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이야기로 세간이 뜨겁습니다. 이른바 포털 댓글을 이용한 여론조작 사건입니다. 드루킹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김동원이 민주당을 옹호하는 댓글 작업을 하다가 자신의 청탁이 거절당하자 바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 작업을 한 것을 보면 신념이나 줏대 없이 눈앞의 이익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만 보입니다. 수사가 이어지면서 드루킹이 박사모 회원에게 접근해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가 반드시 대통령이 되니 줄을 대달라며 청탁을 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입신을 위해서는 이념에 상관없이 어디든 들러붙는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드루킹이 2010년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설립한 느릅나무 출판사는 8년간 책을 한 권도 출간하지 않은 유령 출판사입니다. 사실상 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영향력 키우기와 여론몰이가 그의 주업이었던 셈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드루킹 사건에 대해 정치적 뒷배의 사주를 받아 댓글공작을 했고, 그 대가로 인사청탁을 하고 김경수가 그걸 들어주었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한마디로 더불어민주당과 드루킹 사이에 부당한 뒷거래가 있었다는 겁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댓글조작을 의뢰한 사실이 없으며, 드루킹이 인사추천을 한 일은 있으나 누구나 추천할 수 있는 것이었고 검토 후 청와대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그만두었다고 대응했죠. 자유한국당의 의혹을 일축한 겁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야 3당은 지난 23일 드루킹 김 씨의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 법안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공동 제출했습니다. 특검법 정식 명칭은 '더불어민주당원 등의 대통령선거 댓글공작 및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에 관한 법률안'으로 정했습니다. 야 3당은 제안 이유로 "드루킹 등이 19대 대선 이후 현재까지 조직적으로 댓글부대를 동원해 불법적으로 여론조작에 관여해 왔다는 보도가 계속됐다"면서 "여론조작 과정에서 청와대와 김경수 의원 등이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또 다른 야당인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을 비롯 보수야당이 특검 여부를 국회 정상화의 전제처럼 얘기하는 부분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경찰수사에서 부족한 점들은 검찰 수사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드루킹 사건이 정계의 블랙홀이 되어 국회를 마비시켰습니다. 국민도 진실이 무엇인지 의아해하는 한편 정치적 피로감을 느낍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11개월 사이에 이번 드루킹 특검을 포함에 8번째 특검을 하자고 제기했습니다. 툭하면 특검을 요구하니 특검이 아닌 '툭검'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죠. 드루킹 사건에 대해 경찰은 수사를 미루고 검찰은 모르는 척하거나 막는 신경전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보수 정치권이 요구하는 특검도 특검이지만 국민은 무엇보다 '댓글조작'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낍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국방부와 국정원 같은 국가기관의 댓글조작 행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례를 이용하여 또다시 판을 흔들려 하는 세력이 있다면 이는 중대한 범죄행위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드루킹 사건 때문에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음모론에 빠지기도 합니다. 여론조작은 사회의 건강한 토론과 의사소통을 오염시키는 병균입니다. 우리는 이런 병균에 감염되어 음모론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드루킹 사건의 실질적인 문제는 네이버 댓글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여론조작이 가능하게 되어 있었던 부분입니다. 네이버 뉴스 기사 밑에 댓글과 공감, 비공감 버튼을 프로그램을 통해 조작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일전에 생각비행이 네이버 댓글 조작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음을 말씀드리기도 했는데, 이럴 때마다 네이버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검증 보고서를 공개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전례가 있다 보니 네이버 측이 조작이 아니라고 해명해도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출처 - 한국일보


지난 평창 올림픽 관련 댓글 조작 의혹에 대한 청와대 청원으로 나온 조사에 의하면 네이버는 기계적 어뷰징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비정상적인 댓글 및 추천 현상, 그리고 네이버 내부의 도움이 있다고 의심되는 현상이 많다는 청원자의 주장과는 다른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드루킹이 2000개가 넘는 ID와 해외 IP를 동원했다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여론 조작이 가능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걸 보면 당시 네이버의 발표를 믿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댓글부대의 집단 움직임을 묵과해왔던 이유는 방문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려 수익을 유지하려는 꼼수였다고 비판합니다. 댓글창도 PV를 올려 일종의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네이버는 매크로를 자동 포착해 차단하지만 개인이 ID 2~3개를 쓰는 건 댓글부대인지 개인인지 알 수가 없어 대처하기 애매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인터넷 사업자의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가짜뉴스와 개인정보 유출로 청문회에 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이제 대한 대처가 어렵다는 식으로 답변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포털에서 댓글 창을 아예 없애버리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제기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애매합니다. SNS로 의사소통이 상당 부분 옮겨 간 지금, 기사에 달린 댓글 창을 없애더라도 가짜뉴스나 여론조작 시도가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실명제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실명으로 가입하게 되어 있는 페이스북에 가짜뉴스와 온갖 음담패설과 각종 차별이 여과 없이 전시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한때 뉴스 기사 댓글창에 실명제를 적용해본 적도 있습니다. 그때라고 지금보다 낫지는 않았죠.


출처 – JTBC 유튜브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댓글창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기사의 개수와 상관없이 하루에 각각 20개까지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이렇게 20개씩 모든 기사에 달 수 있고 특정 기사의 댓글을 모으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야후 재팬의 경우는 기사 1개당 1개의 댓글만 달 수 있고 댓글 달기에 동의한 언론사의 기사에만 달 수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올린 지 5분이 지나면 댓글의 수정과 삭제가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댓글을 다는 사람도 심사숙고하라는 뜻입니다. CNN이나 블룸버그, 로이터처럼 아예 댓글창을 없앤 매체도 여럿 존재합니다.


출처 - 네이버


드루킹 사건은 우리나라가 포털 여론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국 로이터 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이용자가 포털 뉴스에 의존하는 비율은 한국이 77퍼센트로 1위입니다. 프랑스는 36퍼센트, 미국은 23퍼센트 등으로 다른 매체, 다른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네이버는 인터넷 댓글조작을 막겠다며 뉴스 댓글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과다하게 댓글을 다는 사용자들의 폐해를 막기 위해 댓글 수를 제한하고 시간 간격을 도입한 것인데요, 하루에 기사 1건당 3개까지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하는 식입니다. 공감·비공감 수도 하루에 50번 이상 할 수 없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댓글조작을 막을 수 있을까요?

 

한 명이 하나의 아이디로 댓글 달기가 어려워졌다곤 해도 여러 개의 아이디를 구비한 뒤 이를 이용하여 댓글 공세를 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작업을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바로 매크로입니다. 매크로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자동으로 기억해 실행하는데요, 이를 활용하면 여러 개의 아이디를 번갈아 바꿔가며 수많은 댓글을 다는 일이 가능합니다. 매크로를 만들려면 네이버의 정보 처리 과정을 알아야 하는데 이걸 알아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하죠. '패킷 분석 프로그램'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네이버가 댓글과 추천수 등을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드루킹은 이 같은 댓글 조작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고성능 서버까지 동원한 바 있습니다.  네이버가 내놓은 대책이 보여주기식 처방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실제로 네이버가 내놓은 1차 댓글 개편안의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6일 댓글 통계 분석 사이트 워드미터는 네이버 댓글 개편안이 시행된 25일 네이버 뉴스에 달린 댓글이 31만 1373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개편안이 도입되기 전인 20일 20만 4399개, 21일 36만 8454개, 22일 25만 7609개, 23일 31만 2740개, 24일 29만 926개 등의 수치와 비슷합니다. 25일 댓글을 한 번이라도 달았던 아이디의 개수 역시 12만 6655개로 24일(11만4740개)과 유사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구글과 달리 포털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소위 '가두리 양식' 형태의 검색모델 한계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아웃링크 전환'을 고려하지 않아 드루킹과 같은 조직적인 여론 조작을 막기 힘들다고 봅니다. 아웃링크는 뉴스를 클릭하면 네이버 내부 뉴스창이 아니라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방식입니다. 네이버는 그간 사용자를 내부 사이트와 콘텐츠에 최대한 오래 머물게 하는 '인링크' 모델을 고수해왔죠.

 

우리나라 포털은 여론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데도 댓글 문제를 비롯한 여론 형성에 책임 있는 자세를 아직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 드루킹 사건으로 포털들의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합니다. 국회도 쓸데없는 공회전을 자제하고 국민의 권익을 위해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길 바랍니다.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동시 투표가 최종적으로 무산되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안철수, 홍준표 등 모든 대선 후보가 자신의 가장 큰 공약으로 내세웠던 개헌이 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 주재 국무회의에서 국민투표법이 원래 기간 안에 결정되지 않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가 무산되고 말았다며,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며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동시 실시 무산에 대한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의 SNS에도 정리된 형태로 올라왔습니다.


출처 – 문재인 트위터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실시가 무산된 이유는 국회의 방치 때문입니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 준비를 위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시한인 4월 23일까지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가 되었어야 합니다. 2014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현행 국민투표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치를 수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절대 개헌저지선을 확보한 자유한국당이 반대 입장이고 두루킹 사건으로 여야 대치가 심화되면서 국회는 사실상 혼수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 때문에 1987년 이후 31년 만에 개헌을 이룰 호기를 놓친 셈이 되었죠.


출처 -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드물게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국민의 뜻을 모아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국회가 심의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각 당의 대선 후보였고 지금은 당의 지도부인 사람들이 앞다퉈서 개헌을 약속했다가 이제 와 없던 일처럼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게다가 법을 만들 의무와 권리가 있는 국회가 위헌 판결을 받은 국민투표법을 3년이 넘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것도 상식 밖의 일입니다.


출처 - 문화일보


당의 입장에 따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정 사항을 가지고 토론을 하던가 국회안을 자체적으로 만들었어야 합니다. 그게 상식적인 국회의 모습이겠죠. 하지만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이번 국회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국회에서 논의하여 국민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의무라면 국민이 개헌안에 접근할 기회조차 막은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 아닐까요? 자유한국당이 그렇게도 두둔하는 대기업 지도부가 자기 할 일을 방치하고 다른 일을 일삼는다면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한중일 개헌 삼국지 – 어떤 나라 꿈꾸나? : http://ideas0419.com/820


생각비행에서 이미 소개한 바 있지만 이번 대통령 개헌안은 헌법 전문부터 많은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6월 항쟁으로 이뤄진 개헌 이후 30년 동안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국민만을 주체로 한 기본권 조항은 외국인 200만 명 시대에 뒤처졌다는 지적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성평등과 환경, 안전 등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성인이 되어 성인의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30년 전 청소년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꼴입니다. 특히 이번 개헌안은 박근혜를 탄핵하고 촛불혁명이 내포한 정치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물이었습니다. 개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큰 시기였는데 적절한 기회를 이렇게 흘려보내고 맙니다.


출처 - 연합뉴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은 개헌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야3당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촛불 혁명을 완성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시작된 개헌 기회가 거대 양당의 정쟁에 가로막혀 좌초 위기에 처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국회 주도의 개헌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가 다시 논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합니다. 야권에서는 9월 개헌론을 이야기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설이 나오는 가운데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 모두 조기 전당대회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 정상적 개헌 논의가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자유한국당이 그간 국회를 공회전시킨 이유는 뻔합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6월 지방선거, 그후 총선까지 지금 이대로라면 자기네 밥줄이 끊어지게 생겼으니 뭐든지 물고 늘어지려는 겁니다. 지난 3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4월 말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합의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정상회담 장소를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북한이 먼저 제안했다고 말입니다. 그 자리에서 대표단 방북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6월 지방선거용 아니냐며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구시대적 안보 프레임으로 평화적인 남북관계의 여정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였습니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보이콧했던 것도 자기네에게 불리한 국면을 피해보겠다는 심산이었죠. 하지만 촛불혁명을 이뤄낸 국민이 얕은 홍 대표의 생각을 모를 리 있겠습니까?

 

 

출처 - 국민일보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 '4월 전쟁설'을 운운하던 자유한국당의 예측과 루머가 무색하게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그 결과 남북 정상이 4월 27일 2018밀리미터 크기의 탁자 앞에 마주 앉게 되었습니다. 2018년 두 정상 간 거리를 탁자의 크기로 상징한 것이죠. 자유한국당의 발악이 무색하게 남북화해의 분위기는 이미 국민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평화는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행보의 결과입니다. 개헌을 향한 뜻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움직여야 합니다. 역사적인 개헌을 가로막기 위해 국회를 공회전시킨 주범과 당을 심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을 탄생시켰던 주구인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이 더 이상 없다는 걸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분명히 보여줘야 합니다.

물벼락 갑질로 전 국민의 비난을 받은 조현민 때문에 조씨 삼 남매의 갑질이 재조명되더니 그들의 어머니인 이명희와 아버지인 조양호의 갑질 행태도 폭로로 이어졌습니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이 사회적으로 회자하면서 이에 대한 폭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관세포탈 혐의를 조사 중인 관세청은 대한항공 본사 전산센터와 김포공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총수 일가가 관세를 포탈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문제입니다만 최근 더 충격적인 폭로가 나왔습니다. 대한항공이 발암물질로 기내 청소를 시켜왔고, 이 때문에 암에 걸린 직원도 나왔다는 겁니다.


출처 - 노컷뉴스


대한항공 청소 하청업체에서 5년간 일했던 김태일 한국공항공사 비정규직 지부장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대한항공이 발암물질로 기내 청소를 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김 지부장이 언급한 발암물질은 템프(TEMP)와 CH2200인데요, 템프의 주성분이 쿼츠라는 1급 발암물질입니다.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사용을 금지한 약품이라고 하죠. CH2200에 인체가 장시간 반복 노출되면 장기와 생식능력에 손상을 주며 태아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승객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발암물질이 묻은 테이블 위에서 식사하고 잠을 잤던 겁니다.


출처 - 한국일보


더 큰 문제는 이 약품에 가장 오랜 시간 노출되었을 승무원들과 청소 노동자들입니다. 특히 기내 청소 노동자들은 밀폐된 공간인 비행기 안에서 템프를 천에 묻혀 좌석을 닦고 CH2200을 분무기로 분사하면서 종일 일했다고 합니다. 장갑을 끼고 일하면 미끄러져 등받이 식탁 등을 잘 닦을 수 없다며 관리자들이 장갑을 끼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약품이 묻은 천을 맨손으로 만져가며 청소를 했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10년 넘게 청소를 했지만 이 물질이 어떤 위험성을 가졌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발암물질 사용이 중단된 건 지난해 7월이었습니다. 대한항공 여객기 안을 청소하는 노동자 5명이 기내 투입 5분 만에 구토하며 쓰러져 인근 대학병원에 실려서 갔고 진단 결과 화학물질에 의한 손상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청소 노동자 중 한 명인 김 지부장이 사내 게시판 한쪽 구석에 붙은 시정 명령서를 찾아낸 결과 발암물질 사용을 중단할 수 있었습니다. 시정 명령서의 내용이 CH2200의 위험성을 교육하고 이 물질의 용기마다 위험 문구를 붙여야 하는데 안 했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이 명령서를 정직원에게 물어볼 때까지 아무도 그 약품이 뭔지 몰랐다는 사실입니다. 1년 이내에 암으로 퇴사한 청소 노동자가 5명인데, 결국 이 약품들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가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노동청에 비행기 유해물질을 조사해달라고 진정을 넣은 상태라고 합니다. 대한항공의 발암물질 기내 청소가 사실로 최종 확인되면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처럼 큰 산업재해 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입니다.


출처 - SBS


새로이 드러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중에는 라면상자 사건도 있습니다. 조양호 일가가 비행기에 오를 때 라면상자를 짐으로 실었는데 협력사 직원이 큰 박스라 그냥 수하물로 부쳤다고 하죠. 그런데 대한항공 상주 직원이 득달같이 달려와서 크게 혼을 냈다고 합니다. 라면이 부서지면 책임질 거냐는 황당한 이유였습니다. 대체 조양호 일가가 그간 얼마나 갑질을 해댔기에 직원이 라면 부서지는 것까지 신경을 써야 했을까요? 

출처 - 경향신문

 

결국 직원은 화물 컨테이너를 마련해 그 안에 스티로폼을 깔고 비닐 포장을 완비하여 라면 상자를 안전하게 모셨다고 합니다. 기가 막힌 건 그 컨테이너에 라면 한 상자 외에는 그 어떤 짐도 싣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기네스북에 오를 황당한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사람을 라면상자 정도만큼이라도 배려했다면 시정 명령까지 받은 상황에서 청소 노동자들로 하여금 발암물질로 기내 청소를 계속하게 했을 리는 없겠죠. 대한항공의 갑질과 조씨 일가의 갑질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연일 터져 나오는 갑질 행태는 삼성전자에 이어 한진그룹까지 대기업 오너들이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정부 기관들은 한진그룹의 불법행위를 단죄함과 동시에 전 대기업으로 확대해 갑질 행태를 철저히 단속해야 할 것입니다.

화병(Hwabyeong), 재벌(Chaebol)에 이어 갑질(Gapjil)도 영어사전에 등재될 것 같습니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조현아에 이어 동생 조현민의 갑질이 지난 14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기사로 났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화병을 유발하는 경제 시스템의 근원이 재벌이고 갑질을 하는 것도 재벌이니 세계화된 단어의 근간에 재벌이 있는 셈입니다.



출처 - 뉴욕타임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회사 직원에게 물병을 집어 던지고 얼굴을 향해 물을 뿌린 이른바 물벼락 갑질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이후 추가로 공개된 녹취록을 들어보면 단순히 욕을 하거나 화를 내는 정도가 아니라 분노조절장애 이상의 정신장애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악을 쓰며 괴성을 지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그간 다양한 채널로 대한항공 조씨 집안의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갑질 행태가 터져 나왔죠. 첫째인 조현아는 땅콩회항으로 유명인이 되었고, 셋째인 차녀 조현민은 이번 물벼락 갑질뿐 아니라 다른 갑질도 드러났으며, 둘째인 아들 조원태는 차선 위반으로 단속하려던 경찰을 치고 달아나다 시민들에게 붙잡힌 바 있습니다. 그는 아기를 안고 있는 70대 할머니를 밀치고 폭언한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죠. 이처럼 자식들이 콩가루 집안임을 입증했는데, 그들의 부모라고 멀쩡할 리 있겠습니까? 삼 남매의 어머니인 조양호 회장의 부인은 더 한다는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입에 아주 욕을 달고 살며 사람들을 무시한다고 합니다.


출처 - 한겨레


재벌 일가의 갑질에 분노한 국민들은 한진그룹 소유인 대한항공에서 '대한'을 회수하고 한진항공이라고 하게 하자거나, 조현민을 처벌해달라고 하는 청원을 청와대 누리집에 올리는 등 사회적 단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을 더 분노하게 하는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조씨 일가가 재벌이라는 배경을 이용해 온갖 불법을 저지른 정황이 드러난 것이죠. 물벼락 갑질의 조현민은 외국 국적인데도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의 이사를 5년 동안 맡아 불법 의혹이 제기되었죠. 국내 항공법상 외국 국적자는 이사를 맡을 수 없다고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불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현민의 상속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 JTBC


또한 항공사 오너 일가라는 점을 이용해 해외에서 여러 물품을 들여오며 공항 세관의 눈을 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죠. 오너 일가의 짐을 마치 승무원들의 짐인 것처럼 나눠 들고나와 대한항공 운영사무실을 통해 공항 밖으로 빼낸 건데요. 대한항공은 이를 관행이었다며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세관을 거치지 않는 건 엄연한 관세법 위반인데 이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세관 직원들에게 무료항공권이나 좌석 업그레이드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제보도 나왔습니다. 

 

심지어는 총수 일가의 화물을 항공기 부품으로 속여서 들여온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조양호는 카메라 부품과 와인, 부인인 이명희는 가구, 조현민의 경우는 애완견용 특정 브랜드 사료를 그런 식으로 반입했다고 합니다. 현행법상 수입 신고를 하지 않거나 신고를 했더라도 실제 다른 물건을 들여오면 밀수죄에 해당합니다. 원가가 5억 원 이상이면 무기징역도 가능한 중죄이며 벌금형 없이 반드시 징역형에 해당합니다. 게다가 오너 일가가 이랬으니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출처 – SBS


900명이 넘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라는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방에서 총수 일가의 갑질과 비리 사례를 공유하며 회사 정상화에 가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채팅방은 지난 18일 개설되었고 참가자들이 총수 일가와 관련한 폭언 녹취 파일, 갑질·폭력·부당한 업무지시, 강등·퇴사 등 부당 인사, 세관 통과·탈세·비자금, 국토교통부 관련 비리·비위 등을 제보받고 있습니다.

 

출처 - MBN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갑의 횡포, 을의 일터》의 저자는 정당한 경쟁을 회피하는 재벌의 지대추구행위를 비판합니다.

 

 

내가 책에서 지대추구행위의 대상으로 주로 비판하려는 대상은 공공선택론자들이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정부가 아니다. 오히려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갑의 지대추구행위에 초점을 맞춘다. 즉 시장에서 정당한 경쟁을 통해 형성된 가격이 공공의 이익을 증대하도록 하는 대신, 기득권을 지닌 갑이 부당하게 경쟁을 회피하며 특권과 특혜를 증가시키려는 행위를 비판한다. 달리 말해, 나는 지대추구행위를 보다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을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발’이라고 비유한 E. K. 헌트의 이해를 공유하고자 한다.

 

하청사회의 갑은 어느 날 갑자기 그 위치에 서게 된 것이 아니다. 갑의 ‘보이지 않는 발’이 남긴 발자국을 추적해 들어가면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공영호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 재벌, 정치인, 관료들이 ‘지대추구연합’을 형성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이루어졌다. 정부는 재벌을 위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에 해당하는 저렴한 금리를 제공했으며, 각종 규제를 통해 다른 업체의 진입과 경쟁을 억제하는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었다. 이처럼 오늘날 하청사회의 갑인 재벌과 대기업은 오랜 기간 정부에 의지해 막대한 지대를 획득하면서 성장해왔다. 엄청난 규모로 누적된 지대추구행위가 시간의 흐름에 묻혀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토지나 토지와 유사한 성격의 영역을 선점한 지대추구행위자는 이 ‘보이지 않는 발’을 통해서 경쟁자들을 짓밟은 채 사회에 아무런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지 않고 단지 이쪽에서 저쪽으로 소득을 옮길 뿐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독점적으로 지대를 차지하는 데 들인 매몰비용을 회수하려고 하기 때문에 경제적, 사회적 순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대추구행위가 경쟁의 규범처럼 작동하면 독점적인 지대를 차지하는 갑이 되는 것만이 중요해집니다. 대한민국에서 갑들을 지대추구행위를 통해서 아무런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지 않고, 단순히 이쪽에서 저쪽으로 소득의 이전만을 행할 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재벌가의 갑질은 잊을 만하면 돌아오는 막장드라마처럼 등장해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습니다. 한화의 김승연과 그 아들이나, SK 오너 일가의 맷값 폭행 등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런데도 재벌 일가의 갑질이 계속되는 건 철저한 단죄와 예방 조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경영 능력이 부족하고 윤리의식마저 바닥인 오너 일가가 재벌 기업을 좌지우지하도록 놔두는 건 국가 경제를 생각할 때 큰 문제입니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는 입법과 단죄가 조속히 마련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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