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을 마무리하며 크리에이티브 시각디자인 집단인 버틀러 잉크(Beutler Ink)에서 한 해 동안 벌어진 전 세계 사건, 사고를 한 장의 그림에 담았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이 그림은 16세기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명화인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을 패러디하여 제작된 것입니다. 그림 안에는 탐욕스러운 트럼프 당선부터 카스트로, 데이비드 보위, 프린스 등 우리 곁을 떠난 명사들에 대한 추모도 담겨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과연 어떻게 표현되었을까요? 삼성 갤럭시노트7 폭발 사건이 조그맣게 실려 있을 뿐입니다. (그림에 노란색 상자로 표시해두었으니 그림을 클릭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면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출처 - Beutler Ink.com


2016년은 우리나라나 전 세계적으로 정말 '격동의 해'라는 말이 어울리는 해였습니다. 훗날 역사가들에겐 흥미진진할 장면일지 모르겠으나 '지금'을 사는 우리에겐 더없이 고된 한 해였죠. 굵직한 사건만 훑어봐도 이렇습니다.

 

 1월 북한 4차 핵실험

 2월 개성공단 폐쇄

 3월 이세돌 vs 알파고 대국

 4월 총선으로 16년 만에 여소야대 및 3당 체제 형성

 5월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

 6월 브렉시트

 7월 영남권 진도 5 규모 지진

 8월 브라질 대통령 탄핵 및 갤럭시노트7 폭발 사건

 9월 이화여대 정유라 특혜 의혹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 JTBC 태블릿 PC 특종

11월 카스트로 사망 /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12월 박근혜 대통령 퇴진 100만 촛불집회 / 탄핵 가결 / 송박영신


이미 일어난 일들이긴 합니다만 정치, 사회, 경제적인 이슈부터 자연재해와 세계적인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 많은 일이 대체 어떻게 한 해 동안 다 일어날 수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훗날 2016년 역사를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이 시기를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집니다.


출처 - 유튜브

 


이 많은 사건, 사고 속에서 우리가 이뤄낸 것 역시 작지 않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국회를 움직여 대통령 탄핵 가결을 이끌어낸 일은 하나의 쾌거이자 세계인에게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영국 BBC는 100만 명 이상이 모인 대규모 시위를 평화롭게 진행한 대한민국 시민의 힘에 놀라워했습니다. 폭력으로 권력을 뒤집어엎는 피의 혁명이 아니라 평화와 비폭력의 방법으로 국민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그 대리자인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받들게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교과서와도 같은 모습을 거시적으로 실현해냈기 때문입니다.


출처 - JTBC


이 때문일까요? 2016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습니다. 《교수신문》은 전국의 교수 611명을 대상으로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이메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2016년 한 해를 규정할 사자성어를 뽑았다고 밝혔는데요, '군주민수'란 《순자》의 왕제 편에 나오는 말로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君以此思危 則危將焉而不至矣)."는 뜻입니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역사학 교수는 좀 더 전복적인 추천 사유를 덧붙였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군주가 배고 백성은 물이란 비유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개념이라는 거죠. 유가사상에 입각한 전국시대의 지식인인 순자가 지배자에게 민본주의를 훈수하는 제왕학에서 파생됐기 때문입니다. 민주공화국에서는 더 이상 무조건 존경받아야 하는 군주도 없고 그 자리에 그냥 가만히 있는 착하고 어린 백성도 없으니 이 사자성어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번역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공화국에서 권력자는 국민의 힘을 대리하는 선출직 공무원일 뿐임을 잊어선 안 될 이유입니다.



이 밖에도 '역천자망(逆天者亡)' '노적성해(露積成海)' '빙공영사(憑公營私)' '인중승천(人衆勝天)' 등 민주주의 원칙과 재권주민의 의미를 밝히고 공적인 일을 빙자해 사익을 챙긴 이들에 대한 비판이 어린 사자성어가 후보에 올랐다고 합니다.

 

출처 - 뉴시스

 

2016년 12월 31일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도심에 시민 110만 명이 운집해 '송박영신' 촛불집회를 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길 바란다는 염원이 10차 촛불집회까지 누적인원 1000만 명의 시민이 촛불을 든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출처 - YTN

 

201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7년은 최순실-박근혜, 그리고 그 부역자들을 엄벌에 처하고 세월호를 비롯한 숱한 의혹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생각비행 독자 여러분의 행복을 빕니다. 저희도 사회에 필요한 책을 펴내면서 힘차게 날아오르겠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판가름할 운명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박근혜 탄핵을 표결하는 날이죠. 12월 9일 국회에서 있을 탄핵 표결 결과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조짐입니다. 여러 차례 촛불집회와 여론 조사를 통해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박근혜의 탄핵과 구속을 요구해왔습니다. 민의를 반영해야 할 국회의원은 응당 그 요구에 맞는 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그런데 이런 국면에서조차 박근혜와 최순실 게이트의 부역자들은 최후까지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대기업 총수들과 김기춘, 장시호를 비롯한 증인들은 5공 청문회 때처럼 "기억에 없다" "송구스럽다" 같은 유명무실한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어 국민의 답답함만 가중시켰죠.


출처 - 경향신문


최순실 게이트의 가장 중요한 증인은 최순실은 공황장애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고, 최순득, 정유라, 우병우 등등 당연히 나와야 할 증인들은 잠적하거나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먹이며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방송을 통한 증언이 국민에게 생중계돼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고 사춘기로서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자녀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한편 대구 시민들로부터 '나라를 홀랑 말아묵은 내시환관당'으로 규정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7일 "솔직히 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됐으면 좋겠다"고 발언해 탄핵 표결을 이틀 앞두고 소속 의원들을 향해 탄핵 부결 표결 압박을 해댔습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따로 청와대로 불러 마지막까지 탄핵 표결에 입김을 불어넣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죠.


더구나 이들은 원칙적으로 허락되지 않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은 지난 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탄핵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을 찾아가 협박한다는 제보가 있다는 사회자(김어준)의 질문에 대해 "탄핵에 찬성하는 몇몇 의원들로부터 공개되면 망신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은근히 알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들었다"고 폭로했습니다.

 

국정원 등 사정기관을 동원해 박근혜와 친박은 탄핵에 찬성하려는 의원들의 뒤를 캐고 이를 빌미로 탄핵을 부결하라는 협박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정농단에 이어 탄핵 표결이란 입법부의 고유 권한까지 농단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최순실 게이트의 주역들과 국정농단의 부역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버티는 한편 최대 몸통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오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와 55분간 면담을 통해 "탄핵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이 되면 탄핵 소추 절차를 밟아서 가결이 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되어 있다"며 스스로 퇴진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밝혔습니다. 악을 쓰며 사약조차 걷어찬 장희빈처럼 버틸 때까지 버티겠다는 심산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러한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 떄문에 대한민국 경제는 초토화 위기에 처했습니다. 소비 심리는 급랭했고, 가계부채 폭탄은 터지기 직전이며, 부동산값은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과 해운업의 구조조정으로 대량 실업이 발생하기 시작했음에도 정부는 몸사리기에 바쁘고,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꼭두각시 박근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대통령 임기를 채우려고 혈안입니다. 그 와중에 한국 경제는 위기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이렇게 가다간 박근혜는 민주화뿐 아니라 그나마 아버지의 공으로 사람들이 인식하는 산업화까지 동시에 붕괴시킨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부패 세력과 국정농단의 주범들을 심판하기 위한 운명의 한 주에도 시민들은 곳곳에서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 민주주의는 국민의 주말을 먹고 자란다"는 말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불통 세력인 박근혜와 부역자들 탓에 지치고 짜증나시겠지만 이제 한 걸음 남았습니다.


출처 - 더300


대한민국 국민은 박근혜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두고 청와대뿐 아니라 국회에 대한 압박도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말 새누리당 당사 앞을 가득 채우고 행동에 들어간 촛불시위 보셨죠? 이번주는 더 본격화됩니다. 이미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공문을 보내 8일 오후 7~11시와 9일 오후 1시30분부터 본회의 종료시까지 광장을 시민에게 개방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오늘 아침 국회의장실은 국회 내 집회를 불허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국민은 8~9일 국회 본관 앞 광장에서 유권자 시국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OECD 국가 중 국회 본관에 담장을 두거나 담장 밖 100미터 이내에서 국민의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외에는 없다는 사실을 주지하기 바랍니다. 민의의 대리자인 국회의원들이 모인 입법부의 광장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산실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출처 - YTN


국민은 8일에는 산업은행 앞에서 국회를 에워싸는 행진을 벌일 예정이며, 탄핵소추안 의결이 예정된 9일까지 계속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지난 주말과 마찬가지로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도 촛불집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박근혜 정권 끝장 내는 날"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오는 10일 집회는 지난 주말처럼 오후 4시에는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 1차 행진, 오후 6시에 본집회, 오후 7~8시 사이 2차 행진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현장 참석이 어려우신 분들은 오후 7시 소등과 경적 시위로 참여하시면 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한국 현대사의 향방을 가를 이 운명의 한 주를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요? 우리는 후손에게 어떤 역사를 물려줄 수 있을까요? 불의한 정권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끌어내린 자랑스러운 민주 시민의 날로 기록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난 11월 12일과 26일 서울에서만 100만, 140만의 촛불이 모였습니다. 사상 최대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국민과 함께 참여하며 뿌듯하셨죠? 현장에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방송으로 보신 분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 SNS에서 유명세에 오른 '장수풍뎅이 연구회'나 '민주묘총' 같은 재기 넘치는 깃발들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궁금하실 겁니다. 각종 유인물은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 조직된 힘으로 제작되는 것이 많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사비를 지출해 만들어서 나눠주는 분도 많습니다. TV에서 그런 분들이 소개되기도 했죠.


출처 - KBS


1000만 원이면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큰 금액입니다. 그런데도 시위에 나오시는 분들에게 나눠줄 피켓과 수건 등을 자비로 만들어 나눠주시다니 참 대단한 분들이십니다. 부패한 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로 어려운 이때 그나마 생활 경제가 유지되는 건 이런 소시민들의 의지와 노력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시위가 일어나면 새누리당과 우익 언론들은 경제를 좀 먹는다며 시위 중지를 종용했고, 언론은 시위 때문에 매출에 지장이 많다는 자영업자의 볼멘소리를 인터뷰 장면으로 내보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박근혜 퇴진을 위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거리로 나온 사상 최대 인파가 운집한 촛불시위를 경험하신 분들은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얘긴지 실감하셨을 겁니다. LED 촛불과 양초를 파는 사람들부터 먹거리와 음료를 파는 노점, 편의점, 음식점, 카페에 이르기까지 광화문 일대 가게의 재료가 동이 날 정도로 사람들이 미어터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셨을 테니까요.


출처 - 유튜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100만 명이 모였다면 물을 먹어도 더 많이 먹고 음식을 먹어도 더 많이 먹을 텐데 장사가 안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이승환, 전인권 등 유명 가수들의 노래와 함께하는 촛불시위는 시쳇말로 '서울 하야 페스티벌'이라고도 불립니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심각한 정국이지만 촛불시위 현장은 마치 축제의 현장과도 같습니다. 국내외 유수 록 페스티벌이라도 100만 명의 관객을 모으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록 페스티벌은 경제를 살리는 관광 산업이고 시위는 경제 민폐라니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죠.


출처 - 헤럴드경제


11월 광화문 주말 상권은 아주 좋았습니다. 촛불이 지나간 자리에는 민주주의와 함께 매출이 는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으니까요. 광화문, 시청 앞 등은 다양한 공기관과 기업이 모인 대표적인 주중 상권입니다. 주말에는 몇몇 장소를 제외하곤 문을 닫을 정도로 장사가 안되죠. 그런데 이번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 덕분에 광화문, 시청 등지의 카페, 편의점, 숙박업소, 식당 등의 매출은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GS25는 지난 12일 100만 촛불을 들었을 때 시청과 광화문 인근 20개 점포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매출이 2~3배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세븐일레븐도 같은 기간 매출이 117.5퍼센트 높았다고 합니다. 노점에서 파는 따뜻한 음료와 핫팩은 일찌감치 완판되었죠.


출처 - 중앙일보


주말마다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KTX와 버스를 대절해 올라오는 지방 상경객 덕분에 대중교통 수단은 매진이 속출합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시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바로 내려갈 수도 없으니 숙박도 해야 합니다. 실제 촛불시위가 계속되는 11월 주말마다 광화문과 시청 등지의 숙박업소들은 특급호텔부터 작은 모텔에 이르기까지 휴가철과 비슷하게 빈방 구하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광화문 광장, 시청 광장과 가까운 특급 호텔은 시위로 인해 예약을 취소한 외국인 투숙객들 대신 시위에 참여했거나 역사의 순간을 가족 단위로 눈에 담기 위해 온 국민으로 꽉 찼습니다. 서울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더 플라자 호텔은 800만 원짜리 스위트룸을 제외한 410개 객실이 꽉 찼고, 광화문 광장에 가까운 포시즌스 호텔은 가장 저렴한 객실이 40만 원이 넘는 5성급 호텔이지만 평소보다 객실 이용률이 30퍼센트 이상 뛰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촛불의 경제학'이라고 할 만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우리나라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은 분명히 좋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국격을 너무나 떨어뜨린 탓에 어떤 심각한 상황이 닥칠지 모를 정도입니다. 중국의 한한령 때문에 이미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고요. 그러니 현재의 경제적 문제는 이명박근혜 정부의 무능함과 부패 때문이지 촛불시위 때문이 아닙니다. 시위는 오히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현장 실물 경제를 돌리는 이벤트로서 톡톡히 기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위 현장 부근의 차량 흐름이 오히려 더 좋아졌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출처 - 조선일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글로벌 큰손들은 대기업에 최순실이 연루된 게 사실이라면 한국 투자를 줄일 생각이라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대기업과 박근혜 최순실과의 뇌물과 특혜가 사실이 될 경우, 세계의 대형 연기금들이 투자 제외 대상으로 분류하는 부정부패 기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큰 연기금들은 자체적인 기준을 쓰기도 하지만 유엔의 책임 투자 원칙(PRI) 약정서에 서명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기엔 뇌물 등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기업엔 투자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들어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2006년 만들어진 이 유엔 PRI에 서명한 연기금, 국부펀드 등 이른바 자산 소유자들이 굴리는 돈은 무려 16조 600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2경 원에 달합니다. 안 그래도 외화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경제를 생각하면 이런 사태를 벗어나기 위해선 깨끗한 경영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시위를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빨리 퇴진해야 하며 최순실을 비롯해 국가 경제와 품격을 좀먹은 부역자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고 마땅히 처벌하는 한편 그들이 쌓은 부를 환수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경제 회복과 국가 재건의 시작점입니다.

 

1960년 4월 19일, 학생과 시민이 중심이 되어 부정선거로 얼룩진 이승만 정권을 심판한 4.19 혁명.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 정신의 기둥 중 하나입니다. 민중의 힘으로 독재자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한 역사적 이정표로 기억되는 4.19 혁명은 같은 시기 아시아 국가들의 민주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미국 주도의 냉전에 가담하는 미일상호방위조약 개정에 반대하여 일어난 일본의 안보투쟁과 대만의 민주화운동은 4.19 혁명에 큰 영감을 받은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한 나라의 시위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준 사례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지구촌이 된 오늘날 전 영역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일이 더욱 빈번해졌으니까요. 최근 세계 각국의 시위 현장에서 드러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중문화, 특히 영화의 영향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최근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시위 현장에 영향을 끼친 영화를 주목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의 '촛불집회'와

미국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에 등장한 가면 - 〈브이 포 벤데타〉



출처 - 한겨레


"우리는 상위 1%의 탐욕에 저항하는 99%다"라는 구호와 함께 시작된 '점령하라' 시위는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확산했습니다. 세계 금융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월스트리트에서 청년들이 행진하며 99퍼센트를 위한 사회를 요구했습니다. 그 가운데 한국인에게 친숙한 가면도 보였습니다. 콧수염 난 하얀 광대 가면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굴욕적인 외교의 결과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수많은 사람이 쓰고 나왔던 바로 그 가면입니다.



출처 - 워너브라더스


한국과 미국, 유럽의 시위 현장에 자주 등장한 이 익숙한 가면의 실체는 바로 '가이 포크스 가면'입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독재사회를 방불케 하는 부패권력에 대항해 시민의 저항과 궐기를 촉구한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인 '브이'가 쓰고 나오는 가면이 바로 그것입니다. 영화의 절정 부분에 1퍼센트의 독재에 반대하는 뜻을 표명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99퍼센트의 시민이 브이 대신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국회의사당 앞을 가득 메우는 장면은 참으로 장관입니다. 그 이후부터 익명의 99퍼센트를 자처하는 시위 현장에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태국 반쿠데타 시위대의 세 손가락 – 〈헝거게임〉



출처 - 연합뉴스


입헌군주제 국가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태국은 안타깝게도 쿠데타가 끊이지 않는 나라입니다. 1932년부터 총 19차례 쿠데타가 일어나 12번 성공했다고 하니 올림픽처럼 4년에 한 번 쿠데타가 일어난 꼴입니다. 그런데 지난 5월 태국에 또다시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태국에서 군사쿠데타가 유난히 잦은 이유는 형식적으론 입헌군주제 체제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군사정권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국은 예로부터 주변국의 침략이 잦았기에 군의 위상이 막강합니다. 국군통수권이 국왕에게 있다고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국방장관이나 각 군 사령관이 행사하는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더구나 군의 정치 참여를 인정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상원의원의 55퍼센트가 전, 현직 군부 인사라는 점도 입헌군주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합니다.

이번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의 시위에서 지난 18차례의 쿠데타 때와는 다른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요, 세 손가락을 붙여 하늘로 곧게 드는 행동이 그것입니다. 지난 6월 1일 태국 수도 방콕의 번화가 아속역에 모인 수백 명의 사람이 동시에 세 손가락을 번쩍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중심으로 모여든 반쿠데타 시위대는 민주주의 회복과 군부 퇴진 같은 구호를 외쳤습니다.



출처 - 뉴스1


태국 반 쿠데타 시위대가 왼손 검지, 중지, 약지 이 세 손가락을 붙여 번쩍 들어 올린 몸짓은 영화 〈헝거게임〉에 나옵니다. 주인공 캣니스는 12개국을 식민지로 거느린 독재국 판엠의 식민체제를 무너뜨리는 구심점이 되는데요, 이때 12개 식민지 시민이 캣니스를 지지하며 제국주의 독재자인 판엠의 국왕을 규탄하는 의미로 이런 행동을 취합니다. 태국 반 쿠데타 시위대는 군부의 야욕에 반대하는 의미로 이 동작을 가져다 썼습니다. 이런 행동은 시위대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가 군부는 이런 몸짓을 한 채 침묵시위하는 사람마저 체포해 갈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홍콩 우산혁명으로 드러난 민주주의 요구 – 〈변호인〉



출처 - 뉴시스


경찰의 최루탄과 물대포를 우산으로 막아내는 시위대의 모습에서 이름을 따온 홍콩의 우산혁명. 홍콩의 우산혁명의 발단은 행정장관 선출 방식 때문이었습니다. 일국양제라는 이름으로 영국의 홍콩 반환 후에도 중국 본토와는 다른 체제를 유지해온 홍콩이지만 중국 중앙정부의 간섭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중국 중앙정부가 약속했던 홍콩의 행정수반인 행정장관 선거를 직선제가 아닌 친중국계 선거인단을 통해 간접선거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전두환의 체육관 선거 같은 폭거에 대항하여 수많은 홍콩 시민이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섭니다. 체육관 선거로 얼룩진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직선제 쟁취를 추구한 면, 17세 학생인 조슈아 웡이 이 혁명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1980년대 민주화 요구 운동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실제로 홍콩 시민의 상당수가 한국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부림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되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이 바로 그것입니다.




부림사건(釜林事件)은 부산의 학림 사건이라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입니다. 전두환, 노태우의 신군부 정권 초기인 1981년 9월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한 사건을 의미합니다.

 

군부독재 시절 인권을 유린당한 한 학생의 변호를 맡으며 인간적인 변호사로 변모하는 모습을 생생히 그려낸 영화 <변호인>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직선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군부에 맞선 홍콩 시민의 눈에는 영화의 상황이 자신들의 현재 모습과 겹쳐 보였나 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영화 '변호인'을 보고 한국 국민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쟁취했는지를 알았어요. 민주화를 위해 희생을 치른 한국 국민이 홍콩의 민주화를 더 많이 지원해주길 바랍니다." 30일(현지시간) 홍콩정부청사 부근 타마르공원에서 만난 도리아 허는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하자 한국과 홍콩의 민주화 과정이 유사하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도심 점거 시위를 주도하는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의 회원인 그는 '변호인'이 홍콩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집회에서 일부 연설자들이 영화 변호인을 언급하며 홍콩 시민이 독재정권에 저항한 한국 국민처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기사가 현지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르포> 홍콩시위대 "한국처럼 민주화 위한 희생 각오"(연합뉴스)


영화 <변호인>은 홍콩 개봉 첫 주에는 흥행 성적이 저조했으나 위와 같은 입소문을 타며 셋째 주에 홍콩 박스오피스 6위에 오르는 상승세를 탔습니다. 인터뷰한 저 시민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도 <변호인>이라는 영화에 드러난 한국인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에 큰 영감을 받았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 트위터


한 트위터 이용자가 남긴 민주화가 선거의 결과가 아니냐며 그들도 그런 선거를 하고 싶다며 남긴 글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홍콩 우산혁명이 한국 영화 <변호인>에 영감을 받았다고 하지만, 퇴행하는 한국의 민주주의 상황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문화가 국경을 뛰어넘어 다른 사회에 끼치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생각할 때, 지금 현재 한국의 상황이 주변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고민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변호인>의 명대사를 인용합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