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저물어가는 가운데 크리스마스 시즌에 국회에서 체력장이 열렸습니다. 학력고사 시절에나 있던 그 체력장이 아니라 자유한국당 구태들이 자행한 필리버스터 때문에 열린 체력장을 얘기하는 겁니다. 2016년 2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08명이 테러방지법 표결을 막기 위해 했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달리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아무 말 대잔치 수준으로 시간 끌기를 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필리버스터 중에는 국회의장단이 교대로 진행을 해야 하는데, 짐을 나눠 들어도 모자랄 판에 자유한국당 출신 이주영 부의장은 사회권을 거부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때문에 나이 70이 넘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주승용 부의장 두 명이 2교대로 사회를 봐야 했습니다.


출처 - JTBC


자유한국당이 이렇게까지 버틴 이유 중 두드러지는 것은 역시 공수처법과 선거법이죠. 공수처 설치법 최종안이 공개되자 이를 놓고 자유한국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가 최종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수정안에 원안에 없던 새로운 조항이 추가됐기 때문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24조에 검찰이나 경찰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알게 되면 곧바로 공수처장에게 통보해야 하는 조항이 담겼습니다. 처음에는 공수처장이 검찰과 경찰에게 사건을 넘기라고 할 수 있는 권한만 명시했지만 수정안은 아예 수사기관이 공수처에 통보해야 할 의무를 지운 겁니다. 또한 공수처 검사 자격을 관련 경력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했습니다. 이는 좀 더 젊은 인재들이 모여 수사 공백이나 혼란 없이 고위공직자들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해먹은 게 많아 발이 저린 건지 자유한국당은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검찰 또한 제대로 해야 할 수사들을 미뤄놓은 채 위헌 운운하며 볼멘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출처 - JTBC


선거법은 각 당의 명운 그리고 국회의원 각각의 밥그릇이 걸려 있는 만큼 더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이름을 걸고 있긴 합니다만 애초 4+1 협의체가 밝힌 것처럼 민심이 의석으로 반영되는 투표제를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4+1에 속하는 정당들조차 만족하지 않은 채 어쩔 수 없이 합의한 겁니다. 이렇게라도 해서 다당제로 가는 물꼬는 텄다고 인정해줄 수 있을지 앞으로 국민의 판단이 남았습니다. 부족하지만 동물 아니면 식물 국회였던 우리나라 국회가 4+1 협의를 통해 조금이나마 변화의 기미를 보였다는 정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듯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자유한국당은 공직선거법개정안에 맞서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꼼수를 드러냈습니다. 비례한국당이라고 이름까지 정해놨는데 당명을 선점당해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기막힌 소식도 전해졌죠.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이란 위성정당을 만든다 한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민주당으로 받아친다면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리얼미터에서 현재 지지율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140석, 자유한국당 115석, 바른미래당 16석, 정의당 5석이란 결과가 나온다고 하죠. 다양한 의제와 인재를 받아들이자고 개정한 선거법이 위성정당이란 꼼수를 도입하는 순간, 사실상 무력화되어 지금과 다르지 않은 양당제가 지속된다는 얘깁니다. 이 때문에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 표결도 하기 전에 위성정당 금지법 등의 재개정에 착수하겠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25일 자정 회기 종료와 함께 필리버스터는 자동 종결되고 국회는 곧바로 새 임시국회에 들어갑니다. 국회법은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 지체없이 표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수처법과 선거법 모두 이제 표결에 들어갑니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찰개혁 법안과 유치원 3법 같은 나머지 패스트트랙 법안도 같은 방법으로 하나씩 처리될 예정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해진 수순이라고 할 수 있지만 4+1 협의체와 자유한국당의 극단적 대치는 2019년을 넘어 2020년 새해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시민들의 바람이 좀 더 잘 전달되는 정치가 펼쳐질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표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국민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12월 16일 역사상 가장 길었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COP25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폐막했습니다. 대표단은 탄소를 억제하기 위해 전 지구적 대응을 강화하자는 핵심 문제에 대해 합의했으나 탄소 시장 지침 등 세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국가마다 입장이 달라 논의가 미뤄졌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과라는 큰 틀에 관해서는 대략적인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탄소 거래 금액의 개도국 지원사용,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 이중계산 등을 놓고 국제탄소시장 이행규칙에는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판매국과 구매국 간의 비용처리 방식과 같은 세부지침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견이 워낙 컸고요. 유럽기후재단은 미국 대통령이 불참하는 등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했지만 진일보한 결과라고 한 반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결과에 대해 직접적인 실망을 표했습니다.


출처 - BBC


이번 COP25를 앞두고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최후의 방어선이 우리 목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뭄, 홍수, 사이클론 등 기후변화가 불러온 재난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최소 3300만 명이 생명을 위협받는 수준의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다면서 말이죠.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지구는 현재 산업화 이전보다 1도 정도 높은 온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상 기록상 가장 더웠던 20년은 모두 지난 22년 사이에 몰려 있습니다. 1위~4위가 2015~2018년이었습니다. 이런 온난화 추세를 멈추지 못하면 21세기 말에는 기온이 3~5도 상승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인다 해도 이미 배출한 온실가스가 제거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립니다. 지구적 기후 시스템, 특히 극지방의 물과 얼음이 이미 반응하기 시작한 지금, 사실상 이번 세대가 기후변화를 멈추거나 완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회복 불가능한 기후위기라고 불러야 하는 재난 상황이라는 겁니다.


출처 - BBC


NASA의 네이처 기후변화 논문에서도 상황은 심각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영구동토층이 기후변화로 녹기 시작하면서 얼음 속에 수만 년 동안 갇혀 있던 탄소가 매년 17억 톤씩 배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영구동토층 위에 자라는 식물들이 흡수할 수 있는 탄소 규모가 10억 톤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나머지 7억 톤이 계속해서 대기 중에 쌓이며 기후변화를 재촉하게 된다는 겁니다. 더 뜨거워진 기후는 영구동토층을 녹이며 악순환을 가중시킵니다. 이 와중에 탄소보다 온난화 능력이 25배나 강한 메탄가스까지 분출되고 있으니 악순환은 더욱 심해집니다.


출처 - 한겨레


결국 '인류세는 재난이다'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현생 인류가 사는 지금은 지질시대 분류로 따지면 신생대 제4기 홀로세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인류 문명이 지구 환경을 심각하게 변형시킴에 따라 불과 1만 년 만에 인간의 시대, 즉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지질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자연 활동이 아닌 인간의 활동이 지구를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동인이 된 시대라는 뜻입니다. 지층에 켜켜이 쌓이는 플라스틱 구성물과 대기 중의 온난 가스가 대표적인 상징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인간들의 우매함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선진국이라는 미국, 중국 등의 환경 테러는 말할 것도 없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이 자행하는 환경 테러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올해 4월 국내 대표기업들인 LG화학, 한화케미칼을 포함한 여수 산업단지 사업장들이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 물질 수치를 조작한 실태가 드러났습니다. 국민들이 1군 발암 물질인 미세먼지 공포로 떨고 있을 시기에 그들은 돈에 눈이 멀어 정부와 국민을 속이기 여념이 없었습니다. 저감조치를 해도 모자랄 판에 말입니다.


출처 - JTBC


지난 11월 인천 사월 마을은 집단 암 발병으로 동네 전체가 사람이 살기 부적합한 곳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하루에 지나가는 트럭과 버스가 1만 3000대가 넘는 이곳은 폐기물 처리업체 등 공장 165곳이 가동 중이죠. 사월 마을은 인근 지역보다 미세먼지는 1.5배, 대기 중 중금속 성분은 2~5배 가량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삼성전자에 이어 올해 9월에도 서울반도체에서는 작업 중 방사선 피폭 가능성이 있는 전·현직 직원이 250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과학과 기술이 초석이 되어 쌓아 올린 문명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국가, 대기업만의 문제일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행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최근 환경 이슈가 된 종이 빨대 역시 기업 마케팅의 일환일 뿐 실질적으로 친환경적인 일회용품은 거의 없다고 하죠. 근본적인 해결책은 일회용품을 아예 쓰지 않는 것뿐입니다. 현재의 재활용 분류와 기업의 생산 책임 문제까지 풀어야 할 산은 너무나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재활용을 잘하고 있다는 우리나라지만 전 지구적 기후위기 앞에서는 테러국일 뿐입니다.


출처 - TIME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스웨덴 출신의 16세 소녀이자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했습니다. 92년 동안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온 《타임》지 역사 속에서 최연소이자 10대로서는 최초입니다. 그레타 툰베리는 막연했던 기후 불안을 변화가 필요한 세계적 움직임으로 바꾸는 일에 공헌했습니다. 지난 9월 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UN Climate SUMMIT)에서 그레타 툰베리가 한 영어 연설 전문을 소개합니다.

 

This is all wrong.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I shouldn't be up here.

제가 이 위에 올라와 있으면 안 돼요.

I should be back in school on the other side of the ocean, yet you all come to us young people for hope.

저는 대서양 건너편 나라에 있는 학교로 돌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희망을 바라며 우리 청년들에게 오셨다고요?

How dare you ! You have stolen my dreams, my childhood with your empty words.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요?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습니다.

yet I'm one of the lucky ones.

그렇지만 저는 운이 좋은 편에 속해 있어요.

People are suffering .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People are dying.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Entire ecosystems are collapsing.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We are in the beginning of a mass extinction and all you can talk about is money and fairytales of eternal economic growth.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뿐이네요.

 

How dare you.!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For more than 30 years, the science has been crystal-clear.

지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과학은 분명했습니다.

​How dare you continue to look away .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계속해서 외면할 수 있나요?

and come here saying that you are doing enough

그리고는 이 자리에서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요?

when the politics and solutions needed are still nowhere in sight?

필요한 정치와 해결책이 여전히 아무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데요.

You say you hear us and that you understand the urgency.

여러분은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고, 긴급함을 이해한다고 말합니다.

But no matter how sad and angry I am. I do not want to believe that

그러나 아무리 슬프고 화가 난다 해도, 저는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아요.

because if you really understood the situation and still

만약 정말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행동하지 않는 거라면,

kept on failing to act, then you would be evil that I refuse to believe.

여러분은 악마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믿고 싶지 않습니다.

​​

The popular idea of cutting our emissions in half in ten years only gives us a 50% chance of staying below 1.5 degrees and the risk of setting of irreversible chain reactions beyond human control.

지금 인기를 얻고 있는 , 앞으로 10년 안에 온실가스를 반으로만 줄이자는 의견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씨 아래로 제한 할 수 있는 가능성을 50% 줄일 뿐입니다. 이는 또한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되돌릴 수 없는 연쇄반응을 초래할 위험까지 안고 있습니다.

50% may be acceptable to you, but those numbers do not include tipping points most feedback loops,additional warming hidden by toxic air pollution of the aspects of equity and climate justice.

50%는 여러분에게는 받아들여지는 수치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여러 티핑 포인트, 대부분의 피드백 루프, 대기오염에 숨겨진 추가적 온난화는 포함되지 않고 있는 수치입니다. 기후 정의와 평등의 측면도 고려하지 않았어요.

​They also rely on my generation sucking hundreds of billions of tons of your co2 out of the air with technologies that barely exist.

또한 이는 여러분들이 공기 중에 배출해 놓은 수천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임무를 우리와 우리 자녀 세대들에게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기술도 나오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So a 50%  risk is simply not acceptable to us, we who have to live with the consequences.

그래서 기후 위기가 초래한 결과를 떠안고 살아가야 할 우리는, 50%의 위험을 감수하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 To have a 67% chance of staying below a 1.5 degrees of global temperature rise, the best odds given by the IPCC the world had 420 gigatons of co2 left to emit back on January 1st 2018 .

IPCC(Intergove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동에 관한 정부 패널)가 제시한 현재로선 최상의 가능성인 1.5도씨 아래로 머무를 수 있는 67% 기회를 잡으려면 세계는 2018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 420기가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Today that figure is already down to less than 350 gigatons.

오늘날 이 수치는 이미 350기가톤 아래로 떨어졌어요.

​How dare you pretend that this can be sold with just business as usual and some technical solutions.

어떻게 감히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몇몇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척할 수 있나요?

​With today's emissions levels that remaining co2 budgets will be entirely gone within less than 8.5 years .

오늘날처럼 탄소 배출을 계속한다면, 남아 있는 탄소예산마저도 8년 반 안에 모두 소진되어 버릴 텐데요.

​There will not be any solutions or plans presented in line with these figures here today because these numbers are to uncomfortable and you are still not mature enough to tell it like it is.

오늘 이 자리에서 제시될 어떠한 해결책이나 계획도 이 남아 있는 탄소예산을 고려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탄소예산을 나타내는 이 수치는 매우 불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여전히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You are failing us.

당신은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But the young people are starting to understand your betrayal .

그러나 우리 세대는 당신이 배신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The eyes of all future generations are upon you.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당신들을 향해 있습니다.

And if you choose to fail us, I say,we will never forgive you.

그리고 당신들이 우리를 실망시키기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We will not let you get away with this . Right here, right now is where we draw the line.

우리는 여러분이 이 책임을 피해 빠져나가지 않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 , 바로 지금까지 더 이상은 참지 않겠습니다.

The world is waking up and change is coming whether you like it of not.

전 세계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든 아니든 변화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Thank you.

감사합니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힘쎈지식in

 

2018년 스웨덴의 15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등교 거부 시위를 벌였습니다. "희망보다 더 필요한 것은 행동"이라는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은 많은 청소년에게 울림을 주었습니다. 2019년 3월 15일 105개국 1650곳에서 청소년 수만 명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펼쳤습니다. 2019년 3월 15일과 5월 24일 두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 곳곳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청소년 기후행동’ 시위가 열렸습니다. 청소년들이 나서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성세대들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하고 정부의 대응을 촉구한 것이죠.

 

출처 - 비디오머그

 

그레타 툰베리가 일으킨 변화의 움직임은 결국 2019년 9월 20일에는 전 세계 학생들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후변화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7개 대륙 160여 개국에서 약 400만 명이 2500개의 행사에 참가한 것이죠. 대한민국에서는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열렸습니다.

 

출처 - GLOBAL CLIMATE STRIKE

출처 - 생각비행

출처 - 뉴스케이프

 

과연 이번 세대는 그레타 툰베리 같은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도록 기후위기에 잘 대응할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는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미투운동은 계속되었습니다. 조금씩 진전되고 있긴 하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다음 달이면 한국 미투운동이 본격화한 시발점이 된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2주년이 됩니다. 서지현 검사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안태근을 시작으로 검찰 조직 내 성폭력의 실상을 고발했습니다. 뒤이어 연출가 이윤택,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로 거론되던 고은, 유력 대선 후보였던 안희정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미투 폭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일부는 처벌받고 일부는 법망을 빠져나가기도 했습니다.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의 인식을 진일보시킨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미투 폭로가 있을 때마다 가해자 개인의 문제로 대할 뿐 성폭력의 문제를 사회구조의 문제로 보는 인식은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출처 - 한겨레


대표적인 예는 진짜 미투와 가짜 미투를 남성들의 기준에서 판별하려 드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나이, 출신 평소 행동, 성폭력 전후로 보인 태도 등을 기준으로 소위 '피해자다움'을 감별하려는 것이죠. 일반인은 물론 범죄를 판결해야 할 판사, 검사,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이런 잣대로 순결한 피해자인 여성과 소위 꽃뱀으로 피해자들 사이를 갈라치기하고 사회적 낙인을 찍습니다. 이런 행위를 통해 2차 가해가 이어집니다.


출처 - KBS


성폭력만큼이나 2차 가해가 고통스럽다는 건 미투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2017년 5월 체육계에서 첫 미투 폭로를 한 이경희 리듬체조 국가대표 코치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대한체조협회 김 모 전무이사를 성추행과 강간미수 혐의로 고소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게서 받은 조사가 자동차 안에서 성폭력을 당한 경험을 재현해보라는 등 인격 침해적인 것투성이였다고 하죠. 이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본격적인 감사와 수사가 시작되자 가해자는 물론 체육계 주변인들로부터 각종 음해를 당하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이 원래 연인 사이였고 결혼까지 생각하는 깊은 사이이지 않았냐는 겁니다.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입니다. 이경희 코치는 2019년에 이르러서야 2차 가해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승소를 합니다. 판결은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 액수가 크지 않아 몇 년간 감내한 고통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지만 가해자가 잘못하고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는 걸 인정받은 것만으로도 올림픽 금메달을 딴 기분이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2차 가해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범죄이며, 올해부터 불법 영상물 피해자 대신 정부가 삭제 비용을 대고 이 비용을 가해자와 유포자들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큰 진전이었습니다.


출처 - 한겨레


하지만 사회구조적인 여성혐오와 차별은 여전합니다. 이전에 생각비행에서도 여러 사례를 든 바 있죠. 젊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요즘은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을 당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데, 사례와 통계를 보면 사실이 아닙니다.



남성 역차별? 여성이라 차별당하는 구조적 현실이 더 문제다! : https://ideas0419.com/998



학교, 학과, 학점이 같아도 여성 소득은 남성의 82.6%에 불과하며, 심지어 여성이 더 우수한 성적을 거둬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사에 탈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업계 전체가 사상 검증을 하듯 페미니즘을 검열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3년 전 김자연 성우가 자신의 SNS에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넥슨 게임에서 퇴출당한 적 있는데요, 3년이 지난 지금도 게임 업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아르카나라는 게임의 일러스트레이터가 3년 전 김자연 성우 지지글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일러스트 작업에서 퇴출당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이 게임 회사는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가 리스트를 언급해 게임 업계 내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의심을 샀죠. 자신들은 그저 업계 내 리딩 컴퍼니인 넥슨의 사례를 따랐을 뿐이라면서 말입니다. 게임 업계 내에서는 외주 일러스트 등의 작업을 하는 여성에게는 SNS 사용 유무 등을 체크하며 사실상 여성주의에 대한 검열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업계 특성상 남성 소비자의 비율이 높기 때문인 듯한데, 일부 극렬 소비자의 입장만을 대변할 경우 그 업계나 장르 자체가 점점 좁아지며 도태될 수 있으니 업계와 소비자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공공 부문은 좀 나아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지난 11일 전남도청 여성 공직자들의 승진이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전남도 공무원 직급별, 성별 분포 자료에 따르면 4급 공무원 99명 가운데 여성은 7.1%인 7명입니다. 3급은 19명 중 1명, 2급과 1급은 아예 없습니다. 여성이 공무원 성별 채용률의 56%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여성 합격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어째서 고위직은 남성이 독점하고 있는 걸까요? 능력과 자질 대신 조직 내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관행과 문화라는 이름으로 굳어져서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출처 - 한겨레


교육계에서는 서울교대 집단 성희롱 사건으로 연루돼 서울시교육청이 중, 경징계 처분을 내린 현직 교사 4명과 임용대기자 7명 등 11명이 처분이 과하다면서 전원 재심을 신청했습니다. 이들은 서울교대 재학 시절 단톡방 등에서 여학생 외모를 품평하고 성희롱 발언을 해 징계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한 현직 교사는 겉모습이 예쁘고 성숙한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애는 따로 챙겨 먹는다는 입에 담기도 더러운 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하죠. 매일 아이들을 대면하는 교사의 인식이 이 모양이니 학급 남아들이 뭘 보고 배우겠습니까?


출처 - 한국일보


언론의 경우 진일보한 면도 있습니다. KBS 9시 뉴스를 진행하는 메인 앵커로 40대 여성 기자가 발탁되었죠. KBS 9시 뉴스 앵커를 여성 기자가 맡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MBC와 SBS가 일찌감치 메인 앵커로 여성 기자들을 발탁했던 것과 달리 KBS는 중년 남성 앵커와 젊은 여성 아나운서 조합을 고수했던 과거의 전례를 비추어볼 때 변화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면도 많습니다. 광주MBC 라디오 프로그램의 사례처럼 여성을 외모로 품평하고 미투를 우습게 여기는 말투를 여과 없이 공중파에서 내뱉는 일도 있었으니까요. 진행자가 여성 트로트 가수들 몸매를 품평하더니 미투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한 번쯤 만져보겠다는 소리를 낯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했습니다. 같이 있던 진행자도 사실상 동조했고요.


출처 - 한겨레


기술 발달에 따라 점점 인공지능이 사회에서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그런 인공지능조차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점을 합니다. 아마존은 2014년부터 개발해 온 AI 채용 프로그램을 폐기했다고 하죠. 프로그램이 경력 10년 이상 남성 지원자 서류만 후보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채용 프로그램이 여성이라는 단어 자체를 감점 요소로 분류하기 시작한 겁니다. 지난 10년간 회사가 수집한 이력서 패턴을 AI가 학습한 결과를 토대로 지원자들의 서류를 심사하니 남성 비율이 높은 IT 업계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게 된 겁니다. 아무리 AI라고 해도 무에서 창조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들이 의식적으로 쌓아온 사회 시스템을 데이터의 원천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입사에 AI를 도입하기 시작한 기업들이 있는데요, 기술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올해 세계은행이 발표한 〈여성, 비즈니스 그리고 법〉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에게 경제적, 법적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하는 나라는 187개국 중 단 6개국뿐이라고 합니다.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스웨덴이 그런 나라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0점 만점 기준에 전체 평균 74.71점으로 여성이 누리는 권리는 남성의 4분의 3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한국은 전체 평균보다는 높았지만 5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의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153개국 중 108위에 머물러 성 격차가 큰 국가에 속했습니다. 다행히 작년보다는 7계단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세계경제포럼은 세계 성 격차 해소에 99.5년이 걸린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남녀평등을 이루기가 이토록 어려운 일일까요? 우선 현실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습니다만 100년씩이나 기다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남녀가 정말로 평등해지는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합니다.

지난 12월 12일은 전두환 신군부가 군사 반란을 일으켜 불법적으로 권력을 찬탈한 지 4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5.18을 비롯하여 신군부의 폭거에 희생된 분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며, 관련 소송 역시 여럿 걸려 있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추징금 액수로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힐 1000억 원이 넘는 금액조차 전두환은 체납하고 있죠. 학살자 전두환은 적어도 군사 반란 4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온 국민에게 사죄해도 모자랄 판국에 기념 만찬을 열었습니다. 군사 반란의 파트너였던 노태우의 장남은 최근 5.18 묘역을 방문해 겉모양새로나마 사죄의 뜻을 밝혔습니다. 학살의 당사자가 아니고 이 시점에 사죄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말입니다.


출처 - 뉴시스


형식적인 사죄라도 하는 노태우와 달리 전두환과 12.12 쿠데타의 중심 인물인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 최세창 전 3공수여단장 등은 압구정 고급 음식점에 모여 자축연을 벌였습니다. 멸종 위기 때문에 어획 금지 캠페인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어 요리인 샥스핀에 고급 와인까지 곁들여 자신들의 쿠데타 무용담을 덕담처럼 주고받았다고 하죠. 모인 이들은 전두환과 이순자를 여전히 각하와 영부인으로 호칭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10여 명의 인간이 정말 우리와 같은 종족인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출처 - MBC


이 영상은 정의당 부대표인 임한솔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임 부대표가 오늘이 12월 12일 군사 쿠데타 당일인데 하다못해 오늘은 근신하고 자중해야 할 날에 이렇게 축하 기념회를 하면 되겠냐고 말을 꺼내자 한 여성이 반말을 날리며 임한솔 부대표의 입을 막아버리려고까지 합니다. 현 야당 부대표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는 걸 보면 그들의 무도함은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지경입니다. 분위기를 감지한 전두환은 차에 올라 황급히 현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자축연에 참석한 이들은 1인당 20만 원 상당의 코스 요리를 즐겼고, 전두환이 대화를 주도하고 건배사도 여러 번 오갔다고 합니다. 전 재산이 29만 원밖에 안 되는 양반이 재산 대부분을 한 끼 식사에 털어 넣다니, 이는 최후의 만찬이었던 걸까요?


출처 - 뉴시스


전두환은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면서 5.18 관련 명예훼손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외의 활동은 참 열심히 하고 있죠. 이번 쿠데타 기념 파티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8일에는 골프를 치던 전두환에게 정의당 부대표인 임한솔이 1000억이 넘는 추징금을 언제 낼 거냐는 질문을 하자 그는 뻔뻔하게도 "네가 좀 내주라"라고 대답한 바 있습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이 멀쩡히 그라운드를 걸어 다니면서 골프 타수도 정확히 외우고, 40년 전에 저지른 쿠데타에 대해서도 명확히 기억하며 자축연을 벌이는 학살자 전두환,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신군부에 의해 희생된 분들과 상처받은 국민들은 대체 언제까지 이 무뢰한의 언사를 지켜보고 있어야 할까요?


출처 - JTBC


분노한 시민들은 12.12 쿠데타 40년이 되는 날, 광화문 광장에 모여 전두환을 규탄했습니다. 기념파티 중인 전두환을 끌고 오지는 못했지만, 대신 포승줄에 묶인 전두환의 동상을 광화문 광장 앞 쇠창살에 가두는 예술로 승화시켰습니다. 쇠창살에 갇힌 전두환의 동상을 만들 돈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냈습니다. 이날 5.18 시국회의, 5.18 구속자회, 5.18 민주운동부상자회는 이 전두환 단죄 동상을 광화문에 설치하며 12.12 군사 반란 40주년을 맞아 반란 수괴, 광주학살의 주범인 전두환을 즉시 구속할 것을 사법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주최 측은 전두환이 구속될 때까지 이 동상을 계속 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창살에 갇혀 포승줄에 묶인 전두환 동상이 설치되자 시민들은 너도나도 몰려와 전두환 동상을 향해 구둣발을 날렸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전두환의 쿠데타 40주년 자축연을 촬영한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의 기자회견대로 정부는 즉각 전두환을 구속하고 고액 상습 세금 체납자에 대해 최대 30일 동안 유치장에 가두는 감치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전 재산이 29만 원뿐이라는 전두환은 추징금은 1020여억 원, 이에 더해 세금 31억 원, 지방세 10억 원 등까지 체납한 채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광주 재판에 더 출석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전두환을 구속하거나 체포해서라도 법정에 세워 단죄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학살자 전두환이 호의호식하는 모습을 대체 언제까지 대한민국 시민이 감내해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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