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첫째 아들이자 현재 북한의 지배자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피살되었습니다. 김정남은 유럽을 비롯해 중국, 마카오, 싱가포르 등 해외를 전전하며 생활한 엘리트 계층이지만 북한 내에 적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간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그의 기이한 행동은 양녕대군처럼 권력승계에서 밀려난 존재로서 살아남기 위한 계획된 행동이었다는 분석도 있었죠.


출처 - 중앙일보


지난 2010년 민주평통 이기택 수석부의장이 전해들었다는 내용에 의하면, 김정일이 죽기 직전 와병 중일 때 김정남에게 부친이 아픈데 왜 평양에 가지 않느냐 바통터치하러 가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정남은 "내가 왜 갑니까. 바통터치도 하기 싫습니다. 북한이 망해가는데요. 오래 가겠습니까?" 하고 답했다고 합니다. 북한 붕괴를 예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고 권력 승계에 대한 욕망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김정남을 굳이 암살한 것은 김정은의 편집증적인 성격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김정남은 김정은에게 정치적 위협이 될 존재가 아닌데도 2012년 이후 계속 암살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죠.


출처 - 연합뉴스


처음에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두 여자에게 둘러싸인 김정남이 독침을 맞고 암살당했다고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의 단독 기사가 나온 직후 암살 소식이 전해져 SNS를 중심으로 박근혜와의 연관이 밝혀지기 전에 국정원에 의해 암살당한 게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엔 대사를 미행하다 걸리고 댓글부대를 운용한 게 들통나는 국정원이 마티즈를 운용할 수도 없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암살에 성공할 만큼 유능할 리 없다는 누리꾼들의 결론이 나오기도 했죠.


출처 - 경향신문


[단독]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대북 비선은 김정남이었다(경향)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2111459001&code=910303


현재로는 북한 김정은의 사주를 받은 자들에 의해 김정남이 암살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이 중세도 아닌데 무슨 독침으로 암살을 하느냐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CCTV 판독에 의하면 독침이 아니라 독성이 든 스프레이일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고 하는군요. 작년 터키에서 세계로 실시간 중계된 러시아 대사 암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독은 여전히 강력한 암살 수단입니다.


출처 - 시사IN


지난 1998년 푸틴의 반정부 인사 암살계획을 폭로하고 영국으로 망명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도 2006년 독에 의해 암살당했습니다. 망명 후 러시아 반정부 활동을 하고 있던 그는 2006년 FSB 동료와 옛 KGB 요원을 만났는데, 이후 복통을 느끼고 입원한 지 2주 만에 숨진 겁니다. 그가 마친 차에서 폴로늄 210이라는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었는데, 이는 청산가리 독성의 1조 배에 달하는 치명적인 물질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사라예보의 총성으로 알려진 1914년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암살 사건은 제1차 세계대전의 방아쇠를 당긴 계기로 익히 알려져 있는데요, 사실 그 암살 과정은 조잡한 한편의 희극 같았습니다.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지배하에 있던 세르비아를 독립시키려던 민족주의 암살단인 흑수단이 대공의 목숨을 노렸습니다. 암살을 위해 요원을 여러 차례 배치했지만 어이없는 실수로 암살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죠. 대공의 차를 처음으로 마주친 요원은 겁이 나서 그냥 지나쳤고, 두 번째 요원은 폭탄을 던졌지만 잘못 던져 대공의 뒷차 앞에서 폭발해 애먼 사람들만 다쳤습니다.

 

번번이 실패하던 암살이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예정에 없던 대공의 돌출행동과 운전사의 실수가 겹쳤기 때문이었습니다. 자기 때문에 다친 사람들을 위문하겠다며 갑자기 병원으로 행선지를 바꾼 대공의 의향을 따라 운전사가 차를 돌렸습니다. 가는 길을 잘못 통보받아 헤매던 운전사가 길을 찾기 위해 어느 매점 앞에 잠시 차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매점에 흑수단 암살자가 밥을 먹으러 와 있었죠. 대공을 알아본 그는 차 안으로 총을 쏘았습니다. 폭탄으로도 죽이지 못했던 대공과 그의 부인은 이렇게 암살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빌미로 오스트리아는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고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의 삼국동맹이 형성되어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되죠. 조잡한 희극 같았던 암살이 세계의 참극으로 이어진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김정남 암살 사건을 우리가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조잡하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피살 사건이지만, 이 일로 세계의 정세가 어떻게 뒤바뀔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합니다. 트럼프가 러시아와 결탁했을지 모른다는 의혹 속에서 취임하자마자 탄핵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보호를 받는 김정남 암살이 김정은의 지시로 이뤄진 일이라면, 이번 사건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넘길 일은 아닌 셈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우리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하루하루 요동을 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탄핵정국입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주도권 다툼과 세력 간 충돌만이 난무하는 형국입니다. 우주의 기운 운운하던 박근혜는 탄핵되어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했고, 그 빈자리를 메울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은 해야 할 일은 제쳐두고 의전에만 집착합니다. 대한민국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 헌재는 하루빨리 탄핵을 인용하길 바랍니다. 우리는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일할 지도자를 뽑아 이 난세를 헤쳐나가야 합니다. 지난 정월대보름을 밝힌 전국 80만 촛불이 의미하는 바를 사법부와 정치권이 분명하게 인식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 바둑계 최강자 중 한 명인 이세돌 9단을 이긴 지 1년여가 되어 갑니다. 그사이 세계최강을 자처하던 중국의 커제를 비롯해 바둑계 고수들이 알파고에 완패했죠. 최근 프로 포커판에서도 인공지능이 승리를 거뒀습니다. 기계와 인간의 대결 국면이 영화에나 나오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기계와 인류가 이미 지적 경쟁을 벌이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100여 일 전 우리나라 병원에서 진단용 인공지능을 도입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죠.


출처 - 매일경제


지난해 가천 길병원은 IBM의 인공지능 암 진단 컴퓨터인 '왓슨'을 도입했습니다. 이번에 길병원은 그동안 대장암, 위암, 폐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5개 암 환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왓슨의 처방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인간 의사와 왓슨이 서로 다른 처방을 한 경우는 4번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환자들은 모두 인공지능 왓슨의 처방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출처 - 세계일보


그 이유가 궁금하시죠? 인간 의사의 암 진단 평균 정확도가 50~60퍼센트인데 반해 인공지능 왓슨의 정확도는 90퍼센트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는 왓슨이 사람의 능력과 시간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90종의 의학저널, 200종의 의학 교과서, 12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압도적인 분량의 정형, 비정형 의료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입니다. 암 진단이 나오면 환자들은 으레 다른 병원을 찾아 다양한 의사에게 소견을 묻곤 합니다. 하지만 왓슨은 여러 병원, 다양한 의사의 관점을 이미 방대한 데이터로 축적하고 있는 셈이어서 진단에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길병원의 사례만이 아니라 인간 의사와 인공지능 의사의 판단이 엇갈릴 경우, 환자가 인공지능 의사의 판단을 신뢰하는 경향이 의료계에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경향이라고 합니다.

출처 - 한국일보


이런 징후는 법조계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2013년 옥스퍼드 마틴스쿨은 <고용의 미래: 우리 직업은 컴퓨터화에 얼마나 민감한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바 있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없어질 직업이 나오는데요, 텔레마케터(99%), 시계 수선공(99%), 스포츠 심판(98%), 택시기사(89%), 프로그래머(48%), 경제학자(43%), 판사(40%), 금융전문가(23%), 기자(11%) 등이 그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고도의 이성적 능력이 요구되는 판사조차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40퍼센트에 달했습니다. 2013년과 2017년 사이에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은 엄청났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이와 같은 보고서가 나온다면 앞서 제시된 직업군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가능성은 더 커지겠죠.

 

카이스트 이광형 교수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은 피고로 법정에 서게 되어 인간 판사와 인공지능 판사를 선택할 수 있다면 60퍼센트 이상이 인공지능 판사에게 재판을 받겠다고 답변했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우 인간 판사에 대한 신뢰가 아직은 좀 더 높은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인공지능 판사를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런 결과는 공권력과 법조계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이 강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작년에는 정운호 사건으로 전·현직 부장판사와 검사들이 쇠고랑을 차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법부 역사상 세 번째로 대법원장이 공식 사과문을 내기도 했죠. 또한 작년 OECD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27퍼센트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OECD 평균 신뢰도가 54퍼센트니 딱 절반인 셈입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낫거나 공정한 판결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기보다 최소한 인간 판사처럼 전관예우나 금품 로비 때문에 판결을 어그러뜨리지는 않으리라고 믿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만 되어도 감지덕지한 우리 법조계의 실상이 드러나는 뼈아픈 결과라고 할 수 있죠.


출처 - JTBC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하고 대행 체제가 들어선 직후 박근혜 대통령 측의 무더기 증인 신청이 받아들여져 2월 탄핵이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되자 국민과 야권, 시민단체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만일 인공지능이 서포트 역할로 탄핵 판결에 도입되었다면 그 과정이 어떠했을까요? 적어도 변론 기간이 훨씬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군요.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고통을 종식할 탄핵 인용을 늦어도 3월 초에는 하기 바랍니다. 이보다 늦어진다면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도는 최악의 수준을 면치 못할 테니까요.

 

미국인들 성미가 우리보다 급한가 봅니다. 박근혜가 대한민국을 망쳐놓는 데 3년이 걸렸지만 트럼프는 불과 열흘 만에 미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의해 난민 수용을 120일 동안 중단하고, 이란, 이라크, 수단, 소말리아 등 7개 나라 국적자의 미국 입국이 90일 동안 금지되었죠. 이슬람교도 퇴출을 위한 초강경책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처에 항의하기 위해 JFK 공항을 비롯해 억류된 난민과 7개국 국민의 입국과 이민을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노골적으로 인종주의와 종교 차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죠.


출처 - 뉴스천지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멕시코 장벽을 진짜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히스패닉 불법 이민자들의 유입 차단이 목적인데, 이를 멕시코의 부담으로 지어야 한다고까지 주장해 멕시코 대통령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하기에 이르렀죠. 장벽 건설 비용은 무려 100억 달러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미 4대강이라는 국가적 삽질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그리 놀랄 액수는 아닙니다. 어마어마한 멕시코 장벽 건설비도 4대강 사업 공사비 22조 원의 절반밖에 안 된다니 이명박이 나라를 얼마나 망쳐놨는지 새삼 실감하게 되는군요.


출처 - 동아일보


미국 사회의 반발이 심상치 않습니다. 퇴임한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트럼프의 행정명령들이 잘못됐다고 반발하면서 미국은 사실상 정치적 내전 상태에 돌입한 형국입니다. 뉴욕주 연방판사는 트럼프의 반 이민 행정명령으로 구금된 무슬림들의 송환을 금지하는 긴급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법원이 긴급정지시킨 셈인데요, 뉴욕주 법무장관은 이 행정명령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고 초법적이며 반미국적 조치"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뿐 아니라 워싱턴, 버지니아, 매사추세츠 등 각 주 또한 해당 행정명령에 위헌 심판을 내며 트럼프의 정책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출처 - 뉴시스


트럼프 또한 초강경책으로 이를 맞받아쳤습니다. 자신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발한 법무장관 대행을 전격 해임해버린 겁니다. 그러면서 취업 비자까지 손대려고 하고 있습니다. 외국 전문인력 대상 취업비자의 전면 재검토 행정명령을 내릴 것이라는 건데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이 미국 경제를 견인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은 이 취업비자로 세계의 인재들을 뽑아 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 기업의 성장 동력을 대통령이 나서서 잘라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할리우드 등 문화·예술 기업들까지 이민자들의 안정적인 업무 계속을 위해 경제적, 법률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천명하며 트럼프와 각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경향신문

 

열흘 만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밑에서 4년씩이나 기다릴 수 없다며 벌써 탄핵론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조지타운 대학교 법학 교수인 로자 브룩스는 <2020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낼 3가지 방법>이란 기고문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공공정책조사기관이 수행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탄핵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35퍼센트를 넘어섰습니다. 아직은 반대 50퍼센트의 여론이 있긴 하지만 트럼프가 취임한 지 열흘밖에 안 된 시점임을 고려한다면 탄핵 찬성 여론이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조차 트럼프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으니 설마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출처 - 자주시보

출처 - 경향신문

 

트럼프 취임 열흘 만에 벌어진 미국 사회의 대혼란. 어떻게 보면 지난 3년간 대한민국의 현실을 빨리감기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한국이 미국에 앞선 정치 경험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신기한 기분입니다. 실제로 그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3월 전에 박근혜 대통령을 몰아내고 퇴행하는 역사의 시곗바늘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하겠죠. 대한민국의 미래가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2016년을 마무리하며 크리에이티브 시각디자인 집단인 버틀러 잉크(Beutler Ink)에서 한 해 동안 벌어진 전 세계 사건, 사고를 한 장의 그림에 담았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이 그림은 16세기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명화인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을 패러디하여 제작된 것입니다. 그림 안에는 탐욕스러운 트럼프 당선부터 카스트로, 데이비드 보위, 프린스 등 우리 곁을 떠난 명사들에 대한 추모도 담겨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과연 어떻게 표현되었을까요? 삼성 갤럭시노트7 폭발 사건이 조그맣게 실려 있을 뿐입니다. (그림에 노란색 상자로 표시해두었으니 그림을 클릭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면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출처 - Beutler Ink.com


2016년은 우리나라나 전 세계적으로 정말 '격동의 해'라는 말이 어울리는 해였습니다. 훗날 역사가들에겐 흥미진진할 장면일지 모르겠으나 '지금'을 사는 우리에겐 더없이 고된 한 해였죠. 굵직한 사건만 훑어봐도 이렇습니다.

 

 1월 북한 4차 핵실험

 2월 개성공단 폐쇄

 3월 이세돌 vs 알파고 대국

 4월 총선으로 16년 만에 여소야대 및 3당 체제 형성

 5월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

 6월 브렉시트

 7월 영남권 진도 5 규모 지진

 8월 브라질 대통령 탄핵 및 갤럭시노트7 폭발 사건

 9월 이화여대 정유라 특혜 의혹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 JTBC 태블릿 PC 특종

11월 카스트로 사망 /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12월 박근혜 대통령 퇴진 100만 촛불집회 / 탄핵 가결 / 송박영신


이미 일어난 일들이긴 합니다만 정치, 사회, 경제적인 이슈부터 자연재해와 세계적인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 많은 일이 대체 어떻게 한 해 동안 다 일어날 수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훗날 2016년 역사를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이 시기를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집니다.


출처 - 유튜브

 


이 많은 사건, 사고 속에서 우리가 이뤄낸 것 역시 작지 않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국회를 움직여 대통령 탄핵 가결을 이끌어낸 일은 하나의 쾌거이자 세계인에게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영국 BBC는 100만 명 이상이 모인 대규모 시위를 평화롭게 진행한 대한민국 시민의 힘에 놀라워했습니다. 폭력으로 권력을 뒤집어엎는 피의 혁명이 아니라 평화와 비폭력의 방법으로 국민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그 대리자인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받들게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교과서와도 같은 모습을 거시적으로 실현해냈기 때문입니다.


출처 - JTBC


이 때문일까요? 2016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습니다. 《교수신문》은 전국의 교수 611명을 대상으로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이메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2016년 한 해를 규정할 사자성어를 뽑았다고 밝혔는데요, '군주민수'란 《순자》의 왕제 편에 나오는 말로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君以此思危 則危將焉而不至矣)."는 뜻입니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역사학 교수는 좀 더 전복적인 추천 사유를 덧붙였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군주가 배고 백성은 물이란 비유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개념이라는 거죠. 유가사상에 입각한 전국시대의 지식인인 순자가 지배자에게 민본주의를 훈수하는 제왕학에서 파생됐기 때문입니다. 민주공화국에서는 더 이상 무조건 존경받아야 하는 군주도 없고 그 자리에 그냥 가만히 있는 착하고 어린 백성도 없으니 이 사자성어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번역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공화국에서 권력자는 국민의 힘을 대리하는 선출직 공무원일 뿐임을 잊어선 안 될 이유입니다.



이 밖에도 '역천자망(逆天者亡)' '노적성해(露積成海)' '빙공영사(憑公營私)' '인중승천(人衆勝天)' 등 민주주의 원칙과 재권주민의 의미를 밝히고 공적인 일을 빙자해 사익을 챙긴 이들에 대한 비판이 어린 사자성어가 후보에 올랐다고 합니다.

 

출처 - 뉴시스

 

2016년 12월 31일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도심에 시민 110만 명이 운집해 '송박영신' 촛불집회를 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길 바란다는 염원이 10차 촛불집회까지 누적인원 1000만 명의 시민이 촛불을 든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출처 - YTN

 

201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7년은 최순실-박근혜, 그리고 그 부역자들을 엄벌에 처하고 세월호를 비롯한 숱한 의혹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생각비행 독자 여러분의 행복을 빕니다. 저희도 사회에 필요한 책을 펴내면서 힘차게 날아오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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