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 2012년 11월에 출간한 생각비행의 책, 《르네상스의 어둠》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선정한 2013년 1월의 청소년 권장도서에 선정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조금 더 일찍 전해드렸다면 좋았겠지만, 선정 소식을 저희도 늦게 전달받은데다 연초에 처리해야 하는 출판사 내부 업무로 공지가 늦었습니다. 하지만 1월의 권장도서라고 해서 그 진가가 1월에만 유효한 건 아니겠지요. ^^
며칠 전에 생각비행의 책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이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가 되었다고 뒤늦게 알려드렸는데요, 오늘 또 기념할 만한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게 생각비행을 묵묵히 지켜보시는 독자 여려분의 관심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책을 더 꾸준히 펴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3년 1월,
청소년 권장도서에 선정된 《르네상스의 어둠》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은 매달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 형성과 지적 성장을 위해 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을 엄선, 초ㆍ중ㆍ고교로 청소년 독자의 수준을 나눠 책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2013년 1월에도 10권의 책을 선정하여 추천했는데요, 생각비행의 책은 역사 부문에 속해 있습니다.

(출처: 독서신문i)

문학 -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유진 옐친 지음/푸른숲주니어 펴냄
경제경영 - 청년, 창업에 미치다/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 지음/북퀘스트 펴냄
교양 - 나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박영희 지음/살림 펴냄
아동 - 비거, 하늘을 날다/장성자 지음/해와나무 펴냄
역사 - 르네상스의 어둠/도현신 지음/생각비행 펴냄
철학 -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철학 교과서 '나'/고규홍 외 2명 지음/꿈결 펴냄
정치사회 - 장애인 복지 천국을 가다/백경학 외 9인 지음/부키 펴냄
과학 - 수학 괴물을 죽이는 법/리처드 멜위스 지음/미래인 펴냄
예술 - 사물의 사생활/이민우 지음/이숲 펴냄
실용 - 괜찮아 괜찮아 욱해도 괜찮아/돈 휴브너 지음/길벗스쿨 펴냄

요즘 청소년 권장도서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군요. 《르네상스의 어둠》만 해도 중학생이 읽고 소화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내용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르네상스'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는 이 책의 전체적인 맥락을 중학생이 읽고 인식을 달리한다면 그 삶은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르네상스의 어둠》이 어떤 책인지는 신문 서평을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생각비행은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에는 책을 홍보하지 않습니다. 또한 생각비행은 서울권 중앙지보다 지방 언론사에 책 홍보를 더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단신일지라도 지방지에 생각비행의 책 소식이 실릴 때 기쁨이 배가되더군요.

2013년 1월이 어느덧 지났습니다. 생각비행은 여러분의 관심 속에서 큰 새해 선물을 받고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보답하도록 더 멋진 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을 맞이하여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이 지난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저희로서는 기념하고 넘어가야 할 일이기에 뒤늦게 자축합니다. ^^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


‘우수교양도서’ 선정·지원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내의 양서 출판 진작을 위해 1968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입니다. 철학, 예술, 아동·청소년 등 총 12개 분야의 우수 도서를 선정한 뒤 이를 구입하여 공공도서관 등에 배포함으로써 국내 출판 산업의 육성과 국민독서문화 향상에 기여한다는 취지입니다.

887개 출판사가 2011년 8월 1일부터 2012년 7월 31일 사이에 국내 초판 발행한 도서 총 5,143종을 신청했고, 각계 학자 및 전문가로 구성된 12개 분야의 심사위원단 71명이 40일 동안 예비심사와 본심사 등 네 번의 심사회의를 거쳐 279개 출판사의 도서 418종을 우수교양도서로 선정했습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은 실용서 부문 기술과학 분야의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
'약의 오해와 진실' 편에 출연한 노윤정 약사


또 한 가지 알려드리지 못한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의 저자 중 한 분인 노윤정 약사가 2012년 11월 22일 방송된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에 출연하여 시청자를 대신하여 스타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질문에 상세히 답변해주었습니다.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 (출처: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 160회는 [약의 오해와 진실]을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방송에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의 내용이 많이 담겨 있는데요, 이 책을 통해 노윤정 약사가 방송에 섭외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저희만 알고 있는 비밀입니다.

먼저 노윤정 약사에 관해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노윤정 약사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임상약학 교육과정을 이수했습니다. '더불어 건강한 사회를 실현하는 늘픔약사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현재 '늘픔약국'에서 약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SBS <자기야> [약의 오해와 진실] 편은 스타들이 잘못 알고 있는 약에 관한 오해를 바로잡고, 일상생활 속에서 약을 올바르게 복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서 링크한 누리집으로 들어가면 다시보기도 가능합니다. 재미있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많이 담겨 있으니 꼭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올바르게 약을 보관하는 방법

노윤정 약사 출연분에서 첫 내용은 약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의 내용 중 08. 올바르게 약을 보관하는 방법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약에도 사용기한이 있습니다. 약의 사용기한은 보통 1~2년이지만, 서울 YMCA가 2005년 9월 시민 4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이 약 사용기한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약을 보관·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가정엔 언제 어디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약들로 가득한 상자나 서랍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끝까지 복용하지 않고 남겨두었다가 1년이고 2년이고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다시 꺼내 복용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혹은 증상이 비슷하다며 식구가 먹던 약을 그냥 먹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약을 보관·사용하면 변질된 약을 먹게 되거나 질병의 내성을 키우는 등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약은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요?
_《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 중에서


- 약을 냉장고에 보관하면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생기거나 침전물이 생기고 성분이 변질되기도 합니다. 냉동 보관해야 하는 약은 극히 드뭅니다.

- 시럽은 여러 가지 균들이 자리기 쉽기 때문에 다른 약보다 보관 기간이 짧습니다.

- 정제약은 정해진 용기에 넣어 상온에서 보관해야 합니다. 약을 꺼낼 때 용기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 꺼내면 땀이나 물기가 다른 약에 닿아 오염될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 대부분의 가루약은 약국에서 조제할 때가 많기 때문에 일반 조제약보다 보관 기간이 짧습니다.

- 좌약이나 질정은 체온에서 녹는 약이기 때문에 온도에 민감합니다. 개봉 후에는 즉시 사용해야 합니다.

- 연고와 크림은 포장상자에 사용기한이 적혀 있습니다. 연고 자체에 누름처리가 되어 있는 기간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으므로 꼭 포장상자를 같이 보관하는 편이 좋습니다.

- 약국에서 조제할 때 사용하는 얇은 종이 봉지는 쉽게 찢어지고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수분이 닿을 수 있는 식탁 위에 두지 말고, 보관 시 습기가 많은 곳도 피해야 합니다. 약사가 조제할 때 호일로 포장된 채로 넣은 약은 복용할 때 개봉해야 합니다.

- 복용 후 남은 약은 하수구나 쓰레기통에 버리지 말고 근처 약국에 설치된 약 폐기함에 버려야 합니다. 함부로 버리는 약이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_《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 08. 올바르게 약을 보관하는 방법 중에서



노인 약물 사용 주의사항

SBS <자기야>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는 내용 가운데 하나는 많은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노인분들은 다양한 약을 오랜 기간 복용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이럴 때 꼭 알야둬야 할 주의사항은 무엇일까요?

약을 가장 자주 사고 많이 복용하는 연령층은 노년층입니다. 많은 약을 자주 복용하다 보면 각 약의 특성에 맞는 복용법과 복용 시간을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약은 식사 전에, 어떤 약은 식사 후에, 혹은 잠자기 전에 복용해야 합니다. 한 가지 종류의 약을 복용할 때는 복용법이나 복용 시간을 잘 지킬 수 있지만, 많은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굉장히 복잡해집니다.

노년층이 약을 안전하게 복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약을 복용하는 노부모를 모시는 가정에서는 복용법과 복용 시간을 먼저 확인하고 부모님께서 실수하지는 않으시는지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노부모와 떨어져 사는 자녀라면 부모님께서 약의 복용법과 복용 시간을 잘 지키시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 역시 효도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_《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 13. 노인 약물 사용 주의사항 중에서


- 약은 간과 신장을 통해 배설되는데 간과 신장 기능이 쇠약해진 노년층은 약의 부작용이 클 수 있습니다. 약의 수를 줄이기 위해 식이요법이나 생활습과 개선 등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노년층은 약물 복용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매약은 잠자기 전에 복용해야 합니다. 아침에 복용하면 졸리거나 정신이 혼미해지고 심하면 기절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당뇨와 혈압 환자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자주 확인하여 수첩에 결과를 기록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그러한 기록을 통해 약을 조절할 수 있으며 생활습관도 돌아볼 수 있어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을 앓고 있는 환자는 감기약 처방을 받을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자신이 먹고 있는 약을 기록한 약력수첩이나 약 내역이 적힌 약 봉투를 들고 진료를 받으러 가면 위장장애가 덜한 약으로 처방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전문화된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면 의료 소비자가 현명해져야 합니다. 자신의 질병 이력과 약력을 숙지하고 주변 의료인들에게 알리면 더욱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_《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 13. 노인 약물 사용 주의사항 중에서

 

 

 식사 전에 먹는 약? 식사 후에 먹는 약?

 

"하루 3회, 식사 후 30분에 1포씩 드세요!" 약국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큰 의미 없이 하는 복약지도 같지만 약 복용에 있어서 용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식사 후에 복용하는 약이 많아 '식사 후 30분'이 가장 보편적인 복용법으로 알려졌지만, 가끔 '공복'이나 '식사 전'에 복용해야 하는 약도 있습니다.

'식사 후 30분'을 기본 복용법으로 하는 이유는 일정 시간대를 정해놓으면 잊지 않고 규칙적으로 복용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또 임식물이 아직 위장에 남아 있어 위 점막을 보호하여 속쓰림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계로 정확하게 30분을 재서 약을 복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러 예민한 환자들은 '식사 후'라는 것이 5분 뒤냐 10분 뒤냐 하고 질문하는데, 대략 30분 이내에 복용하면 좋다는 뜻입니다.
_《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 중에서



- 소염진통제는 꼭 식사 후 복용해야 합니다. 일반의약품 중에도 게보린, 펜잘, 이지엔6, 부루펜, 아스피린 등의 소염진통제 역시 공복에 먹는 것을 피해야 좋습니다.

-'항진균제'는 주로 무좀 같은 곰팡이 질환에 복용하는 약입니다. 편의상 '항진균제'는 식사 직후에 복용한다고 기억하면 좋습니다. 항진균제는 유제품이나 제산제와 함께 복용하면 약 성분이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어 약효가 떨어집니다.

- 당뇨약 중 메트포르민, 보글리보스 등의 성분을 포함한 약은 꼭 식사 직후에 먹어야 합니다.

- 당뇨약 중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약은 식사 전에 복용해야 합니다.

- '비타민제'는 식사 직후에 복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A, D, E 등은 음식에 들어 있는 미네랄 등과 섞여서 흡수될 때 흡수율이 더 높습니다.

- 알마겔 등 겔 타입의 제산제는 위의 산도가 높은 식후 한두 시간 뒤 공복에 복용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액제로 된 지사제인 스멕타 현탁액도 마찬가지입니다.

- 항히스타민제, 변비약, 경구용 스테로이드제 등은 특정 시간에 맞춰 복용해야 합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졸음을 유발하기 때문에 운전이나 작업 중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변비약 중 '비사코딜'이라는 성분을 함유한 자극성 변비약(둘코락스, 아락실, 비코그린)은 다음 날 아침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잠자기 전에 복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식사 시간과 무관하게 몸 안에서 약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약들이 있습니다. 항생제, 화학요법제 등은 약물의 혈중 농도가 치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6시간마다, 8시간마다, 12시간마다 등 시간을 정해 복용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_《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 07. 올바른 약 복용,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중에서

지금까지 '약 없이 ○○병 고치는 방법'과 같은 제목을 단 책은 많이 출간되었지만, 정작 약에 관한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은 실제로 약국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환자를 보살핀 경험이 풍부한 네 분의 약사가 힘을 모아 만든 책이기 때문에 가치가 큽니다.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에 대한 정보와 주의사항, 약사와 환자가 소통해야 하는 이유와 필요성, 약물의 상호작용과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책의 출간과 아울러 생각비행이 공저자분과 시작한 연재 [칼럼]에도 유용한 정보가 많이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노윤정 약사가 기고한 내용을 추렸습니다. 방송 내용과 아울러 함께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를 출산하는 일로 그동안 [칼럼] 연재를 일시 중단했는데요, 곧 좋은 정보로 여러분을 다시 찾아뵙겠다는 인사를 보내왔습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을 구매하시면 앞으로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널리 알려주세요!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 연재 칼럼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2013년 들어 첫 기사를 올립니다. 큰 희망을 품고 시작한 2013년의 1월이 그새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말에 '셀프 사면' '훈장 남발' 등으로 다시 한 번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암울한 상황이 여전한 때에 [독립, 하셨습니까?] 기사를 연재 중인 이은 씨가 생각비행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독자분들께 이렇게 인사를 전하고 싶답니다. "아마도 선거 결과에 많이 절망하고 계실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짓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생각비행도 같은 마음입니다. 하늘에서 복이 뚝 떨어지길 바라기 전에 우리 손으로 2013년 복을 많이 지어냅시다. 이번 기사는 <보이스 코리아>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많은 이를 깜짝 놀라게 했던 한 가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디션의 틈바구니에서
'요아리'라는 장르를 건져올리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 녹화장. 심사위원들의 의자가 무대 쪽이 아닌 객석을 향해 있다. 노래하는 1분 30초 동안 하나의 의자도 돌려세우지 못하면 그것으로 마지막이다. 그 시간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들려주어야 한다. 긴장했음이 역력한 한 참가자가 마이크를 들었다. 정적을 깨듯 전주가 흐른 뒤 100미터 경주처럼 노래의 피치를 올려간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듣는 이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노래였다. 몇 소절 듣지도 않은 채 '원조 아이돌' 강타가 벨을 눌러 의자를 돌렸다. 벌어지는 입을 감추지 못하며 가수 백지영, 신승훈, '리쌍'의 길도 연달아 의자를 돌렸다.


가수 타이틀 버리고 목소리로 띄운 승부수


1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깐깐한 심사위원 모두의 러브콜을 받은 참가자. 절박한 심정으로 부른 노래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과 시청자의 귀마저 사로잡았다. 힘 있는 목소리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단 한 번의 무대로 오디션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른 사람이 바로 ‘강미진_요아리’다. 


그는 아이유의 데뷔 초기 곡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미아>를 불렀다. 강미진_요아리는 올해 본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적인 도전자였다. 이 장면은 정말로 수십 번이나 돌려볼 만큼 극적이었다.

노래 실력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2007년 스무 살에 데뷔, 실력파 록밴드 '스프링쿨러'의 보컬로 활약했다. 2010년에 솔로 앨범을 내기도 했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6개월 연습하고서 바로 데뷔했지만(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막상 가수가 되고 나서는 인기 가도를 달리지 못했다.

2012년 말에 발표한 신곡 <Lie>

독특한 음색 때문일까, 요아리의 노래는 소수의 팬에게 강력하게 어필하는 편이다. 함께 연습하던 동료가 대중가수로 승승장구할 때 지켜보는 입맛이 썼다. 같은 소속사인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걸그룹은 그의 자리가 아니었다. 5년이 넘도록 한 길에서 버텼지만, 언제까지 무작정 버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개 오디션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솔직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어요. 저는 프로니까 잘돼야 본전이고 떨어지면 망신이잖아요. 이번에 떨어지면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걸 포기하고 요아리란 예명이 아니라 본명인 강미진으로 나간 거예요. 아이유 씨 앨범을 들을 때 제 노래처럼 입에 감기는 느낌이어서 기회가 되면 불러보고 싶었는데, 사실 심사위원 네 분이 다 절 선택할 줄은 몰랐어요. '벼랑 끝에 서 있는 듯이' 부분에서 마지막이라는 절실함이 묻어 있었던 것 같아요. 경쟁하는 건 무서웠지만,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어요."

본격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초인 <슈퍼스타 K>와 뒤를 이은 공중파의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케이팝스타> 등 홍수처럼 수많은 오디션이 있었으나 요아리가 <보이스 코리아>(이하 <보코>)를 선택한 이유는 명백했다. 외모가 아닌 가창력만으로 뽑는다는 콘셉트 덕분에 <보코>에는 타오디션과 구별된 프로급 참가자가 대거 등장했다. 본선 첫 무대에 한정되기는 했으나 목소리만으로 진짜 노래 실력을 겨룬다는 점에서 <보코>는 신선했고 외모 때문에 대중 앞에 나서지 못한 '얼굴 없는 가수'들을 위한 장이 되었다. 생방송에서는 살짝 긴장감이 덜했지만, 토너먼트 식으로 둘씩 자웅을 겨루는 라이벌 매치의 긴장감은 그야말로 최고조에 달해 폭발 직전이었다. 실시간으로 투표하는 승부 예측마저 엇비슷해서 누가 떨어져도 아쉽지 않을 정도였다. 외모나 나이 때문에 아이돌이 되지 못해서, 가수가 될 만한 체구가 아니어서 쓴웃음을 삼키던 뮤지션들이 이때다 싶어 노래를 토해냈다.


가수의 재능 물려준 아버지를 향한 노래

강미진은 4강 문턱에서 아쉽게 좌절했지만,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만큼 얻은 것이 많았다. 늘 아쉬웠던 대중적 인지도를 고스란히 챙겼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가 새삼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중학교를 자퇴하고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편모 가정에서 자랐다. 그런 그에게 노래는 다른 인생을 열어준 우연하지만 결정적인 기회였다. 그의 목소리에 무언가가 서려 있다고 말하는 데는 이런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다.

"19살 때 노래 대회에 나갔어요. 상품이 유럽여행권이었거든요. 노래를 배운 적도 없었는데 우승해서 고생하신 엄마 해외여행을 보내드렸어요. 남들한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게 노래라는 걸 알게 됐죠. 그때부터 운명을 믿기 시작한 것 같아요. 20살 때 인터넷에 '모나리자녀'로 UCC 영상을 올렸는데 그게 화제가 돼서 데뷔하게 됐어요. 길이 쉽게 열리니까 소중한 줄 모르고, 어렵게 살았던 것에 대한 보상인가 보다 했어요. 음반이 잘 안되면서 방황도 했고 음악적으로 철이 들기 시작한 것 같아요."

학교를 그만둔 후로는 늘 돈을 벌었다. 동대문에서 옷이나 신발을 팔고 미용실 스태프나 전화 상담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일은 곧잘 했지만 아르바이트 급여로는 집안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어쩌면 노래는 삶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을지 모른다. 노래를 하면 늘 칭찬을 받았고, 운이 따랐고, 즐거웠다. 소질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아 타고난 것이었다. 어릴 적을 떠올리면 늘 "날 닮아 노래를 잘한다"며 좋아하시던 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래서였을까. <보코> 마지막 무대에서 부른 노래가 인순이의 <아버지〉라는 노래였다. 리허설 때 너무 우는 바람에 감정을 빼고 부른 탓인지, 정작 생방송에서는 강미진 특유의 감성이 살아나지 않았다. 아쉬웠지만 후련했다. 마지막처럼 불렀고, 정말 마지막이었지만 그의 노래는 여전히 진행형이니까.

"그 노래를 너무 좋아하는데 그때 아니면 언제 부를까 싶었어요. 아버지가 노래를 너무 잘 하셨대요. 가족들하고 놀러갈 때 노영심의 <그리움만 쌓이네>를 꼭 시키셨어요. 5학년 때 마지막으로 뵈었는데, 아버지가 제 노래를 보실 수 있도록 흔적을 남기고 싶었어요. 절대 울면 안 된다고 와서 웃겨주시고 그러니까 무대에서는 절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컸어요. 비록 떨어졌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제 음악을 궁금해 할 만큼은 한 것 같아요. 제가 자신 있는 노래나 고음으로만 승부하지도 않았고요."

우승은 스무 살 손승연에게 돌아갔다. 그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부러워할 시간이 없었다. 원래 자리로 돌아와 자신을 보여줄 준비를 해나갔다. 생애 처음으로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무엇보다 못 다한 공부를 열심히 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2년 만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통과했고, 싱글 앨범도 냈다. 그렇게 2012년이 바삐 지나갔다. 그의 곁에 아버지는 없지만 빈자리를 채워준 든든한 지원군이 있으니, 톱클래스의 작곡가 겸 프로듀서 윤일상이다(인터뷰로 만난 자리에서 그는 최고의 보컬리스트를 물을 때 '요아리'를 첫손에 꼽았다. 그래선지 요아리라는 가수의 존재가 더 궁금했다.)

"음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부자지요. 제가 데뷔할 때 회사 이사님이셨어요. 브아걸 콘서트에서 멤버 '미료'와 함께 축하 공연을 할 때 처음 보셨대요. 그때 밴드가 해체되어서 개인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음악적인 것뿐만 아니라 생활을 선물해주셨어요. 매일 나가는 연습 공간, 음악적 색깔에 대한 발언권을 주셨는데, 이십대 초반의 제겐 큰 경험이었어요. 제게 '충분히 예뻐' '살 그만 빼'라고 용기를 주세요. 그래서 더 실망시켜 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2010년 처음으로 낸 싱글《저기요》

2010년, 싱글 《저기요》를 내면서 요아리는 삭발까지 했다. 귀엽기만 한 얼굴인데 밴드 보컬로 데뷔하면서 신비주의 전략으로 가면을 썼던 것이 패착이었다. 노래하는 이의 표정을 볼 수 없는 것만큼 슬픈 일이 있을까, 여(성)가수는 무조건 아름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 앞에 신인 요아리의 자존감은 낮아졌다.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채 스프링쿨러는 해체 수순을 밟았다. 결국 홀로 서서 싱글 음반을 내며 요아리는 대중 앞에 결연하게 자신을 얘기했던 것이다.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장면을 고스란히 담은 <저기요> 뮤직비디오는 외모지상주의를 향한 저항의 방식이었다. 성형 대신 끝없는 도전과 변신을 꾀하면서 진학을 위해 짬짬이 공부하는 요아리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까닭이다.


오디션이 주는 위로 혹은 냉혹함

오디션 프로그램은 실력만으로 등용될 뿐 아니라 누구에게든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에 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열망, 그리고 대리 충족의 경험을 통해 초기에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포맷 자체가 식상해진데다 억지로 긴장감을 조성하는 편집 때문에 도리어 프로그램에 꼭 필요한 긴장을 잃어버렸다. 한때는 오디션이 스타를 꿈꾸는 이들만이 아니라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많은 이에게 매력적인 기회와 희망을 건네줬지만, 이제는 누가 우승하는지가 이미 정해진 결말을 향해 가는 느낌마저 든다.

요즘은 눈물겨운 사연에 뛰어난 노래 실력을 지닌 참가자보다는 소위 '엄친아' '엄친딸'로 불리는, 집안 좋고 외모도 뛰어난 이들이 더 높은 관심을 받는 경향이 있다. (올해 <슈퍼스타케이 4> 우승상금 5억 원이 모 주조회사의 2세인 로이킴에게 돌아갔는데, 그는 이 상금을 기부했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기존 소속사의 연습생 선발 프로그램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실제로 <케이팝스타>는 가요 프로그램에 바로 데뷔할 만한 인재를 찾아내 갈고 닦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애초 '공정한 기회의 장'으로 연예기획사의 눈에 들지 못하던 사람들의 돌파구였던 오디션도 이미 기존 스타시스템의 구조 어딘가에 안착해버린 모양새다. 참가자들의 수준이 떨어지면서 '오디션의 수가 너무 많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방송 중인 <케이팝스타 2>를 보면 십대 초중반 참가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현상도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가수형 인재로 키우려는 부모들의 영향 때문에, 아이돌 가수를 인생의 모델로 삼아 차근차근 준비해온 꿈나무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자신의 곡을 노래할 줄 아는 싱어송라이터처럼, 끝없는 경쟁과 대중의 사랑을 얻기 위한 분투에서 결국 살아남는 이는 자기만의 고유함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가사를 쓰는 데 재능이 있는 요아리는 작사가로도 이름을 올렸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혼자 노래방에 가서 아이돌 노래를 맘대로 편곡해 부르는 거란다. 언젠가는 이런 모습도 보여줄 것이다.

"미디움 템포의 켈리 클락슨이나 리드미컬한 케이티 페리, 댄스 팝이나 스트레이트 창법의 부드러운 록을 좋아해요. 비욘세처럼 춤을 춰도 노래가 들리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의상에도 관심이 많아서 소품 하나까지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가요계의 '낸시 랭'처럼 파격적인 것도 잘 어울린다는 말이 듣기 좋아요. 요아리라는 장르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라이브형 가수, 콘서트를 기다리게 하는 가수가 돼야죠. 남들이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고 '노래에 미친' 가수요."

일렉트로닉이 가미된 록적인 사운드의 <맘에 드니?>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윤일상(키보드)이 직접 세션으로 참여했다.

그렇게 강미진은 다시 요아리로 돌아왔다. 앨범 준비를 하며 틈틈이 무대를 통해 관객과 만나던 그가 1월 15일에 미니앨범 《맘에 드니?》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맘에 드니>를 비롯, 전 곡을 윤일상이 작곡하고 대부분 요아리가 가사를 썼다. 아이 같으면서도 성숙함이 깃든 묘한 보이스, 힘 있는 진성의 고음과 절묘한 완급 조절, 록과 댄스음악을 종횡무진하는 요아리의 목소리. 삶은 그에게 손쉬운 성공이나 명예를 가져다주지 않았지만, 그 덕에 복잡다단한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낼 줄 아는 아주 드문 음색을 갖게 되었다.

음악만 들으면 다소 '센' 인상이지만, 장난기 많은 소녀의 이미지도 엿보인다.

오디션 무대의 화려한 무대 뒤안을 보지 못하는 시청자로선 입이 벌어지게 하는 그의 노래 실력 뒤에 어느 만큼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는지 알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요아리는 묵묵히 노래한다. 그만의 작은 희망을 위해. 요아리의 노래를 들으며 섣부르지 않게, 작은 희망을 품게 된 것도 그의 노래가 쉽지 않아서일 테다. 이제 다시 그의 노래를 만나 에너지를 충전해야겠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2012년 10월 7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플래시 포워드 부분 감독 프레젠테이션에서 지미 라루슈 감독은 "내 영화(<상처>)는 한 인간이 아동기에 겪은 상처가 인생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보여준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독립, 하셨습니까?] 기사를 연재하고 있는 이은 씨가 <상처>를 관람하고 감독과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아울러 풀어냈습니다. 지난번 연재 이후 오랜만에 올리는 글입니다. 내년에 상영될 친족 성폭력 다큐멘터리 <잔인한 나의, 홈> 제작 일정으로 연재가 늦어졌다고 합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다큐멘터리에 관심 있는 분들의 후원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상처〉를 대하는 태도,
지미 라루슈 감독에게 묻다

‘상처’는 삶의 복잡다단함을 보여주는 한편 삶을 직면하지 않을 핑계도 제공해준다. 때로는 삶의 중요한 순간을 은근슬쩍 피해 숨을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한 장치 아닌가 말이다. 그런 태도로 면피해온 것들을 근래 자주 느끼고 있다. 어릴 적 누구에게나 일상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가정에서 혈연가족이 가하는 폭력은 뚜렷한 족적을 남긴다. 지난 상처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일은 쉽지 않지만 결정적으로 상처와 불화하게 되는 것은 그 후폭풍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때 벌어지는 일이다.

한 편의 영화에 이끌려 부산으로

애초 부산에 갈 계획은 없었다. 화려한 레드카펫, 국경을 가로지르는 거장의 영화, 밤마다 넘실대는 술잔…. 영화 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나와 거리가 있는 것들이었다. 가치관이 비슷한 이들과 마음이 움직이는 일만 하다 보니, 그중에서도 독립의 독립, 자본과 무관한 작품들이나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영화가 관객과 만나도록 기획하는 일로 바삐 움직인 터라 정작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었다는 부산국제영화제에는 (관객으로도) 가본 적이 없었다.

<상처>의 메인 포스터. 붉은 색감이 무척 강렬하다. 묵직하게 쓰여진 시놉시스는 또 어떻고! 하지만 영화는 붉은 빛보다 잿빛에 가깝다. 

"잘못된 인생에서 미래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씻을 수 없는 상처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듯, 리차드의 어린 시절 창고에서 일어난 사건의 상처는 그의 인생을 알게 모르게 바꾸어놓는다. 삼십 년이 지난 후, 그는 복수를 위해 그 장소를 다시 찾고, 한 인간이 자신의 과거와 직면하는 순간을 강렬한 심리적 서스펜스로 그려낸다."

영화 <상처>의 시놉시스를 보는 순간, 나의 무의식과 의식이 한달음에 '꼭 봐야 할 영화'라며 소리쳤다.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새벽기차를 타고 내려가 조조로 영화를 보고야 말았으니, 근래 드물게 유별난 끌림이었다. '트라우마 상담'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살아온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와중에 소란스럽던 내면이 조금 정리되는 경험을 했는데, 그 어딘가 영화가 와 닿을 것 같아서였다. 상처 많은 사람이라 여기며 실상 그 이름에 스스로를 가둔 건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었다는 걸 조금씩 깨닫던 무렵이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심신이 온전히 자라기 이전이므로 별 뜻 없이 저지른 일들이 큰 상처로 남아 평생의 무게가 되기도 한다. 한편으론 사건의 영향력이나 피해에 비해 빨리 아무는 경우도 있다. 어린 시절 아주 큰 트라우마를 겪고서도 남을 돕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사람들의 예를 왕왕 볼 수 있으니 하는 말이다. 연쇄 살인범이라도 매 순간이 상처의 기억으로 가득한 것이 아니듯,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꼭 사람을 혐오하는 성인으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상처나 사건 자체보다는 그 후의 처치나 오랜 시간의 관리(혹은 치유), 그리고 자라나며 접하는 환경이란 변수가 꽤 크게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모든 과정이 쉽거나 자연스레 이뤄질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자신의 약한 부분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도리어 내면에 괴물을 키워낼 수도 있다. 꼭 가족이나 가까운 이가 아니라도 마음의 길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가 있다면 상처는 치유의 길로 시나브로 접어든다.

영화로 돌아가 이야기하자면, <상처>는 매우 현실적으로 등장인물, 가해 혹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판타지를 접목해 인물들의 정서를 놀랄 만큼 세세하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예측하지 못한 결말까지 숨도 못 쉬도록 몰아붙이는 촘촘한 솜씨에 소름이 돋을 정도. 학교 폭력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였던 감독의 이중적 경험을 캐릭터의 감정으로 탄탄히 쌓아올렸기 때문이리라.

30년 전의 리차드와 폴, 그리고 폴의 친구들. 둘 사이의 권력관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리차드도 그들 중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하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폭력이었다. 

극 중 리차드는 창고에서 린치를 당하고 돌아오지만 싸늘한 집안 공기에 혼자 마음을 쓸어내린다. 공교롭게도 아버지와의 불화로 어머니가 떠난 후였다. 감싸 안아줄 이가 없었던 그의 마음은 점점 황폐해지고 그조차 마음의 빗장을 열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고, 상담이나 도움을 받으려 해보지만 상처는 봉합되지 않고 커져만 갔다. 한편 리차드를 집요하게 괴롭힌 폴에게는 위압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가 있었고, 그는 타인의 고통에 이입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났다.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리차드는 아들과 부인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그는 폴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긴다. 창고에서 재현되는 폭력적 상황은 판타지와 실재를 오가며 그의 분열된 상태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30년 후, 창고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용서와 화해까지 나아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결말은 기대를 처참하게 배반한다.


상처를 증폭시키거나 잦아들게 하는 것

영화 속에서는 그것이 '엄마'의 부재 때문으로 그려지지만 실상이 그렇게 단순할 리가 없다. 예를 들어 '엄마 없는 아이'라고 놀린 아이를 누군가 때렸다고 치자. 거슬러 올라가면 엄마의 부재라는 근원적인 원인이 있지만, 실상 폭력을 직접 유발한 것은 친구의 놀림이다. 아이에게 엄마의 부재가 트라우마일 수는 있지만, 이를 거론하며 상처를 건드리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자신이 어쩌지 못할 상황 때문에 폭력을 행사하게 되면, 절망한 아이는 계속 주먹을 휘두르거나 그러다 때때로 당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연쇄구조를 뷰파인더에 담으며 감독은 냉랭할 만큼 거리를 둔다.

도움의 손길에도 폭력으로 대응하는 리차드는(이는 도와주려던 이를 물어뜯는 개의 모습으로 대변된다), 물어뜯긴 자국이 마음으로 번져 통제하지 못할 무기력에 휩싸인다. 감독 혹은 리차드는 30년 전의 사건을 호출하고, 그곳으로 가해한 친구를 데려와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며 어떻게든 고통을 '해결'하려 발버둥친다. '복수'를 계획했다는 사실이 그 절박한 마음을 대변한다. 그러나 자신의 약함을 강함으로 가리며 살아온 폴에게 그 사건은 기억조차 희미해진 하나의 해프닝일 뿐이었다. 폭력의 결과로 마음이 망가진 리차드의 항변도 그에겐 '약해빠진 놈들의 핑계'로 치부될 뿐이다. 실패한 복수는 삶의 의지마저 앗아간다.

혼자가 된 리차드. 아내도 아들도 그를 외면한다. 배우 마크 비랜드(Marc Beland)는 드라마 시리즈의 주연 배우로, 섬세하게 흔들리는 감정을 잘 표현했다.   
 
나는 처음에 이 이야기가 실패한 복수, 탈출구를 찾지 못한 분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되씹어보니 그저 절망에 관한 이야기였다. 벗어나기를 포기한 게 아니라,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쓸수록 더욱 그것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하지만 "영화의 절반이 자신의 이야기"임을 고백한 감독은 장난꾸러기의 미소를 간직하고 있었다. 어두운 절반을 영화에 쏟아붓고 나니 조금은 홀가분해진 것일까. 어린 시절 아버지의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익힌 그는 렌즈를 통과한 자신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드러내었다. 그만한 거리를 둘 수 있게 됐다는 뜻일 터.

지미 라루슈 감독

"열다섯 살에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었어요. 다행히 좋은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지만 어머니의 부재를 매 순간 느꼈어요. 체구가 크다고 놀림도 많이 받았고 싸우기도 많이 했어요. 그러지 않게 된 건, 아마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게 된 무렵인 것 같습니다. <상처>는 이전에 만든 두 개의 단편을 이어 더 풍성하게 만든 영화고요."

아쉽게도 그의 영화가 거친 폭력을 연상(오해이긴 하지만)시켰는지, 평단이나 관객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작은' 영화들은 사실 영화제의 상영작 수를 채우고 가끔 의외의 발견을 위해 존재할 뿐, 스포트라이트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라인업에서 정해진다. 영화제의 위상에 걸맞은 영화를 프로그래밍하고 추천작으로 선정하고 스타들을 레드카펫에 세워 시선을 끄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도 적은 예산(총 제작비가 1,100달러, 약 1억 2000만 원의 저예산 영화)으로 영화를 만들기가 녹록하지 않은 것은 별 차이가 없는 듯했다. 그렇다고 그 성취가 크지 않다고 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생애 첫 장편영화인데, 영화제에서 초청해주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사비와 프로듀서의 출연으로 제작했는데 개런티에 무관하게 배우들이 출연해주었어요. 덕분에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어요."

아무리 자전적인 이야기로 만든 영화라도 '극영화'임이 분명한데, 나는 자꾸 만든 이의 '삶'에 집중해 이야기를 들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다 보니 극영화와의 경계가 조금씩 흐려지고, 영화를 통해 만든 이의 삶 혹은 정서를 들여다보게 되는 태도로 영화를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영화 읽기가 갈수록 어렵다. 삶과 영화의 경계, 감상과 성찰의 경계, 영화 속 삶과 영화 밖 삶의 경계를 구분하는 일이 점점 무거워지는 까닭이다.


아마도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상처는 상처에 의해 증폭되거나 묻히거나 혹은 해결되기도 한다. 갈 곳 잃은 상처야말로 가장 위험한 종류의 내상이라고 생각한다. 상처를 상처로 받아들일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세상을 사는 데 가장 필요한 자원이라고 여기는 것도 과언은 아닐 터. 포기하는 것조차 선택일 수 있지만 돌이킬 기회가 있을 때에야 그렇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수잔 브라이슨이 쓴 책, 《이야기해 그리고 다시 살아나》에 나오는 문구로 글을 맺어야겠다.

"트라우마 생존자의 목표는 무엇일까? 궁극적으로는 그것은 트라우마를 초월하는 것도 아니고, 트라우마 희생자가 겪는 생존자의 딜레마를 푸는 것도 아닌 단지 견뎌내는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 때는 그저 견뎌내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일 수 있다.
트라우마에서 살아남았던 사람들은 '나는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살아야만 해'라는 매일 매일 반복되는 (사무엘) 베케트적 딜레마를 푸는 것이 얼마나 자신들을 지치게 하는 일인지 잘 이해한다."

어쨌거나 삶도, 영화도 계속된다. 내놓을 용기가 있는 사람은 절망하지 않는다. 묻어두려 하지만 않으면 어떤 상처라 하더라도 응당한 대가를 돌려준다고 '믿는다'. 감독의 다음 영화가 코미디라는 사실이 지금으로서는 의미심장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