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멜트스루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는 NHK 등 일본 현지 언론의 보도가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녹아내린 원자로 내에 핵연료가 머물러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원자로 바닥을 뚫고 나온 멜트스루 상황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지난달 30일 촬영된 2호기 원자로 콘크리트 격납용기 내 사진을 분석해본 결과 1미터 크기의 녹아내린 구멍이 생겼고 방사선량이 시간당 최대 530시버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는 사고 발생 이듬해인 2012년 실측치 방사선량의 7배가 넘는 것으로 30초만 쐬면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인 수치입니다. 이 때문에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폐로를 위해 세운 조사 계획과 피폭 안전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출처 - 뉴스1
하지만 이런 일이 사고가 터진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로 착각하시면 곤란합니다. 후쿠시마 방사능이 한국까지 덮쳐온다며 인터넷을 떠도는 소문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 원전이 우리나라 국민을 피폭시키고 있음이 밝혀졌다는 얘기를 하려는 겁니다.
월성원전 주변 주민들의 심각한 방사선 피폭 상황
출처 - 오마이뉴스
경북 경주 월성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의 몸속에서 방사성물질이 100퍼센트 검출되었습니다. 5세부터 19세까지 아이들도 9명이나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죠. 지난 21일 환경운동연합과 경주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가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에 의뢰해 나온 검사 결과 검사받은 주민 전원에게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나왔음을 확인했습니다.
삼중수소는 원전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방사성물질로 크기가 매우 작아 금속과 콘크리트 구조물을 통과한다고 합니다. 일단 발생하면 원자로 외부로의 유출을 막기가 어렵습니다.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방사성물질인 베타선의 에너지 크기 자체는 약한 편이지만 몸속으로 들어올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체내에서는 베타선의 에너지가 주변에 집중되어 세포 손상을 일으켜 암과 백혈병 등 질병이 발생하게 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원자력 계는 기준치에 못 미치는 양이므로 걱정할 것 없다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사성물질은 기준치 이하라도 암 발생과 연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의학계에 알려진 사실입니다. 월성원전 주변 주민들은 저선량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소린데 특히 갑상샘암 환자가 많다고 합니다. 다섯 살로 몸무게가 16킬로그램에 불과한 아이 몸에서 리터당 17.3베크렐이 검출되었습니다. 킬로그램당 1베크렐이 검출된 일본산 고등어가 불안하다며 아이들 급식에서 일본산 수산물을 아예 제외했던 일을 생각해봅시다. 사람의 몸 안에서 이 정도의 방사선이 검출되었다니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요?
출처 - 경향신문
2022년까지 원전 완전 폐쇄를 결정한 독일 정부는 거주지가 원전에 가까울수록 만 5세 전에 암과 백혈병에 걸릴 위험성 사이에 연관 관계가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때 독일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방사성물질의 영향은 0.0000019밀리시버트였습니다. 우리나라 한수원의 안전 기준치의 100만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로 적은 수치로도 독일 정부가 원전 폐쇄를 결정할 정도라면 월성원전 주민들이 당하는 피폭량은 대체 어느 정도인지 심각하게 생각하며 당장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영화 〈판도라〉,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출처 - 다음 영화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부산행〉, 700만 관객을 돌파한 〈터널〉에 이어 사실적인 원전사고의 모습을 묘사한 〈판도라〉는 2016년 재난 블록버스터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원래 '판도라'라는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것으로 열지 말았어야 할 상자를 열어 인류에게 재앙이 닥친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영화 〈판도라〉는 이런 이야기 구조를 차용해 사상 초유의 재난을 초래한 원전사고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원자력은 인류에게 '판도라 상자'와도 같았습니다. 핵분열은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인류가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발견한 지극히 인위적인 현상이었으나 이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죠. 핵분열 과정에서는 다양한 방사성물질이 생성되고 주변에 있는 물질들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킵니다. 이런 방사성물질들은 방사선을 방출하고 안정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요오드-131과 같이 반감기가 8일 정도 되는 것에서부터 플루토늄-239(24만 100년), 우라늄-235(7억 년)과 같이 수만, 수억 년에 이르는 것도 있습니다.
인류가 첫 핵분열에 성공한 지 불과 79년입니다. 원자력 에너지가 우리의 삶을 변모시킨 건 확실하지만, 그 위험성을 감당할 준비를 하지 않은 채 잠재적 위험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핵분열이 인간과 자연에 끼치는 영향을 다 알지 못하며 완전히 통제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인류에게 경종을 울린 것처럼 우리나라 내에서도 이런 원전사고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에너지 안보가 중요하다
이제는 '에너지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할 때입니다. 에너지 안보적 측면에서는 세 가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기술적 그리고 국제관계적으로 할용가능한가? 경제적으로 감당할 만한가? 지속가능한가? 그런데 원자력은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중에서 에너지 안보상 가장 취약한 에너지원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의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우라늄광은 함량이 0.03퍼센트라 개발하기엔 경제성이 낮습니다. 게다가 우라늄광은 그대로 사용할 수 없고 농축해야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라늄광을 사서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진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4개국 가운데 한 곳에 농축을 의뢰해야 하는 상황이죠. 만일 이들 국가가 농축우라늄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24기 원자로는 그냥 애물단지가 되는 겁니다. 이처럼 원자력은 기존 에너지원보다 안보상 취약한 에너지원입니다.
한편 원자력 에너지는 안전하지도 않습니다. 라스무센 보고서로 널리 알려진 〈원자로 안정성 연구〉는 1975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수행했는데요, 이 보고서는 '100기의 원전 운영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도가 비원자력 산업 및 인공재해로 인한 위험도에 비해 100배 이상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자로에 완전한 노심용융이 일어날 확률은 1년에 1기당 2만 분의 1'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1998년 울진 3호기를 첫 한국 표준형 원전으로 가동하면서 우리 정부는 무슨 근거인지는 몰라도 중대사고 확률을 '100만 분의 1'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무척 낮은 확률일 것 같죠?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로또 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로 원전 노심용융 사고 발생 확률보다 훨씬 희박하지만 매주 평균 6명의 1등이 당첨금을 타가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은 2만 분의 1이라고 하고, 우리나라는 100만 분의 1이라고 해도, 전 세계에 약 400기의 원자로가 50년 이상 돌아가고 있는 거니까 그동안 스리마일 아일랜드,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3번의 노심용융 사고는 확률상 나오는 값입니다. 확률이란 실제로 그런 겁니다. 확률이 0이 아닌 이상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죠.
출처 -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
원자력은 결코 값싼 에너지원이 아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원자로를 해체할 시기가 되어 부족한 비용은 정부의 지원으로 채우든지, 전기료 인상을 통해 미래의 소비자에게 전가해야만 하는 것이죠. 우리가 쓰는 전기 때문에 미래 세대에게 방사성폐기물을 물려주는 것도 미안한 일인데, 비용마저 후손에게 지우는 것은 너무 염치없는 짓 아닐까요? 프랑스는 2006년 제정된 법에 따라 원전기업들의 해체 예치금과 해체 예상 비용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객관적인 위원회를 구성해서 해체 예상 비용을 산정하고, 독립적인 기관에서 이를 적립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정부의 보조금과 후손에게 미룬 비용 덕에 원자력의 발전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야기의 거짓이 그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게 될 테니까요.
관피아의 나라,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나 몰라라 하는 박근혜 정부가 작동을 멈춘 사이, 탄핵정국을 틈타 관피아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호랑이 없는 곳에서는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죠. 컨트롤 타워도 상실되었겠다 자기네 멋대로 해 먹고 있는 겁니다.
출처 - 국민일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최근 5개월 사이 22명의 공공기관장이 관피아로 채워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눈에 띄지 않는 감사 등 고위 간부직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권력의 공백기에 공직 나눠 먹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죠.
출처 - 한국경제
공무원의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강화된 공직자 재취업 심사가 박근혜 정부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다시 느슨해지고 있는 것이 한 원인입니다. 재취업 심사도 받지 않고 임의로 취업했다가 적발된 공무원도 크게 늘었습니다. 심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면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사라진 ‘관료→산하기관·공기업→협회·조합’ 코스가 부활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원전계 역시 '원전 마피아'란 말이 있을 정도로 관피아가 득실거립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AI 대란 등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생명, 안전, 재산을 지키는 데는 관심이 없고 자기 몫 챙기기에 바쁜 존재들을 그냥 둬서는 안 될 일입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이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주권자로 살아가기, 참 쉽지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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