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불법적인 사이트들에 대한 단속이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문체부 저작권 특별사법경찰은 국내 최대 불법 복제 만화 공유 사이트였던 마루마루 운영자 2명을 적발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해당 사이트를 폐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 만화 불법 공유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마루마루는 드러난 광고 수익만 12억에 달할 정도로 도서 업계에 암적 존재였습니다. 마루마루는 국내 단속을 피하기 위해 미국의 도메인 서비스 업체를 통해 사이트를 개설하고 불법복제한 만화 저작물 4만 2000여 건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운영자는 불법복제 만화가 저장된 웹서버의 도메인 주소를 망가마루, 와사비시럽, 윤코믹스 등 수시로 바꾸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문체부에서도 사이트 운영구조와 거래관계가 복잡해 실제 운영자를 추적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수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하기도 했죠.
출처 - 연합뉴스
이 밖에도 지난해 정부합동단속으로 검거된 13개 불법 사이트 운영자 중에는 고교생을 비롯해 대학생도 다수 있었으며, 일부는 가족까지 사이트 운영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범죄 수익이 10억 원이 넘는 마루마루 같은 곳도 있지만, 대개는 수천만 원 단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도서 업계가 입은 피해액은 범죄 수익의 수백 배에 달하는 상황이죠. 이제 이들은 형사처벌 이 외에도 권리자들로부터 범죄 수익의 몇 배에 달하는 민사소송을 받게 됩니다. 웹툰 불법공유 사이트 밤토끼의 운영자가 1심에서 2년 6개월의 징역형과 민사소송에서 수십억에 달하는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죠.
출처 - 연합뉴스
국내에서 큰 사회 문제가 되었던 최대 음란 사이트 소라넷 운영자도 비슷한 시기에 1심 판결을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일 아동,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소라넷 운영자에게 징역 4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그리고 14억 1000여 만 원의 추징금을 명령했습니다. 법원은 소라넷에 대해 음란의 보편적 개념을 뛰어넘어 사람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왜곡했으며, 소라넷의 존재가 우리 사회에 유·무형으로 끼친 해악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출처 - 한겨레
남편과 또 다른 부부 한 쌍과 함께 1999년부터 2016년까지 거의 20여 년 동안 외국에 서버를 두고 소라넷을 운영한 것치고는 너무 형량이 적은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들은 외국에서 나라를 옮겨 다니며 수사망을 피해오다 외교부가 한국 국적을 가진 운영자 1명의 여권 무효화 조치를 해 지난 6월 자진 귀국하여 구속된 바 있습니다. 이번에 1심 판결을 받은 운영자의 남편을 비롯한 나머지 공범 3명은 여전히 해외 도피 중이고 인터폴 등이 추적 중인 상황입니다.
출처 - 한국경제
이런 불법공유 사이트들의 문제는 지우고 잡아도 새로 생겨난다는 겁니다. 마루마루가 폐쇄되자 망가쇼미라는 사이트가 등장해 하루 페이지뷰가 수십만 건을 넘겼습니다. 마루마루가 폐쇄되기 전날 도메인이 등록된 탓에 마루마루가 폐쇄될 걸 미리 알고 비슷한 사이트를 연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죠. 리투아니아에 서버를 둔 이 유사 사이트는 마루마루와 구조가 똑같이 설계됐습니다. 사이트 운영자 등이 해외에서 만화 원본을 구해오면 역자가 번역을 하고 식자가 포토샵 작업으로 한국어로 대사를 편집한 후 그 이미지를 사이트에 올리는 방식이죠. 이 밖에도 마루마루2, 뉴토끼 등 불법 만화공유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들이 노리는 건 결국 돈입니다. 이런 사이트에서 보이는 광고는 대부분 사이버 도박, 피싱 등 또 다른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는 것들이죠.
출처 - 서울신문
소라넷 같은 음란 사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청은 지난 7일 사이버안전국에 음란물 추적시스템을 구축했다고 공개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최근 한 달 사이 SNS와 P2P에서 아동, 청소년 음란물을 주고받은 이들의 명단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이며, 보유 영상 중에서 아동음란물이 몇 건인지까지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경 200m 이내로 IP주소까지 추적이 가능합니다. 평균 40여 초마다 한 번씩 자동 모니터링을 하기 때문에 아동음란물을 받다가 지워도 예외 없이 적발되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한 달 동안 파악된 국내 아동음란물 소지자는 7895명으로 시로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비교적 저학력, 저소득의 초범이었지만, 시청 후 중독성이 있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아동음란물 소지자는 내려받기 위한 결제 횟수나 결제금액, 파일 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으며 손에 넣은 영상을 오래 간직하려는 성향도 보였다고 합니다. 아동음란물은 마약처럼 소지만으로도 불법이라 다운로드 한 사실만으로 1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데 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이트 폐쇄와 예외없는 처벌로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단순히 사이트를 폐쇄하는 조처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공급자-역자,식자- 만화공유 사이트-광고주에 이르는 공급 사슬을 깨야 합니다. 가장 좋은 근절법은 불법사이트 이용을 하지 않음으로 광고 수익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만화나 도서 같은 경우 합법 사이트를 이용하면 선순환이 일어나 작가들이 더 좋은 작품을 내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결국 인터넷 세상의 칼자루는 소비자가 쥐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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