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영리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2018년 말 큰일의 단초가 될지 모를 발표가 있었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조건부로 허가하기로 발표한 겁니다. 이에 대해 온갖 반발이 거셉니다. 작년 12월 5일 조건부 개설 허가가 발표되자 대한의사협회와 보건의료단체 등은 의료 영리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영리병원은 의료계, 나아가 국민 보건복지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제주도에서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은 15년전부터 있었습니다. 영리병원은 주식회사처럼 투자자를 모은 뒤 이윤을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인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회사인 병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 병원도 의사한테 월급을 주는데 회사가 아니냔 말이냐 하고 의아해하실 분도 계실 텐데요, 이는 노동의 관점보다는 경영, 투자의 관점에 가깝습니다. 영리병원과 달리 현재 국내 민간병원은 모두 비영리 의료법인으로서 병원에서 나오는 이익은 연구비, 인건비 등으로 병원에 재투자해야 합니다.


출처 - MBC


영리병원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대폭적인 자본 투여를 바탕으로 질 좋은 의료서비스, 외국인 환자 유치에 따른 의료산업 강화 등을 내세웁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공공의료체계의 붕괴와 진료비 상승으로 인한 의료 양극화 등을 우려합니다. 반대하는 쪽 의견을 의식해서인지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내국인의 이용을 엄격히 금지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이며 이를 위반하면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 제주투데이


하지만 이는 지킬 수 없는 약속에 가깝습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한다는 조건만으로 영리병원 확대를 막기는 힘듭니다.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면 내국인 진료도 허용해달라고 할 테고, 만약 돈벌이가 잘된다면 다른 의료 자본들이 본격적으로 영리병원 설립에 필요한 법, 제도 변화를 요구하겠죠. 이렇게 되면 한국 의료체계 전반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제주도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다는 건 2016년 발행한 자료에서 녹지국제병원은 해외 의료관광객을 주로 대상으로 하지만 내국인도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 것에서 드러납니다. 또한 의료법은 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법의 틈새를 이용해 내국인을 진료하더라도 막기 애매한 상황인 것이죠.


출처 - 연합뉴스


결국 영리병원 허용은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의 정점이 될지 모를 독배와 같습니다. 사회 전반의 의료 체계를 붕괴시키면서 한줌 있는 자들만이 더 나은 서비스를 받는 결과를 낳겠죠. 이는 영리병원의 폐해가 드러나고 있는 미국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영리병원 진료비는 비영리병원보다 평균 19% 비쌉니다. 고용효과도 떨어지죠. 이번에 조건부 허가한 녹지국제병원의 총 134명의 채용 대상 중 의사,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은 절반도 안 되는 58명에 불과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5.4%로 OECD 기준 최하위 수준입니다. 영리병원이 허용된 나라들의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대부분 70% 이상인데 현재 한국은 영리병원이 불허된 상태인데도 민간병원들의 상업성이 높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상황이죠. 미국의 경우 공공병원 비율이 30% 내외인데도 저 모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리병원이 들어선다면 의료 공공성 붕괴를 막기 어렵습니다. 영리병원 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경우 개인 파산의 60% 이상이 눈덩이 같이 불어난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발생한다는 점이 이를 방증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결국 이번 제주도의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는 원희룡 도지사의 정치인으로서의 이슈 끌기 목적과 의료를 산업화 관점에서 보는 관료적 관점의 폐해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등은 새해 3일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도 영리병원 철회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퇴진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이 시위에서 1차적으로 원희룡 도지사에게 책임이 있지만 중앙정부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의료민영화를 반대하고 영리병원 설립을 금지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건 문재인 정부의 보건복지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죠.


출처 - 한국일보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사업시행자의 병원 사업 경험 자료가 요건에 맞지 않는 데다 국내 병원의 우회진출 의혹이 있다며 사업계획서 전부를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의료는 돈을 많이 낸 누군가만 누릴 수 있는 사치재여서는 안 됩니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좌우하는 의료는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기본권입니다. 그런 의료를 산업화하여 돈벌이에 매진하겠다는 것은 천민자본주의에 다름 아닙니다. 제주도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 철회와 좀 더 명확한 의료민영화 반대에 관한 중앙정부의 메시지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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