데요. 일단 '각하'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절차상 하자가 있어 탄핵 청구 자체가 심판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결정이 각하인데요, 박근혜 측 대리인이 헌재 8인 체제하의 탄핵심판은 정당성이 없다며 각하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헌재법에 따라 8인 체제로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렇다면 헌재의 결정은 인용 아니면 기각 둘 중 하나로 귀결되겠죠. 정족수는 6명입니다. 헌법재판관 8명 중 6명이 국회의 탄핵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가 '인용'입니다. 인용은 탄핵이 정당하다는 판결이며 박근혜는 그 즉시 대통령직에서 파면됩니다. 그리고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됩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5월 9일이 유력한 대선일로 예측됩니다. 그사이 박근혜는 자연인 신분이 되어 특검의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의 구속 수사 대상이 될 것이 유력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기각'은 국회의 탄핵 청구가 이유 없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결정입니다. 헌법재판관 8명 중 3명 이상이 기각하면 인용 의견이 다수더라도 탄핵은 기각되고 박근혜는 즉각 대통령직으로 복귀합니다. 이미 식물 대통령 상태이니 올 연말 차기 대선까지 있는 듯 없는 듯 지내겠지만, 그를 둘러싼 적폐와 부역자들은 기득권을 더 공고히 할 것이고 검찰은 권력 앞에 꼬리를 내리고 그간의 수사를 흐지부지 종결할 가능성이 큽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헌법재판소는 방청은 물론 TV 방송 등을 통해 탄핵심판 선고 과정을 실시간으로 전 국민이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10일 11시가 되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나 강일원 주심 재판관이 결정문의 요지를 읽고 이후 심판 결과인 주문을 낭독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국회 소추위원의 주장과 이에 대한 박근혜 측 답변, 그에 대한 헌재의 판단 등을 중심으로 결정 이유를 밝히게 되는데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통진당 심판 사례를 비추어보면 약 30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원 일치가 아닌 경우 소수의견 역시 낭독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10일 오전에 시간을 낼 수 있는 분이라면 역사적인 순간을 현장에서 직접 볼 기회도 있습니다. 바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현장 방청입니다. 다만 헌재는 안전상의 이유로 현장 접수를 생략하고 인터넷 신청분에 대한 전자추첨 방식으로 24명의 방청객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신청 기간은 9일 오후 5시까지입니다.
출처 – 헌법재판소 블로그
헌법재판소 방청 신청 페이지 : https://www.ccourt.go.kr/cckhome/kor/event/selectAttendList.do
박근혜는 5가지 쟁점 탄핵사유를 피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는 최순실 게이트, 비선실세 의혹, 대기업 뇌물 의혹 등의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에 위배되는 범죄 의혹을 사유로 대한민국 국회에서 야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발의했습니다. 2016년 12월 9일,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죠. 13가지에 달하는 탄핵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헌법 위배행위
가.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대의민주주의(헌법 제67조 제1항), 국무회의에 관한 규정(헌법 제88조, 제89조),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 조항 위배
나. 직업공무원 제도(헌법 제7조),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헌법 제78조), 평등원칙(헌법 제11조) 조항 위배
다. 재산권 보장(헌법 제23조 제1항),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기본적 인권보장 의무(헌법 제10조), 시장경제질서(헌법 제119조 제1항),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헌법 제66조 2항, 제69조) 조항 위배
라. 언론의 자유(헌법 제21조 제1항),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조항 위배
마. 생명권 보장(헌법 제10조) 조항 위배
법률 위배행위
가. 재단법인 미르,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설립 모금 관련 범죄
나. 롯데그룹 추가 출연금 관련 범죄
다. 최순실 등에 대한 특혜 제공 관련 범죄
- (1) 케이디코퍼레이션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2) 플레이그라운드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3) 주식회사 포스코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4) 주식회사 케이티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5) 그랜드코리아레저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라. 문서 유출 및 공무상 취득한 비밀 누설 관련 범죄
뭔가 복잡합니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탄핵사유를 5가지 쟁점으로 좁혀 변론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비선조직에 따른 국민 주권 위배
-대통령의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뇌물수수 5가지
양측 대리인단은 재판부가 정리한 쟁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죠. 그리하여 헌법재판소는 17차 변론까지 이상 없이 진행했고, 박근혜 측 대리인단의 요구를 반영해 변론 종결일을 지난달 24일에서 27일로 늦춰주는 배려도 했습니다. 이제 탄핵심판 선고일이 발표된 이상 내일 탄핵 인용으로 결정 날 것이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국정감사와 특검에서 드러난 사실만 놓고 봐도 박근혜는 헌재가 정리한 5가지 쟁점 사유 중 어떠한 것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90여 일간 숨 막히게 달려온 추운 겨울도 끝나갑니다. 밝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헌법재판소는 그간 촛불 시민이 보여준 상식과 염원에 맞춰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금요일 저녁에 광화문 광장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지난겨울 모두 수고했다고 서로 격려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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