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의혹 사건에서 속속 밝혀지는 국정원의 증거 조작 행태가 점입가경입니다.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유우성 씨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재판에 제출된 검찰 측 진술서마저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니 국정원이 '국가조작원'이라는 국민의 비판을 듣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진술서나 조서를 미리 써놓고 나중에 탈북자 등 증인들의 도장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정원이 중국 공문서에 이어 진술조서까지 광범위하게 자신의 입맛대로 위조한 구체적인 정황이어서 검찰의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진술서는 참고인 등이 자신이 할 말을 서술하는 것이고, 진술조서는 수사기관에서 문답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인데, 모두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된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파렴치하게 유우성 씨 측 증인을 세 차례나 회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지난해 초 화교 출신 탈북자 유우성(34·전 서울시 공무원)씨의 1심 재판을 앞두고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무죄를 증언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화교 출신 A(여)씨를 세 차례 찾아가 회유·협박하려 한 정황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생각비행은 지난 삼일절에 헌법의 근본정신을 돌아보며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이나 유우성 공무원 간첩 사건이 오늘날의 드레퓌스 사건과 닮은꼴이라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참고 기사: 삼일절에 돌아보는 헌법의 근본정신). 국가 기관에서 증거를 조작해 죄 없는 시민을 범인으로 몰아세우는 수사 방식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 드레퓌스 사건을 생생히 떠올리게 하니까요.
 
국가나 정부기관에 의한 증거 조작 사건처럼 엄청난 일이 역사 속에서 그저 사라질 리 만무합니다. 시대적 충격을 일으킨 사건은 언론, 방송, 문학, 회화, 공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어떻게든 재생산되기 마련입니다. 증거 조작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오늘은 좀 감성적인 방법으로 접근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드레퓌스 사건과 관련이 있는 영화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말입니다.

영화 검열의 시작, <드레퓌스 사건>

출처 - GEORGE MELIES : L'affaire Dreyfus

드레퓌스 사건은 그 자체가 워낙 극적이었기 때문에 영화란 매체가 막 생겨난 그 시대에도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영화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조르주 멜리에스도 드레퓌스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멜리에스 스스로 '재구성된 뉴스릴'이라고 부른 <드레퓌스 사건>은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사건 전체를 12개 장면으로 재현한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1899년 프랑스 정부는 이 영화를 포함해 드레퓌스를 다룬 영화를 일괄해 상영 금지라는 초강수를 둡니다. 드레퓌스 사건의 재심이 막 시작되려는 민감한 때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태어난 영화라는 매체는 드레퓌스 사건을 다뤘다는 이유로 관객을 만나지도 못하는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나는 고발한다! <에밀 졸라의 생애>

출처 – 네이버 영화

드레퓌스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얼마 지났을 때 미국에서 에밀 졸라를 주인공으로 하여 드레퓌스 사건을 조명하는 영화가 나옵니다. 1937년 작 <에밀 졸라의 생애>라는 영화인데요, 프랑스 정부와 군부가 증거를 조작하고 침묵을 유지할 때 <나는 고발한다!>라는 명문으로 드레퓌스의 무죄 석방을 요구하고 진실 규명과 무죄 석방을 주장한 대문호의 삶을 다룬 작품입니다.

영화는 국수주의에 빠진 권력층과 군부의 비겁함과 무능함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편견에 사로잡힌 인종차별을 고발합니다. 무죄 석방된 드레퓌스가 고인이 된 에밀 졸라의 무덤을 찾는 마지막 장면은 그 시절 많은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1938년 제1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는 작품상, 각본상을 받았으며 드레퓌스 역을 맡은 조셉 쉴드크로트는 남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에밀 졸라 역을 맡은 폴 무니는 상은 받지 못했으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세상에 맞선 어머니, <체인질링>

출처 – 유니버설코리아 공식 유튜브

1928년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맡고 여전사에서 어머니로 연기 변신을 한 앤젤리나 졸리가 주인공으로 열연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LA에 사는 싱글맘인 크리스틴은 회사에서 돌아와 9살 난 아들 월터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되어 경찰에 신고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생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버티며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크리스틴은 5달 뒤 경찰로부터 아들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찾은 아이는 그녀의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유괴 사건을 조기 종결해 대중의 신뢰를 얻으려던 경찰과 권력층은 일이 틀어지면 입장이 난감해지기 때문에 억지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진짜 아들 월터를 찾아달라고 사정하는 크리스틴을 정신병원에 가두기까지 합니다. 경찰이 찾은 아이를 아들로 인정하라는 거죠. 세상 어떤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못 알아볼까요? 결국 이때부터 크리스틴은 부패한 경찰과 세상에 맞서는 어머니가 됩니다.


원칙 없는 세상을 향한 경고, <부러진 화살>

출처 – 다음 영화


"재판장님은 100여 년 전 프랑스 군사재판에서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간 드레퓌스 사건을 알고 계실 겁니다. 당시 재판부는 진범이 잡혔는데도 당국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진실을 은폐한 채 드레퓌스에게 종신형을 선고했지요. 그런데 100년도 더 지난 21세기에 대한민국 사법부에서는 이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억지 재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러진 화살> 주인공 안성기의 대사

2007년 초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석궁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이는 성균관대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명호 전 교수가 2007년 1월 교수 지위 확인 소송의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재판장인 박홍우 판사를 석궁으로 위협한 사건입니다. 

사건 자체에 관해 조금 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듯합니다. 대입시험 문제의 오류를 지적하고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김 교수는 교수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고 부당하게 재임용에 탈락한 뒤 교수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사법부는 사학재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에 승복할 수 없었던 김 교수는 석궁을 들고 담당 판사를 찾아가 위협했다고 하죠. 실제 사건은 영화의 내용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하는 게 사법부의 입장이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영화 자체는 권력의 손을 들어주는 사법부의 원칙 없음과 권위주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배급 문제 등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의외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주인공을 맡은 안성기의 열연은 대단했죠. 이 영화에서 경찰의 증거보존능력이 의문시되고 담당 판사가 혈흔 DNA 검사를 거부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계속 드러납니다. 과학 수사와 증거법정주의를 지향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통쾌하게 드러낸 영화였습니다.

국가란 국민이다, <변호인>

출처 – 다음 영화

온갖 우여곡절에도 1000만 관객에게 감동을 준 <변호인>도 권력에 의해 증거 조작된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림 사건에서 변호를 맡은 실화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는데요. 송강호의 신들린 열연이 돋보였습니다. 독재정권에 의해 어설프게 조작된 증거들이 영화에 등장할 때면 실소를 금치 못하다가도 그런 행태가 오늘날에도 버젓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드레퓌스 사건> <에밀 졸라의 생애> <체인질링> <부러진 화살> <변호인>, 다섯 영화를 소개하고 보니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입니다. 어느 나라, 어느 시절이든 권력에 의한 증거 조작과 진실 은폐, 그에 따른 억울한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겠지요. <에밀 졸라의 생애>를 제외하면 모두 DVD 구매 또는 영화 관련 사이트에서 비용을 치르고 합법적인 내려받기가 가능한 영화들입니다. 이번 주말엔 위 영화를 다시 보면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변호인의 1000만 흥행이 부러웠던 걸까요?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제작을 준비 중이라고 하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승만 영화의 총감독이 서세원이라는 사실입니다. 개그맨에서 목사로 변신해 대중을 놀라게 했던 그가 이번엔 이승만 영화의 총감독을 맡고 시나리오까지 썼다고 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최근 '이승만 영화 후원회' 모임은 "건국대통령 이승만 영화 시나리오 심포지움을 13일 개최한다"고 알렸다. 이 모임은 시나리오가 완성된 '이승만 영화'의 제작을 위한 3천만 후원자를 모집한다. 시나리오는 <도마 안중근> 등을 만든 서세원 감독이 썼다. 이승만 영화 후원회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서 "이제 걸음마 단계다"라며 "서세원씨가 총감독을 맡고 시나리오도 직접 썼다. 곧 시나리오 내용을 발표하고 국민들에게 알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승만 영화의 총감독에 시나리오까지 이미 완성한 서세원은 오는 13일에 3000만 명의 영화 제작 후원자를 모으기 위한 심포지엄을 열 예정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죠. 이승만 영화 제작 후원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니, 보다 나은 투자 정보를 드리고자 이승만 영화감독 서세원의 전작 중 대표작들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투자의 첫걸음은 포트폴리오 검토부터 해야 하니까요.


<납자루떼>, 감독 서세원의 데뷔작이자 한국 영화의 어떤 대명사


출처 – 네이버 영화

서세원의 영화에 대한 욕심은 꽤 오래되었습니다. 개그맨 시절부터 간간이 영화에 출연하던 그는 1986년 <납자루떼>라는 영화로 감독 데뷔를 합니다. 그런데 개그맨 출신 감독의 데뷔작치고는 의외로 제작진이 출중합니다. <우담바라>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촬영을 담당했던 송행기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았고, 동방신기와 소녀시대로 아이돌 한류를 만들어낸 SM엔터테인먼트의 CEO 이수만이 음악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개그맨의 연출작이라는 편견 때문이었을까요? 때를 잘못 만난 걸까요? 그렇지 않으면 그냥 감독의 역량 부족이었을까요? <납자루떼>는 흥행에 참패한 것은 물론이고, 한국영화 사상 가장 못 만든 영화의 대명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 전설 아닌 전설은 지금까지 이어져 네이버 영화 평점 역시 2.74점(10점 만점)으로 바닥을 기고 있죠.


<도마 안중근>. 18년만의 연출, 하지만 이번에도...

출처 – 네이버 영화

<납자루떼> 제작 이후 18년이 지난 2004년. 서세원은 영화 <친구>로 히트했던 유오성을 안중근 역으로 캐스팅해 <도마 안중근>이란 역사극에 도전합니다. 안중근 역의 유오성뿐 아니라 최근 <써니>와 <수상한 그녀>로 큰 인기를 구가하며 젊은 명장이란 소리까지 듣는 배우 심은경이 안중근의 딸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도마 안중근>은 <납자루떼>의 뒤를 잇습니다. 흥행에 참패하고 네이버 평점 역시 4.26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다소 특이한 점은 <도마 안중근>이 광복 59주년과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나라의 독립과 통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익명의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바친 영화라는 사실입니다. 3개밖에 안 되는 자신의 연출작 중 하나를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과 민주화 희생자들에게 바쳤던 사람이 네 번째 연출작으로 이승만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니 서세원은 안중근보다 꺼삐딴 리를 영화화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조폭 마누라, 서세원의 원 히트 원더

출처 – 네이버 영화

감독뿐 아니라 영화 제작자로서도 활동하던 서세원은 <납자루떼>와 <도마 안중근> 사이에 <긴급조치 19호>라는 영화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감독이 아닌 제작자로서 말이지요. 홍경민, 김장훈, 공효진, 노주현 등 명배우들과 유명 가수들이 출연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도 흥행과 비평 면에서 참패했습니다. 네이버 평점은 10점 만점에 4.58점으로 절반에도 못 미치며 <납자루떼>처럼 21세기 못 만든 한국영화의 대명사의 하나가 됩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영화 제작자 서세원이 흥행에 성공한 적이 딱 한 번 있습니다. 바로 <조폭 마누라>인데요. 당시 평은 별로 좋지 않았고 네이버 평점 역시 5.39점에 지나지 않지만, 전국 525만 관객을 동원하며 조폭 영화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서세원 감독의 이승만 영화, 정치 깡패로 다뤄야

이상의 포트폴리오로 살펴봤을 때 이번 서세원 감독이 연출하는 이승만 영화는 이승만을 정치 깡패로 다뤄야 합니다. 그의 유일한 성공작인 <조폭 마누라>를 봤을 때 말이죠. 백범 김구 암살 의혹도 있고, 대통령으로서 이승만이 가장 잘 다뤘던 게 정치 깡패이기도 한 만큼 제법 잘 어울릴 것이라고 봅니다. 부정선거까지 저지르다 4.19혁명으로 쫓겨나 다시는 대한민국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된 것이 이승만의 역사이긴 하지만요.

<납자루떼>같이 이승만과 프란체스카의 로맨스를 다루거나 <도마 안중근>처럼 말도 안 되는 역사극을 만들거나 <긴급조치 19호>처럼 어설프게 정치를 건드리면 이번에도 흥행에 참패할 것은 안 봐도 뻔합니다. 물론 호사가들의 입에 또 다른 한국 영화의 망작으로 조롱당하며 오르내릴 수는 있을 겁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과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이 이미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가운데 고 육영수 여사와 고 박정희 대통령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던 일명 박정희 영화 <퍼스트레이디>는 제작이 무산된 바 있습니다. 과연 서세원은 이승만 영화를 제작할 수 있을까요? 흥행에 성공하고 싶다면 꼭 정치 깡패물로 만드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달 저희가 출간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의 저자 김용택 선생님께서 7월 24일 CBS방송 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하셨습니다. 3부 [집중 인터뷰] 코너에서 한국 교육의 현재와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방송에 소개된 김용택 선생님의 교육 철학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생각비행,

2013년 7월 24일(수) 방송에 소개된 김용택 선생님

3(오후 7:35-8:00)

[집중 인터뷰]
"훈장거부한 선생님의 참교육 이야기"
-퇴직교사 김용택 선생님 (다시 듣기)


약 22분간 진행된 집중 인터뷰였으나 우리나라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두루 살피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김용택 선생님의 교육철학을 깊이 이해하시려면 꼭 책으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경남도민일보》와의 특별한 인연

지난 7월 31일자《경남도민일보》에 <뜨거운 교육철학 담긴 책이 나왔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김용택 선생님의 출판기념회 소식이 실렸습니다.


애초에 선생님께선 조촐한 축하 자리로 책 출간을 기념하려고 하셨습니다. 일부러 많은 분께 책을 냈다는 말씀도 하지 않으셨답니다. 그런데 CBS 방송을 듣고 책 출간을 축하한다며 연락하는 분이 많았다고 하시더군요. 동료, 후배, 지인, 제자 등 선생님을 귀하게 여기는 많은 분이 자발적으로 축하 자리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출판기념회는 8월 9일(금) 오후 5시에 태봉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출판기념회 기사

7월 19일자 《경남도민일보》에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서평이 실린 적이 있습니다. <추락하는 교권…무너지는 교실, 40년 교직경험 바탕으로 쓴 에세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는 김용택 선생님에 대해 "퇴임할 때까지 불합리한 교육 정책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 같은 문제를 현장에서나마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은 올바른 교사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에서다"라고 책 출간의 의의를 밝힙니다. 또한 참된 삶을 안내하는 스승의 역할을 강조하며 아이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철학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생각비행, 교실붕괴, 추락하는 교권, 교육현실

7월 19일자 경남도민일보

사실 김용택 선생님과 《경남도민일보》는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1999년 경남도민일보창간준비위원장, 2000~ 2010년 1월 경남도민일보 논설위원, 2003 경남도민일보 이사, 2005~2012년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 대표, 2011년~현 경남도민일보 독자권익위원 등으로 활동하셨기 때문입니다.  

김용택 선생님 정도는 아니겠지만 《경남도민일보》를 바라보는 생각비행의 관심 또한 특별합니다. 저희는 서울에서 《경남도민일보》를 정기구독하고 있습니다. 약 2~3일 지나 도착하기 때문에 매번 과거의 소식을 접하는 셈이지만, 그래도 중앙지에서 볼 수 없는 소중한 정보에 놀라는 일이 잦습니다. 생각비행은 《경남도민일보》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피플파워》를 창간호부터 정기구독하고 있는 열혈 독자이기도 합니다. 지방의 소식은 지방 매체가 가장 정확하게 전달해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 각지에 많은 지방지가 있지만 《경남도민일보》를 향한 애정은 각별합니다. 《경남도민일보》가 권력화된 '토호 언론'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 6,000여 명의 도민이 주주로 참여하여 창간한 '개혁적 지역정론지'이기 때문이죠. 이 신문의 지향점은 창간사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두렵고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존 신문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지역언론 하나를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6,000여명의 각계각층 도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일간신문을 만들었다는 것은 경남 언론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거니와, 이를 위해 우리의 모든 정열과 노력을 쏟아 부었던 지난 6개월을 돌이켜 볼 때 벅찬 감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먼저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경남도민일보 창간을 위해 기꺼이 피와 살점을 떼어 준 6,000여 주주들의 높은 기대와, 예사롭지 않은 신문에 쏟아지는 전국적인 관심이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두려움과 중압감 속에서도 우리는 경남도민일보의 창간이 경남의 역사는 물론 한국언론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일로 남을 것이라 믿습니다.

우선 경남도민일보는 '신문'의 주인과 '신문사'의 주인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도민의 신문'으로서 특정 대자본의 이해관계에 흔들려 온 한국언론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것입니다. 언론의 자유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국민 모두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언론은 민주화의 과정에서 국민들이 피흘려 쟁취한 언론자유를 소유자본이나 언론구성원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왔던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과정에서 언론은 부도덕한 권력과 자본의 횡포를 감시하고 비판하기보다 스스로 권력화 함으로써 참언론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려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우리는 이런 문제의 근본이 언론의 잘못된 소유구조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경남도민들은 전국에서도 유례가 드문, 전혀 새로운 신문의 소유구조를 창출했습니다.

예로부터 경남은 외세의 침탈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의병의 구국혼과 형평사운동으로 표출된 인간해방의 정신, 그리고 3.1독립운동과 3.15의거, 10.18항쟁으로 이어져온 자주.민주.정의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는 고장입니다.

개혁언론의 기치를 든 경남도민일보가 이 고장에서 창간하게 된 것도 이처럼 불의를 용납치 않는 경남인의 혼이 살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일찍이 경남도민일보는 지역언론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덕목으로서 도민에게 드리는 21가지 약속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스스로 깨끗한 언론만이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인식에 따른 것입니다. 뒤틀린 현실 속에서 바른 길을 걷는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압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첫마음으로 돌아가 스물 한가지 약속을 되새기겠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만이 경남도민일보에 쏠린 300만 도민의 관심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길이라 생각하며, 오늘의 이 두려움과 설레임을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1999년 5월 11일

생각비행이 창립 이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올린 다양한 기사에 《경남도민일보》가 자주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기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생각비행의 책이 소개되어 반가운 마음에 글이 길어졌습니다. 다른 언론 지면에 소개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기사를 소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많이 사랑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최근에 출간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가 여러 언론 매체에 소개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해준 곳 중 하나가 《시사인》이었습니다. <"속이 불편한 아이들, 미안했어요">라는 제목을 단 기사는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의 불편함을 알아채지 못한 선생님이 미안한 마음을 고백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김용택 선생님은 "교직 생활을 40년 가까이 했어도 아이들 세계를 이렇게 몰랐다니. 부끄럽고 미안해 얼굴이 화끈거렸다"며 솔직한 마음을 드러냅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본문 중 <선생님, 쟤 변태예요!>라는 글의 일부입니다.

다음은 인터넷상에 떠도는 어느 고3 학생의 일과표다.

06:00 기상
06:00~06:30 씻고 옷 입기
06:30~06:50 아침 먹기
06:50~07:00 스쿨버스 탑승
07:00~07:30 이동 중 버스에서 잠자기
07:30~08:00 자유시간 또는 대략 잠자는 시간
08:00~09:00 EBS 등 방송 시청
09:00~12:50 정규수업
12:50~13:50 점심 먹기
13:50~18:50 정규수업 및 보충
18:50~19:30 저녁 먹기
19:30~23:00 야간 자율학습
23:00~23:30 스쿨버스로 이동 / 2시까지 도서실에서 공부하기도 함

수험생에게 4당 5락(4시간 자면 합격, 5시간 자면 불합격)은 여전히 현실이다. 식욕은 왕성한데 먹고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가 집과 학교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살이 찌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열이면 일곱, 여덟이 배가 나오는 현실. 그래서 허리띠를 매지 못하고 풀어헤치고 앉아 있는 교실. 특기나 소질 개발이 아닌 시험문제 풀이를 위해 하루 17시간을 책상 앞에만 앉혀놓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야만적인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공부하는 아이들이 배만 나오는 게 아니다. 딱딱한 나무의자에 17시간을 앉혀놓으면 어떤 허리인들 멀쩡하며, 눈이며 위장이며 성한 곳이 있겠는가? 그렇게 한 공부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진짜 도움이 되는 지식인가 하는 건 별개의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도 장도식(수능시험을 치기 전에 학교에서 수능 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행사)을 마치면 아이들은 공부하던 교과서며 참고서를 폐휴지통에 내다버리고 말 것이다.

이렇게 시험을 위해 준비한 지식은 시험이 끝나는 순간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 서열화된 대학을 두고서는 어떤 교육개혁도 불가능하다. 정부 수립 후 스무 번 가까이 바뀐 입시제도가 말해주듯 야만적인 입시교육은 나날이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입시교육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공약한 대통령이나 교육부 장관 그 누구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교육개혁을 하겠다면서 시장논리를 앞세워 불평등을 대물림시키는 정부, 바른말 하는 전교조의 입에 재갈을 물리면서 아랫돌 빼 윗돌 괘는 교과부는 언제까지 국민을 기만할 것인가?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220~221쪽


김용택 선생님은 "학생들로 하여금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하게 사는 길인지,어떻게 사는 게 아름답게 사는 것인지, 어떻게 살면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가르치지 않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 이겨야 산다는 생존의 법칙, 힘의 논리만을 가르치는 교사가 과연 교사로서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믿어도 좋은 걸까?" 하고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교육, 무엇이 문제일까요? 《노컷뉴스》가 김용택 선생님의 고민을 잘 담아 기사화했습니다. <무너진 공교육… 문제는 철학이야>라는 기사는 교육이 무너진 것은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교육 정책과 입시위주의 교육, 일류대학이라는 학별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꼬집습니다. 개인은 물론 학급, 학교, 지역사회까지 서열화하는 성적지상주의 교육이 교실을 황페화시켰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교육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김용택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는 교육을 포기한 것이다. 많은 지식을 전수하지만 사용법을 가르지지 않는다면 오용(誤用)하기 십상이다. 지식이 좋기는 하지만 나쁘게 쓰이면 무식함만 못하다. 판단 기준이 없는 지식은 악용될 수 있다.

학교는 이제 미몽(迷夢)에서 깨어나 교육을 해야 한다. 영어, 수학을 잘하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일류학교를 졸업하면 출세가 보장되는 사회는 학벌이 지배하는 전근대적인 사회다.

돈과 지위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양심을 저당 잡는 사회에서 사람답게 살려면 형극(荊棘)의 길을 가야 한다. 남북분단 상태로 덕을 보는 사람, 봉건적 폐쇄사회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진정한 보수는 아니다)의 길을 고집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 결국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소외되는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니체나 쇼펜하우어, 칸트의 몇 마디 말을 읊조리는 것은 올바른 철학공부가 아니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것,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아는 것, 서로 도우며 의지하고 사는 평범한 지혜를 깨우치는 것이 곧 철학이다. 고의든 아니든, 나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더불어 사는 법’을 깨닫게 하는 것이 철학이다. 철학을 가르치는 학교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244~245쪽


그렇습니다. 권력이나 돈이나 선의 이름으로 약자의 눈을 감기고 짓밟는 세상은 진위가 뒤집힌 더러운 세상입니다. 그런 사회에서 아무리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학력이 높아진들 삶의 질이 나아지길 바라는 건 그림의 떡일 뿐이겠지요. 아무리 지식이 많더라도 판단 기준 없는 지식은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까지 교실붕괴 타령만 할 텐가! 철학을 가르치는 학교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김용택 선생님의 교육 철학에 우리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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