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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윤석열 공약으로 출시 앞둔 청년도약계좌, 얼마나 실효성 있을까?

by 생각비행 2023. 6. 9.

윤석열 정부가 출범 1년을 넘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놨던 공약 가운데 이행한 것도 있고 진행 중인 것도 있고 파기한 것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청년들을 위한 공약을 여럿 내놨는데요, 그중 '청년도약계좌'가 이번 달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근로나 사업 소득이 있는 청년들이 중장기적으로 재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돕겠다는 취지입니다. 취지로만 보면 좋은 정책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실효성과 관련하여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출처 - YTN

 

청년도약계좌는 개인 소득 6000만 원 이하의 19~34살 청년을 대상으로 매달 최대 70만 원을 내면 납입 금액에 비례해 정부가 기여금을 지원하는 금융 상품입니다. 이자 소득은 비과세 혜택을 주고 만기 5년이 끝나면 5000만 원 안팎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고 하죠. 만기 전 중도 해지할 경우에는 특별중도해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그간 낸 돈만 돌려받고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은 지원받을 수 없습니다.

 

출처 - 국민의힘

출처 - SBS Biz

 

특별중도해지 요건은 사망, 해외이주, 천재지변, 사업장의 폐업 등입니다. 언뜻 보면 목돈 마련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과연 청년들이 수십만 원에 달하는 돈을 5년간 꼬박꼬박 넣기가 쉬울까요? 지금처럼 고물가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무지출 챌린지'나 '거지방'이 회자하고 있습니다. 이런 신조어가 생기는 것은 그만큼 청년들의 삶이 팍팍하다는 증거입니다. 필수적인 생계비마저 줄이는 마당에 과연 중도 해지 없이 만기 5년을 버틸 청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 카카오톡

 

지난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 <청년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청년들의 평균 부채 규모가 지난 2012년 3405만 원에서 2021년 8455만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20%가 넘는 청년들이 연소득의 세 배 이상 빚을 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KDI의 보고서 <금리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에서는 최근 기준금리 1%p 인상에 따른 20대의 연간 소비 감소폭은 약 29만 9000원으로 60대 이상의 8.4배에 달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빚은 늘었는데 쓸 돈이 적은 것이 현재 청년들의 상황입니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출시했던 2년 만기의 청년희망적금은 연 최고 9.3%의 금리 혜택으로 당초 예상인 38만 명의 무려 8배에 가까운 286만 8000명의 가입자가 몰렸습니다. 그런데 이조차도 출시 1년 만에 가입 인원 15%가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청년도약계좌는 만기가 3년이나 더 길고 납입 금액도 더 많습니다.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더욱 많을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출처 - YTN

 

청년도약계좌의 성과는 많은 가입자를 내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5년 만기까지 적금을 잘 부어 목돈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중도 해지를 막는 방안을 제대로 마련해야겠죠. 금융위원회는 예적금담보부대출의 가산금리를 조정해 계좌 유지를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예적금담보부대출은 예금 가입자가 급하게 돈이 필요할 경우 예금에 있는 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겁니다. 예적금담보부대출 이자는 기준 금리에 은행이 자체적으로 붙이는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되는데 금융위는 청년도약계좌에 적용될 가산금리를 다른 상품보다 낮게 조정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중도 해지를 막을 수 있을까요? 실질적인 대책이라 하기엔 너무 약하네요. 청년이라도 급전이 필요한 일은 언제든 생길 수 있습니다. 결혼이나 출산, 주택 구매 같은 특정한 상황이 아니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청년도약계좌의 특별중도해지 요건에 생애 첫 주택 구매는 포함돼 있지만 '결혼'이나 '출산' 같은 사항이 없습니다. 청년도약계좌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일단 특별중도해지 요건을 확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출처 - 뉴시스

 

이 밖에 중도해지를 방지할 방안은 뭐가 있을까요? 정확히는 아직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걸은 공약이고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현시점에 출시를 며칠 앞둔 공약이지만, 중도 해지를 방지하기 위한 <청년 자산 형성 정책 평가 및 개선 방향>이란 주제의 연구 용역 결과조차 청년도약계좌 출시 이후에 나올 전망입니다. 용역의 결과를 당장 적용하지도 못할 판이네요. 5년이 지나 5000만 원의 목돈 마련에 성공할 청년이 얼마나 될까요? 가능한 많은 청년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정작 필요한 청년들은 도중에 떨어져 나가고 넉넉한 사람의 주머니만 채우게 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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