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 12월 6일 저녁 MBC <100분 토론>의 주제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 규제였습니다. 4명의 전문가가 나와 토론을 벌였습니다. 정부측 입장에 있는 분들은 SNS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으므로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측 입장에 반대하는 분들은 현행법으로 충분히 조처할 수 있는 사항인데 굳이 SNS 규제팀까지 만들어 사회적 소통을 막고 분위기를 무겁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토론자가 갑론을박하는 상황에서 두 명의 시민을 전화로 연결해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그중  1명이 냉면 가게를 운영했으나 SNS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SNS 규제는 꼭 필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온라인에서는 SNS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식당 주인의 말이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퍼졌습니다. 실제로 그 식당이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얼마 전에는 《조선일보》 트위터 알바 의혹도 제기되었습니다. 《조선일보》에 기사가 올라오면 같은 시간에 다수의 이용자가 똑같은 글을 퍼뜨린다는 점 때문에 의문이 일었습니다. 오늘은  이 두 건의 SNS 의혹 사건을 분석하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도하는 SNS 심의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시청자를 농락한 냉면집 사장님의 새빨간 거짓말

<100분 토론>에 나온 사건의 전모는 이렇습니다. 전화 연결로 시청자의 의견을 청쥐하는 시간에 신촌에서 냉면 음식점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이 자신의 식당을 방문한 손님이 트위터에 종업원이 욕을 했다는 거짓된 정보를 올려서 피해를 보았다고 했습니다.  식당주인은 손님이 올린 트윗이 리트윗되어 무한 확산하면서 매출이 급감했고,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관할 경찰서에 고발조치하고, 명예훼손 수사도 진행했으며, 포털과 트위터 본사에 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삭제 조치는 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식당주인은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SNS 심의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100분토론 SNS규제 논란

식당주인의 전화의견 때문에 정부측 패널들은 힘을 었었습니다. 한편 반대 입장에 섰던 곽동수 교수는 이러한 SNS의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규제에 신경쓸 게 아니라 피해를 보는 분들을 위해 구제 기구를 만들어 피해를 억제하는데 힘을 더 쏟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100분 토론>이 끝나고 나서 신촌냉면집은 포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많은 네티즌이 주목하기 시작했고, 신촌냉면집과 관련된 정보와 사실 확인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네티즌들은 '신촌 냉면 욕설'이라는 키워드로 포털 사이트를 검색했으나 단 한 건의 게시물도 나오지 않는다며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어떤 파워트위터러는 평소 트위터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주시하고 있지만, '신촌 냉면 욕설'과 관련된 내용은 금시초문이라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게다가 또 다른 네티즌들은 전화의견을 낸 식당주인이 노회찬 새진보통합연대 대표에게 "왜 나의 팔로워 신청을 거부하는가"라는 질문을 한 것에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트위터에는 팔로워 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 기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맺어진 팔로워를 차단하는 '블록'이란 기능은 있습니다.)

이러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네티즌들은 <100분 토론> 자체에 대해 "조작방송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100분 토론> 제작진은 이와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전화의견을 제기한 식당주인이 사실은 냉면집을 운영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식당주인으로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사실은 학원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는데 해고된 강사가 트위터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시켜 손해를 봤다고 합니다. 학원을 냉면집으로 바꿔 이야기한 이유는 자신의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는군요. 이번 사건을 두고 <100분 토론>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사과의 글을 올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100분토론 전화의견 시청자의 친필 사실 확인서(출처 : 100분토론 홈페이지)


"생방송의 특성을 살려 다양하고 소중한 시청자 전화의견을 실시간으로 방송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사전확인에 미흡함이 발생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방송되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리며,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출처: <100분 토론> 홈페이지

<100분 토론>에서 잘 드러났듯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정보는 수많은 의혹을 낳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엄청나게 다양한 관계로 맺어진 SNS를 규제한다는 것부터가 몰상식적인 일입니다. 신설한 SNS 규제 기구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시민이 SNS 규제를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자연스러운 여론 형성과정을 규제하겠다는 꼼수로 이해합니다. 쓸데없는 일에 혈세를 낭비하는 일을 국민은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트윗 알바 동원한 한국의 대표 보수언론, 《조선일보》 

<100분 토론> 의혹이 있기 하루 전에는 《조선일보》가 SNS에서 정보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사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선일보》 트위터 '알바'로 추정되는 여성 트위터러들이 새벽에 기사가 올라오면 동시에 똑같은 멘션을 트위터로 날렸기 때문이었는데요, 이것을 이상하게 여긴 네티즌들이 캡쳐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파문이 일었습니다.

내용을 리트윗한 것이 아닌 완전한 '복사'해서 '붙여넣기'로 이뤄진 트윗 내용.


《조선일보》트윗 알바 논란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위키트리》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보면 같은 글을 동시간대에 리트윗하거나, 똑같은 글을 동시간대에 다수의 사람이 적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네티즌들은 《조선일보》의 이상한 행태에 실망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 대표 언론이라고 자부하는 《조선일보》가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일이 정말로 사실로 드러난다면 SNS 서비스를 부정적으로 이용한 언론사라는 치욕적인 기록이 남게 될 것입니다.

SNS 심의, 과연 필요한가

앞서 소개한 두 문제를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의도적인 정보조작으로 시청자를 현혹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대한민국 대표 언론이라고 자임하는 신문조차 의혹의 중심이 될 수 있으니 SNS 규제가 필요하다고 느끼십니까? 아닙니다. 이런 문제가 있더라도 국민 대다수는 SNS를 통한 자연스로운 여론 형성 과정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스마트폰 보급이 2000만 대를 넘어서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방문자가 매일 늘어나는 마당에 어떻게 천문학적인 SNS 게시물을 일일이 심의할 수 있겠습니까? 적은 인원으로 구성된 팀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올리는 이들을 감시하고 재갈물리는 일일 뿐입니다. 과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여론을 어떻게 틀어막았는지를 보면 이러한 우려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PD수첩>의 '광우병편'과 '4대강편', <추적60분>의 '천안함편'처럼 정부에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프로그램에 불이익 준 전례가 있으니까요.

최근 SNS의 힘을 바탕으로 중동에선 자스민 혁명이 일어나고, 미국과 유럽에선 월가로 대변되는 금융업계에 대한 반대시위가 확산되었습니다. 민심은 천심인 법입니다. 자연스러운 의사 표현의 흐름을 막는 정부는 국민의 비판을 면하기 어렵고 결국에는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최근 한국은 중국, 이집트, 영국에 이어 위키피디아 트위터 검열(Censorship of Twitter) 섹션에 올랐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최근에는 사법부 판사들도 SNS 규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한미FTA를 비판하는 의견을 올린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비판한 《조선일보》에 대해 서기호 판사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판사들도 1인 미디어를 통해 자유롭게 표현하고 대중들과 소통할 권리가 있다"며 SNS 규제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또한 서기호 판사는 "쫄지 않고 할말 하는 사람들이 있어 역사는 발전한다. 역사의 발전은 기득권을 위협하기에 기득권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 ... 그런 세상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며 보수언론의 부당한 보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앞서 소개한 <100분 토론>과 《조선일보》 의 사례를 돌아보겠습니다. 네티즌은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았으나 MBC 제작진의 공개사과를 받아냈고, 《조선일보》의 알바고용 의혹을 세간에 널리 알렸습니다. 자, 다시 한번 질문해봅니다. SNS를 일부 기구가 심의해서 이런 자정 작용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한 일입니다. <100분 토론>에서 곽동수 교수가 지적했듯이 SNS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지원하고, 잘못되게 흘러가고 있는 부분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를 만드는 편이 더 낫습니다. 도도한 여론의 흐름은 막아서도, 막으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리영희 선생(출처 : 위키피디아)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12월 5일, 어제는 리영희 선생이 돌아가신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7묘역에서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대한민국의 진보적 언론인이자 사회 운동가이기도 했던 리영희 선생은 언론 자유를 신장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고양하는 일을 하면서 군사정권에 의해 많은 고초를 겪기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뜻은 아무도 꺾지 못했습니다.

생각비행은 리영희 선생 서거 1주기를 맞아 고인의 생애를 간략하게 돌아보면서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과 문제점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리영희, 자유언론과 민주주의의 투사

리영희 선생은 평안도 출신으로 고등학교 시절 상경했습니다.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말미암아 숙식과 학비를 전액 지원해주는 한국해양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 당시 리영희는 여수·순천사건을 목격합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국군에 자원입대하여 통역장교로 근무하면서 국민방위군 사건을 접했습니다. 이때 리영희는 미군 고문단 장교와 함께 미군의 보급품을 빼서 국민방위군으로 징집된 이들을 도왔습니다. 이후 거창 양민학살사건도 겪었는데요, 자신이 속한 부대인 11사단 9연대가 그 사건을 자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전쟁에 대한 회의감과 국군 고위간부들의 부정부패에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결국 제1공화국 정부에 대해 강한 혐오감으로 드러납니다. 

한국전쟁 이후 리영희는 육군 소령으로 예편했습니다. 1957년 《합동통신》을 시작으로 외신부 기자생활을 시작해, 이승만 독재에 대한 소식을 《워싱턴 포스트》에 익명으로 기고했습니다. 이승만 정권 시절 지켜봤던 국민방위군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을 보면서 느꼈던 제1공화국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 결과였습니다. 이후 이승만 정권이 4.19 혁명으로 무너진 후, 리영희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 연수를 다녀와 《조선일보》에서 외신부장으로 일했습니다. 이때부터 고난의 삶이 시작되었는데요, 〈아시아아프리카 외상회의,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안 검토중〉이라는 기사가 반공법에 위반된다는 혐의로 구속된 일이 발단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반공법에 위반되었다는 근거는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추진'이라는 국제회의 제안이 국익에 반하는 정보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리영희가 5.16 군사쿠데타에 반대하는 글을 《뉴 리퍼블릭The New Republic》에 기고한 일에 대해 군사정부가 앙심을 품고 있다가 덜미를 잡은 것으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베트남 전쟁의 실상(출처 : www.life.com)

이후 리영희는 베트남전쟁 취재를 거부하여 《조선일보》에서 퇴직을 강요받는 상황에 부닥칩니다. 당시 언론들은 국가에서 보내주던 베트남전 취재를 다녀와 미군과 한국군을 미화하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리영희는 "나는 저널리스트로서, 직업적 양심과 훈련된 격식에 따라, 본 대로 있는 대로 쓸 수밖에 없습니다. 거짓은 못 쓴다는 말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베트남전쟁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평소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리영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조선일보》는 그를 여러 한직으로 좌천시켜 결국 스스로 퇴직하게 했습니다. 

퇴직 후 외판원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리다가 《합동통신》으로 다시 복직한 리영희는 언론인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보였습니다. 언론 관련 연구논문을 꾸준히 펴내는 와중에 박정희 대통령은 1969년에 정권 연장을 위해 3선개헌을 국회에서 변칙적으로 통과시키고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었습니다. 3선개헌을 막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빠진 민주진영은 1971년을 '민주수호의 해'로 선언합니다. 이때부터 강연회와 좌담회, 성명서 발표, 인권탄압 사례조사, 공명선거를 위한 협의회 같은 각종 반독재 시민단체가 조직되었습니다. 

그해 10월, '64인 지식인 선언'이 발표됩니다. 선언문은 총통제 분쇄, 학원탄압 중지, 구속학생 석방, 대학생 강제 입영 중단, 대학 점령군인 철수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선언에 언론인으로서 참여한 리영희는 언론계에서 강제 추방되기에 이릅니다. 이후 학생을 가르치는 강단에 섰지만, 리영희는 언론인으로서 독재정권을 끊임없이 비판할 뿐 아니라 곡학아세하는 언론인들을 향한 경계도 늦추지 않았습니다. 박정희 정권과 이어지는 신군부 세력은 리영희에게 끊임없이 제동을 걸었고, 그의 고난의 시간은 6월 항쟁으로 민주화가 진척되기 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강준만 교수는 《리영희 - 한국 현대사의 길잡이》라는 책 머리말에서 리영희 선생의 삶을 이렇게 압축적으로 설명합니다.

우리는 이 책에서 리영희라는 창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큰 줄거리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 창은 어떤 창인가? 투명한 창이다. 100% 투명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리영희만큼 투명한 '인간 창'은 없으리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리영희는 순수 그 자체다. 이게 찬양처럼 들리는가? 그렇다면 뒤집어 말해 보겠다. 그는 자신과 가족의 안전과 번영에 관한 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인물이었다.
'아사리판'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선 같이 따라서 미치거나 타락해야만 자신과 가족의 안전과 번영을 기할 수 있다. 선량한 보통사람들도 방어적인 수준에서 어느 정도는 그런 판에 물이 들어야만 한다. 그러나 리영희는 한사코 그런 최소한의 '방어'마저 거부했다. 미욱할 정도로 스스로 고난을 자초했다.
리영희는 아홉 번이나 연행되어 다섯 번 구치소에 가고, 세 번이나 재판받고, 언론계에서 두 번 쫓겨나고, 교수 직위에서도 두 번 쫓겨났다. 감옥에서 보낸 시간이 1012일에 이른다. 오로지 진실을 추구했다는 죄 하나 때문에 말이다.  
 
그렇습니다. 엄혹한 시절에 《전환시대의 논리》《우상과 이성》《8억인과의 대화》 같은 책을 펴내고, 1988년 《한겨레》 신문 창건에 참여해 논설고문을 지냈고, 방북취재를 추진하다 옥고를 치른 리영희의 삶을 보면 '순수 그 자체'라는 강준만 교수의 지적이 참으로 적절하다고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리영희라는 투명한 '인간 창'을 통하지 않고서 어찌 우리가 한국 언론사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리영희 선생은 어떠한 고난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고 소신을 지켰습니다. 박정희 정권과 신군부는 리영희를 회유하고 협박하고 구속했지만, 그는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개인적 신념을 지키며 끝까지 항거했습니다. 참 언론인의 삶을 살아낸 리영희 선생이 오늘날 언론의 현실을 보면 얼마나 분개하실까요?

부끄러운 한국 언론의 현재

2011년 12월 1일 4개의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했습니다. 언론시장의 황폐화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권하에서 날치기 통과된 미디어법에 대해 살아생전 리영희 선생은 '파시즘의 전조'라고 질타한 바 있습니다. 

종편 채널은 시작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강호동 야쿠자 연루" "김연아 앵커" 보도에서 이미 드러났듯이, 4개 종편은 황색 저널리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족벌 보수신문과 방송이 보이는 어이없는 행태는 더욱 가관입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한나라당의 행태를 비판하기는커녕 KBS 뉴스는 '해외 농산물 가격이 내려가 값싼 농산물을 먹게 되었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한미FTA가 가져올 위험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등,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내용으로 뉴스를 채워 문제가 되었죠. 

한편 MBC는 낙하산으로 부임한 김재철 사장이 〈W〉와〈후플러스〉 같은 간판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하고,〈PD수첩〉을 비롯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편향적인 뉴스를 내보낸 결과, MBC 로고를 보면 환영하던 시민이 이제는 MBC 기자의 취재를 거부하고 내쫓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꼼수다 오프라인 공연 포스터

기존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는 늘 새로운 대안언론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그중에서도 2011년 4월 28일 팟캐스트를 통해 첫 방송이 공개된〈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나꼼수>는 자신들을 그저 잡담하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들의 잡담은 대중적 공감을 넘어 많은 시민을 거리로 나오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나꼼수>는 기존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은 사회 이슈를 재미있으면서도 알기 쉽게 정리해주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대중적 전파력이 탁월한 새로운 비판적 여론형성 기제를 이명박 정부와 여권은 '괴담 유포자'로 지목하고 옥죄고 있습니다만,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나꼼수>에 민주언론상을 수여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 거대 수구언론, 민심을 읽지 못하는 제도권 야당을 비롯한 기존의 권력집단을 향한 비판과 풍자로 국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점을 인정한 결과입니다. 

기성언론과 수구언론은 <나꼼수>라는 대안언론의 출현을 보면서 자신들의 보도관행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또한 비언론인 출신 진행자가 만드는 <나꼼수>가 기성 언론기관 종사자들의 보도보다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는 원인이 무엇인지 통렬한 자기반성도 해야 할 때입니다.

99대 1의 모순을 타파하는 정론을 바라며

최근 온 세계가 시끄럽습니다. 미국에서는 수많은 시민이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 아래 금융권을 비롯한 사회의 부정부패 문제를 비판하고 대안을 마련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유럽 각국에서도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말미암은 경제 파탄을 해결하라고 성난 시민이 나선 상태입니다. 우리나라도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고 한미FTA 비준 날치기 통과를 비판하면서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과연 언론은 이를 제대로 다루고 있습니까? 일부 족벌신문은 1퍼센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거짓으로 도배된 뉴스를 내보내고 있으며, 종편까지 손에 넣은 이들이 방송까지 활용하면서 자신들의 이해를 확장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애플리케이션을 심의하는 전담팀을 신설하여 심의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젊은층의 SNS 접촉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움직임입니다.

리영희 선생은 여러 글에서 지식인, 특히 언론인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고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회문화리뷰》에 실린 강연록 〈전환기 시대 민족 지성과 동북아 평화〉에서 일부 내용을 인용합니다.

"사상의 자유가 없는 사회에는 문화·예술이 꽃필 수 없으며, 심지어 가치중립적이라고 하는 과학·기술도 발전하지 못합니다. 한 예로 문학을 들어봅시다. 노벨문학상이 한국(남한)에서 안 나온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높습니다. 인간의 자유로운 창조활동이란 진정으로 자유로운 생각(사유·사상)이 보장되는 가운데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일본 정도의 사상적 자유의 분위기는 보장되어야만 인간 활동의 새로운 산물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반공이라는 동앗줄로 꽁꽁 묶인 사회에서 노벨문학상이 어떻게 나올 것이며 자유로운 창작물이 어떻게 나오겠습니까. 광적인 반공사상은 냉전주의와 하나가 되어서 휴머니즘을 왜곡하는 법입니다. 그것들은 다양한 인간 사상을 짓밟으면서 유일한 가치를 강요합니다."

리영희 선생은 시대의 우상을 타파하는 데 평생을 바쳤습니다. 우상의 정체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철저한 리얼리스트로 살았습니다. 저항과 투쟁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은 곧 한국 현대사를 이해하는 지름길이었습니다. 가려진 진실을 밝히는 일은 기자의 본분이요, 언론의 사명입니다.

수많은 언론인이 투쟁하여 이뤄낸 언론 민주화를 무효로 만들고 역행하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아집을 비판할 대안언론이 앞으로 많이 생겨나야 합니다. 국민을 위하는 언론이라면 여당의 날치기에 침묵하고 영하의 날씨에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는 행태에 침묵해서야 되겠습니까? 1퍼센트의, 1퍼센트에 의한, 1퍼센트를 위한 언론이 대한민국을 좀먹고 있는 이 시대에 고 리영희 선생의 삶을 돌아봅니다. 언론을 향한 시민의 감시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시기입니다.

2011년 12월 1일자 신문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오늘 《한겨레》와 《경향신문》 하단은 백지상태로 나왔습니다. 광고를 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광고 수익이 절대적인 일간지가 제1면에 광고를 싣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하단에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혀놓았습니다.

우리는 조중동방송의 특혜에 반대하며, 조중동방송의 광고 직접영업으로 위기를 맞은 저널리즘을 지키기 위해, 광고를 싣지 않습니다. -《한겨레》

경향신문은 여론 다양성 훼손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미디어 광고시장을 어지럽히는 조중동방송을 반대하는 뜻으로 오늘 광고를 싣지 않습니다. -《경향신문》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을 개국 이틀 전에 겨우 채널 협상을 마무리하고 오늘부터 방송을 시작합니다. 시험 방송도 거의 하지 않은 채 일단 거창한 개국 쇼부터 치르겠답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종편사는 방송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경향신문》은 "11월 30일 현재 종편 채널들은 12월 4일까지의 편성표만 짠 상태"라고 보도하면서 "그나마 편성 내용도 기존 지상파나 케이블TV 오락채널과 유사한 프로그램들로 채워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론 다양성과 공공성 훼손하는 종편

신문과 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미국조차도 '동일시장'에서 신문과 방송을 함께 가질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특정 언론기업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져서 여론 다양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지요.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 도입을 강행하면서 '시청자 채널 선택권 및 방송 다양성 확대'라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오늘부터 방송하는 종편이 기존 방송과 다른 게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미디어경영연구소가 지난 10월에 내놓은 자료를 보면 조중동 3개 신문의 2010년 발행부수가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 전체의 72.8퍼센트를 차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언론계와 시민사회 단체가 종편을 일컬어 '무한 특혜'라고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상파처럼 뉴스를 보도할 수 있고, 케이블 의무송신 혜택을 누리면서도 광고 영업은 다른 케이블방송처럼 직접 할 수 있으니 언론기업의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인 수준으로 오르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종편은 광고수주와 시청률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케이블 채널 번호 확보에서도 큰 특혜를 누렸습니다. 지상파에 인접한 10번대 ‘황금채널’을 확보했습니다. 광고와 편성·심의 관련 규제는 지상파보다 느슨하다고 하니 종편은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의 장점만을 합친 특혜방송인 셈입니다. 이런 종편이 여론 다양성과 공공성을 훼손하리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합니다. 

오늘 《한겨레》 신문에 실린 <‘안티 포퓰리즘’ ‘인간 박정희’…개국프로부터 보수 편향>이라는 기사의 일부를 옮겨보겠습니다.

종편들은 이미 보수·친기업 편향 시각이 그대로 배어 있는 드라마와 교양 프로그램을 개국 특집으로 준비하고 있다. 신문·방송의 취재부서를 한 공간에 두고 밀접하게 협업하겠다는 방침 역시 신문의 편향적 논조가 방송에서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종편 콘텐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친기업 성향의 다큐·기획물이다. <동아일보>가 대주주인 <채널에이>는 지난 10월5일 광고주를 상대로 한 채널설명회 때 개국특집으로 교양 프로그램 <어메이징 스토리, 대한민국 산업경제 발달사-대기업의 성공, 좌절, 도전사>를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대기업 성장 스토리를 집중 조명하겠다는 뜻이다. <조선일보>가 만든 종편 <티브이조선>은 같은달 18일 설명회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지지하는 최후의 보루”를 자처하며 <기업가 열전, 대(大)한국인 정주영>(가제) 등의 기획성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기업가 열전’이라는 제목으로 볼 때,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시작으로 주요 대기업 총수를 연이어 다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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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보수적 논조가 엿보이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티브이조선의 남유럽 경제위기를 다룬 <안티 포퓰리즘-공짜의 역습, 지중해를 가다>는 현재 제목을 뺀 나머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판단하기 이르지만, 남유럽 경제위기의 원인을 복지의 과잉으로 풀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채널에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50부작 드라마 <인간 박정희>를 개국 특집으로 내년 2월부터 방송할 예정이다. 정세호 채널에이 드라마국장은 “현재 2명의 작가가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으며, 캐스팅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정 국장은 지난 10월5일 채널설명회 뒤 제기됐던 ‘박정희 미화’ 우려를 의식한 듯 “정치색은 최대한 배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삼은 드라마를 내보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책임은 뒤로 미룬 채 그의 인간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춰 일방적 미화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종편 개국일인 오늘 'MB정권 언론장악 심판의 날' 총파업을 벌입니다. 서울과 지방 언론 노동자 약 1500여 명이 서울 광화문에서 종편의 해악을 알리고 종편을 위한 특혜 중단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오늘 《경향신문》에 실린  <“조중동 종편의 해악 알리고 언론 공정성 지키려 총파업”> 기사에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이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방송 사업을 허가한 건 아침엔 조·중·동 신문을 읽고 저녁엔 조·중·동 뉴스를 보라는 뜻”이라며 “조·중·동이 사회적 의제를 선도하면 방송이 이를 따라가던 2000년 이전으로 언론환경이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총파업을 단행하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 종편 개국일에 맞춰 총파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종편을 탄생시킨 미디어법부터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탈법의 산물이다. 여론은 미디어법 개정안에 반대했지만 한나라당은 국민 의견 수렴을 거부하고 2009년 7월 표결을 밀어붙였다. 대리 투표가 상당수 자행된 게 확인됐고, 의결정족수가 부족하니까 국회부의장이 ‘투표를 종료한다’고 선언했다가 재투표까지 했다. 종편엔 유·무형의 특혜도 주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종편에 좋은 채널을 주기 위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종편 간에 개입해 집단 협상을 유도했다. 한나라당은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법을 제정하지 않으려고 시간을 끌어왔다. 영구집권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기획과 정권의 부당한 지원이 결합된 결과물이 종편이다. 종편의 출현은 언론계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담론 지형을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이에 대해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저항하는 건 언론 노동자들의 역사적 책무다.”

……

- 종편이 개국하면 취재·보도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나.

“폐지돼야 할 대표적 특혜가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이다. 편성·제작·보도와 광고 영업의 분리는 정상적인 언론사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에 해당되는 일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보도 기능 왜곡, 자본과의 유착, 여론 시장의 다양성 침해 등이 일어난다. 정치 권력은 5년에 한번씩 교체되고, 어떤 권력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언론환경이 변화한다. 그러나 자본에는 한번 장악당하면 헤어날 수가 없다. 언론사가 광고 영업을 직접 하면 광고주가 언론사에 쉽게 전화할 수 있다. 광고주는 ‘이 기사 빼라, 저 기사를 넣어라’ 데스크에게 직접 전화하게 될 것이다. 이미 일본은 편성·제작회의에 광고 영업 파트가 참가한다. 여기서 어떤 공공성을 기대할 수 있겠나.”

한미FTA 날치기 통과와 종편 출범은 닮았다

종편 출범은 미디어 시장의 붕괴를 초래합니다. 광고시장이 무한 경쟁체제로 돌입하면 엄청난 자본력을 확보한 종편만 살아남게 될 것이고, 이는 지역언론의 기반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은 자명합니다. 또한 지역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비판기능을 상실한 중앙 보수언론의 허위기사로 사회의 다양한 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앞서 채널 다양성으로 시청자를 현혹하며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보수언론의 논리가 얼마나 어이없고 부당한지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기업과의 광고 직거래, 프로그램 편성 규제 완화, 방송발전기금 납부 유예와 같은 각종 특혜를 보장받은 종편 때문에 중소 언론사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게 분명합니다.
 

경남도민일보

국제신문


더구나 종편의 출범은 지역언론의 위기로 국한해서 볼 문제가 아닙니다. 1996년에 미국은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한 텔레커뮤니케이션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그 이후 방송 시장의 90퍼센트를 거대 언론사가 장악했습니다. 미디어 재벌의 독과점은 지역언론은 물론 중소 언론사의 도산을 초래했습니다. 사회 비판과 감시 기능을 확보하지 못하는 언론의 위기는 곧 사회의 위기, 민주주의 질서의 위기로 귀결됩니다. 종편의 출범과 한미FTA 법안 날치기 통과는 근본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이 땅의 1퍼센트의, 1퍼센트에 의한, 1퍼센트를 위한 기득권 챙기기 싸움이었으니까요.
나는 꼼수다 야외공연

출처: 경향신문

어제 <나는 꼼수다> 4인방이 '한미FTA 비준무효'를 주제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3만 명이 넘는 시민이 모였습니다. 이들이 죄다 '괴담'에 홀린 사람들일까요? 아닙니다. 1퍼센트의, 1퍼센트에 의한, 1퍼센트를 위한 정치를 하는 무리를 규탄하고 국민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보이기 위해 궂은 날씨에도 각자의 일을 제쳐놓고 나온 건전한 양심일 뿐입니다.

여론 다양성은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한 사회의 여론이 일방적으로 흐를 때 국민은 분노합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하지만, 분노한 국민의 힘은 엄청납니다. 경찰력으로나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검찰의 꼼수로도 잠재울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조선일보》는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한미FTA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일을 문제 삼으며 "법원 내부 일을 외부에 폭로하는 것은 사법부를 향한 파괴공작"이라며 판사의 진보 성향 자체를 문제로 부각했습니다. 하지만 엊그제 열린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최은배 판사를 징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판사라 하더라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개진한 정치적 표현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부여된 헌법적 권리니까요.

생각비행은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 종편 출범을 단호히 반대합니다. 어제 여의도공원에 대한민국을 망치는 1퍼센트를 비판하고자 모인 수많은 시민도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꼼수다>라는 프로그램이 민주언론상까지 받고 방송 관계자가 주최한 공연에 이렇게 많은 시민이 운집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존 보수 언론이 유포하는 거짓 정보에 질렸기 때문입니다. 생각비행은 전국언론노조의 종편반대투쟁을 지지합니다. 여론 다양성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일에 여러분도 함께해주십시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 19일 토요일에 광화문 광장에서 한미FTA 반대집회가 열렸습니다. 참여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역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7시 무렵이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는 입구(9번 출구)를 경찰이 막고 있었습니다. 황당한 일입니다. 시민 몇 분이 항의하고 경찰에게 길을 트라고 요구하고 계셨습니다.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는 통로를 막고 있는 경찰

통로 쪽으로 올라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왼편으로 세종문화회관이 보이고 정면으로 세동대왕 동상이 보이는군요. 요즘 <뿌리깊은 나무>가 국민을 사랑하는 세종대왕의 면모를 잘 묘사하여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지요? 세종대왕이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없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무슨 말씀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통로를 막고 있으면 도대체 어떡하느냐고 항의했더니 다른 쪽 통로는 열려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 말을 믿고 세종문화회관으로 나갈 수 있는 8번 출구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곳도 경찰이 출구를 막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시민에게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겁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 한 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경찰에게 호통을 치셨습니다. "전두환 때도 이렇게는 안 했어!" 주변에 많은 시민들도 길을 트라고 요구했습니다. 몇 분 사이에 점점 많은 시민이 몰려들어 항의했습니다.

통로를 봉쇄한 경찰

항의하는 시민을 채증하는 경찰

통로를 막은 경찰 뒤에서 항의하는 시민을 채증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복 차림에 모자를 쓰고 마스크까지 했습니다. 지난 22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경찰 10만 1298명 중 1107명이 채증요원이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습니다. 경찰 100명 중 1명이 시위 현장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채증요원이라는 얘깁니다. 경찰이 올해 8월까지 사진 및 동영상으로 촬영한 인원은 무려 1만 3321명으로 드러났으며, 촬영을 위한 장비를 구입하는 데 무려 16억 3000여만 원을 썼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난 9월 21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공안기구감시네트워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포럼 “진실과 정의”, 한국진보연대)는 '경찰의 채증전시회 및 불법채증에 대한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한 바 있습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경찰이 집회·시위 현장 채증사진을 찍은 경찰관 중 6개월에 한 번씩 사기 진작 차원에서 ‘베스트 포토그래퍼’를 선정해 포상하고 있고, 지난 7월에는 서울지방경찰청 내부에서 채증사진 전시회까지 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회에 충격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간 많은 시민단체가 집회·시위 현장에서 무분별한 채증으로 인권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고 항의했지만, 정작 경찰은 이런 비판을 전혀 개의치 않으며 오히려 적극 독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세종문화회관으로 나가는 길을 막고 있는 경찰을 향해 많은 시민이 불법성을 이야기하며 길을 트라고 요구했습니다.

(시민1) "이러면 사람들 점점 많아지는데 어떻게 하실래요? 뒤에 사람 점점 많아지네. 나갈 수 있게 해주세요. 얼른. 경찰은 불법집회를 즉각 해산하라!"

(시민2) "이명박 정권은요, 경찰들의 존엄함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어요. 왜 이런 망신을 당하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예?"

분노한 시민이 힘을 모아 결국 경찰의 봉쇄를 뚫고 8번 출구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앞에 경찰이 2차 저지선을 치고 출입구를 막고 있었습니다. 결국 많은 시민이 경찰에 앞뒤로 둘려싸여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1차 저지선이 뚫린 것에 당황한 경찰은 계단에서 출입구로 올라가려는 많은 시민을 막아서며 밀어붙였습니다. 자칫하면 계단에서 넘어져 사람들이 다칠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경찰 뒤에서 길을 열라고 압박하는 많은 시민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도 있고, 노약자도 있었기 때문에 많은 시민이 충돌이 벌어지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리며 경찰에게 길을 트라고 요구했습니다. 출입구를 둘러싼 경찰들 뒤로 많은 시민이 몰려와 "길 열어! 길 열어!" 하고 소리치며 경찰을 압박했습니다. 승강이 끝에 결국 경찰이 길을 텄고 우리는 당당히 도로로 걸어나왔습니다.

길을 트라고 명령하는 지휘관

경찰 사이로 걸어나가는 시민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나오니 이미 많은 시민이 세종문화회관부터 8번 출구까지 질서정연하게 앉아 계셨습니다. "비준무효 명박퇴진" 구호를 외치며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킨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중에 세종문화회관 방향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선두에 서서 이순신 동상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세종로 사거리까지 도달한 많은 시민은 결국 광화문 광장으로 성공적으로 진입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채운 시민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을 경찰이 막고 있어 더 나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 앞부터 광장 끝까지 수많은 시민이 운집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성토했습니다. 이날 얼마나 많은 시민이 모였는지 다음 영상을 보시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국민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인식해야 합니다. 야5당과 시민사회단체는 한미FTA 폐기를 위한 10만 촛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는 29일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FTA 비준안 서명이 예정된 상황에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한미FTA 날치기 무효! 야5당-범국본 정당연설회’를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경찰은 광화문 광장 사용을 불허하며 애써 불법집회로 조장하는 꼼수를 쓰고 있지만 국민은 이에 굴하지 않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광장으로 나오시리라고 믿습니다. 생각비행도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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