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불신 탓, 인공지능 판사 선호도 높아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 바둑계 최강자 중 한 명인 이세돌 9단을 이긴 지 1년여가 되어 갑니다. 그사이 세계최강을 자처하던 중국의 커제를 비롯해 바둑계 고수들이 알파고에 완패했죠. 최근 프로 포커판에서도 인공지능이 승리를 거뒀습니다. 기계와 인간의 대결 국면이 영화에나 나오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기계와 인류가 이미 지적 경쟁을 벌이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100여 일 전 우리나라 병원에서 진단용 인공지능을 도입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죠.


출처 - 매일경제


지난해 가천 길병원은 IBM의 인공지능 암 진단 컴퓨터인 '왓슨'을 도입했습니다. 이번에 길병원은 그동안 대장암, 위암, 폐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5개 암 환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왓슨의 처방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인간 의사와 왓슨이 서로 다른 처방을 한 경우는 4번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환자들은 모두 인공지능 왓슨의 처방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출처 - 세계일보


그 이유가 궁금하시죠? 인간 의사의 암 진단 평균 정확도가 50~60퍼센트인데 반해 인공지능 왓슨의 정확도는 90퍼센트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는 왓슨이 사람의 능력과 시간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90종의 의학저널, 200종의 의학 교과서, 12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압도적인 분량의 정형, 비정형 의료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입니다. 암 진단이 나오면 환자들은 으레 다른 병원을 찾아 다양한 의사에게 소견을 묻곤 합니다. 하지만 왓슨은 여러 병원, 다양한 의사의 관점을 이미 방대한 데이터로 축적하고 있는 셈이어서 진단에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길병원의 사례만이 아니라 인간 의사와 인공지능 의사의 판단이 엇갈릴 경우, 환자가 인공지능 의사의 판단을 신뢰하는 경향이 의료계에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경향이라고 합니다.

출처 - 한국일보


이런 징후는 법조계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2013년 옥스퍼드 마틴스쿨은 <고용의 미래: 우리 직업은 컴퓨터화에 얼마나 민감한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바 있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없어질 직업이 나오는데요, 텔레마케터(99%), 시계 수선공(99%), 스포츠 심판(98%), 택시기사(89%), 프로그래머(48%), 경제학자(43%), 판사(40%), 금융전문가(23%), 기자(11%) 등이 그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고도의 이성적 능력이 요구되는 판사조차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40퍼센트에 달했습니다. 2013년과 2017년 사이에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은 엄청났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이와 같은 보고서가 나온다면 앞서 제시된 직업군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가능성은 더 커지겠죠.

 

카이스트 이광형 교수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은 피고로 법정에 서게 되어 인간 판사와 인공지능 판사를 선택할 수 있다면 60퍼센트 이상이 인공지능 판사에게 재판을 받겠다고 답변했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우 인간 판사에 대한 신뢰가 아직은 좀 더 높은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인공지능 판사를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런 결과는 공권력과 법조계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이 강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작년에는 정운호 사건으로 전·현직 부장판사와 검사들이 쇠고랑을 차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법부 역사상 세 번째로 대법원장이 공식 사과문을 내기도 했죠. 또한 작년 OECD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27퍼센트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OECD 평균 신뢰도가 54퍼센트니 딱 절반인 셈입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낫거나 공정한 판결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기보다 최소한 인간 판사처럼 전관예우나 금품 로비 때문에 판결을 어그러뜨리지는 않으리라고 믿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만 되어도 감지덕지한 우리 법조계의 실상이 드러나는 뼈아픈 결과라고 할 수 있죠.


출처 - JTBC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하고 대행 체제가 들어선 직후 박근혜 대통령 측의 무더기 증인 신청이 받아들여져 2월 탄핵이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되자 국민과 야권, 시민단체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만일 인공지능이 서포트 역할로 탄핵 판결에 도입되었다면 그 과정이 어떠했을까요? 적어도 변론 기간이 훨씬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군요.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고통을 종식할 탄핵 인용을 늦어도 3월 초에는 하기 바랍니다. 이보다 늦어진다면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도는 최악의 수준을 면치 못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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