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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국가는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가?

by 생각비행 2023. 6. 7.

지난달 31일 오전에 들어온 긴급재난문자로 수많은 국민이 깜짝 놀랐습니다.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도 깜짝 놀라 마음을 쓸어내려야 했죠. 그들은 내용을 캡처해서 지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벽 6시 40분경, 재난문자에 깜짝 놀라 깨신 분이 많으셨을 텐데요. 이른 아침부터 고민이 많으셨겠죠? 출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전전긍긍한 분도 계셨을 줄 압니다. '긴급재난문자'라면서 '왜' 대피하라는 건지, '어디로', '어떻게' 대피하라는 건지, 중요한 내용을 쏙 뺀 채로 내용이 들어와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뉴스를 찾아봐도 라디오를 들어봐도 특별한 얘기도 없어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죠.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게 실제 상황이었다면 어땠을지 간담이 서늘했습니다.

 

출처 - JTBC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하겠다는 정보는 이전부터 알 수 있었으나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원활하지 못한 소통이 문제였고, 여기에 더해 허술한 재난문자 운영 상태까지 드러나버렸습니다. 경계경보 발령 시각은 오전 6시 32분, 서울시가 재난문자를 발송한 시각은 오전 6시 41분이었습니다. 10분 가까이 발송이 지체되었을 뿐 아니라 정작 중요한 정보는 빠져 있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6시 29분 북한이 발사한 우주발사체를 확인하고 행안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로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고 하죠. 행안부의 지령방송에는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 발령'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하는데요, 서울시는 문자 발송 전에 '경보 미수신 지역'에 서울 지역이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행안부 중앙통제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식에 공무원들도 공황이 왔을 수도 있겠죠. 실제 상황이라는데 행안부든 서울시든 담당자의 입장에선 혼돈의 도가니였겠죠.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해 10분 늦었지만 재난문자를 일단 내보낸 담당자의 고충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적인 공감과는 별도로 정부 기관 간에 제대로 된 소통이 되지 않은 점, 연락을 주고받을 의무가 있는 담당관들이 업무를 소홀히 한 점, 이를 책임지고 감독해야 할 고위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는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 YTN

 

이번 문자 사태에서 놀라웠던 점은 위기 상황 시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재난문자 내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그동안 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던가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 혼선을 막고 신속하고 정확한 안내를 위해 경보 체계, 안내 문구와 대피 방법 등을 더 다듬어 정부와 협조해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이번 일로 혼선을 빚은 점은 거듭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재난문자를 이번 일로 처음 쓴 것도 아니고 코로나19 상황으로 몇 년째 사용하고 있었으니까요. 오 시장의 발언만 놓고 본다면 여태껏 제대로 된 기준 없이 재난문자를 발송했다는 얘기 아닙니까? 

 

출처 - 굿모닝충청

 

심지어 북한은 며칠 전부터 군사위성 발사를 예고했습니다. 항행 안전과 관련한 국제해사기구(IMO) 결의에 따라 지정 조정국인 일본 정부에도 사전 통보된 상황이었습니다. 한미 군당국의 정보자산을 통해 발사 준비 단계부터 실시간 감시가 이뤄지고 있었던 상황에서 이 난리가 났는데, 사전통보 없이 미사일을 발사하기라도 한다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 두렵습니다. 한국인뿐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혹은 관광 온 외국인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라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실제로 이날 각종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던 외국 국빈들과 바이어들이 깜짝 놀라 행사 참가를 연달아 취소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위기 관리는 경제적 이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항입니다.

 

출처 - JTBC

 

같은 시각 일본 오키나와현이 발송한 경보 문자에는 "미사일 발사.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건물 안 또는 지하로 대피하십시오"라고 경보가 발령된 상황과 대피 안내와 관련된 정보가 제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 올리고 불과 2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일본보다 훨씬 잘했다는 소릴 듣던 위기 관리와 메시지 발신은 1년 새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재난 상황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기준을 정립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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