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광

좋은 문학작품은 메말라가는 정서를 새롭게 하고 우리의 정신에 활기와 탄력을 주는
윤활유의 역할을 합니다.


 김대중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 줄 알겠지요?
오 기자   기자, 특히 사진기자들도 아주 바쁩니다. 이리 보내지고, 저리 보내지고…….
 김대중  서로 다 해야 할 일이지요. 국민을 위해서.
오 기자   이 많은 책을 다 읽으셨나요?
 김대중  그럴 시간이 있나요. 하지만 그냥 서재에 넣은 책은 없습니다. 대충이라도 훑어는 본 책들입니다. 읽은 책이 상당수 됩니다.
오 기자  도서관에 들어온 기분입니다.‘문학’예술’철학’종교’처럼 색인표가 있고, 책마다 번호가 붙어 있던데, 누가 하신 건가요?
 김대중  내가 직접 한 겁니다.

사진을 찍기 전, 비서가 서재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동교동 집 지하엔 서재가 있다. 그의 서재를 두고 나는 두 번 놀랐다. 예전에 중학생 시절 신문에서 읽은 기사가 생각났다.‘서재엔 김대중의 개인 금고가 있다.’ 이걸 찍을 수 있게 되다니, 아니 찍게 놔두다니, 해서 놀랐다. 다음으로는 엄청나게 많은 책에 놀랐다. 옆으로 밀 수 있게 만든 겹겹의 책장은 비디오 가게 진열장처럼 한 권이라도 더 쌓아놓으려는 소장자의 뜻이 엿보였다. 책은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있었다. 작은 도서관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무려 40여 분간 그곳에 혼자(약 30분쯤 지나니 광고 회사에서 일한다는 여자가 한 명 들어왔다) 있었고, 나는 당연히 서재를 뒤졌다. 그의 금고를 찾으려고. 하지만 다른 데로 옮겼는지, 안 보이는 곳에 숨겨뒀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40여 분간 기다리던 나에게 김대중 씨가 꺼낸 첫 얘기가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 줄 알겠지요?”였다. 적어도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들을 줄 알았다. 안타까웠다. 하지만 기자 앞에서 싹싹하게 구는 정치인과 비교하면 역겨운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개인 금고는 그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고 했다. 기자들은 없는 금고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며, 어떻게 그런 기사를 쓸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는 말도 했던 것 같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1971년에 김대중의 금고에 대한 기사는 무척 자주 보도되었더랬다. 모두 부정적인 기사였는데, 언론에 의해 형성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태껏 국민에게 고착되어 있지 않나 싶다. 언론의, 언론에 의한, 언론을 위한, 질 나쁜 보도. 언론이 자만을 버려야 하는데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권력을 경계해야 할 언론을 제4정부라고 일컫기도 하니, 권력기관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인 셈이다. 더 잘 먹고 더 잘 살고 더 배운 사람이 많은 세상이 되었건만, 언론과 언론을 보는 국민의 의식이나 인식은 왜 이리도 후진만 하는지.

오 기자  1980년에 전두환의 정치적 야욕이 김 후보님을 사형 선고로 몰아갔습니다. 결국 무기로 감형은 됐지만, 그때 망월동에 억울하게 묻힌 그분들과 운명을 함께 하셨다면 과연 국민이나 역사는 김대중이란 인물을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김대중  우리 국민은 죽음에는 관대하지요. 지금까지 제 곁을 맴돌았던 모함은 죽음과 함께 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 지금 살아 있으니, 삶의 의미를 새기며 참으로 국민과 역사에 헌신하고 싶습니다.
오 기자  죄송합니다만, 정말 죄송스러운 질문이지만, 만일 그때 사형을 당하셨다면 망월동에 모셔졌을까요?
 김대중  아직 죽지도 않은 사람에게 별 질문을 다 합니다. 다 찍었지요? 그만합시다. 내가 무척 바쁘다는 걸 보셨잖아요.
오 기자  마당에서도 찍어야 하는데요…….

그 뒤로 한참 시간이 흐르고 김대중 씨를 다시 잠깐 만날 기회가 생겼다.

오 기자  문득 최근의 《김대중 죽이기》라는 책(강준만 씀, 1995년 발행)이 떠오릅니다. 읽어보셨는지요?
 김대중  그 책을 알고는 있지만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해도 내 이름에 ‘죽이기’라는 듣기 싫은 말이 붙어 있어서 차마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
오 기자  김대중과 전라도 사람에 대해 편파적이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김대중  네, 알고 있습니다. 고맙지만 왠지 꺼림칙합니다.


인동초의 삶을 지탱한 양분

사진 뒤로 보이는 엄청난 양의 책이 꽂힌 서재가 인상적입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수많은 고초를 겪었지만, 그것을 모두 견뎌낸 덕분에 그의 삶을 '인동초'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엄혹했던 시대에 고난의 시간을 김대중과 함께한 벗은 바로 책이었습니다. 고인은 독서광으로 유명합니다. "그냥 서재에 넣은 책은 없습니다. 대충이라도 훑어는 본 책들입니다." 하고 기자 앞에서 당당하게 얘기하는 독서광이었기에 자신만의 정치적 신념을 만들어나갔고, 힘겨운 삶 속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게 아니었을까요?

김 대중 대통령은 평생토록 책을 놓지 않았으며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며 "책을 읽기 위해 감옥에나 한 번 더 가야 할 모양"이라고 얘기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실제로 옥중에서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유독 책을 넣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81년 2월 21일에 청주교도소에서 보낸 편지를 보면 말미에 책을 요청합니다.

다음 책을 넣어 주시오.
1) 칸트, 《실천이성 비판》
2) 갈브레이드의 《불확실성의 시대》와 《경제학과 공공무역》
3) 솔제니친의 《암병동(영문)》. 집에 있소.
4) 기타 신앙관계 체험 서적(특히 공산권에서)

1981년 3월 19일 편지 말미에도 책을 보내달라고 합니다.

다음의 책들을 넣어 주시오.
1) 월터 닉, 《프리드리히 니이체》(분도출판사)
2) 〃, 《도스토예프스키》(〃)
3) 〃, 《위대한 성인들》(〃)
4)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문예출판)
5) B. 러셀, 최민홍 역, 《서양철학사》 상·하(〃)
6) 마루야마, 《일본의 현대사상》(종로서적 출판부)
7) 존 힉, 《종교철학》(〃)
8) 최명관 역, 《플라톤의 대화》(〃)
9) 지베스, 《과학정신과 기독교신앙》(〃)
10) W. 리프만, 《민주주의 몰라과 재건》(대한기독교서회)
11) 진단학회, 《한국사》(전7권, 을유문화사)
12) 《일본문화의 원류로서의 비교 한국문화》(삼성)
13) 버클리, 《바울로의 인간과 사상》(기독교문화)
14) 로빈슨, 《신에게 솔직히》(대한기독교서회)
15) 코헨, 《만인의 탈무드》(〃)
16) 노만 제이콥스, 《대중시대의 문화와 예술》(〃)
17) 버논, 《다국적 기업》(현암사)
18) 변형윤, 《한국경제의 진단과 반성》(지식산업)
19) 임종철, 《국제경제론》(일신사)
20) 토인비 저, 강기철 역, 《도설 역사의 연구》(〃)
21) 《신전략 사상사》(기린원)
22) E. 카잔, 《아메리카 아메리카》
23) 유동식, 《한국종교와 기독교》

문학부문
1) 도스토예프스키, 《백치》《악령》《미성년》
2) 톨스토이, 《부활》
3) 고골리, 《죽은 넋》
4) 까뮈, 《이방인》(신문출판사)
5) 디킨스, 《크리스마스캐롤》(〃)
6) S. 모옴, 《인간의 굴레》(〃)
7) 파스테르나크, 《의사 지바고》(〃)
8) 까뮈, 《시지프스의 신화》(왕문사)
9) 니체,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인문출판사)
10) 司馬遼太郞, 《德川家康》상·하(〃)

《옥중서신》에서 옮긴 이 내용처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얼마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자료가 또 있을까요? 고인은 "독서는 정독하되, 자기 나름의 판단을 하는 사색이 꼭 필요하다. 그럴 때만이 저자 또는 선인들의 생각을 넓고 깊게 수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김대중 대통령의 독서법을 잘 소개한 글을 보여드리는 것으로 오늘 [김대중 대통령을 추모하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 역대 대통령들은 저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책을 읽었지만, 그중에서도 ‘독서의 달인’으로 꼽을 만한 주인공은 역시 김대중 전 대통령일 것이다. 그의 저서인 ‘옥중서신’에도 나타나 있듯이, 이른바 내란음모사건으로 인한 오랜 수감생활에서도 그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가 섭렵한 서적들은 철학, 경제, 역사, 문학 등의 분야를 두루 망라한다. 대통령 휴양지였던 청남대에 그의 동상이 독서하는 모습으로 세워진 것도 나름대로 일리가 없지 않다.
특히 그의 독서법에서 특이한 대목은 ‘대차대조 메모법’이라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어내려가다가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에선 책의 여백에 대차대조표를 그리듯이 왼쪽에는 책의 내용을, 오른쪽에는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고 현실 상황에 대입하곤 했다는 것이다. 책을 읽더라도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스스로의 판단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했던 노력이 엿보인다.
허영섭, 《내일신문》, 2010년 8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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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양심

비록 고난 속에 살더라도 자기 양심에 충실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나 그 고난의 가치를 세상이 알아줄 때 그는 더욱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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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간디는 악을 보고 행동하지 않는 것을 폭력보다 더 배척했습니다. 그는 악을 방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폭력이 더 낫다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이는 결코 폭력을 시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관하는 자세를 악에 대한 투쟁에 더 중요한 제일위적인 것으로 간주한 그의 태도를 표현한
          것입니다.


강경대 열사, 그로부터 20년...

1991년 4월 26일 경찰의 폭력 진압에 의해 사망한 명지대학교 강경대 열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입니다. '학원자주화'를 외치다 사복경찰 백골단의 구타로 숨진 고 강경대 열사의 희생으로 다음 날 노태우 정권은 안응모 내무부 장관을 경질했습니다. 이후 박승희 전남대 학생, 김영균 안동대 학생, 천세용 경원대 학생, 김기설 전민련 사회부장, 노동자 윤용하 씨 등이 잇따라 분신하며 민주화를 요구했습니다. 

꼭 20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열사들이 흘린 피로 민주화가 진전되었다고는 하지만 삼성전자 노동자 백혈병 사태, 유성기업 사태, 한진중공업 사태,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태 같은 일련의 문제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여전한 재벌과 군 당국, 위정자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고, 일상을 짓밟고, 부당하게 해고하고, 평화의 섬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을 훼손하려는 이들에게 과연 양심이 있는 걸까요?

생전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의 중요성을 이렇게 잘 표현한 말은 또 없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어록, "비록 고난 속에 살더라도 자기 양심에 충실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나 그 고난의 가치를 세상이 알아줄 때 그는 더욱 행복하다"는 말씀도 되새겨봅니다. 85호 크레인에서 228일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김진숙 씨와 4년 이상 해군과 지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강정주민은 모두 각자의 양심에 충실한 사람들입니다. 그들과 연대하는 '희망버스'와 '평화비행기'가 그들을 행복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의 고난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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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바닷가 3층짜리 수협 건물 옥상에 올랐다. 모슬포, 동네 이름이 생긴 유래처럼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사람이 살기에는 몹쓸 곳인가. 건물은 모두 시멘트로 단단해 보이지만 오로지 바람만을 막기 위해 지어진 창고 같아 도대체가 사람 사는 곳 같지 않았고 바다의 정취, 시골의 정경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마을이 내려다보였다. 멀리 보이는 오름의 젖가슴같이 부드러운 능선이 참으로 아름답지만, 시멘트 인공물에 얹어진 오름 지붕은 싸구려 브래지어가 밖에서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마당 빨랫줄에 부끄럼 없이 널브러져 있는 느낌이다.

마침 섬에서 섬으로 들어오는 배가 있었다. 마라도나 가파도에서 떠나왔을 배에 내가 타고 있었다. 그 배는 여객선이 아니었다. 나무들로 얼기설기 묶어 바다에 뜰 수 있을 정도의 배, 테우1)였다. 그곳에 내가 실려 모슬포항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십수 년 만의 귀항이었다. 난바다2) 항해 중 조난을 당해 외딴 섬, 무인도에서 홀로 두려워하고 혼자 방황하고 낙담하며, 또 벗어나고자 안간힘 몸부림에 소진되어 버린 십수 년. 처음부터 희망이 좌초한 것은 아니었다. 항해를 시작할 때는 누구나처럼 원대했다. 분명한 뜻이 있었기에 돛을 달 수가 있었다. 꿈의 크기에 맞춰 띄울 곳도 정해졌다. 연못, 호수, 강, 바다...

내가 떠난 곳은 대양이었다. 돛 역시 마찬가지였다. 크기만큼이나 장애물이 많았고 저항도 그만큼 거셌다. 그러나 순항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순순한 대양의 바람을 타고 거침없을 것 같은 항해를 맛보기도 했다. 사방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의 순조로운 항해는 더 큰 바다를 향해 더 큰 자신감을 붙였고 더 큰 꿈으로 부풀어 올랐다. 무한할 것 같던 꿈은 당장 눈 밑 물속의 암초를 못 보게 했다. 자신감은 자만이었고 오기는 오만이었다. 쌍안경을 보며 걷는 것과 같았다. 더 크게 보이는 망원렌즈로만 세상에 다가갔다. 절망은 역시 희망의 크기와 비례했다. 빠져서 갇혀 있던 시간도 희망의 크기만큼이나 길었다. 갇힌 시간이 길어지고 더 포기할 것도 없다 싶으니 외딴 섬도 살만했다. 체념도 자주 하니 적응이 되었고, 안이하더라도 타협하니 안주하게도 되었다.

88만 원이면 어떠랴. 떠나온 대양에 무인도는 내가 있던 그 하나만이 아니었다. 다도해보다 더 많은 홀로 뜬 무수한 섬들을 바라보며 안위할 수 있었고 홀로 된 섬들의 군락은 꿈 없이도 살 수 있고, 꿈 버리고도 즐길 수 있는 오락실 같았고, PC방 같았고, 사법행정고시를 준비하지 않아도 고시텔에서도 잘 수 있었다. 찜질방으로, 1박 2일로 그들의 놀이에 희희낙락 웃으며 시간을 때우고 메우는 TV 앞이면 족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휩쓸려 함께 환호성을 지르다 보면 16강, 8강에 내 꿈도 이뤄지는 듯했고 이렇게 살아도 난바다로의 항해보다 오히려 덜 고립된 기분에 덜 쓸쓸했다. 꿈은 무인도에 맞춰지고 있었다. 희망은 좌초하지 않았고 자초하며 내게서 물러났을 뿐이다. 하지만 TV나 정치가 웃겨주면 좀 웃을까, 내 스스로 웃는 일이 적어지고 가슴이 결코 흥겹지 못해 더 심해지는 허전함, 허탈감이 때로는 항해를 위해 돛을 달았던 가슴이 떨리던 그때를 몹시도 그립게 했다. 이럴 때면 바다를 본다.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꿈이다. 꿈의 시작은 바라보는 것이지 않은가.

조밀하고 조악한 모슬포 포구도 조금 눈을 들면 한없이 펼쳐진 대양을 보듬고 있고 대양의 품에 안겨 있었다. 조금만 눈을 치켜들면. 조금만 눈을 크게 뜨면. 잃고 잊었던 대양에서 나의 난파선이 좁은 모슬포항으로 흘러들어올 때 나는 절망보다는 가슴 쩟쩟한 벅참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난파선이 끌고 오는 대양을 보았고 다시 시작할 새로움을 밀치고 나아가는 난파선을 보았기 때문이다.

조러조러하고 조만조만한 모슬포 포구가 보잘것없어 뵈는 테우 한 척을 안아주고 있다. 아버지처럼. 봉곳봉곳한 젖가슴의 오름들도 너절너절해진 좌초된 희망을 품어주고 있다. 어머니처럼. 꿈은 깨져도 아버지 같고 어머니 같아서 버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늘 품에 품고 기다려주는 게 꿈이었다.

돌아온 모슬포가 참 아름답다. 그리고 싶어! 십수 년 처박아둔 화구를 꺼내본다. 십수 년 가둬둔 꿈이 되살아난다. 이제 진짜 내 그림을 그리고 싶어! 나는 외쳤다. 변덕스러운 마음이 모슬포에서 그를 만나면 하겠다던 첫 마디 인사를 바꾼다.

“나,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됐어요.”

1. 제주시에서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서 자리돔을 잡거나 낚시질, 해초 채취 등을 할 때 사용했던 통나무배.

2. 육지로 둘러싸이지 않은 멀리 떨어진 바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벌써 8월 3주차에 접어들었네요.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갑니다. 그래도 여유를 잃지 말아야겠죠! 오늘도 여러분께 주말행사 소식 전해드립니다.

박물관 전시 관련 정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창덕궁, 아름다운 덕을 펼치다〉란 제목으로 특별전을 엽니다. 

장소는 2층 기획전시실과 1층 정보검색실이며, 전시기간은 8월 28일까지입니다.

이번 특별전은 '고궁'을 주제로 한 최초의 특별전이라고 하는데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의 역사와 의미, 그리고 궁궐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마련되었다고 하는군요. 이번 특별전은 그간 창덕궁이 건물 중심관람이었던 것과 달리, 창덕궁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라고 합니다.

특별전을 계기로 창덕궁의 전시 유물을 찾아 볼 수 있도록 어플리케이션도 제작했다고 합니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어린이 대상 전시 해설이 운영되며, 창덕궁 후원을 주제로 이루어지는 가족 대상 교육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으니 가족과 함께 관람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인도로 떠나는 신화여행〉이란 제목으로 특별전을 엽니다.

장소는 기획전시실 II 이며 전시 기간은 9월 19일까지입니다.

전시 구성은 3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는 인도와 인도의 종교로 인도와 힌두 신화에 대한 소개입니다. 2부는 신들의 이야기로 베다 신과 힌두 신들의 신상(神像), 탈, 세밀화 등을 소개합니다. 마지막으로 3부는 신들에게 바치는 이야기로 인도 가정집에 있는 신단을 재현하고, 각종 의례 도구, 목조 신단 등을 소개합니다.

이번 전시는 2009년 국내 거주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전시를 처음 열었던 국립민속박물관이 세계 문화에 대한 올바른 문화적 이해를 돕고자 기획한 전시라고 합니다.


도서관 및 기타 문화 관련 정보

부모교육 집단 상담(햇살 같은 어머니 되기 교육)
- 운영기간 : 8월 30일까지(매주 화요일) 10:00 ~ 12:00 총 4회(8시간)
- 장소 : 동대문도서관 세미나실(2층)
- 강사 : 송지희(부모교육 전문 강사, 심리상담사)
- 내용 : 자녀와 소통방법 증진, 자녀행동문제 대처방안, 자녀의 일탈 행동에 따른 부모자세 등.

소외계층 프로그램: 희망쑥쑥 다문화 책놀이
- 일시 : 8월 27일(토)까지
- 대상 : 지구촌 국제학교, 다문화어린이 10명
- 내용 : 소외계층 프로그램 - 희망쑥쑥 다문화 책놀이

우리 그림도 즐기고 동시도 써보는 신현림 시인의 동시 놀이터
- 일시 : 8월 22일(월) 10:00~11:30/9월 25일(일) 14:00~15:30
- 장소 : 어린이도서관 시청각실  
- 내용 : 교과서 수록 동시 <방귀> 의 작가  신현림 시인의 색다른 동시 강연회

동화 속의 밖의 아이들 동화 밖의 아이들
- 일시 : 8월 25일(목) 15:00-17:00
- 장소 : 어린이도서관 시청각실
- 내용 : 현직교사이자 동화작가 송언 강연회

(2011년 재능·교육기부 프로그램) (신춘문예 시 응모 대비) 시창작 스터디반 운영
- 일시 : 12. 27(화)까지 매월 2, 4주 화요일 14:30 ~ 17:00
- 장소 : 시청각실
- 참여대상 : 문학 등단을 꿈꾸는 예비 시인 20명
- 내 용 : 시창작이론, 시창작의 실제, 시작노트 작성 및 지도

8월 정독도서관 영화상영 안내
- 일시 : 매주 화, 목, 일
- 장소 : 정독도서관 시청각실
- 대상 : 누구나
- 8월 21일 : 나이트 버스(15세 이상)
- 8월 23일 : 카라마조프의 형제들(15세 이상)
- 8월 25일 : A.I(12세 이상)

8월 어린이극장 영화상영 안내
- 일시 : 매주 토·일요일 오후 3시
- 장소 : 어린이극장 시청각실(자료관 3층)
- 대상 : 누구나(당일 선착순)
- 8월 20일 : 집으로
- 8월 21일 : 미래소년 코난(5)


이전 정보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꼭두박물관, 대동여지도, 문화행사, 생각비행 주말섹션, 아우인형, 어린이극장, 전시회, 정독갤러리, 정독도서관, 주말비행, 신안용천청자, 바로크, 로코코,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궁정문화, 궁정문화, 외규장각, 강화도 외규장각, 외규장각 의궤, 강화도 외규장각 의궤, 병인양요, 프랑스, 북미 인디언
지난주에 이어 국립중앙박물관 〈145년 만의 귀환,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을 소개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강화도 외규장각 전시품을 약탈하면서 빼앗겼던 외규장각 의궤가 대여 형식으로 돌아왔습니다. 무려 145년만의 귀환이지요.

조선왕조 의궤는 2007년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여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조선시대 문화유산입니다. 의궤는 조선왕조 내내 꾸준히 제작되었으며 유교 문화권의 특징을 잘 보여줄 뿐 아니라 조선시대의 통치 철학 및 운영체계를 알려주는 대단히 의미 있는 기록물입니다. 

이번에 반환된 외규장각 의궤는 대부분 국왕의 열람을 위해 제작한 어람용(御覽用)이라는 점과 국내외에 한 점밖에 없는 유일본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특별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은 외규장각 의궤의 면모를 6부로 나누어 소개한다고 합니다.

1부는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꽃 의궤의 개념과 구성을 설명하고, 정조대에 강화도 행궁(行宮)에 외규장각을 완공하여 어람용 의궤 등 왕실의 중요 자료를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한 내용에 대해서 다룹니다.

2부의 주제는 ‘왕권과 통치’로서 의궤 속에 보이는 조선시대 통치 이념의 면모를 살펴보고자 종묘제례, 친경, 영건, 녹훈 관련 의궤를 전시합니다. 특히 유일본인 《보사녹훈도감의궤》(1682년, 숙종 8) 중에 한글 문장이 적혀 있어 희귀한 사례로 주목됩니다.

3부의 주제는 ‘나라의 경사’로 왕실의 혼례, 책봉, 존호 등에 관한 의식을 기록한 의궤를 다룹니다.

4부의 주제는 ‘왕실의 장례’입니다. 조선시대 왕실 의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죽음과 관련된 의식이었습니다.

5부의 주제는 ‘추모와 기억’으로 3년상을 마친 후 혼전의 신주를 종묘로 모시는 부묘, 세상을 떠난 왕과 왕비에게 일생을 함축한 이름을 올리는 시호, 왕의 초상을 그리는 영정 제작 등을 통해서 조선시대의 선왕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추모하는 방식을 살펴보았습니다. 

6부에서는 1866년 병인양요부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외규장각 의궤의 귀환 과정을 짚어봅니다. 이를 위하여 병인양요 때 참전했던 프랑스 해군 쥐베르의 기록 등 관련 서양서도 다수 소개됩니다.

전시기간은 7월 19일~9월 18일까지 두 달간이며, 전시장소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입니다. 관람시간은 화,목,금요일은 오전 9시-오후 6시, 수요일과 토요일은 오전 9시-오후 9시, 그리고 일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9시-오후 7시 입니다.

7.20(수), 8.17(수), 8.31(수), 9.14(수) 오후 6시 30분 기획전시실에서 큐레이터와 대화도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가시면 더 좋겠네요. ^^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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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바로크∙로코코 시대의 궁정 문화〉를 주제로 특별전을 열고 있습니다.

관람시간은 화,목,금 오전 9시-오후 6시
                수,토요일 오전 9시-오후 9시
                일,공휴일 오전 9시-오후 7시 입니다.

전시기간은 8월 28일까지입니다. 전시장소는 기획전시실이며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30분, 큐레이터와의 대화도 진행이 된다고 합니 참고하세요.

*이 전시는 특별기획전으로 관람료가 있으니 꼭 확인하시고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웃대중인傳〉이라는 제목으로 특별전을 엽니다.

장소는 서울역사박물관 1층에 있는 기획전시실이고 전시기간은 7월 26부터 9월 18일까지입니다.

조선후기 웃대(현 인왕산 기슭의 청운동, 신교동, 옥인동, 통인동, 누상동, 누하동, 체부동, 필운동 지역)를 무대로, 중인들의 문화 모임인 옥계시사를 통해 최고 절정의 중인문화를 전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전시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 웃대를 거닐다 
    · 웃대는 어떤 곳인가?
      한양에서의 우대의 위치 → 웃대 모습(원경,중경, 근경) → 웃대 성격(우대 거주인, 독특한 성향) 
     ! 정선과 임득명이 그린 웃대 지역의 진경화를 통해 잊혀졌던 웃대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 웃대를 향유하다
    ·   옥계시사(송석원시사)를 통해 본 웃대(인왕산 기슭) 시사의 모습 
     ! 웃대를 무대로 중인들이 주도가 되어 행하였던 문화모임, 특히 최절정의 문화모임으로 이름났던
       옥계시사를 중심으로 관련 회화, 문학, 인물에서 보여지는 조선후기 정신, 생활, 예술 문화를
        볼 수 있다. 

   - 웃대 사람들 
      옥계시사 참여했던 중인과 그들의 활동상 → 옥계시사를 비롯한 웃대를 무대로 한 중인시사
      활동과 특징 → 웃대의 문화를 이끌어간 중인은 어떠한 사람들인가?  

    - 웃대를 따르다 
      웃대시사 이후 중인들의 활동상
      ! 중인 문화 흐름이 웃대에서 청계천 광교로 이동한 후, 선진문화 유입과 사회계몽에 힘썼던
        중인들의 개혁의지와 정치적 역할을 조망해 볼 수 있다.

  - 웃대에서 바라보다
      !웃대에서 활동한 중인의 눈을 통해 바라본 옛 서울에 살았던 조선의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며, 현대를 살아가는 서울의 보통 사람들인 우리의 모습을 투영해 볼 수 있다.


** 중인(中人)이란?

-  조선시대 중인은 서울 중앙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인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고 하는데요, 신분은 양반과 양인 사이에 놓여 있어 사회적인 중간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주로 기술직이나 사무직에 종사하던 벼슬아치로서, 의관(醫官), 향리(鄕吏), 서리(胥吏, 흔히 아전), 서제(書題), 토관(土官, 토호를 위한 특별 관직), 군교(軍校, 군무를 보는 관리), 역리(驛吏, 역관), 계사(計士; 회계 관리), 음양관(陰陽官) 및 추길관(諏吉官, 길일을 가리는 관리), 화원(畫員, 도화서의 잡직. 화가), 사자관(寫字官, 문서를 정서하는 관리) 등의 아전], 관상감원(觀象監員), 검률(檢律) 등의 기술관을 세습하면서 하나의 특수한 신분 계층을 이루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경외(京外) 문무관청에서 실무를 보는 하급 관리 및 서얼도 광범한 의미에서 중인 신분으로 간주할 수 있는바, 이들의 지위는 대개 고정되어 일반적으로 그 향상을 도모할 길이 막혀 있었다고 합니다.



청계천문화관에서는〈 어억영, 서울의 실경산수 청계천에서 한강까지 특별전〉을 엽니다.

장소는 청계천문화관이며, 전시 기간은 7월 26일부터 9월 25일까지입니다.

이번 특별전에는 창석 이억영 화백이 그린 청계천 및 한강 실경산수 40점과 유품을 함께 전시한다고 합니다.


어린이도서관 8월 전시회 안내
1. 「소통과 배려 관련 우수도서」 전시회
- 일시 및 장소 : 2011. 8. 1 (월) ~ 2011. 8. 31 (수), 전시실1

2. 「여름방학 권장도서 및 표지」 전시회
- 일시 및 장소 : 2011. 8. 2 (화) ~ 2011. 8. 28 (일), 전시실1

3. 「학생세금 문예작품」 전시회
- 일시 및 장소 : 2011. 8. 16 (화) ~ 2011. 8. 31 (수), 전시실2

문화야! 놀자!
- 운영기간: 2011.7.13~8.25 매주(수,목) 14:00~16:00
- 운영장소: 삼선초등학교 꿈사랑반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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