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쉴 수 없다. 제발, 목에 무릎이…"


지난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이 무릎으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짓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망 전 마지막으로 눈을 감은 채 "어머니.."를 외쳤다고 하죠. "숨을 쉴 수 없다"고 토로했던 플로이드의 호소는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에 숨 막혀 하는 흑인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슬로건이 되었습니다. 

 

연합뉴스

 

당시 백인 경찰은 플로이드의 목을 8분 46초 동안 짓눌렀고 현장에 응급 의료진이 도착한 후 1분이 지날 때까지 풀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도착한 구급차가 영구차가 되었죠. 목을 짓눌린 플로이드가 의식을 잃자, 당시 한 목격자가 "그에게서 떨어지라"라며 백인 경찰을 향해 소리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경찰은 플로이드를 풀어주기는커녕 목격자를 노려보며 위협하듯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명백히 인종차별에 기반해 공권력을 휘두른 살인 동영상이 미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격분한 시민들이 미국 전역에서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출처 – AFP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플로이드가 사망한 다음 날 목을 짓누른 경찰과 보고만 있던 경찰까지 4명을 해고했습니다. 하지만 검사는 주범 한 명만 3급 살인인 우발적 살인으로 기소해 흑인들의 분노에 불을 댕겼습니다. 며칠 후 플로이드 유족의 요청으로 부검을 진행한 부검의는 목과 등 압박으로 인한 질식이 뇌로 향하는 혈류를 부족하게 해서 사망한 것이라며, 이 사건을 백인 경찰에 의한 살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출처 -  Chad Davis / 위키미디어 공용


부검으로 경찰의 대응이 사실상 살인 행위였음이 명백해지자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습니다. 미네소타주는 뒤늦게 나머지 백인 경찰 3명을 포함해 가해자 4명에게 2급 살인 공모 및 2급 우발적 살인에 대한 공모 혐의를 새로 적용했습니다. 3급 살인은 살해 의도 증거가 없지만 매우 위험한 행위를 저질렀을 때 적용되지만 1, 2급 살인은 살해 의도가 있다는 증거가 있을 때 적용됩니다. 1급은 살해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범행했을 때, 2급은 우발적일 때 적용됩니다. 3급 살인의 경우 최고 형량이 15년이지만 2급 살인의 경우 최대 40년형이 구형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플로이드 사건의 경우 영상과 부검 결과가 말해주듯이 1급 살인으로 봐야 하며 미네소타주법이 아닌 미국 전체의 국가적 사안을 다루는 연방법으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종차별에 기반해 공권력을 자행한 백인이 흑인에게 증오범죄를 저지른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거죠.


출처 - 연합뉴스


흑인만이 아니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양식 있는 미국 시민들은 75개 이상의 도시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뜻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무릎으로 목 누르기 체포 행위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5년간 이런 식의 대응으로 인해 44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드러났죠. 그리고 피해자의 60%가 흑인이었습니다. 심지어 14세 소년이나 단지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목 누르기를 당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이런 체포 방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만, 미니애폴리스 경찰국 정책 매뉴얼에는 이 행위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그동안 자행된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재인식하게 했습니다.


출처 - 트위터


플로이드 사건으로 시작된 시위는 미국 내 인종차별 현실에 대한 분노 표출과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고 고발하는 의미의 시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집회는 대체로 평화로웠지만 일부 도시에서는 폭력 사태와 약탈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사건 전체의 의미를 조망하지 않고 지나치게 약탈과 방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기사들에 주목해서는 안 됩니다. 플로이드 사건으로 시작된 시위는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이뤄졌습니다. 폭력이나 약탈이 벌어진 곳이라고 보도된 곳에서 오히려 백인들이 날뛰거나 프락치인 경찰이 시위를 선동하다가 발각된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백인들이 약탈하는 상점 앞에서 이를 저지하는 흑인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또한 좌초된 백인 경찰을 나서서 보호하는 흑인 시위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뉴스1


비무장 평화시위 중이었던 시민의 안전을 무시하고 사람들을 차로 밀어버리는 뉴욕 순찰차 영상은 전 세계로 퍼져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리고 일부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자신의 유튜브에 '플로이드 챌린지'라면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장면을 희화화하는 악마적인 행태마저 보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민낯입니다.


출처 - 뉴스1


물론 백인이라고 나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경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루이스빌에서는 경찰로부터 흑인 시위대를 지키려고 거리에 나선 백인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캔자스, 산타크루즈, 플린트, 캘리포니아에서는 경찰청장이 직접 시위대 앞에 무릎을 꿇고 플로이드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인종차별에 맞서 인권을 지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겠죠.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시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지지를 업고 대통령이 된 트럼프였습니다. 비정상적인 코로나19 대응으로 줄곧 비판의 대상이었던 그는, 이민자의 나라라는 미국의 근본을 훼손했습니다. 내전에 준하는 사회 갈등이 발생했을 때는 국민을 통합하려고 노력해야 할 텐데, 트럼프는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심화시키는 원흉이 되고 있습니다. 정당한 분노를 드러내는 시위대를 ‘폭도’와 ‘깡패’로 규정하고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을 시작한다"라는 저열한 언어로 시민을 위협했죠.


출처 - 연합뉴스


온갖 폭력적인 언어로 시민들을 비난하던 트럼프는 시위대가 백악관 앞으로 모여들자 졸렬하게 지하 벙커로 피신해 비웃음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시에나 띄울 블랙호크 전투 헬기를 출동시키고 최루액을 뿌리는 등 폭압적인 진압으로 시위대를 짓밟고 있죠.


출처 - 뉴스1


기본적인 상식조차 망각한 트럼프의 행보에 지쳐버렸는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공화당조차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전 합참의장 등 미군 장성들도 우리의 적은 시민이 아니라면서 트럼프 정부의 대응에 경고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특히 지난 2일 부시 전 대통령은 플로이드 피살 사건이 미국 내 인종차별 관련 정책의 충격적 실패를 반영하고 있다며 시위대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으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백악관 앞 광장에서 시위대를 몰아낸 것은 미국이란 국가의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지 부시의 이전 행적을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입니다만, 조지 부시한테서 훈계를 들어야 하는 트럼프는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인물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시위는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영국, 독일, 덴마크 등 미국 대사관 앞에서 수많은 시민이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느냐고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독일의 한 축구 선수는 득점 후 유니폼을 걷어 올리며 ‘플로이드에게 정의를’이라는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6일 오후 4시 시청역 5번 출구 앞에서 주한 미국 대사관 앞까지 침묵 행진을 하자는 뜻이 퍼지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이른바 '선진국'의 민낯이 드러나는 가운데 수없이 많은 무고한 생명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시국에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에 맞서는 시위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시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존엄한 생명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인권의 개념을 고민하게 되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한인 상가 약탈에 초점을 맞춰 이번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야 합니다. 한인 상가 약탈이라는 '팩트'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차별과 혐오는 지금 우리의 현실에도 존재합니다. 비극의 역사를 끝내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조지 플로이드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의 뜻을 표해야 합니다. 아울러 큰 진실을 보는 혜안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올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이하는 중요한 해입니다. 올해 5.18 40주년 기념식은 사상 최초로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이 계엄군과 맞서 싸운 최후의 항쟁지였던 만큼 그 의미가 참 남다릅니다.


출처 - 한겨레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가 주요 인사들과 5.18 유공자,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거행됐습니다. 광주의 자식들이 전두환을 단죄하기 위해 모인다는 설정의 영화 〈26년〉, 5.18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영화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들이 기념식 영상으로 사용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기념식 행사의 백미는 기념식 장소이자 최후의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옥상 등에서 제창된 〈님을 위한 행진곡〉 헌정 공연이었습니다. 1980년 5월 그날을 재현한 듯 수십 명이 옛 전남도청 옥상에 올라 이 노래를 제창한 겁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난무하던 이명박근혜 시절과 달리 이번 5.18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을 비롯하여, 정우성, 송가인 등 유명 연예인이 자신들의 방식대로 기념했습니다.


출처 - MBC


문재인 대통령은 5.18 40주년 기념사를 통해 정부가 발포 명령자 규명과 민간인 학살 등 진상 규명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습니다. 또한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5.18 정신이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도 시작되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2018년 제정 및 개정되었고 2019년 말 5.18 진상조사위 구성이 완료되었죠. 위원 구성에 대한 비판이 높았지만 5.18 40주년을 맞이해 이번에는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지가 큽니다. 진상조사위는 5월 12일 본격적으로 조사 개시를 선언했습니다.

 

출처 - KBS


정치권도 의욕적입니다. 광주 지역 21대 국회 당선인들은 1호 법안으로 5.18역사왜곡처벌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18진상조사위원회의 강제조사권 강화를 골자로 한 진상규명특별법 개정 가능성도 커지고 있고요. 미래통합당마저 총선 패배를 의식했는지 납작 엎드렸습니다. 5.18 망언과 관련해 사과를 했으며 4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했죠. 참석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지난 과오를 볼 때 과연 진심일까 싶긴 하지만, 최소한 인간으로서 이 정도의 예의는 앞으로도 지켜주길 바랍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5.18 광주민주화 40주년을 맞이한 때입니다만, 5.18 관련 혐오 발언과 망언은 여전히 쏟아집니다. 종편은 전두환 때가 우리나라 최고의 호황이었고 헬기 사격과 관련해 전두환은 몰랐다고 변호하기 바빴습니다. 김진태 등 5.18 망언을 일삼는 정치인을 두둔하는 왜곡 보도가 지난 총선 기간에도 계속된 바 있죠.

 

출처 - 경향신문


광주의 진실을 규명의 길은 여전히 험난합니다. 광주에서 있었던 민간인 학살 및 암매장 관련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시민군 최진수 씨는 40년간 동료 주검 행방을 찾고 있고, 광주교도소에 끌려간 강길조 씨는 52명의 사망을 목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행불자가 적어도 78명인데, 그간 있었던 5차례의 암매장 조사는 성과가 없었죠. 이번에 출범한 5.18진상조사위는 실종자 규모와 암매장, 사체유기 등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최근 새로운 자료가 발굴되기도 했습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1980년 5~6월 일본외무성 문서에 미국과 일본이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움직임을 평가한 내용이 담긴 기록이 여럿 있다고 합니다. 이 기록에서 당시 주한 미국 대사는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이 미쳐가고 있다고 직설적인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군부의 힘을 이용해 한국 정치의 실권을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이 쥐고 있다는 것 역시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신군부 쿠데타의 핵심이 이 3명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전두환은 지난 40년간 광주 학살은 물론 쿠데타의 수괴 역할을 줄곧 부정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자료에 의해 일본과 미국은 1980년 5월의 상황이 전두환의 쿠데타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이 국보위 이전에도 국사혁명위원회를 만들어 사실상 군부 정권 수립을 기도했다는 사실, 전두환이 언론사 편집장들을 모아놓고 광주진압작전 계획을 직접 설명한 사실 등을 보면 전두환이 주모자라고 보는 것이 국내외적으로 타당하다는 겁니다.


출처 - SBS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이한 올해지만 전두환 일가는 범행 자체를 부인하며 호의호식하고 있습니다. 2013년 전두환의 큰아들 전재국은 전방위 수사에 압박을 느끼고 아버지인 전두환에 대한 추징금 자진 납부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죠. 자신의 부동산과 북플러스라는 도서 유통업체 경영에서 손을 떼며 해당 지분을 다 내놓겠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 약속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말만 그렇게 했을 뿐 전재국은 북플러스의 비상무이사로 재직하며 급여와 법인카드를 받아 펑펑 쓰고 다녔습니다. 그 와중에 어려워진 회사 사정은 아랑곳없이 자기 월급을 44%나 올렸습니다. 법인카드를 술집이나 국외여행 등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사용한 경우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합니다. 압박이 들어올 땐 수그리다가 지나가면 활개 치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부전자전입니다. 40년이 지났지만 우리가 여전히 5.18에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번에 출범한 5.18 진상조사위의 활동과 진실 규명, 전두환 일가의 단죄를 위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두 눈을 부릅떠야겠습니다.

우리나라 제일이라는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던 지난 6일, 다른 한쪽에선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로 숨진 노동자 38명의 합동 추모식이 있었습니다. 화재 현장의 합동 감식이 마무리되어 사고 이후 처음으로 한데 모인 유가족들은 국화꽃을 하나씩 집고 오열했습니다.


출처 - SBS


노동절을 앞둔 4월 29일 경기도 이천에서 발생한 (주)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우리나라의 노동 상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참사였습니다. 화재 사망자 38명 중 대부분은 전기, 도장, 설비 등의 업체에서 고용한 일용직 노동자였습니다. 코리안 드림의 꿈을 안고 막노동에 나선 외국인들도 3명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황금연휴 시작 전날이라고 다들 들떠 있던 때, 정규직 대신 원청 대신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노동 현장 가장 말단의 사람들이 희생된 셈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노동 현장의 참사가 언제나 그렇듯 이번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역시 전형적인 인재였습니다.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친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6차례나 화재 위험성을 경고하고 개선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업체가 공단의 개선 요구를 지키지 않아 화재 가능성을 키웠을 공산이 큽니다. 그런데 화재 참사 다음 날, 언론은 일제히 '용접 불꽃'과 '샌드위치 패널'을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용접 불꽃이 화재의 핵심 원인이라면, 그 책임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해당 노동자나 작업반이 지게 될 가능성이 크죠. 정확한 화재 원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추측성 기사는 기업의 책임을 노동자의 책임으로 둔갑시킬 가능성을 키웁니다.

 

출처 - 문화일보

 

현재까지 명확한 화재 원인이 최종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우레탄폼 작업과 도색 작업 등을 동시에 진행해 유증기가 가득 찬 '폭발 하한치' 상태였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결국 고용노동부의 개선 요구를 무시하고 공기 단축을 위해 병행해서는 안 되는 위험 작업을 동시에 한 끝에 발생한 참사일 가능성이 큰 셈입니다. 이 경우 환기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시공사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이번 참사가 지난 2008년 40명이 사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의 복사판이라고 불리는 까닭도 이와 같습니다. 대피로가 미확보되어 대형 인명 피해로 번진 것까지 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와 관련해, 과거에 일어났던 유사한 사고가 대형 참사의 형태로 되풀이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후진적이고 부끄러운 사고였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원인 규명과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언급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주문했습니다. 화재 안전 대책을 강화해왔는데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밝히고 관리 감독의 책임까지 엄중하게 규명하라고 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6차례 개선 요구를 했다고는 하지만 고쳐지지 않았다는 건 공사 업체의 문제가 분명하지만, 법적인 미비나 감독 기관의 해이로 그 개선 요구가 즉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제 그 이유를 규명해 수정해야 앞으로 이런 참사가 더는 일어나지 않겠지요.


출처 – 연합뉴스


정부는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의 관련 주체 중 원청 시공사를 향해 칼을 빼들었습니다. 원청의 안전경영체계 결함 또는 안전보건조치 미이행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공식화한 것입니다. 이는 안전사고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나 하청 업체 꼬리 자르기 수준이 아니라 원청에 책임을 강하게 물어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처벌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그간 정책과 대책은 있었지만 정작 현장에서의 실효성은 떨어졌기 때문에 참사가 되풀이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용균법이 제정되어 모든 작업장에 반드시 화재감시자와 안전관리자가 배치되어야 하지만, 이번 참사 현장에도 배치가 미흡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는 안전의 컨트롤타워인 정부가 발주처와 시공사를 압박하지 않고서는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는 방증입니다.

 

출처 - 뉴스1


민주노총은 지난 4월 30일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시공사인 건우, 그 아래 9개의 하청 업체, 또 얼마나 오갔는지도 확인하기 어려운 일용직 노동자라는 전형적인 다단계 구조 속에서 참사가 발행할 때마다 발주처와 시공사는 책임에서 빠져나가고 하청업체 말단 관리자만 책임지는 일이 너무 많았다면서,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으면 이런 참사는 다시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조카가 대표이사로 있는 곳입니다. 주요 거래처는 한화 계열사입니다. 공정위가 부당한 일감몰아주기로 제재에 착수한 곳입니다. 재벌로부터 시작해 일용직으로 끝나는 '위험의 외주화'는 또 한 번 이렇게 참담한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출처 - 뉴스1


이번 참사는 원청의 안전 책임을 강화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김용균법 시행 100여 일 만에 처음으로 터진 대형사고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김용균이 있어야 제대로 된 변화가 가능할까요. 가슴이 미어지는 5월입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코로나 정국 속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 선출되는 의원들이 과연 어떤 분들일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 이번 주 금, 토요일인 10~11일은 사전투표일이며, 다음 주 수요일인 15일은 본 선거일입니다. 국민의 대리인이자 지역의 일꾼으로 어떤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지 마음속으로 정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역대 최다로 많은 정당 가운데 어디에 투표를 해야 할지, 우리 지역에 어떤 후보가 나왔는지 잘 몰라 혼란을 겪고 있는 분들이라면 간단한 방법으로 '소거법'을 써보시길 권합니다. 뽑지 말아야 할 사람들부터 제하는 겁니다.


출처 - 한겨레


이번 총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4월 11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기념일이죠. 3.1운동으로 촉발된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최초 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날인 만큼, 적어도 친일파는 국회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야겠죠. 인터넷 곳곳에서 이번 총선을 한일전으로 규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친일파 없는 국회만들기 노노후보 : https://nonohubo.com


부산의 시민단체들이 4.15 총선을 앞두고 친일파 없는 국회 만들기 운동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총선 예비후보자 가운데 친일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정치인에 대해 유권자들이 제대로 알고 투표에 참여하자는 뜻에서 시작된 운동입니다. 친일 정치인 명단은 이 시민단체들이 만든 누리집인 노노후보닷컴( http://nonohubo.com )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얼굴들이 많이 보입니다. 자위대 행사에 꼬박꼬박 참여한 분부터 '내 딸이 위안부였어도 일본을 용서했을 것'이라는 일본 바라기까지 있습니다.



출처 – 4.16연대


본 선거일인 15일 바로 다음 날인 4월 16일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은 지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참사인 세월호 사고가 있었던 날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2014년에 있었으니 올해로 6주기가 됩니다. 수백 명의 국민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참사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으면서 뻔뻔하게 이번 총선에 얼굴을 들이민 정치인들 역시 낙선 대상 후보자로 꼽혔습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 21대 총선 낙선 대상 후보자 17인 : http://416act.net/notice/91305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세월호 가족이 시민, 단체와 함께 꾸린 4.16 참사에 대응한 통합적 상설단체입니다. 4.16연대는 지난 2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21대 총선 낙선 대상 후보자 17인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여기 소개된 이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화려한 핑크빛이라 보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그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했고, 진실을 밝히려는 조사와 수사를 방해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참사 당시 책임질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그 의무를 방기한 자들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 수년간 희생자와 피해자를 핍박하고 모욕하기까지 했던 그야말로 인면수심의 대표 격인 자들이죠. 인명에 이렇게 무감각한 자들이 과연 살아 있는 국민을 위해 무엇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믿는 분이 아직도 계신가요?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튜브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4월 10일과 11일 이틀간에 걸쳐 사전투표가 시행되며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입니다. 이때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여권 같은 신분증이 있으면 가까운 사전투표소 어디서든 투표하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에 들어갈 때  앞 사람과 최소 1미터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손을 소독하고 일회용 장갑을 끼고 기표해야 하는 등 과정이 다소 복잡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나 자신과 이웃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의 일환입니다.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는 중차대한 시국에 치르는 이번 총선은 향후 우리 지역의 일꾼을 뽑는 일 일뿐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대의할 대리자를 뽑는 선거이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을 뽑는 것은 최소한의 선택 조건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더 나은 우리 삶을 위해 소중한 한 표 잘 행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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