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지만 먹는 즐거움에 사는 사람들은 겨울이야말로 냉면의 계절이라고 말합니다.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가득한 요즘 같은 때에는 맑고 심심한 평양냉면이 생각난다는 사람들의 얘기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즐거움을 계속 누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5대 평양냉면집으로 꼽히는 을지로의 을지면옥이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로 인해 철거 위기에 처했다가 시민들의 반발이 일자 박원순 시장이 전면 재검토를 약속하면서 상황이 오락가락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이 문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을지면옥은 종로구 장사동, 중구 을지로동, 광희동 일대 세운재정비 촉진지구 3-2구역에 속해 있습니다. 이 구역은 2017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으며 관리처분계획을 통과하면 바로 철거에 돌입하여 인근 공구상 거리처럼 사라지게 될 운명이었습니다.  미사일, 인공위성도 만들 수 있다던 관록 있는 기술자들이 즐비했던 청계천도 재정비 사업으로 사라졌고, 서울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맛집이 그득했던 피맛골도 사라졌죠. 

 

그런데 서울 중구 세운 3구역 재개발 계획에 의해 사라지게 될 노포의 철거 논란이 비화하자 시민들의 반발이 생겼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입장을 바꿔 서울시가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이때부터 을지면옥과 재개발 시행사 사이에 진실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신종전 한호건설 회장은 지난 19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 통화에서 "을지면옥 땅 소유주와 5000만 원 중후반대에서 보상가를 협의했는데 3-2구역 사업시행인가가 결정된 2017년 4월 이후 을지면옥 측이 입장을 바꿔 평당 2억 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신 회장의 얘기에 따르면 3-2구역 토지 소유주는 60여 명이며 을지면옥 주인이 소유한 지분이 약 11퍼센트로 가장 넓다고 합니다. 이 주장이 맞는다면 을지면옥 땅 주인은 300억 원이 넘는 토지보상금을 요구한 셈이 됩니다.


출처 - 중앙일보


신 회장은 재개발 지연 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사업구역 내 10평 미만의 작은 땅을 가진 영세 토지주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재개발 지연으로 은행융자 부담이 커진 영세 지주들이 토지경매를 당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살한 사건도 있다"며 "이런 사람들의 어려움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병철 을지면옥 대표는 "한호건설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면서 "한호건설 측 주장은 95% 이상 거짓"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의 부인 홍정숙 씨(을지면옥 공동운영)는 "(우리가 평당 2억 원을 요구했다는) 기사가 나온 뒤 인터넷에서 댓글로 불매운동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을지면옥이 영업 피해를 보면 책임질 것인가"라고 얘기했습니다. 을지면옥은 철거 전까지 현 위치에서 영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세운 3-2구역은 토지 소유주의 75% 이상이 재개발에 동의해 합법적 철거가 가능하지만 노포 철거에 대한 반대 여론과 이에 따른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검토 발언으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개발에 찬성한 3-2구역 중소 토지 지주들은 을지면옥 부지의 공동 소유주인 이병철 대표와 부친 이윤상 선대 회장이 과거 재개발에 찬성했다면서 《머니투데이》에 정비사업계획 서면동의서를 보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맞물려 있다 보니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누구의 말이 맞고 누구의 말이 그른지 판단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을지면옥, 을지다방, 통일집, 양미옥, 안성집 등 을지로를 대표하는 노포에 대한 향수가 있는 사람들은 재정비 사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합니다. 애초 의견 수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업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고 이는 대표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의 결과임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반면 수년간 서울시가 진행해온 사업을 이제 와서 뒤집을 수 있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복잡한 사회에서는 모두가 만족하는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전문가들은 대선 행보를 의식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서울시장을 세 번 하다 보니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조급함 때문에 반복해서 나오는 문제가 많다는 얘깁니다. 박원순 시장 입장에서는 뭘 해도 비판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력한 대선 주자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세 번을 연임하면서 서울시장으로서 시민에게 각인될 만한 상징적인 정책이나 성과가 없다는 점이 박 시장으로 하여금 강박에 빠지게 하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출처 - 한겨레

 

하지만 분란이 일어나는 사업을 마냥 추진하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하여 최선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 21일 발표한 새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전 당선작에 대한 논란도 이를 방증하는 사례라고 봅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반발에서 잘 드러났듯 관계 부처와 합의되지 않은 주요 정책을 너무 성급하게 발표한 측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에는 박원순 시장이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하겠다"고 발언하여 진의와 관계없이 서울 집값 폭등의 빌미가 된 일도 있었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박 시장은 보류, 중단, 시민 의견 수렴 등을 약속하곤 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번에 논란이 된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의 경우 이 지역 고유의 산업생태계 보존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봅니다. 세운상가 골목은 한국전쟁 이후 공구상들이 모여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전초기지였습니다. 이제는 미디어 아트를 포함한 현대 예술을 하는 젊은이들의 착상을 구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노련한 기술자들이 포진한 곳입니다. 젊은 아티스트들이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을지로 일대를 헐어버리고 초고층 주상 복합을 세우겠다는 의도는 단순히 맛집, 노포, 공구상을 쫓아내는 게 아니라, 이곳을 중심으로 하여 무수하게 뻗어 있는 과거와 미래의 문화유산을 송두리째 박살 내버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지요.

 

출처 - Visit Seoul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 작가의 작품들을 구현해낸 엔지니어인 이정성 장인도 세운상가에 입주해 있는데, 서울시가 지난해 세운상가를 발전시키고 재생하는 데 힘써 달라며 16명의 장인까지 뽑아놓고는 뒤에서 헐고 들어오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금 서울시가 하는 건 재생이 아니라 재개발이며, 박원순 시장이 시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으로는 도시재생을 외치며 뒤로는 불도저를 보낸 셈이었기 때문이지요.


출처 - 중앙일보


피맛골의 전철을 보면 을지로 재개발이 진행될 경우 그 말로는 명확합니다. 임대료를 비싸게 받는 고층 빌딩이 줄줄이 생기고 각종 프랜차이즈가 꽉꽉 들어차겠죠. 그런 곳 어디에도 전통과 문화가 깃들 수는 없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전통과 문화를 일부러 뭉개면서 왜 우리에게 외국의 OO 같은 문화 산업, 문화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건지 당최 모르겠습니다. 전문가들은 도심 재개발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재개발을 전제로 재개발 구역 지정을 해놓은 상태에서는 똑같은 문제가 매번 반복된다는 겁니다. 전면 재개발 방식으로 진행할 일이 아니라 개별 건물을 고쳐 쓰거나 재생을 원하면 그렇게 해주고 개발을 원하는 경우 기존 재개발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의 폭을 열어놔야 한다는 얘깁니다. 기존 도시가 가지고 있던 골목길, 조그만 필지, 노포들을 밀어버리고 기존에 형성돼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망치는 재개발은 최적의 방식이 아닙니다. 재개발 방식도 재생 시대에 걸맞게 바뀌어야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6일 서울 청계천, 을지로 일대 재개발을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개발로 노포들이 사라질 우려가 있으니 보존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를 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요. 공구상가 상인들의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으니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새로운 대안을 발표하겠다고요. 서울시가 정말로 전면 재검토 하고 노포와 문화를 살려 나가는 도시 재생이 가능한 방향으로 진행하는지는 앞으로 지켜봐야겠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최대 업적으로 포장된 청계천 사업을 기억하실 겁니다. 2007년 대선 당선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던 사업이었죠. 하지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 사업은 복원이 아닌 복개 위주의 토건, 개발 사업이었습니다. 생태 복원이나 역사 복원과는 거리가 멀었죠. 이 때문에 청계천을 거대한 콘크리트 어항이라거나 시민의 혈세가 흐르는 강이라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어쩌면 청계천 공사를 2년 남짓에 끝낸 경험을 바탕으로 말도 안 되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8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부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 역시 기억하실 겁니다. 여의도 특구 둔치를 온통 콘크리트로 도배했죠. 한강의 자연성을 회복한다던 목적과 달리 시민들은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사실상 개발 사업으로 인식했습니다. 실제로 사업비의 90% 이상이 토목공사 비용으로 사용됐죠. 서울 시민은 이명박, 오세훈 전 시장과 같은 개발 위주의 사업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렇게 밀어버리고 건물을 올려봐야 돈은 있는 자들만 벌고 우리가 향유하던 옛 정취와 문화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그러므로 박원순 서울시장은 널뛰기식 행정을 멈추고 도시재생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관점을 제시해야 합니다. 아울러 주민과 더 폭넓게 소통해야 합니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없다면 부정 여론이 일어날 때마다 정책이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도시재생 관련 사업은 초기 단계에서 주민들과 소통하며 여론을 수렴하지 않으면 아무리 방향과 원칙이 올바르다 해도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막대한 자금을 들여 세운상가를 리모델링하고서는 양옆에서 날개처럼 받쳐주던 업체들을 다 철거해버리는 것이 어떻게 도시재생일 수 있겠습니까? 개발이 진행되고 논란이 일 때마다 담당 구청 직원이 바뀌어버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부디 이제라도 서울시는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을 조율하여 정비할 곳과 보존할 곳을 잘 구분함으로써 산업생태계가 고사하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하길 바랍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고발에 앞장섰고 평생을 인권 운동에 헌신한 인권투사 김복동 님께서 지난 28일 향년 94세로 별세하셨습니다. 김복동 님은 2017년부터 대장암 투병 생활을 이어오다가 최근 급격하게 건강이 악화돼 투병생활을 하셨습니다. 온몸에 암이 파져 온 장기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됐는데도 지난해 말 위안부 피해 고발을 위해 활동을 그치지 않은 분입니다. 숨지기 5시간 전 사력을 다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워달라고 말하며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를 잊지 않았고, 또 재일 조선학교 아이들을 끝까지 지원해달라고 호소하셨다고 합니다.


출처 - KBS


김복동 님은 1926년 양산에서 태어나 만 14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연행돼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일본군 침략 경로를 따라 끌려다니며 성노예 피해를 당했습니다. 1947년 겨우 귀향하여 40년 넘게 그 상처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사셨습니다. 그러다가 1992년 3월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활동을 시작으로 그해 8월 제1차 일본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에서 증언하고, 이듬해 6월 오스트리아 빈 세계인권대회에 참석해 증언하는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인권 운동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출처 – 아이 캔 스피크


고국의 기억을 잃어버린 다른 할머니를 돕기 위해 캄보디아를 찾는가 하면, 유엔 인권위원회와 국제전범재판에 출석해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하기도 하셨습니다. 일본 오사카 시장이 증거가 없다는 망언을 하자 직접 일본으로 가 증인이 왔다며 면담을 요구했을 정도로 열정적인 분이셨습니다. 아흔이 넘어서도 매주 수요집회에 참석했던 김복동 님은 동일본 대지진 소식에 성금을 보내시어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을 삶으로 실천하신 분이죠. 지난 2017년 개봉해 수백만 명의 관객에게 감동을 안긴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영화 배우 나문희가 연기한 나옥분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분이셨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런 고인이 가시는 길이라 그런지 참으로 많은 사람이 조문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복동 님께 추모의 글을 SNS에 올린 후,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했습니다. 조금만 더 사셔서 3.1절 100주년과 고향인 평양에 다녀오실 수 있었으면 좋으셨을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고 하죠. 

 

출처 - 뉴시스

출처 - 뉴스1

김복동 님을 모델로 만든 영화에서 나옥분 역을 연기했던 나문희 배우도 조문하고 너무 고생하셨으니 이제 날개 달고 편한 곳, 좋은 곳에 가시기를 바란다고 애도를 표했습니다.


출처 - KBS


고인의 뜻에 따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수많은 시민이 조문하고 있습니다. 발인은 2월 1일이고 이날 오전 일본 대사관 앞에서 영결식이 엄수됩니다. 김복동 님의 장례식은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시민장으로 치러집니다. 고인은 평생 모은 재산을 장학기금으로 기부했습니다. 끝내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제 생존해 계신 위안부 피해자는 23분으로 줄었습니다.


출처 - MBC


이날 일본 정부는 한국에 한일 위안부 합의를 준수하라는 망발을 다시 한 번 했습니다. 사법농단의 주역 양승태의 구속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 정치인들과 사법부가 일본 부역(附日)자처럼 얼마나 우리 국민을 다각도로 짓밟았는지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위안부 합의'를 진행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촛불시민의 심판을 받아 수감 중이고,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의 입장에 맞춰 대응 전략으로 짠 사실이 다 드러났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런 마당에 이미 가신 분들과 남아 계신 23분의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엄중히 요구함이 마땅합니다. 그것이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를 회복시켜드리는 길입니다.

인터넷의 불법적인 사이트들에 대한 단속이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문체부 저작권 특별사법경찰은 국내 최대 불법 복제 만화 공유 사이트였던 마루마루 운영자 2명을 적발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해당 사이트를 폐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 만화 불법 공유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마루마루는 드러난 광고 수익만 12억에 달할 정도로 도서 업계에 암적 존재였습니다. 마루마루는 국내 단속을 피하기 위해 미국의 도메인 서비스 업체를 통해 사이트를 개설하고 불법복제한 만화 저작물 4만 2000여 건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운영자는 불법복제 만화가 저장된 웹서버의 도메인 주소를 망가마루, 와사비시럽, 윤코믹스 등 수시로 바꾸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문체부에서도 사이트 운영구조와 거래관계가 복잡해 실제 운영자를 추적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수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하기도 했죠.


출처 - 연합뉴스

 

이 밖에도 지난해 정부합동단속으로 검거된 13개 불법 사이트 운영자 중에는 고교생을 비롯해 대학생도 다수 있었으며, 일부는 가족까지 사이트 운영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범죄 수익이 10억 원이 넘는 마루마루 같은 곳도 있지만, 대개는 수천만 원 단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도서 업계가 입은 피해액은 범죄 수익의 수백 배에 달하는 상황이죠. 이제 이들은 형사처벌 이 외에도 권리자들로부터 범죄 수익의 몇 배에 달하는 민사소송을 받게 됩니다. 웹툰 불법공유 사이트 밤토끼의 운영자가 1심에서 2년 6개월의 징역형과 민사소송에서 수십억에 달하는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죠.

출처 - 연합뉴스

 

국내에서 큰 사회 문제가 되었던 최대 음란 사이트 소라넷 운영자도 비슷한 시기에 1심 판결을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일 아동,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소라넷 운영자에게 징역 4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그리고 14억 1000여 만 원의 추징금을 명령했습니다. 법원은 소라넷에 대해 음란의 보편적 개념을 뛰어넘어 사람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왜곡했으며, 소라넷의 존재가 우리 사회에 유·무형으로 끼친 해악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출처 - 한겨레

 

남편과 또 다른 부부 한 쌍과 함께 1999년부터 2016년까지 거의 20여 년 동안 외국에 서버를 두고 소라넷을 운영한 것치고는 너무 형량이 적은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들은 외국에서 나라를 옮겨 다니며 수사망을 피해오다 외교부가 한국 국적을 가진 운영자 1명의 여권 무효화 조치를 해 지난 6월 자진 귀국하여 구속된 바 있습니다. 이번에 1심 판결을 받은 운영자의 남편을 비롯한 나머지 공범 3명은 여전히 해외 도피 중이고 인터폴 등이 추적 중인 상황입니다.


출처 - 한국경제

 

이런 불법공유 사이트들의 문제는 지우고 잡아도 새로 생겨난다는 겁니다. 마루마루가 폐쇄되자 망가쇼미라는 사이트가 등장해 하루 페이지뷰가 수십만 건을 넘겼습니다. 마루마루가 폐쇄되기 전날 도메인이 등록된 탓에 마루마루가 폐쇄될 걸 미리 알고 비슷한 사이트를 연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죠. 리투아니아에 서버를 둔 이 유사 사이트는 마루마루와 구조가 똑같이 설계됐습니다. 사이트 운영자 등이 해외에서 만화 원본을 구해오면 역자가 번역을 하고 식자가 포토샵 작업으로 한국어로 대사를 편집한 후 그 이미지를 사이트에 올리는 방식이죠. 이 밖에도 마루마루2, 뉴토끼 등 불법 만화공유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들이 노리는 건 결국 돈입니다. 이런 사이트에서 보이는 광고는 대부분 사이버 도박, 피싱 등 또 다른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는 것들이죠.

출처 - 서울신문


소라넷 같은 음란 사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청은 지난 7일 사이버안전국에 음란물 추적시스템을 구축했다고 공개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최근 한 달 사이 SNS와 P2P에서 아동, 청소년 음란물을 주고받은 이들의 명단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이며, 보유 영상 중에서 아동음란물이 몇 건인지까지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경 200m 이내로 IP주소까지 추적이 가능합니다. 평균 40여 초마다 한 번씩 자동 모니터링을 하기 때문에 아동음란물을 받다가 지워도 예외 없이 적발되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한 달 동안 파악된 국내 아동음란물 소지자는 7895명으로 시로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비교적 저학력, 저소득의 초범이었지만, 시청 후 중독성이 있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아동음란물 소지자는 내려받기 위한 결제 횟수나 결제금액, 파일 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으며 손에 넣은 영상을 오래 간직하려는 성향도 보였다고 합니다. 아동음란물은 마약처럼 소지만으로도 불법이라 다운로드 한 사실만으로 1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데 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이트 폐쇄와 예외없는 처벌로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단순히 사이트를 폐쇄하는 조처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공급자-역자,식자- 만화공유 사이트-광고주에 이르는 공급 사슬을 깨야 합니다. 가장 좋은 근절법은 불법사이트 이용을 하지 않음으로 광고 수익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만화나 도서 같은 경우 합법 사이트를 이용하면 선순환이 일어나 작가들이 더 좋은 작품을 내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결국 인터넷 세상의 칼자루는 소비자가 쥐고 있는 셈입니다.

2018년 말 큰일의 단초가 될지 모를 발표가 있었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조건부로 허가하기로 발표한 겁니다. 이에 대해 온갖 반발이 거셉니다. 작년 12월 5일 조건부 개설 허가가 발표되자 대한의사협회와 보건의료단체 등은 의료 영리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영리병원은 의료계, 나아가 국민 보건복지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제주도에서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은 15년전부터 있었습니다. 영리병원은 주식회사처럼 투자자를 모은 뒤 이윤을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인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회사인 병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 병원도 의사한테 월급을 주는데 회사가 아니냔 말이냐 하고 의아해하실 분도 계실 텐데요, 이는 노동의 관점보다는 경영, 투자의 관점에 가깝습니다. 영리병원과 달리 현재 국내 민간병원은 모두 비영리 의료법인으로서 병원에서 나오는 이익은 연구비, 인건비 등으로 병원에 재투자해야 합니다.


출처 - MBC


영리병원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대폭적인 자본 투여를 바탕으로 질 좋은 의료서비스, 외국인 환자 유치에 따른 의료산업 강화 등을 내세웁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공공의료체계의 붕괴와 진료비 상승으로 인한 의료 양극화 등을 우려합니다. 반대하는 쪽 의견을 의식해서인지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내국인의 이용을 엄격히 금지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이며 이를 위반하면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 제주투데이


하지만 이는 지킬 수 없는 약속에 가깝습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한다는 조건만으로 영리병원 확대를 막기는 힘듭니다.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면 내국인 진료도 허용해달라고 할 테고, 만약 돈벌이가 잘된다면 다른 의료 자본들이 본격적으로 영리병원 설립에 필요한 법, 제도 변화를 요구하겠죠. 이렇게 되면 한국 의료체계 전반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제주도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다는 건 2016년 발행한 자료에서 녹지국제병원은 해외 의료관광객을 주로 대상으로 하지만 내국인도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 것에서 드러납니다. 또한 의료법은 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법의 틈새를 이용해 내국인을 진료하더라도 막기 애매한 상황인 것이죠.


출처 - 연합뉴스


결국 영리병원 허용은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의 정점이 될지 모를 독배와 같습니다. 사회 전반의 의료 체계를 붕괴시키면서 한줌 있는 자들만이 더 나은 서비스를 받는 결과를 낳겠죠. 이는 영리병원의 폐해가 드러나고 있는 미국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영리병원 진료비는 비영리병원보다 평균 19% 비쌉니다. 고용효과도 떨어지죠. 이번에 조건부 허가한 녹지국제병원의 총 134명의 채용 대상 중 의사,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은 절반도 안 되는 58명에 불과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5.4%로 OECD 기준 최하위 수준입니다. 영리병원이 허용된 나라들의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대부분 70% 이상인데 현재 한국은 영리병원이 불허된 상태인데도 민간병원들의 상업성이 높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상황이죠. 미국의 경우 공공병원 비율이 30% 내외인데도 저 모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리병원이 들어선다면 의료 공공성 붕괴를 막기 어렵습니다. 영리병원 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경우 개인 파산의 60% 이상이 눈덩이 같이 불어난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발생한다는 점이 이를 방증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결국 이번 제주도의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는 원희룡 도지사의 정치인으로서의 이슈 끌기 목적과 의료를 산업화 관점에서 보는 관료적 관점의 폐해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등은 새해 3일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도 영리병원 철회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퇴진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이 시위에서 1차적으로 원희룡 도지사에게 책임이 있지만 중앙정부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의료민영화를 반대하고 영리병원 설립을 금지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건 문재인 정부의 보건복지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죠.


출처 - 한국일보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사업시행자의 병원 사업 경험 자료가 요건에 맞지 않는 데다 국내 병원의 우회진출 의혹이 있다며 사업계획서 전부를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의료는 돈을 많이 낸 누군가만 누릴 수 있는 사치재여서는 안 됩니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좌우하는 의료는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기본권입니다. 그런 의료를 산업화하여 돈벌이에 매진하겠다는 것은 천민자본주의에 다름 아닙니다. 제주도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 철회와 좀 더 명확한 의료민영화 반대에 관한 중앙정부의 메시지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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