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이나 가방 하나가 몇백에서 몇천을 호가하는 비싼 브랜드를 알고 계실 겁니다.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같은 이른바 '명품' 말입니다. 경제, 시사 유튜브 크리에이터 슈카는 최고의 마케팅 성공 사례로 이런 '명품'을 꼽았습니다. 사치품을 뜻하는 'Luxury'를 한국 수입업체에서 명품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거든요. 단어를 바꿔 부른 것만으로도 우리는 사치품을 뭔가 장인이 만든 대단히 가치 있는 물건으로 생각하게 됐다는 겁니다. 이런 성공적인 마케팅을 바탕으로 작년 한국은 세계에서 1인당 명품 소비를 가장 많이 한 나라가 됐습니다.

 

출처 - 슈카월드

 

이렇게 성공적으로 개념을 바꾼 마케팅은 '사치품'에만 있지 않습니다. 요즘 '비건'이 각광받고 있죠. 고기를 먹지 않고 우유나 달걀도 먹지 않고, 실크나 가죽처럼 동물에게서 원료를 얻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비건이라고 합니다. 극단적인 기후 변화의 시대에 환경 보호에 관심을 두고 친환경 삶의 방식으로 바꿔나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인 만큼 사람들이 왜 '비건'에 열광하는지 이유를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문제는 이런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 상품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다는 겁니다. 일단 상품에 '비건'이란 이름이 붙으면 죄다 비싸집니다. 그중엔 심지어 친환경이 아닌 경우도 허다합니다.

 

출처 - 패션엔

 

비건 레더, 페이크 퍼, 비건 치즈 같은 말을 요즘 자주 들어보셨죠? 비건 레더는 동물의 가죽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소재를 사용해 가죽 느낌을 낸 제품을 말합니다. 식물을 이용해 동물을 죽이지 않고 친환경적인 가죽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시겠죠. 네, 물론 그런 제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건 레더에는 합성 가죽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거 '레자'라고 부르며 싸구려 가짜 가죽으로 취급되던 것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동물 가죽을 쓰지 않았다고 '비건 레더'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쓰고 고가 친환경 제품으로 과대 포장되고 있어 문제입니다. 합성 가죽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폴리염화비닐(PVC)이 주요 소재입니다. 제조와 폐기 과정에서 다이옥신을 방출하는데 인간이 만들어낸 화학물질 중 가장 발암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출처 - Pinatex / Bolt Threads

 

한 물건을 오래 쓰는 것은 친환경적 삶의 방법입니다. 그런데 합성 가죽은 내구성이 진짜 가죽에 비해 확연히 떨어집니다. 수십년을 사용할 수 있는 진짜 가죽 제품과 달리 인조 가죽 제품은 자주 바꿔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되니 비건의 애초 의도 중 하나인 환경 보호와 상관없이 쓰레기가 양산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PVC 같은 재료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비건 레더도 있긴 있습니다. 파인애플 줄기 섬유질로 만든 비건 가죽, 버섯 균사체를 활용해 만든 비건 가죽 같은 제품은 비건이란 자향점을 제대로 추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비건 치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2012년 피자 업계에 모조 치즈 논란이 있었던 사실을 기억하시는지요? 이 때문에 59피자는 자기네 피자에 100% 자연산 치즈가 들어간다고 광고를 해야 했습니다. 모조 치즈는 우유로 만들지 않는데요, 팜유 등 식물성 기름에 전분 등을 넣어 치즈와 유사한 맛과 식감을 내죠. 당시엔 이를 가짜 치즈, 모조 치즈, 식용유 치즈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현재 시점으로 보면 모조 치즈가 비건 치즈의 일종인 셈입니다. 지금은 비건 치즈를 넣은 피자나 햄버거가 아무런 문제 없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출처 - 59피자

 

원가를 낮추기 위해 모조 치즈를 일반 치즈로 속여 판 10여 년 전 사건과 지금의 비건 치즈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죠. 요즘 나오는 비건 치즈 제품들은 코코넛 오일, 캐슈너트 오일 같은 고가의 식물성 오일에 단백질과 유기질 등의 성분을 추가해 영양까지 자연산 치즈와 비슷하게 구현한다고 하니까요.

 

출처 - 비건 치즈 아머드 프레시

 

하지만 비건 레더가 됐든, 비건 치즈가 됐든 제품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이미지와 프레이밍에 따른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예전엔 나쁜 것으로 취급됐던 것이 지금은 좋은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죠. '그린(Green)'이 처음에는 좋은 의미로 등장했지만 곧 그런 제품의 양산으로 쓰레기만 더 만들어 내는 '그린 워싱(Greenwashing)'과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시대가 변해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해서이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의 생각 변화에 편승한 마케팅의 승리이기도 합니다. 분명한 것은 ‘비건’이 유행하고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는 사실입니다. 이제는 진짜로 동물을 보호하고 환경을 생각하며 소비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생명체로 환경을 신경 쓴다면 비건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진정으로 비건의 가치를 제대로 추구하고 있는 제품인지 꼼꼼히 따져봐야겠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1년을 넘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놨던 공약 가운데 이행한 것도 있고 진행 중인 것도 있고 파기한 것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청년들을 위한 공약을 여럿 내놨는데요, 그중 '청년도약계좌'가 이번 달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근로나 사업 소득이 있는 청년들이 중장기적으로 재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돕겠다는 취지입니다. 취지로만 보면 좋은 정책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실효성과 관련하여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출처 - YTN

 

청년도약계좌는 개인 소득 6000만 원 이하의 19~34살 청년을 대상으로 매달 최대 70만 원을 내면 납입 금액에 비례해 정부가 기여금을 지원하는 금융 상품입니다. 이자 소득은 비과세 혜택을 주고 만기 5년이 끝나면 5000만 원 안팎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고 하죠. 만기 전 중도 해지할 경우에는 특별중도해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그간 낸 돈만 돌려받고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은 지원받을 수 없습니다.

 

출처 - 국민의힘

출처 - SBS Biz

 

특별중도해지 요건은 사망, 해외이주, 천재지변, 사업장의 폐업 등입니다. 언뜻 보면 목돈 마련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과연 청년들이 수십만 원에 달하는 돈을 5년간 꼬박꼬박 넣기가 쉬울까요? 지금처럼 고물가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무지출 챌린지'나 '거지방'이 회자하고 있습니다. 이런 신조어가 생기는 것은 그만큼 청년들의 삶이 팍팍하다는 증거입니다. 필수적인 생계비마저 줄이는 마당에 과연 중도 해지 없이 만기 5년을 버틸 청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 카카오톡

 

지난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 <청년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청년들의 평균 부채 규모가 지난 2012년 3405만 원에서 2021년 8455만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20%가 넘는 청년들이 연소득의 세 배 이상 빚을 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KDI의 보고서 <금리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에서는 최근 기준금리 1%p 인상에 따른 20대의 연간 소비 감소폭은 약 29만 9000원으로 60대 이상의 8.4배에 달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빚은 늘었는데 쓸 돈이 적은 것이 현재 청년들의 상황입니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출시했던 2년 만기의 청년희망적금은 연 최고 9.3%의 금리 혜택으로 당초 예상인 38만 명의 무려 8배에 가까운 286만 8000명의 가입자가 몰렸습니다. 그런데 이조차도 출시 1년 만에 가입 인원 15%가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청년도약계좌는 만기가 3년이나 더 길고 납입 금액도 더 많습니다.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더욱 많을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출처 - YTN

 

청년도약계좌의 성과는 많은 가입자를 내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5년 만기까지 적금을 잘 부어 목돈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중도 해지를 막는 방안을 제대로 마련해야겠죠. 금융위원회는 예적금담보부대출의 가산금리를 조정해 계좌 유지를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예적금담보부대출은 예금 가입자가 급하게 돈이 필요할 경우 예금에 있는 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겁니다. 예적금담보부대출 이자는 기준 금리에 은행이 자체적으로 붙이는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되는데 금융위는 청년도약계좌에 적용될 가산금리를 다른 상품보다 낮게 조정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중도 해지를 막을 수 있을까요? 실질적인 대책이라 하기엔 너무 약하네요. 청년이라도 급전이 필요한 일은 언제든 생길 수 있습니다. 결혼이나 출산, 주택 구매 같은 특정한 상황이 아니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청년도약계좌의 특별중도해지 요건에 생애 첫 주택 구매는 포함돼 있지만 '결혼'이나 '출산' 같은 사항이 없습니다. 청년도약계좌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일단 특별중도해지 요건을 확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출처 - 뉴시스

 

이 밖에 중도해지를 방지할 방안은 뭐가 있을까요? 정확히는 아직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걸은 공약이고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현시점에 출시를 며칠 앞둔 공약이지만, 중도 해지를 방지하기 위한 <청년 자산 형성 정책 평가 및 개선 방향>이란 주제의 연구 용역 결과조차 청년도약계좌 출시 이후에 나올 전망입니다. 용역의 결과를 당장 적용하지도 못할 판이네요. 5년이 지나 5000만 원의 목돈 마련에 성공할 청년이 얼마나 될까요? 가능한 많은 청년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정작 필요한 청년들은 도중에 떨어져 나가고 넉넉한 사람의 주머니만 채우게 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

지난달 31일 오전에 들어온 긴급재난문자로 수많은 국민이 깜짝 놀랐습니다.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도 깜짝 놀라 마음을 쓸어내려야 했죠. 그들은 내용을 캡처해서 지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벽 6시 40분경, 재난문자에 깜짝 놀라 깨신 분이 많으셨을 텐데요. 이른 아침부터 고민이 많으셨겠죠? 출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전전긍긍한 분도 계셨을 줄 압니다. '긴급재난문자'라면서 '왜' 대피하라는 건지, '어디로', '어떻게' 대피하라는 건지, 중요한 내용을 쏙 뺀 채로 내용이 들어와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뉴스를 찾아봐도 라디오를 들어봐도 특별한 얘기도 없어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죠.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게 실제 상황이었다면 어땠을지 간담이 서늘했습니다.

 

출처 - JTBC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하겠다는 정보는 이전부터 알 수 있었으나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원활하지 못한 소통이 문제였고, 여기에 더해 허술한 재난문자 운영 상태까지 드러나버렸습니다. 경계경보 발령 시각은 오전 6시 32분, 서울시가 재난문자를 발송한 시각은 오전 6시 41분이었습니다. 10분 가까이 발송이 지체되었을 뿐 아니라 정작 중요한 정보는 빠져 있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6시 29분 북한이 발사한 우주발사체를 확인하고 행안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로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고 하죠. 행안부의 지령방송에는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 발령'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하는데요, 서울시는 문자 발송 전에 '경보 미수신 지역'에 서울 지역이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행안부 중앙통제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식에 공무원들도 공황이 왔을 수도 있겠죠. 실제 상황이라는데 행안부든 서울시든 담당자의 입장에선 혼돈의 도가니였겠죠.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해 10분 늦었지만 재난문자를 일단 내보낸 담당자의 고충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적인 공감과는 별도로 정부 기관 간에 제대로 된 소통이 되지 않은 점, 연락을 주고받을 의무가 있는 담당관들이 업무를 소홀히 한 점, 이를 책임지고 감독해야 할 고위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는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 YTN

 

이번 문자 사태에서 놀라웠던 점은 위기 상황 시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재난문자 내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그동안 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던가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 혼선을 막고 신속하고 정확한 안내를 위해 경보 체계, 안내 문구와 대피 방법 등을 더 다듬어 정부와 협조해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이번 일로 혼선을 빚은 점은 거듭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재난문자를 이번 일로 처음 쓴 것도 아니고 코로나19 상황으로 몇 년째 사용하고 있었으니까요. 오 시장의 발언만 놓고 본다면 여태껏 제대로 된 기준 없이 재난문자를 발송했다는 얘기 아닙니까? 

 

출처 - 굿모닝충청

 

심지어 북한은 며칠 전부터 군사위성 발사를 예고했습니다. 항행 안전과 관련한 국제해사기구(IMO) 결의에 따라 지정 조정국인 일본 정부에도 사전 통보된 상황이었습니다. 한미 군당국의 정보자산을 통해 발사 준비 단계부터 실시간 감시가 이뤄지고 있었던 상황에서 이 난리가 났는데, 사전통보 없이 미사일을 발사하기라도 한다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 두렵습니다. 한국인뿐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혹은 관광 온 외국인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라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실제로 이날 각종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던 외국 국빈들과 바이어들이 깜짝 놀라 행사 참가를 연달아 취소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위기 관리는 경제적 이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항입니다.

 

출처 - JTBC

 

같은 시각 일본 오키나와현이 발송한 경보 문자에는 "미사일 발사.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건물 안 또는 지하로 대피하십시오"라고 경보가 발령된 상황과 대피 안내와 관련된 정보가 제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 올리고 불과 2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일본보다 훨씬 잘했다는 소릴 듣던 위기 관리와 메시지 발신은 1년 새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재난 상황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기준을 정립하길 바랍니다.

인도 현지 시간으로 지난 2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서 열차가 탈선하여 삼중 충돌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승객 1257명을 태우고 고속으로 달리던 열차가 대기선에 정차해 있던 화물열차를 들이받아 객차가 화물차 위로 넘어졌습니다. 이 충격으로 탈선한 열차가 맞은편 선로에서 달리던 또 다른 특급열차를 덮쳤습니다. 그 충격으로 제 선로를 달리던 특급열차마저 탈선했고, 여러 열차가 뒤엉키며 대형사고로 이어졌습니다. 5일 현재까지 275명이 사망하고 120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MBC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이번 오디샤 열차 사고는 1981년 8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비하르 열차 탈선 사고, 1995년 358명이 사망한 피로자바드 열차 충돌 사고에 이어 28년 만에 일어난 인도 역사상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열차 사고라고 합니다. 소방당국에 의하면 최악의 경우 사망자가 380명을 넘길 수 있다고 하니 어쩌면 역대 두 번째로 참사로 기록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예비조사 결과 사고 원인으로 철도 진입 관련 신호 장애가 지목됐습니다.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열차가 본선으로 가야 하는데 화물열차가 정차해 있던 순환선 선로로 신호가 주어졌다고 합니다. 관계자는 신호와 관련해 인재로 보인다는 발언을 했다고 하는데, 명확한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았습니다.

 

출처 - 한겨레

 

중국을 제치고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된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거대한 철도 시스템을 운영하는 철도 대국입니다. 철도의 총 길이는 무려 6만 4000km에 이르며 여객 열차는 1만 4000대 기차역은 8000곳에 달합니다. 하루 열차 이용객이 약 1300만 명, 지난해 화물 운송량이 15억 톤에 달한다고 하죠. 그러니까 열차는 15억에 달하는 인도 인구가 사용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중교통 중 하나인 셈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인도에서 열차 사고가 빈번한 이유가 있습니다. 저 긴 철로의 98%가 과거 영국 식민지 시대인 1870년부터 1930년대에 건설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복잡한 철도 시스템이 100년도 넘은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북쪽 히말라야 산맥에서 남쪽 해변까지 전국 방방곡곡 퍼져 있는 철도 설비가 수십 년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됐습니다.

 

출처 - MBN

 

인도 당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열차 관련 사망자만 1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철도 사고 중 탈선이 69%를 차지할 정도로 철도 인프라 자체의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되었습니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인도 동해안의 경우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철로 구간이자 석탄, 석유 운송을 도맡다시피 할 정도로 가장 붐비는 구간이었습니다. 영국 식민지 시절인 약 160년 전에 건설된 복잡하고 노후한 철도 시스템이 장기간 방치되어 결국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인도 정부가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선로 개선, 혼잡 완화, 신규 열차 도입 등을 위해 작년보다 50%나 예산이 늘어난 2조 4000억 루피, 우리 돈으로 약 38조 원이 넘는 돈을 올 한 해 투입하고 있었으니까요. 또한 인도에서는 철도 관련 정책이 선거의 주요한 이슈로 등장하기 때문에 각 정치 세력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최근에 도입한 고속철이 사고의 원인이어서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인구에 비해 사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인도의 상황 때문에 사고의 부상자들이 병원 응급실 바닥에 방치되어 있다거나 사망자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실어 나르는 등 논란이 되는 사진들이 공개되어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굉음을 듣고 구호를 위해 달려온 주민들은 팔과 다리, 심지어 머리까지 잘려나간 참혹산 상황에 눈을 뜨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출처 - KBS

 

인도 오디샤주는 3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인도 열차 사고에 대해 애도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미국 국무부,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등 세계각국의 지도자들도 위로와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인도는 141명이 넘게 사망한 구자라트 다리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반년밖에 안 됐는데, 또다시 두 배가 넘는 사람들이 사망한 대참사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참사의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사상자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사고를 잘 수습하길 바랍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인도 열차 사고를 보며 우리는 안전하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내 열차(철도) 관련 사고는 2017년 105건, 2018년 98건, 2019년 72건, 2020년 58건, 2021년 64건, 2022년(1~9월) 66건으로 파악됐습니다. 감소세라고는 하나 여전히 많은 수치입니다. 

 

 

2022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산재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자회사 등 포함)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총 803건이었다고 합니다. 한 달에 13명 꼴로 사고가 발생한 셈이죠. 연도별 산업재해 발생건수를 보면 2017년 108명(사망 6명), 2018년 137명(3명), 2019년 155명(2명), 2020년 140명(1명), 2021년 164명(2명) 등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국토부 / 파이낸셜뉴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국내 22개 철도운영자 및 철도시설관리자를 대상으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시행한 2022년도 철도안전관리 수준평가 결과를 5월 11일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코레일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C등급은 70점대로 안전관리에 대한 부분적 개선이 요구되는 보통의 상태를 뜻하는데, 22개 기관 중 유일하게 코레일이 이 등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도 오디샤주 열차 참사를 통해 우리 현실을 돌아볼 때입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10.29 참사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도 대형 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사고는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불의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적절한 대응으로 최선의 수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후 유가족, 정부, 사회단체, 노동조합이 힘을 모아 안전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반복해서 일어나는 사고로부터 배우는 바가 없다면 야만국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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