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은 씨가 [독립, 하셨습니까?] 원고를 보내왔습니다. 그간 60년 전 남장 아이돌과 열혈팬들의 삶을 담은 다큐 〈왕자가 된 소녀들〉의 스태프로 일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누굴 인터뷰했을지 궁금하시죠? 바로 소개하겠습니다. 


세상엔 남들보다 더 많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영화사 ‘꿈꾸는 오아시스’의 김효정 대표도 그런 부류(?)일 것이다. 평범한 삶에는 가슴이 뛰지 않으며 비록 현실이 모래바람일지라도 진짜 사막 걷는 것을 꿈꾸는 이들. 이들에게 삶이란 가로질러야 할 무언가이면서 가로지르는 일 자체이기도 하다. 사막에서 영화를 찍다가 진짜 사막을 가로지르는 사막 레이서가 되어버린 김효정 프로듀서는 그래서 오늘, 또 다른 꿈을 꾼다.

사막을 횡단하다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사람이 사람에게 들려주고 보여주는 이야기라는 점인 것 같다. ‘인터뷰도 사람과 이야기를 잇는 매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바람으로 이 일을 시작했고, 어느새 초심을 돌이켜볼 시점이 되었다. 인터뷰이를 고민하다가 리스트의 앞부분에 있었지만 소식이 알려지지 않은 김효정 프로듀서를 찾아 나섰다. 그가 남긴 책이자 이정표인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를 들고서.

김효정은 ‘갈 데까지 가본 사람’이다. 2003년 모로코 사하라 사막을 시작으로 2005년 중국 고비, 2006년 칠레 아타카마, 2007년 이집트 사하라, 2008년 남극까지 세계 5대 사막 레이스에서 약 1000킬로미터를 완주했다. ‘그랜드슬래머’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는 이 중 고비, 아타카마, 사하라, 남극을 지나야 한다. 아시아 여성으로는 최초, 세계를 통틀어도 세 번째로 타이틀을 획득한 여성이 바로 그다. 그것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영화 촬영과 촬영 사이 막간의 휴지기에 이룬 쾌거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끝도 없는 사막과 평지, 능선이 펼쳐지는 사막 레이스. 가려도 가려도 온통 모래투성이가 되어버린다.

언뜻 보아도 스포츠 우먼과는 거리가 먼 듯한데 어떻게 사막 레이스에 도전할 생각을 다 했을까. 그는 시인이 되고 싶어 문예창작과에 진학했지만 고전영화 마니아들과 어울리며 점점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어 같은 대학 영화과로 재입학했다. 스물넷에 1999년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이었던 영화사(현 싸이더스)에 제작부 막내로 입사한 뒤로 쉼 없이 달리기만 했다. 2000년 모래바람을 맞으며 10개월간 영화 <무사> 촬영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40대 중반의 신한은행 박중헌 지점장이 사막 마라톤을 완주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봤다. 스물다섯 청춘이 바닥부터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그로부터 3년 후, 김효정은 사하라 사막 마라톤 출발선에 섰다. 촬영 중 틈틈이 준비한 터라 뛰어서 완주할 체력도 없었지만, 전쟁터 같은 현장에서 늘 종종거린 탓에 뛸 마음도 없었다. 한낮의 태양과 밤의 적막함, 외로움과 동행하며 꼴찌 비슷한 성적으로 완주했을 때의 희열을 잊을 수 없어 그는 끊임없이 사막으로 자신을 내몰았다. 그러는 사이 <행복한 장의사> <킬리만자로> <무사> <결혼은, 미친 짓이다> <싱글즈> <역도산> <호로비츠를 위하여> 등의 영화 제작에 참여했고, 프로듀서로 권형진 감독의 <트럭> 등의 작품을 제작했다. 2008년 남극 마라톤까지 완주하고 나니 그랜드슬래머라는 영예와 함께 더 이룰 꿈이 없어졌다는 허무함이 찾아왔다.

"사막에서도 달리지 않고 열 시간 동안 같은 속도로 속보를 했어요. 처음엔 뒤로 처지지만 결국은 앞질러 뛰던 친구들보다 먼저 도착할 수도 있는 거죠. 처음엔 자아를 찾으려고 갔는데 두 번째부터는 주변 사람이 보이더라고요. 마음을 많이 키웠죠. 수업료치고 비쌌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대학생 때 배낭여행 붐이 불어도 저는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어서 해외여행도 안 갔어요. 그런데 사막 레이스를 하면서 근처의 대도시를 많이 경유했어요. 다섯 번 다녀오고 회사 그만두고 나서 쉴 겸 호주에 마지막 레이스를 하러 갔어요.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데가 사막이었거든요. 왜 또 왔지 싶다가도 되게 즐겁고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그러고 나니 돈도 떨어지고 이 돈이면 다른 걸 할 수 있다는 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해가 질 무렵, 꼴찌로 들어오는 참가자를 환영하기 위해 피니시 라인으로 향하는 레이서들. 사하라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란다.

남극 레이스에서 만난 펭귄. 보호 규정상 근접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고.

영화로 세상에 말을 건네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숱한 이의 노동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스태프의 근로조건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화려한 스크린 뒤편에 가려져 있다. 제작부는 현장 통제와 세팅, 장소 헌팅과 섭외는 물론 청소까지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부서다. 제작부 신입(현장에선 '막내'라 부른다)으로 시작해서 제작부장, 실장을 거쳐야 프로듀서가 될 자격이 된다. 편당으로 계약하는 프리랜서는 참여 기한도 짧고 진급도 비교적 빠른 편이지만 김효정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어서 꽤 많은 작품의 기획 단계부터 완성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겪어냈다. 현장에서 시작한 덕분에 작품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눈을 갖게 됐다. 14년이란 시간이 지나는 동안 거의 없었던 여성 스태프의 수가 많이 늘었고, 마케터 출신이나 유학 다녀온 프로듀서가 많아지면서 현장에서만 배울 수 있었던 것들이 다소 경시되는 경향도 있다.    

"제작팀에 들어갈 때 여자 스태프가 드물었어요. 여자 선배가 절 처음 보자마자 중간에 관둘 거면 지금 그만두라면서 3~4년은 밤낮도 없고 사생활도 없을 텐데 괜찮겠냐고 묻더라고요. 사실 정말 힘들었어요. 제가 일을 제대로 못 하면 남에게 부담이 가니까 더 많이 일했던 것 같아요. 맨손으로 쓰레기 줍고 도시락 분리수거하고 잡다한 일까지 다 해요. 현장에서 하는 일이 대부분인데 성별 따져서 일 나누기도 그렇고, 무거운 거 들고 갈 때 남자 스태프들이 도와준다고 해도 마다하고 그랬어요. 남자들도 쉬이 그만두는 판에 제작이나 연출 파트 여성들은 남성적 성향이 많아야 견딜 수 있어요. 이제는 제 위치가 생기기도 했고 요즘 같으면 그렇게 하지 않겠죠. 피디도 남들보다 늦게 됐지만 차근차근 모든 단계를 경험한 것이 지금은 큰 자산이 됐어요."

처음에 한 번이라고 생각했던 사막행이 잦아지면서 점점 회사에 얘기하지 않고 다녀오게 됐다. 아무리 휴가 결재가 떨어졌다고 해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경우, 반길 수만은 없는 부분이 있었고 그런 점이 신경 쓰여 일에 완벽을 기하려고 더욱 노력했을 터다. 영화라는 작업 자체가 계획한 일정에 맞춰 끝나기 힘든데다 개개인의 사정을 봐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취미나 다른 일과 병행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체력훈련을 해야 하는 일을, 김효정은 자투리 시간만 이용해 해냈으니 대단한 성취일 수밖에. 그걸 아는 사람들은 경탄의 눈길로 바라봤을 테고 또 어떤 이들이 질시의 시선으로 보는 것도 당연했다.      

"남들 휴양지 갈 때 난 사막에 가는 것하고 다를 바가 없는 거죠. 저는 몸을 움직이는 게 행복하고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몸을 내몰았을 때 희열을 느껴요. 인생이 일과 사막, 두 가지뿐이었죠. 그러다 2009년에 회사를 그만두게 됐어요. 프로듀서로 데뷔해서 한 작품을 했는데 회사가 갑자기 어려워져서 희망퇴직처럼 나온 거예요. 독립할 요량이었으니 잘됐다 싶으면서도 불안했는데 책을 쓰면서 나름대로 극복한 것 같아요. 그동안 못 만난 친구들도 만나고 열심히 놀았어요. 그러면서 제 영화사도 차렸고요. 2년 정도 촬영한 다큐가 있는데 마무리하고, 올해 장편 상업영화를 제작할 계획이에요. 되어 봐야 아는 거긴 하지만."    

사막 레이스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아프리카'였다. 십 년간 영화를 찍어 번 돈의 절반은 사막에, 나머지 반은 아프리카 촬영에 쏟아부었다. 그 계기가 된 영화가 <데저트 플라워>(2009)였다. 아프리카 소말리아 사막의 가난한 유목민의 딸로 태어나 강제 결혼을 피해 고향에서 도망쳐 천신만고 끝에 세계적인 톱모델이 된 와리스 디리의 삶을 그린 이 영화는 그간 사막을 가로지르기만 했던 김효정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여성 할례란 여성 성기 절제술을 이르는 말로, 여성의 성기에서 성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제거해 성적인 쾌감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아직도 널리 행해지고 있는 악습이다.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20~30퍼센트에 달하는 아이가 감염과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전통할례를 치르고 있는 소녀들 (케냐 Olenguruone) -서민수
NGO 교육프로그램을 경청하는 여인들 (에티오피아 Gift)-서민수
2.6 할례 반대의 날(Anti-FGM Day) 거리캠페인 중인 학생들 (에티오피아 Addis ababa) -서민수

할례를 피해 도망온 아이들을 보호하는 캠프에서 만난 소녀의 뒷모습 (케냐 Kuria) -서민수

"한국 사람들이 할례도 잘 모르고 아프리카를 오지(奧地) 이미지로만 알고 있잖아요. 저도 사막을 그렇게 다녔는데 그곳 사람들의 삶을 전혀 몰랐더라고요. 가보면 다들 원조받은 브랜드 옷 입고 핸드폰 들고 다녀요. 아프리카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마사이족이 실제로는 제일 잘살아요. 저희는 현지인처럼 정말 가난하게 다녔어요. 싼 방에서 다 같이 자고, 현지 음식을 먹고 물만 사서 마시는 식으로. 할례를 피해서 도망쳐온 아이들을 만나려고 2010년 겨울하고 이듬해 겨울 두 번 다녀왔어요. 겨울방학이 우기라서 학교에 못 가기 때문에 그때 할례를 해요. 우리가 도와줄 건 없고 결국엔 아이들에게 교육할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부모가 초등학교 중퇴니까 아이를 안 보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첫해에 하루도 안 빼고 촬영했는데 나중에 보니 쓸 게 없더라고요. 이듬해에는 할례를 피해 도망온 아이들을 돌보는 기숙학교에 한 달 있었어요. 철제 이층침대에 다 꺼진 스펀지를 깔고 아이들하고 같이 잤어요. 한 달쯤 지나서 돌아갈 때가 되니 그제야 마음을 조금 열더라고요."

아이들과 똑같이 먹고 자고 하다 보니 살이 빠졌다. 아침은 묽게 탄 짜이(밀크티 비슷한 차)와 마가린밥, 점심엔 팥 삶은 것만 먹는 약소한 식단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집보다 배불리 먹고 편히 지내서 그런지 얼굴에 윤기가 돌았다. 방학이 끝나면 집과 학교로 돌아가거나, 아예 집을 떠나야 하는 아이들. 딱히 해줄 것이 없어서 120명이나 되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뷰파인더에 담아 사진을 인화해주었다. 우리나라식으로 졸업사진을 찍어준 셈인데, 사진을 보며 아이들은 특별한 동기생과 한국에서 온 노란 피부의 언니들을 평생 떠올릴지도 모른다. 언젠가 영화가 완성되어 함께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사진 찍어서 잠깐 보여주고 마는 건 좀 아니잖아요. 카메라 두 대로 종일 찍고 인화해서 졸업날 개인 사진하고 단체 사진을 나눠줬어요. 아이들에게 안 입는 옷을 나눠주려고 수하물 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1인당 10킬로그램씩 챙겨갔어요. 우리는 옷을 두 벌만 가져가서 매일 빨아서 입고.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줄 수가 없잖아요. 언젠가 집 떠나 독립하려면 스스로 책임져야 하니까 돈 버는 일이 힘들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어서 같이 옷을 팔았어요. 처음에는 잘 팔리니까 재밌어하더니 금세 지루해하더라고요. 남은 옷은 저희가 다른 장에 가져가서 팔았어요. 일주일 후에 옥수수가루랑 차, 비누 같은 생필품을 사줬어요. 한국에 돌아오니 후반작업 비용이 필요해서 기업 사회공헌 기금이나 단체 지원금을 주로 알아봤는데 할례가 거부감을 주는 소재라면서 나무 심기나 축구공 기증처럼 눈에 보이는 사업에 지원하겠대요. 저 같으면 생리대 판매수익이 아프리카 여성을 위해 쓰인다고 하면 살 것 같은데 말이에요. 잘 마무리해서 개봉하려고 해요."

이 다큐멘터리는 아마 상업적으로 크게 이득을 안겨주는 결과물은 아니겠지만, 그의 본업은 상업영화 프로듀서다. 더 많은 사람이 향유할 수 있는 대중영화라도 기왕이면 사람들의 마음에 조그만 행복이라도 안겨주는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 짬짬이 강연이나 다른 책 작업을 하면서 영화 일에 힘쓰고 있다. 시간이 지나 어떻게 기억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별다른 수식어 없이 '김효정'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오랫동안 다져온 꿈인 만큼 좋은 영화, 오래 회자할 만한 영화를 만들어내리라 기대한다. 꿈꾸고 노력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이루게 마련이니까. '꿈꾸는 오아시스'라는 영화사 이름을 곱씹을수록 그러하다.

"물론 오락영화도 좋고 그런 영화는 영화대로 보지만, 제가 만든 영화가 뭔가 사람들의 삶에 작용하길 바라요. 조금씩 퍼뜨려져서 전 세계가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어찌 보면 막연한 꿈을 꾸는 거죠. 영화란 게 기획 기간이 길고 실 제작에 들어가야 펀딩이 되고 저도 인건비를 받을 수 있는데 그 과정이 너무 길죠. 대박이 나야 수익도 나는 거고. 남들은 신세가 좋은 줄 알겠지만 미치지 않으면 못 하는 일이에요. 영화 작업이 더뎌지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져요. 저는 꿈 얘기할 때가 가장 즐겁고 밤새는 줄도 몰라요. 직장 그만두고 나서 돈보다 자아를 찾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남들이 결혼하고 애 낳고 그런 건 안 부러운데,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친구들은 참 부러워요. 세상에 즐거운 일이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걸요."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시중은행에 비해 높았던 청약저축(주택청약종합저축 포함) 이자율을 현실에 맞게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청약저축을 해지하는 경우의 이자율 고시' 제정안을 2013년 7월22일(월)부터 고시·시행한다고 국토교통부가 밝힌 바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지속적인 시중금리 하락으로 7월 현재 시중은행의 2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퍼센트대를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얼마 전 생각비행에서 출간한 《쏙쏙 뽑은 재테크 기본》의 저자인 한은정 기자는 초저금리 시대에 숨어 있는 1퍼센트의 이자율을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물론 1퍼센트의 이자율이 함정일 수도 있다고 충고합니다. 자신의 투자 성향과 경제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조금 높은 이자율만을 찾아 떠나는 재테크 유랑이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교보문고에서 한은정 기자를 '명사의 샘' 꼭지에 소개하기 위해 인터뷰했습니다. 책을 쓴 계기와 핵심 내용 등이 잘 소개되었군요. 그림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기사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레이디경향》도 한은정 기자를 인터뷰하여 재테크의 기본을 알려주는 지면을 구성했습니다. 크게 4가지 포인트를 잡아 내용을 소개했는데요, [월급 관리의 좋은 예 / 펀드를 두려워하지 말라 / 보험, 묻고 따진 뒤 가입하라 / 은퇴 준비는 전략적으로]가 그 내용입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기사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쏙쏙 뽑은 재테크 기본》이 소개된 언론 지면을 모아봤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게시물을 올려 사회적 논란을 촉발한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광고가 중단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간 일베에는 리얼클릭, 구글 애드센스, 미디어나루 등 인터넷 광고대행업체들이 광고를 게재하고 있었습니다. 광고대행사 리얼클릭은 22일 공지글을 통해 "제휴 매체 일간베스트에서 역사인식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 유해 정보가 많이 올라오고 있어 광고주와 인터넷 유저들을 보호하기 위해 광고를 차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간베스트저장소

보수 우파의 집결지로 불리며 파워 사이트로 떠오르고 있는 일베 커뮤니티 회원을 얼마 전 국가정보원이 안보 특강에 초청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일베 회원들이 인터넷에 공개한 국정원의 초청장에 따르면, 국정원은 일베 회원을 포함해 간첩 신고를 한 보수 누리꾼들을 뽑아 오는 24일 열리는 국정원 안보 특강에 초청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갑자기 각종 뉴스를 선점한 '일베' 현상,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요? 도현신 작가의 [어제, 오늘, 내일 2]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봅니다.   

전효성의 '민주화' 발언으로 부각된 일베 현상

얼마 전, 떠들썩한 소동이 하나 있었습니다. 2013년 5월 14일, SBS 라디오 프로그램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출연한 아이돌 그룹 시크릿의 전효성이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라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한 발언이 구설수에 오른 것입니다. 전효성이 “민주화”라는 단어를 쓴 맥락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남을 괴롭힌다는 나쁜 뜻으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적으로 만든다는 뜻인 민주화라는 단어가 원래의 의미와는 전혀 상관없는 나쁜 말로 쓰이다니,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주위로부터 반발과 비판이 거세지자 전효성은 뒤늦게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실언으로 번진 파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대체 전효성은 무슨 생각에서 민주화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의미로 말했던 것일까요? 그것이 전효성 개인이 처음 한 발상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민주화를 나쁜 말로 쓰는 어법의 출처는 일간베스트저장소, 줄여서 ‘일베’라고 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일베는 원래 다른 인터넷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줄여서 ‘디시’에서 갈라져 나온 곳입니다. 일베의 모태가 된 디시라는 커뮤니티에 관해 잠시나마 설명을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디시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회로 수많은 누리꾼의 방문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한때 한국 인터넷을 대표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로 꼽혔습니다. 초창기의 디시는 상당히 좋은 사이트였습니다. 디시 접속자들은 서로를 불교에서 도를 닦는 승려를 뜻하는 용어를 변용한 ‘햏자’라는 호칭으로 대하며 존중해주었죠.

2002년 디시에 연재된 만화, <햏자의 역습>. 이 무렵, 디시 접속자들의 매너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았고, 사이트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그런데 이런 디시는 2005년 이후부터 점차 변질되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존댓말이 사라지고 반말과 욕설이 나타났고, 특정 지역(전라도와 대구 등)을 모욕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게시물이 마구 올라왔던 것입니다. 당시 사이트 운영자들은 이런 사태를 막거나 엄히 다스리기는커녕, 오히려 악성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디시의 타락을 방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디시에는 양식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특정 지역과 여성들을 모독하는 게시물들은 윤리적으로 나쁘니 삭제하도록 요청해서 지워졌습니다. 그러자 “그냥 재미 삼아 인터넷에서 하는 말들인데 왜 지우냐?” 하고 반발하는 사람들이 따로 일간베스트저장소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디시에서 삭제된 문제 게시물들을 다시 올렸습니다. 일베의 모태가 된 디시도 2010년 무렵에는 막말과 욕설, 비속어가 들끓는 등 그다지 좋은 사이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디시에서도 감당하지 못해 삭제된 게시물들을 모아 놓은 곳이 바로 일베였으니, 이런 유래를 본다면 일베라는 사이트 자체가 애초에 잘못된 출발을 한 곳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일베의 본질은 무엇인가? 
 
일베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어떤 성향을 지녔는지, 그리고 ‘일베’라는 사이트의 본질이 대체 무엇인지를 놓고 많은 사람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조금씩 차이는 있더라도 “일베는 인터넷의 익명성을 바탕으로 마구 날뛰는 악성 네티즌들의 집단”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지금은 안 쓰지만, 한때 ‘키보드 워리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신상 정보가 닉네임 속에 완전히 가려진 인터넷의 특성을 악용하여, 다른 누리꾼에게 욕설과 인신공격을 퍼부으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죠. 이런 악성 누리꾼들은 인터넷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피시통신이 운영되던 1990년대에도 존재했습니다. 어느 여중생이 “너는 걸레”라는 욕설을 듣고 충격에 빠져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뉴스도 있었지요.

일베도 근본적으로 이런 악성 누리꾼들이 모인 사이트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규모와 이용자 수가 다른 인터넷 공간보다 훨씬 방대하다는 것뿐이죠. 자신의 신분이 철저하게 비밀이니, 자신이 어떤 말을 해도 불이익이나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익명성을 근거로 평소에는 사회의 도덕적 제약 때문에 차마 하지 못하던 말들을 인터넷에 대고 마구 쏟아내는 곳이 바로 일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일베 회원들은 사이트 내에서 어떤 도덕이나 윤리적인 제약도 지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을 “씹선비”라는 모욕적인 말로 부르며 조롱합니다. 그들의 생각에 인터넷은 어차피 가상공간이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뭐든지 마음껏 해도 되는 곳인데 무엇 때문에 현실 세계의 예의나 도덕 같은 귀찮은 제약에 얽매이느냐, 그런 자들은 착한 척하는 더러운 위선자들이다, 라는 겁니다.

일베에 온갖 패륜적인 게시물들―강아지와 수간을 하고, 6살 난 조선족 여자 아이를 집단 강간하러 모의하며, 자신들을 비판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딸을 스토킹 모의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원정녀(매춘부)라고 부르며, 한국 여성들을 김치녀로 혐오하고, 전라도 사람들을 가리켜 홍어 냄새난다면서 다 죽여야 한다는 등―이 마구 올라오는 이유도 바로 인터넷의 익명성에 기댔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을 비판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딸을 스토킹하겠다고 글을 올린 일베 회원들

그렇다면 일베 회원들이 욕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보는 대상은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같은 한국의 독재자들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에 대해 욕설을 퍼붓는 일베 회원들이지만, 아직까지 이 세 사람에 대한 비방 게시물이 올라오거나 베스트로 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전두환을 전땅크라 부르며 우상화하는 일베 회원들이 만든 그림. 그들은 전두환이 저지른 광주 학살을 알고도 오히려 잘 죽였다며 무자비한 폭력을 찬양한다.

어째서일까요? 일베 회원들이 저 세 독재자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몰라서 저러는 걸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저지른 국가적 폭력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들에 대해 분노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열렬히 찬양합니다. 한 예로 일베 회원들은 전두환 일당이 저지른 광주 학살에서 수많은 시민이 계엄군에게 무참히 살해된 사진을 보고는 “전땅크, 부릉부릉, 홍어들 냄새난다”고 댓글을 달며 신군부의 살인을 찬양하고 광주 시민을 조롱합니다.

일베 회원들이 쓰는 말들, 모두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쓸 수 없는 수준이다. (출처: JTBC)

독재자들의 무자비한 폭력을 숭상한다면 그 반대편에 선 사람들, 민주화 투쟁에 앞장선 정치인들(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을 일베 회원들은 어떻게 볼까요? 극렬히 증오합니다. 그중에서도 일베 회원들이 제일 미워하는 대상은 바로 민주화 진영에 속한 정치인인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 일베에서는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가 바로 김대중과 노무현 때문에 벌어졌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런 믿음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김대중과 노무현을 욕하는 것이 일베 회원들의 모습입니다.

일베 회원들은 김대중과 노무현을 욕하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그들이 평생 추구해왔던 가치인 민주주의마저 부정합니다. 일베에서 ‘민주주의’ 혹은 ‘민주화’는 모든 부정적인 뜻을 담고 있는 말로 쓰입니다. 글의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가수 전효성이 자기들 그룹이 민주화를 시키지 않는다고 한 말은 원래는 일베에서 쓰이던 표현이었습니다.

일베 회원들이 민주주의 자체를 증오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어떤 게시물의 밑에 그것을 반대하는 버튼의 이름을 ‘민주화’라고 붙인 것입니다.

게시물 밑의 반대 버튼 이름을 민주화라고 붙여놓은 일베 사이트

이것이 일베 회원들의 핵심 정체성입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같은 개발 독재자들은 찬양하면서 민주화를 추진한 김대중과 노무현 같은 정치인들은 증오하고 있는 겁니다. 국민들의 인권을 유린하며 폭력을 휘두른 독재자들을 좋아하고, 민주주의를 추구한 정치인들은 미워하는 일베 회원들.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원래 일베라는 사이트 자체가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쓸 수 없었던 반도덕적이고 패륜적인 게시물을 모아놓은 곳이었습니다. 그러니 일베를 만들고 이용하는 누리꾼들은 ‘도덕’이라는 가치관 자체를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덕적인 가치인 민주화를 추구한 정치인들을 위선자, 거짓말쟁이, 사기꾼, 나쁜 놈이라고 조롱하는 것입니다. 또한 일베 회원들은 도덕적인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분출하는 행위 자체를 즐깁니다. 그러니 무자비한 학살과 폭력을 휘두른 독재자들을 솔직하고 진실하다고 보면서 좋아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다른 관점에서, 일베 회원들은 약자를 혐오하고 힘을 숭배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미워하는 대상들은 하나같이 한국 사회에서 약한 집단입니다. 전라도는 박정희 시절부터 차별을 받았고, 한국 여성은 오랫동안 남성 우월주의의 희생양이었으며, 김대중과 노무현은 한국의 주류 권력 집단과 보수 언론으로부터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살아온 약자들이었죠. 반면 일베 회원들이 찬양하는 독재자들은 모두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강자들입니다. 이승만은 4.19 혁명으로 쫓겨났지만 아직도 뉴라이트 같은 보수 단체들로부터 국부 대접을 받고 있으며, 박정희는 죽어서도 국민이 제일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고, 그의 딸이 2013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전두환은 권좌에서 밀려났지만 막대한 재산을 이용해 일가족이 상류층에 편입되어 떵떵거리고 있으며, 황제 경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의 보호도 받고 있습니다. 독재자들을 추종했던 세력은 지금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핵심 집단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일베 회원들의 눈에 세 독재자가 절대 강자로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약자를 미워하고 힘을 숭상하는 집단이라니, 왠지 꺼림칙하지 않습니까? 독일의 나치가 바로 이런 자들이었습니다. 특히 나치의 우두머리인 히틀러는 이 세상에는 오직 강자만이 살아남을 권리가 있으며, 약자들은 존재할 자격도 없으니 모조리 죽여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히틀러는 집권하자마자, 독일 국민 중에서 불치병과 난치병 환자 및 장애인 같은 약자들은 국가에 부담만 주는 쓸데없는 방해물이라고 여겨 모조리 독극물로 독살해 버렸습니다. 일베 회원들은 히틀러 같은 극악무도한 파시스트 독재자가 우리나라에서 나오기를 바라는 걸까요?

일베는 사회 실패자들의 모임이 아니다

일베가 악명을 떨치자, 이를 분석하는 사람 중에 “크게 문제 삼을 것 없다. 일베는 어차피 가난한 저학력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별 볼일 없는 집단에 불과하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베를 단순히 사회 부적응자들의 모임 정도로 보는 인식은 너무나 안이합니다. 일베는 저소득층이나 저학력자들만 가려서 받는 사이트가 아닙니다. 일베를 이용하는 사람 중에는 예전에 진중권 씨와 토론을 벌인 ‘간결’ 같이 하버드로 유학 갈 정도의 고학력자도 있으며, 국정원과 깊은 관계를 가진 정규직 종사자도 많습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예전에 운동권 출신으로 국회의원이 된 임수경 씨의 아들이 죽었다는 인터넷 뉴스 기사에 “잘 죽었다” “꼴 좋다”는 식의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들은 철없는 청소년이 아니라 대기업 간부와 중소기업 사장과 같이 지극이 정상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가 말한 것처럼, ‘악의 평범성’이 드러난 사건이기도 했지요.

이러한 이유로 저는 일베 현상이 두렵습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일베 같은 사이트에 열광한다는 것은, 곧 보통 사람들 사이로 파시즘이 자연스레 스며든다는 사실을 의미하게 때문입니다.

실제로 영국의 역사가 마크 마조어가 그의 저서인 《암흑의 대륙》에서 밝힌 사실에 의하면, 제2차 세계대전 직전 대부분의 유럽 젊은이가 파시즘의 강렬한 매력에 자발적으로 매료되었으며, 경제대공황 등의 위기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민주주의 체제를 무능하다고 여겨 혐오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그 당시 유럽과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요? 일베에 제일 많이 접속하는 계층은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인데, 이들이 독재자를 찬양하고 민주화를 부정적인 의미로 쓴다면, 자발적으로 파시즘에 환호하고 민주주의를 경멸했던 유럽 젊은이들을 흉내낸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일베의 하루 접속자 수는 400~500만에 이릅니다. 대략 우리나라 인구의 10퍼센트 정도가 매일 일베에 접속한다면, 이는 그저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한국의 보수 세력과 일베의 결탁 현상

지금은 잠잠하지만 작년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민주당은 국정원이 전국 70여 개의 비밀 지점에서 ‘오늘의 유머’ 같은 국내의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마다 박근혜 후보를 찬양하고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는 이른바 댓글 정치 공작을 벌여왔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때문에 국정원 여직원이 머물고 있다는 강남의 한 오피스텔을 습격해, 어서 나오라고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지요. 거의 이틀을 버틴 끝에 여직원은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대선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조사를 벌인 경찰은 민주당이 문제 삼은 대선 관련 게시물을 그 여직원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적이 없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대선이 끝나고 나서 경찰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정원 여직원은 이명박 정권을 옹호하고 북한과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게시물을 오늘의 유머에 무려 91건이나 올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국정원 직원과 일베 회원이 손잡고 정치 관련 게시물들을 인터넷 사이트에 계속 퍼다 날랐다는 보도. (출처: JTBC)

더욱 놀라운 사실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대북 심리 정보국’이라는 별도의 부서까지 만들어가며, ‘오늘의 유머’와 ‘보배드림’과 ‘뽐뿌닷컴’ 같은 국내의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다 국정원 여직원이 한 것과 똑같은 일을 집중적으로 벌였다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정부 기관이 개입된 정치 공작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국정원 여직원은 일베의 회원인 이모 씨와 함께 일베의 글을 오늘의 유머에 여러 번 인용했으며, 자신이 만든 아이디를 5개나 빌려주었다고 합니다(2013년 5월 6일 JTBC 방송 내용). 이렇게 보면 일베가 단순한 유머 사이트로 머물지 않고, 국정원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보수 세력과 손잡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저 혼자만의 염려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올해 2월 28일, 국정원은 일베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극우 논객인 변희재 씨를 초청해 국정원 직원들을 상대로 종북주의자를 비판하는 내용의 강연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또한 5월 24일, 국정원은 일베 회원들을 초청하여 식사를 대접하고 상품권과 시계를 선물하는 행사까지 열었습니다.

국정원에서 초청 전화가 왔다고 말하는 일베 회원


일각에서는 일베의 서버가 디도스 트래픽이 40기가까지 초과되었는데도 이를 막아냈다는 점을 들어서 혹시 일베가 국정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서 운영되고 있는 사이트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일베가 비단 18대 대통령 선거만이 아닌, 한국 보수 세력과 알게 모르게 결탁하여 앞으로 투표권을 갖게 될 젊은 유권자들을 상대로 민주화 세력을 폄훼하고 박정희와 전두환 등 독재자로 상징되는 보수 세력을 향한 지지를 심어주려는 작업을 인터넷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죠.

대표적인 극우 논객인 조갑제 씨는 일베 회원들이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을 도운 1등 공신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일베 회원들도 자신들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자랑스러워하는 걸 보면, 일베가 정치적 사이트라는 의문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최근 5.18 광주민주화항쟁 기념일을 전후로 종편에서 보도한 5.18 광주 북한군 개입설을 확산하는 일베와 달리 조갑제닷컴에서 이를 허구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린 이후 조갑제 씨를 일베 회원들이 종북좌파로 규정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일베에 대한 최종 평가

처음에는 그저 저질 유머 사이트로 출발한 일베는 어느새 하루 접속자 5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방문자 수를 자랑하는 거대 사이트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일베가 우리 사회에 끼친 악영향은 너무나 커서, 이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언론이 일베를 부정적으로 다루는 상황입니다.

2012년 5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일베 회원들이 보인 태도는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그들은 성추행 의혹을 일으켜 나라의 위신을 실추시키고 피해자의 마음에 상처를 준 윤창중 전 대변인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성추행 의혹 사실을 처음 폭로한 사이트인 미시USA가 “친노종북 사이트”라는 엉뚱한 음모론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베 회원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그들 자신뿐이었습니다.

스스로 일베 회원임을 입증한 논객 변희재 씨가 제기한 종북 발언에 발끈한 미시 USA 회원들.

한국사회에서 사회, 경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심리적 자존감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베 현상을 일종의 심리적 방어기제의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문화평론가 최영일 씨는 “일베의 유해성을 놓고 적대시해서 때려잡는다고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며 “성매매를 단속한다고 없어지지 않듯이 일종의 사회심리적인 집단현상이 있는데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현상을 덮어버리면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평가와 염려와 비난에도 일베는 존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그저 재미삼아서 일베를 하는 건데 뭐가 나쁘냐?” 하고 의문을 품는 분이 혹시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재미삼아 한 일이라고 해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재미삼아 고층 아파트에서 던진 돌에 사람이 맞아 죽고, 재미삼아 불을 질렀다가 사람이 타죽는다면 그저 재미로 한 일이라고 넘길 일은 아니니까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비방성 발언과 인격모독 등의 행위도 정도를 벗어나면 그저 넘길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인격을 현저히 폄훼하는 행위에 대한 자정능력을 잃어버리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공유했으면 합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2012년 9월 7일에 <99%를 위한 위한 기업, 협동조합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협동조합에 관한 기사를 올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보고서 동덕여대학보사에서 협동조합에 관련된 원고를 써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동덕여대학보 제441호(2013년 5월 20일 월요일)


학술면 '아틀리에'라는 꼭지는 학보사 기자들이 주제를 정한 다음 외부 필진에게 원고를 청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협동조합에 대해서 아직 개념을 잘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또 협동조합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와 협동조합의 사례 등을 원고지 9~10매 분량으로 자유롭게 써달라는 요청에 따라 원고를 작성했습니다. 

동덕여대학보에 게재된 원고


협동조합, 99%를 위한 착한 기업

오늘날 세계는 하루를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불공정한 무역은 변함이 없다. 빈부격차는 커져만 가고, 빈곤의 문제가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런 현실을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의 존재 목적을 ‘이윤’ 추구로 생각하는 경향이었다.

기업의 생존 논리 앞에서 인간은 노동을 제공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윤 창출을 위한 무한경쟁 논리 앞에서 인간은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에 불과한 신세였다. 자본의 힘을 극한까지 용인한 신자유주의는 자유무역과 국제적 분업을 앞세워 ‘세계화’와 ‘자유화’를 추진했으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의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그 결과 엄청난 실업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협동조합, 일반 기업과 무엇이 다른가?

놀랍게도 전 세계의 ‘협동조합’은 대규모 파산이나 조합원 해고 없이 이 어려운 상황에 잘 대처했다. 아니, 오히려 수많은 협동조합이 이 기간에 성장하고 발전하여 지역사회를 튼튼하게 하는 자양분이 되었다. 이처럼 협동조합이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경제적 약자가 호혜(互惠)의 힘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워 자본주의가 지닌 독점의 치명적인 폐해를 극복하는 대안적인 기업의 형태다. 요즘 뜨는 표현을 사용하자면 ‘99퍼센트의, 99퍼센트에 의한, 99퍼센트를 위한’ 기업인 셈이다.

2012년 세계협동조합의 해 슬로건

일반 기업에서 소비자는 가능한 한 많은 상품을 소비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혁신으로 이룩한 성장의 과실은 일부 지배계급 안에서만 맴돌 뿐 나뉘지 않는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대주주가 결정권을 독점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소비자 또는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탐욕 대신 협동, 신뢰, 명예 같은 동기로 움직이며 고용, 민주주의, 환경 등의 성과를 재무 성과보다 앞세운다. 이런 차이점이 일반 기업보다 경쟁력 있는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
 
협동조합의 현재와 미래

세계적인 축구 명문인 FC 바르셀로나, 세계 유수의 통신사인 AP통신, 전체 사원이 8만 명이 넘는 세계적인 스페인 기업 몬드라곤의 공통점도 바로 협동조합이다. 세계적 식품 브랜드인 썬키스트, 웰치스, 블루다이아몬드도 협동조합이다. 우리나라에는 한살림·아이쿱·두레 같은 생협이 있고, 지역별로 의료생협이 존재한다. 또한 대학 내 복지시설을 관리·운영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도 있다.

협동조합은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위한 조직체다.

이처럼 조금만 관심을 두고 살펴보면 먹거리부터, 환경 및 생태, 교육 및 주거, 에너지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민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풀어내기 위해 수많은 협동조합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경제적 시스템으로서 협동조합은 상부상조, 약자의 연대, 수익과 손실의 공정한 분배, 자조(自助), 자본보다 인간을 우선함, 착취 없는 사회, 민주주의적 원리에 따른 소유와 관리 같은 개념으로 운영되는 대안적인 기업으로서, 지구촌 경제와 기업 생태계에 새로운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양질의 발전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자본주의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11년 12월 말, 우리나라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됨으로써 이제는 출자금 제한 없이 조합원 5명만 모이면 다양한 협동조합을 시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다수의 사회적 기업이 영리 추구와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선을 빚기도 했으나, 조합원의 편익 극대화가 목적인 협동조합이라면 그런 갈등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의 활성화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업체가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게 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기회를 살려 젊은이의 포부를 협동조합으로 펼쳐보는 건 어떨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