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2일부터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 발송이 시작됐습니다. 그에 맞춰 올해도 어김없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종부세 타령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은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지난해에 비해 42% 늘어 100만 명에 육박하고 고지된 세액이 5조 7000억 원이나 된다며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고 설레발을 쳤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징벌적 종부세가 만든 세금 쓰나미의 대재앙이자 세금 폭탄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출처 - 미디어오늘

 

보수 진영과 그에 부역하는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한 종부세 세금폭탄 타령은 15년이나 되풀이된 쉰 떡밥입니다. 15년이나 됐는데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세금폭탄 타령을 하니 진부한 수준이 아니라 단단히 미쳤다고 봐야 하겠지요.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 규모나 고지 세액은 국민의힘이 얘기한 내용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세금을 누가 내는지가 중요한 사실이 아닐까요? 올해 우리나라 인구는 약 5200만 명입니다. 국민의힘은 올해 종부세 납부자가 지난해에 비해 42% 늘어 1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절대 다수인 5100만 명은 고지서조차 받을 수 없는 게 바로 종부세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해야 옳지 않을까요? 국민 전체의 2%가 나머지 98%는 손에 쥘 수 없는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다고 말입니다. 이런 불평등이 과연 괜찮은 걸까요? 

 

출처 - 연합뉴스

 

물론 부자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국민으로서 적당한 세금을 내고 있느냐는 별개로 하고 말입니다. 종부세를 무서워하는 대한민국 2% 국민 중 대부분은 최소 2주택 이상을 가진 다주택자와 법인입니다. 실제로 종부세 고지 세액인 5조 7000억 원 중 다주택자는 48.5만 명, 법인은 6.2만 명으로 세액의 88.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엄청난 고액 주택이 아닌 이상 1주택자가 종부세를 내는 대상에 해당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다주택자 투기 억제를 위한 과세강화 조치로 3주택 이상자 과세 인원이 전년 대비 78%, 세액은 223% 증가했습니다. 다주택자 중 85.6%가 3주택 이상 보유한 부자들인데, 이들이 다주택자 종부세 세액 중 96.4%를 냅니다. 결론적으로 2주택자라고 해도 종부세로 인한 부담은 거의 없다는 얘기이며, 종부세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3주택 이상 다주택자 투기 억제 역할을 그나마 충실히 수행하는 몇 안 되는 세금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간 종부세 주요 회피 수단이던 법인에 대한 과세가 대폭 강화되어 과세 인원은 279%, 세액은 311%로 폭발적 증가를 보였습니다. 이 정도만 살펴보면 현재 종부세 타령을 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출처 - 더불어민주당

 

1주택자는 전년 대비 종부세 납부 인원과 세액이 모두 줄었다는 게 팩트입니다. 자기가 정말로 사는 집이라면 종부세 걱정할 필요가 줄었다는 얘깁니다. 25억짜리 집에 살더라도 1주택자라면 평균 세액은 50만 원 남짓입니다. 20억 이하 집이라면 평균 27만 원이고요. 소나타 승용차 자동차세가 연 52만 원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봅시다. 25억짜리 집에 살면서 세금을 50만 원도 내지 않겠다면 당장 세무조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단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지부터 확인해봐야겠죠.

 

출처 - 박태웅 SNS

 

사실이 이러니 볼멘소리를 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성실히 일하는 대부분의 국민입니다. 직장인의 경우 연봉이 1억이라면 이에 대한 소득세만 35%입니다. 소득세 최고 세율은 45%로 소득의 거의 절반 수준이죠. 이에 비하면 25억짜리 집에서 살면서 겨우 50만 원 내는 종부세로 세금폭탄 타령을 하는 작자들은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 - 미디어오늘

출처 - 미디어오늘

 

'투기공화국'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몰리는 자금을 사회적으로 선순환시키기 위해서라도 종부세는 한층 강화해야 하는 세금입니다. 현재 보유세 실효세율이 너무 낮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OECD 주요국의 보유세 실효세율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0.16%였다가 2019년 기준 0.17%가 됐습니다.

출처 - 평화시대 / 진보당

 

미국에서 시작된 부자 증세 논의가 세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인세 최저세율 인상에 프랑스, 독일이 찬성했으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당시 이익을 얻은 사람들에게 부유세나 연대세를 매겨야 한다"고 밝혔다고 하죠. IMF, OECD 등 국제기구들 역시 코로나19 극복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고소득자·대기업에 대한 누진세 강화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 추세와 달리 부유세 논의가 지지부진합니다. 자본주의의 천국이라는 미국조차 부유세 도입에 앞장서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보수는 15년째 종부세 세금폭탄을 운운하고 있으니 기가 막힙니다.​ 종부세 완화가 아니라 불평등 해소 위해 부유세를 도입하라고 진보정당들이 외치는 판국에 말이죠.

 

출처 - MBC라디오

 

2%도 안 되는 사람들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세금폭탄 보도에 열을 올리는 언론을 보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눈과 귀인가 묻지 않을 수 없군요. 15년이나 지겹게 들었으니 더는 속지 맙시다. 우리는 평생 받아볼 수 없는 종부세 고지서를 두려워하는 부자들의 편을 들어주는 언론과 정당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종부세를 핑계로 세입자들의 부담을 늘리려는 다주택자들과 법인들을 감시하고 규제해야 할 때입니다.

'반란 주모자', '국가 반역자', '독재자', '학살자' 등으로 불리며 우리나라 현대사에 짙은 어둠을 드리웠던 전두환이 지난 11월 23일 오전 집 화장실에서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12.12 군사 쿠데타 동지인 노태우가 세상을 떠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뒤를 따른 셈이죠.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을 앓고 있었기에 사망 원인은 지병으로 파악되는데요, 많은 이들이 전두환은 평화롭고 평범하게 죽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12.12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 전두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대한민국 민주주의 암흑기의 주범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단 한 번도 국민의 직선제 투표로 당선된 적 없는 유일한 대통령이죠. 이처럼 정통성과 거리가 먼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후 1995년 반란수괴, 내란수괴, 내란목적 살인 등의 죄목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애초 사형이 구형되었으나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국민 여론과 관계없이 그해 사면되고 말았죠. 수감 기간은 2년에 그쳤습니다.

 

출처 - KBS

 

그는 죽는 순간까지 5.18을 비롯한 무수한 민주화운동 피해자와 희생자들에게 참회하거나 사죄하지 않았습니다. 죽기 전 추징금을 완납한 노태우와 달리 전두환은 1000억여 원에 이르는 추징금마저 미납한 채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인면수심'이라는 말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인간입니다.

 

출처 - 뉴스1

 

유유상종이라는 말처럼 전두환의 유가족 역시 ᄈᅠᆫ뻔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부인인 이순자는 관련 비리나 의혹이 끊이질 않았고, 그의 가족은 건국 이래 최대 금융사기였던 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에 연루된 바 있습니다. 친인척을 동원한 부동산 투기 소문 또한 끊이질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순자는 2019년 남편 전두환에 대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망언까지 하여 국민을 분노하게 했죠.

 

출처 - PD수첩

 

전두환의 자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출판사를 운영한 장남 전재국은 2013년 아버지의 추징금 완납을 위해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하더니 그 뒤로 감감무소식입니다. 최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유령법인을 만들어 비자금 계좌를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을 샀습니다. 차남인 전재용은 탈세 혐의로 수사받던 중 차명계좌에서 160억가량의 뭉칫돈이 발견되었고, 이 중 70억가량이 비자금 계좌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확인돼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전두환의 빈소에는 5공 정치인이나 하나회 출신 군인들,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이 조문했고 이명박, 반기문, 노태우 부인 김옥숙 등이 근조 화한을 보냈습니다. 일반 시민의 조문은 거의 없다시피 한 반면 극우 유튜버나 태극기 부대들이 빨갱이 운운하며 소란을 피웠죠.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은 전두환 사망과 관련해 조문을 가겠다고 하더니 2시간 동안 오락가락하다 결국 안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비웃음을 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전두환을 명백한 내란 학살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사죄 없는 그에게 조문 계획이 없다고 하여 선을 그었습니다. 전두환의 유가족은 5.18 관련 사죄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며 끝내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전두환은 국립묘지에 안 가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북녘땅이 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 남고 싶다고 했는데요,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겠죠. 그는 안 가는 게 아니고 못 가는 겁니다.

 

출처 - JTBC

 

국가보훈처는 빈소가 차려진 날 전두환 측에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명확히 통보했습니다. 청와대 역시 "끝내 역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히며 청와대 차원의 조화와 조문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국가장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장례에 대한 지원 역시 없다고 했죠. 노태우 사망 당시 '추모 브리핑'이라는 이름으로 발표가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사망 관련 브리핑'이라고 표현도 달리했습니다.

출처 - 뉴욕타임스

 

전두환에 대한 해외 언론의 평가도 비슷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1월 23일 한국에서 가장 비난을 많이 받은 군 장성 출신 독재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1980년 광주에서 시민들을 살육했다(mowdown)고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한국인 사이에서 전두환이란 이름은 폭압적인 군사 독재자와 동의어라며 올림픽 등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독재 정치와 학살이라는 부정적 유산이 이를 압도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출처 - MBC

 

대부분의 시민은 전두환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한편으론 기뻐하고 한편으론 아쉬워했습니다. 학살자가 죽은 건 기쁘지만 죗값을 치르지 않고 사과 한마디 없이 죽은 건 너무 파렴치하다는 거였죠. SNS에서는 오늘 저녁은 타코야키나 문어숙회라며 독재자의 죽음을 풍자하는 얘기가 넘쳤고, 일부 정육점과 식당은 전두환 사망 기념으로 할인 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역사를 기록하고 전두환을 단죄하는 것입니다. 20년 넘도록 뭉개고 있는 추징금을 전두환 일가로부터 받아내는 것도 남은 일입니다. 전두환은 약 956억에 달하는 추징금 외에 지방세 10억여 원을 미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8년째 서울시 고액 체납자 명당에 그이 이름이 올라 있기도 했고요.

 

출처 - CBS

 

당사자인 전두환의 사망으로 말미암아 향후 추징금 환수가 불투명해진 상황입니다. 추징금은 가족 등 타인에게 양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법 재산인 것을 알고도 취득한 제삼자로부터는 추징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미납 추징금 집행에 대해 법리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6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두환 사망 뒤에도 상속재산에 대해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전두환 재산 추징 3법을 대표 발의했으나 법사위에 계류 중입니다. 조속히 처리하여 전두환 일가의 범죄 수익금을 모조리 받아내야 할 것입니다. 전두환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역사에 어둠을 드리웠던 독재자가 모두 죽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을 반면교사 삼아 대한민국 역사에 다시는 독재자가 등장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일일 것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위드 코로나' 상황이 오기까지 근 2년이 걸렸습니다. '뉴 노멀'이란 신조어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상당한 부분이 이미 바뀌었습니다. 바람직한 변화도 있지만, 실로 좋지 않은 변화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라인 세상 속 악플과 혐오 표현입니다. 청소년 자선단체인 디치 더 레이블이 주관한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2년 동안 영국과 미국 내 온라인 혐오 발언이 2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출처 - 동아사이언스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인터넷상 혐오 발언은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2020년 3월에는 전 세계에서 중국인을 필두로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 발언이 폭증했습니다. 미국에서는 2020년 6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를 계기로 혐오 발언이 급증했습니다. 영국에서는 2021년 3월 사라 에버라드 살인 사건을 계기로 혐오 발언이 급증했습니다. 현직 경찰이 방역 수칙을 이용해 여성을 납치하여 성폭행하고 죽인 후 사체를 유기한 끔찍한 사건이었죠. 이 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적개심과 반대급부로 여성 혐오적인 표현이 쏟아졌죠.

 

출처 - 서울신문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1~5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글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혐오에도 유행이 있었던 사실을 분석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혐오 표현은 대상을 바꿔가며 특정 집단을 비하하고 공격하는 양상으로 드러났습니다. 국내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월 4주 차에는 중국인에 대한 언급량이 7만 8842건이었는데 1월 5주 차에는 26만 5130건으로 한 주 만에 3.4배 증가했습니다. 언급량이 늘수록 부정적인 언급 비중이 늘었습니다. 1월 초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언급은 30% 정도였으나 5주 차에 이르면 언급량의 82.8%가 부정적인 표현이었다고 하죠. 코로나19를 '우한폐렴'으로 규정하고, '짱깨 입국 금지' 같은 혐오 표현이 난무했습니다. 

 

출처 - 동아사이언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집단 확진자가 나온 뒤인 2월 말에는 신천지와 대구 지역에 대한 부정 언급량이 늘었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내 집단감염이 발생한 5월 초에는 성소수자 혐오 표현이 급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혐오는 특정 시기에 집중되기보다는 일상적으로 일어났습니다.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세계적인 감염병이라는 재난 상황에서 그 책임을 사회적 약자에게 떠넘기고, 비난할 대상을 만들어 공격하는 흐름이 확인됐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언론의 노력, 시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 KBS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가 혐오 발언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봉쇄되어 집 안에만 있다 보면 사람들은 갑자기 늘어난 자유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지루해합니다. 스스로 삶을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죠. 결국 온라인상에서 악플과 혐오 표현을 하며 자기 통제감을 확인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됩니다. 팬데믹 이전에도 혐오 발언은 있었고 온라인 학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혐오 발언을 쏟아냈고 표현의 수위는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코로나19 2차 확산세가 뚜렸했던 유럽 곳곳에서 이동 제한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급증했던 이유는 '코로나 블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었습니다. 1차 확산으로 봉쇄 조치를 경험한 시민들은 코로나에 걸려 죽은 것이나 자유를 제한당해 주는 것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며 봉쇄에 대한 강한 저항감을 피력하기도 했죠. 외출과 모임 자제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 감염 확산에 따른 건강 염려, 취업과 일자리 유지의 어려움, 신체활동 부족으로 인한 체중 증가 등이 주요한 코로나 블루의 원인입니다. 우울감은 온라인상에서 타인에 대한 혐오와 공격 행위로 표출되곤 합니다. 지난 1월 6일 온라인 상에서 선동과 날조를 일삼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대선 불복 트윗을 보고 자극을 받은 극우 시위대가 미 연방의회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사건 이후 트위터는 트럼프의 계정을 폐쇄했습니다.

 

출처 - 동아사이언스

 

우울과 스트레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업들이 윤리에 입각한 경영을 해야 합니다. 혐오를 조장하고 이를 이용하여 세를 키우고 과시하는 기업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온라인 활동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런 교육은 학교 현장에 국한된 활동이 아닙니다. 각종 온라인 플랫폼과 커뮤니티 등에서 혐오와 학대를 용인하지 않는 에티켓을 서로 지키는 상식적인 활동이 중요합니다. 대단한 활동이 아니라 혐오를 용인하지 않는 상식적인 대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 세계 인류가 인터넷을 시작한 건 고작 20년 남짓입니다. 물질문화의 변동 속도를 비물질문화가 따라가지 못해 나타나는 사회의 부조화 현상을 지칭하는 '문화지체'에 빠진 사람이 많습니다.

 

출처 - YTN

 

최근 여가부, 군대 관련 논의 속에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와 여성에 대한 차별 발언이 자주 등장합니다. 심지어 전혀 다른 맥락의 내용을 다루는 기사에도 단어 하나를 보고 달려들어 혐오에 가득한 악플을 쏟아내는 경우도 수두룩 합니다. 신고제도가 있긴 하지만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기까지 검토 시간이 오래 걸려 댓글 창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도 많고요. 그사이에 혐오 표현과 온라인 학대를 당하는 사람들의 피해는 늘어만 갑니다.

 

출처 - 네이버

 

네이버는 악성 댓글을 걸러주는 AI클린봇을 업데이트해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미봉책일 뿐입니다. 네이버 운영약관에 '개인이나 집단 사이의 비판적 표현은 폭넓게 허용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고 혐오 표현 규제와 관련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명문화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혐오 표현과 온라인 학대를 묵인한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앞서 트럼프 트위터 계정을 영구 정지시킨 트위터처럼 글로벌 IT 및 SNS 기업들은 혐오 콘텐츠에 대한 정의와 규제조항을 가이드라인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 카카오 같은 곳은 이를 명시하고 있죠.

 

출처 - SK텔레콤

 

최근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ESG 경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거 기업들은 정량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기업의 영향력을 평가했습니다만,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경험하면서 최근엔 ESG와 같은 비재무적 가치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신기술 개발로 사회와 환경 문제를 극복하려는 기업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그렇더라도 인권, 프라이버시 등은 기업이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가치입니다. 

 

출처 - 동아사이언스

 

한 시민단체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네이버를 이용하면서 성별이나 성소수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표현을 봤다고 답한 비율이 85%를 넘었습니다. 네이버 이용자가 사실상 혐오 표현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를 막기 위해 네이버도 이용약관에 구체적 조항을 명시해야 합니다. 혐오 표현을 표현의 자유로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것이 혐오 표현인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를 갱신하며 규제하려는 노력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인터넷 서비스가 우리 일상에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함께 커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5월 군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공군에서 성추행과 군 조직 전체의 2차 가해를 겪으며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 이예람 중사 사건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군대를 다녀온 우리 사회 특성상 분노 여론이 폭발했고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진실이 밝혀지도록 엄중한 수사를 직접 지시한 바 있습니다. 뒤늦었지만 국방부 장관이 공식 사과하며 재발 방지 약속을 했고 공군참모총장은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생각비행은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바뀌지 않는 군 조직과 면피책으로 전락한 군사법원이 있다는 기사를 공유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군이 최초로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특임군검사까지 임명하자 이번엔 좀 달라질까 하는 기대도 품었습니다. 

 

출처 - 쿠키뉴스

 

군사법원, 이제는 폐지해야 할 때https://ideas0419.com/1195

 

하지만 소리만 요란했을 뿐 바뀐 것은 없었습니다. 군 사상 최초로 소집됐다는 심의위원회와 특임군검사는 이 중사 사건에서 2차 가해와 직무유기, 편파수사 등으로 기소된 군사경찰대대장과 수사계장, 공군 법무실장 등 전원을 불기소하는 어이없는 결론을 냈기 때문입니다. 성범죄를 저지른 하사관 한 명을 빼고는 모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습니다.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로 사건을 유야무야 넘긴 셈이죠. 그런데 이 중사 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최종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지 40일 만에 공군 수사 지휘, 감독 책임자가 수사 무마를 지시한 사실이 폭로되었습니다. 이 중사 사건으로 기소되었다가 불기소로 빠져나온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수사 무마를 지시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된 겁니다.

 

출처 - 군인권센터

 

군인권센터는 지난 6월 공군본부 군검사 5명이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최근에 공개했습니다. A 군검사가 가해자를 구속시켜야 한다고 몇 번을 말했냐며 구속을 안 시킨 이유가 뭐냐고 묻자, 선임 B 군검사는 “실장님이 다 생각이 있으셨겠지. 야 우리도 나중에 나가면 다 그렇게 전관예우로 먹고 살아야 되는 거야. 직접 불구속 지휘하는데 뭐 어쩌라고? 피곤하다. 그만 얘기하자. 입단속이나 잘해들."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출처 - MBN

 

공군 법무실장이 직접 가해자를 불구속하라고 지시했으며 사건 자체를 무마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국회 국정조사 중 해당 공군 법무실장은 이 중사 사건을 직접 지휘한 적이 없다고 발언했는데,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회에서 위증을 한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녹취록에는 공군본부 법무실이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소속 군무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정황까지 나옵니다. 이렇게 보면 국방부 수사 역시 부실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 중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상관들의 회유, 압박 및 2차 가해 그리고 마지막 끈이었던 군 수사가 오히려 가해자와 결탁해서 이뤄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 차원에서 전원 불기소가 나온 것은 단순히 공군 법무실장의 책동뿐 아니라 이런 움직임을 국방부 차원에서 용인했다는 의미로도 보일 수 있습니다. 군의 부실 수사를 넘어 조직적인 왜곡 수사이자 불법 수사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출처 – 한겨레

 

그런데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은 녹취록이 폭로되기 바로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육해공군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에 참여해 삼정검을 받았습니다.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법무실장으로서 가장 해서는 안 될 수사 무마 지시를 해놓고 삼정검을 받아 들 생각을 대체 어떻게 했을까요? 이토록 썩은 군 조직을 그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요?

 

출처 - 연합뉴스

 

군인권센터의 녹취록 폭로 이후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는 지난 1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하며 무기한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유족이 애걸복걸하고 국민청원 끝에 수사가 이뤄졌지만 전원 불기소라는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오자 부모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애끊는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대통령이 장례식장에 오셔서 엄정하게 수사해 이예람 중사의 명예를 되찾아주겠다고 말씀하셨으니 이에 대해 다시 살펴달라"고 했습니다. 군의 수사 결과는 이처럼 누가 봐도 신뢰할 수 없으니 민간 차원에서 제대로 된 특검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출처 - MBC

 

녹취록까지 폭로된 상황인 만큼 재수사를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중사 사건 이후로도 육해공군 가릴 것 없이 성범죄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여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한 건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가해자가 자백을 했는데도 한참 지나 기소를 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고 한 점마저 똑같았습니다. 군사법원법 개정안으로 군사법원이 축소되긴 했습니다만 아직까지 운영되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조직 감싸기에 혈안이 된 군이 피해자들을 유린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이 중사 사건을 민간 혹은 특검으로 철저히 재수사하여 군의 법무 비리를 파헤쳐 다른 피해자들의 아픔까지 돌보아야 할 것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