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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인도 오디샤주 열차 사고, 우리가 얻을 교훈은?

by 생각비행 2023. 6. 5.

인도 현지 시간으로 지난 2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서 열차가 탈선하여 삼중 충돌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승객 1257명을 태우고 고속으로 달리던 열차가 대기선에 정차해 있던 화물열차를 들이받아 객차가 화물차 위로 넘어졌습니다. 이 충격으로 탈선한 열차가 맞은편 선로에서 달리던 또 다른 특급열차를 덮쳤습니다. 그 충격으로 제 선로를 달리던 특급열차마저 탈선했고, 여러 열차가 뒤엉키며 대형사고로 이어졌습니다. 5일 현재까지 275명이 사망하고 120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MBC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이번 오디샤 열차 사고는 1981년 8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비하르 열차 탈선 사고, 1995년 358명이 사망한 피로자바드 열차 충돌 사고에 이어 28년 만에 일어난 인도 역사상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열차 사고라고 합니다. 소방당국에 의하면 최악의 경우 사망자가 380명을 넘길 수 있다고 하니 어쩌면 역대 두 번째로 참사로 기록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예비조사 결과 사고 원인으로 철도 진입 관련 신호 장애가 지목됐습니다.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열차가 본선으로 가야 하는데 화물열차가 정차해 있던 순환선 선로로 신호가 주어졌다고 합니다. 관계자는 신호와 관련해 인재로 보인다는 발언을 했다고 하는데, 명확한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았습니다.

 

출처 - 한겨레

 

중국을 제치고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된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거대한 철도 시스템을 운영하는 철도 대국입니다. 철도의 총 길이는 무려 6만 4000km에 이르며 여객 열차는 1만 4000대 기차역은 8000곳에 달합니다. 하루 열차 이용객이 약 1300만 명, 지난해 화물 운송량이 15억 톤에 달한다고 하죠. 그러니까 열차는 15억에 달하는 인도 인구가 사용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중교통 중 하나인 셈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인도에서 열차 사고가 빈번한 이유가 있습니다. 저 긴 철로의 98%가 과거 영국 식민지 시대인 1870년부터 1930년대에 건설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복잡한 철도 시스템이 100년도 넘은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북쪽 히말라야 산맥에서 남쪽 해변까지 전국 방방곡곡 퍼져 있는 철도 설비가 수십 년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됐습니다.

 

출처 - MBN

 

인도 당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열차 관련 사망자만 1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철도 사고 중 탈선이 69%를 차지할 정도로 철도 인프라 자체의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되었습니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인도 동해안의 경우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철로 구간이자 석탄, 석유 운송을 도맡다시피 할 정도로 가장 붐비는 구간이었습니다. 영국 식민지 시절인 약 160년 전에 건설된 복잡하고 노후한 철도 시스템이 장기간 방치되어 결국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인도 정부가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선로 개선, 혼잡 완화, 신규 열차 도입 등을 위해 작년보다 50%나 예산이 늘어난 2조 4000억 루피, 우리 돈으로 약 38조 원이 넘는 돈을 올 한 해 투입하고 있었으니까요. 또한 인도에서는 철도 관련 정책이 선거의 주요한 이슈로 등장하기 때문에 각 정치 세력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최근에 도입한 고속철이 사고의 원인이어서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인구에 비해 사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인도의 상황 때문에 사고의 부상자들이 병원 응급실 바닥에 방치되어 있다거나 사망자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실어 나르는 등 논란이 되는 사진들이 공개되어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굉음을 듣고 구호를 위해 달려온 주민들은 팔과 다리, 심지어 머리까지 잘려나간 참혹산 상황에 눈을 뜨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출처 - KBS

 

인도 오디샤주는 3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인도 열차 사고에 대해 애도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미국 국무부,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등 세계각국의 지도자들도 위로와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인도는 141명이 넘게 사망한 구자라트 다리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반년밖에 안 됐는데, 또다시 두 배가 넘는 사람들이 사망한 대참사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참사의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사상자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사고를 잘 수습하길 바랍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인도 열차 사고를 보며 우리는 안전하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내 열차(철도) 관련 사고는 2017년 105건, 2018년 98건, 2019년 72건, 2020년 58건, 2021년 64건, 2022년(1~9월) 66건으로 파악됐습니다. 감소세라고는 하나 여전히 많은 수치입니다. 

 

 

2022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산재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자회사 등 포함)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총 803건이었다고 합니다. 한 달에 13명 꼴로 사고가 발생한 셈이죠. 연도별 산업재해 발생건수를 보면 2017년 108명(사망 6명), 2018년 137명(3명), 2019년 155명(2명), 2020년 140명(1명), 2021년 164명(2명) 등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국토부 / 파이낸셜뉴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국내 22개 철도운영자 및 철도시설관리자를 대상으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시행한 2022년도 철도안전관리 수준평가 결과를 5월 11일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코레일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C등급은 70점대로 안전관리에 대한 부분적 개선이 요구되는 보통의 상태를 뜻하는데, 22개 기관 중 유일하게 코레일이 이 등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도 오디샤주 열차 참사를 통해 우리 현실을 돌아볼 때입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10.29 참사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도 대형 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사고는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불의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적절한 대응으로 최선의 수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후 유가족, 정부, 사회단체, 노동조합이 힘을 모아 안전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반복해서 일어나는 사고로부터 배우는 바가 없다면 야만국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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