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최근 '강성 노조'라는 핑계를 대며 사실상 '집회 사전허가제'를 추진하려고 하여 큰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지난 5월 16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가 있었습니다. 당정은 민노총 건설노조 1박 2일 서울 도심 상경 집회를 계기로 야간 집회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집시법을 개정하려 했습니다.
출처 - KBS
헌법재판소는 2009년,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야간 집회 금지 규정을 위헌으로 선고한 바 있습니다. 2009년 9월 해가 뜨기 전이나 진 후 옥외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침해의 최소성'을 위배한다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14년에는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자정까지의 시위를 처벌하면 위헌'이라고 재차 판결했습니다. 헌재는 최소한 자정까지의 야간집회는 허용해야 한다고 결정했고 이에 대한 보완 입법을 요구했지만 국회가 보완 입법 요구에 응하지 않아 현재 집시법은 위헌 결정에 따라 자정까지의 야간집회를 허용하는 원칙에 의존하는 상태입니다.
출처 - 한겨레
하지만 경찰은 교통 방해 등을 이유로 야간집회를 사실상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번 건설노조 집회에 대해서도 집회 신고를 부분 금지 통고했죠. 법적인 원칙으로 막을 권리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애초 야간집회 금지 위헌 결정은 2008년 국민이 촛불집회를 통해 이뤄낸 성과였습니다. 경찰이 집시법 조항을 악용해 일방적으로 국민을 억압했기 때문이었죠. 촛불집회에 발목을 잡혔다는 트라우마 때문일까요? 국민의힘 정권일 때 두 차례나 위헌임을 확인받고도 정부와 여당은 또다시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이런 움직임은 '내로남불'의 극치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는 각목을 휘두르며 폭력을 일삼는 태극기 부대와 전광훈 등의 극우 개신교 집회에 대해 "정부가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이제 자기네가 그런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가 되니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먹이며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옥죄려 합니다. 엄밀히 말해 '불법' 집회란 말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미신고' 집회는 있을 수 있어도 말이죠. 민주공화국의 헌법은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없이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출처 - 뉴스1
대통령실은 5월 28일 "현 정부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하면서도 "민노총이 또다시 노숙 투쟁을 이어가는 것은 법치를 조롱하는 것"이라며 "민노총의 불법집회·시위에 엄정 대처하는 것은 시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정부 책무"라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이런 대통령실의 주장은 사실상 우리가 보기 좋은 집회만 '집회'로 인정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습니다.
출처 - 서울경찰청
각종 시국선언과 윤석열 정권에 대한 규탄 집회가 사회 각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윤석열 정부의 경찰은 5월 25일, 6년 만에 '집회 해상 및 검거 훈련'을 재개했습니다. 검거전담팀까지 신설했다고 하죠. 이날 서울경찰청 산하 경찰 기동대 9개 중대와 경기북부, 인천, 강원경찰청 소속 기동대 13개 중대가 집회 해산 훈련에 투입됐습니다. 훈련은 강제 해산과 검거에 집중되었고 방송 장비 압수 등도 병행했습니다. 훈련은 최종적으로 6월 12일까지 전국 경찰 기동대 131개 중대 12000명이 참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시작된 고강도 훈련이 제대로 운영될 리 없습니다. 협의나 설명 없이 갑자기 고강도 훈련을 재개하자 경찰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의 철야 농성에 뒤늦게 강력 대응하라고 하는 바람에 경비 본부가 현장의 경찰 인력을 휴무도 보장하지 않은 채 굴리고 있다는 겁니다. 본부에서는 직원들이 정신이 해이하다며 살인적인 근무표 사이에 훈련을 집어넣고 있으며 올해 초과근무가 매달 130시간 이상이라는 글이 직장인 블라인드에 폭로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심지어 바로 전날 서울청의 시범 훈련 중에는 시위대 대역을 한 경찰 기동단원이 진압 경찰들의 진압 방패에 맞아 피를 흘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한 경찰관은 누적된 피로로 예민해진 상황에서 훈련이 이뤄지다 보니 모의훈련에서 감정이 격화돼 일어난 사태라고 했는데요, 이런 상황이 마치 군사정권 시절 전경들이 시위대를 증오하도록 한 것과 겹쳐 보인다면 오버일까요? 시위 현장에서 국민이 피 흘리는 진압 현장이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습니까? 경찰의 집회 해산 훈련이 6년 전 중단된 이유는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직격당해 숨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자기네끼리 해도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진압 훈련을 재개한 것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4월 대법원은 2015년 경찰의 물대포로 숨진 고 백남기 농민 사건의 책임자로 재판에 넘겨진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유죄를 최종 확정했습니다. 현장 지휘자였던 기동단장과 살수했던 경장 2명은 2심에서 유죄를 확정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은 "경찰의 위법한 시위진압이 있을 때 직접 시위 진압에 관여한 경찰관뿐 아니라 최종 지휘권자도 형사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선례를 제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청장이라는 법조인 출신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위헌 판정을 2번, 최신 판례로 유죄가 인정된 위법적이고 폭압적인 경찰 집회 진압을 다시 시작하라고 부추기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출처 - MBC
국민이 목소리를 내는 집회를 두려워한다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을 들려주고 싶었는데, 결국 사달이 났습니다. 지난 5월 31일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김 사무처장의 머리를 경찰봉으로 내리쳐 상처를 입히는 사고가 난 것이죠. 권영국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고공농성하며 이미 무력화된 노조 간부를 경찰이 곤봉으로 내리찍어 피범벅을 만들었다"며 "민주주의가 경찰의 폭력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출처 - 뉴스1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열릴 예정이던 노사정 간담회도 무산됐습니다. 노조 시위 진압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하자 노동계에서 유일하게 정부와의 대화 채널에 참석하던 한국노총까지 등을 돌렸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김주영, 이수진, 양이원영, 박주민, 임종성, 김상희, 최혜영 의원과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은 지난 5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포스코 하청노조 고공 농성 폭력 진압을 규탄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6월 2일에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양회동 열사투쟁 공동행동'에 참여하는 노동·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분향소를 불법침탈한 폭력경찰을 규탄하고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공동행동은 경찰의 철거가 절차적, 내용적으로 불법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15조에 따라 관혼상제는 집회 신고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 행정대집행의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공권력 행사는 본질적으로 기본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헌법에 따라 적법절차를 지켜야 한다"면서 "행정대집행을 위해선 서면 계고가 선행돼야 하고, 이마저도 시민의 공익을 해할 때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 설치한 양회동 씨 시민분향소를 설치한 지 불과 26분 만에 경찰이 철거했다고 합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용산의 철거민을 때려잡고, 쌍용차 노동자를 때려잡던 경찰폭력이 부활한 걸까요?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권의 강경 대응 기조는 내년에 있을 총선을 대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반기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권을 공격하는 각종 집회가 진행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일찌감치 비판 여론을 차단하려는 뜻이 반영됐다는 것이죠. 윤석열 정부 1주년을 맞이했지만 비판 여론은 날로 거세지고 있습니다. 연설 때마다 '자유'를 외치던 윤석열 대통령은 시민의 정당한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막기 위해 폭력진압할 자신의 '자유'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출처 - 윤석열 대통령 퇴임 시계
지난 3월 '윤타임:윤석열 퇴임시계'라는 사이트가 개설됐습니다. 40대 직장인인 사이트 운영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그의 퇴임을 염원하는 'MB 퇴임시계'가 등장했었다"며 "이번에는 자신이 윤 대통령의 퇴임시계를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권력을 쥐여줬더니 행사하는 게 고작 폭력뿐이니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이트가 개설되지 않았을까요? 실력도 없고 소통도 하지 않는 대통령의 말로는 정해져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담하게 하는 윤석열 정부의 끝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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