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부추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우리의 대응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위드 코로나' 상황이 오기까지 근 2년이 걸렸습니다. '뉴 노멀'이란 신조어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상당한 부분이 이미 바뀌었습니다. 바람직한 변화도 있지만, 실로 좋지 않은 변화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라인 세상 속 악플과 혐오 표현입니다. 청소년 자선단체인 디치 더 레이블이 주관한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2년 동안 영국과 미국 내 온라인 혐오 발언이 2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출처 - 동아사이언스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인터넷상 혐오 발언은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2020년 3월에는 전 세계에서 중국인을 필두로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 발언이 폭증했습니다. 미국에서는 2020년 6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를 계기로 혐오 발언이 급증했습니다. 영국에서는 2021년 3월 사라 에버라드 살인 사건을 계기로 혐오 발언이 급증했습니다. 현직 경찰이 방역 수칙을 이용해 여성을 납치하여 성폭행하고 죽인 후 사체를 유기한 끔찍한 사건이었죠. 이 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적개심과 반대급부로 여성 혐오적인 표현이 쏟아졌죠.

 

출처 - 서울신문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1~5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글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혐오에도 유행이 있었던 사실을 분석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혐오 표현은 대상을 바꿔가며 특정 집단을 비하하고 공격하는 양상으로 드러났습니다. 국내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월 4주 차에는 중국인에 대한 언급량이 7만 8842건이었는데 1월 5주 차에는 26만 5130건으로 한 주 만에 3.4배 증가했습니다. 언급량이 늘수록 부정적인 언급 비중이 늘었습니다. 1월 초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언급은 30% 정도였으나 5주 차에 이르면 언급량의 82.8%가 부정적인 표현이었다고 하죠. 코로나19를 '우한폐렴'으로 규정하고, '짱깨 입국 금지' 같은 혐오 표현이 난무했습니다. 

 

출처 - 동아사이언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집단 확진자가 나온 뒤인 2월 말에는 신천지와 대구 지역에 대한 부정 언급량이 늘었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내 집단감염이 발생한 5월 초에는 성소수자 혐오 표현이 급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혐오는 특정 시기에 집중되기보다는 일상적으로 일어났습니다.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세계적인 감염병이라는 재난 상황에서 그 책임을 사회적 약자에게 떠넘기고, 비난할 대상을 만들어 공격하는 흐름이 확인됐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언론의 노력, 시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 KBS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가 혐오 발언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봉쇄되어 집 안에만 있다 보면 사람들은 갑자기 늘어난 자유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지루해합니다. 스스로 삶을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죠. 결국 온라인상에서 악플과 혐오 표현을 하며 자기 통제감을 확인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됩니다. 팬데믹 이전에도 혐오 발언은 있었고 온라인 학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혐오 발언을 쏟아냈고 표현의 수위는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코로나19 2차 확산세가 뚜렸했던 유럽 곳곳에서 이동 제한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급증했던 이유는 '코로나 블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었습니다. 1차 확산으로 봉쇄 조치를 경험한 시민들은 코로나에 걸려 죽은 것이나 자유를 제한당해 주는 것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며 봉쇄에 대한 강한 저항감을 피력하기도 했죠. 외출과 모임 자제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 감염 확산에 따른 건강 염려, 취업과 일자리 유지의 어려움, 신체활동 부족으로 인한 체중 증가 등이 주요한 코로나 블루의 원인입니다. 우울감은 온라인상에서 타인에 대한 혐오와 공격 행위로 표출되곤 합니다. 지난 1월 6일 온라인 상에서 선동과 날조를 일삼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대선 불복 트윗을 보고 자극을 받은 극우 시위대가 미 연방의회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사건 이후 트위터는 트럼프의 계정을 폐쇄했습니다.

 

출처 - 동아사이언스

 

우울과 스트레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업들이 윤리에 입각한 경영을 해야 합니다. 혐오를 조장하고 이를 이용하여 세를 키우고 과시하는 기업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온라인 활동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런 교육은 학교 현장에 국한된 활동이 아닙니다. 각종 온라인 플랫폼과 커뮤니티 등에서 혐오와 학대를 용인하지 않는 에티켓을 서로 지키는 상식적인 활동이 중요합니다. 대단한 활동이 아니라 혐오를 용인하지 않는 상식적인 대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 세계 인류가 인터넷을 시작한 건 고작 20년 남짓입니다. 물질문화의 변동 속도를 비물질문화가 따라가지 못해 나타나는 사회의 부조화 현상을 지칭하는 '문화지체'에 빠진 사람이 많습니다.

 

출처 - YTN

 

최근 여가부, 군대 관련 논의 속에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와 여성에 대한 차별 발언이 자주 등장합니다. 심지어 전혀 다른 맥락의 내용을 다루는 기사에도 단어 하나를 보고 달려들어 혐오에 가득한 악플을 쏟아내는 경우도 수두룩 합니다. 신고제도가 있긴 하지만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기까지 검토 시간이 오래 걸려 댓글 창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도 많고요. 그사이에 혐오 표현과 온라인 학대를 당하는 사람들의 피해는 늘어만 갑니다.

 

출처 - 네이버

 

네이버는 악성 댓글을 걸러주는 AI클린봇을 업데이트해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미봉책일 뿐입니다. 네이버 운영약관에 '개인이나 집단 사이의 비판적 표현은 폭넓게 허용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고 혐오 표현 규제와 관련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명문화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혐오 표현과 온라인 학대를 묵인한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앞서 트럼프 트위터 계정을 영구 정지시킨 트위터처럼 글로벌 IT 및 SNS 기업들은 혐오 콘텐츠에 대한 정의와 규제조항을 가이드라인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 카카오 같은 곳은 이를 명시하고 있죠.

 

출처 - SK텔레콤

 

최근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ESG 경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거 기업들은 정량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기업의 영향력을 평가했습니다만,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경험하면서 최근엔 ESG와 같은 비재무적 가치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신기술 개발로 사회와 환경 문제를 극복하려는 기업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그렇더라도 인권, 프라이버시 등은 기업이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가치입니다. 

 

출처 - 동아사이언스

 

한 시민단체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네이버를 이용하면서 성별이나 성소수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표현을 봤다고 답한 비율이 85%를 넘었습니다. 네이버 이용자가 사실상 혐오 표현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를 막기 위해 네이버도 이용약관에 구체적 조항을 명시해야 합니다. 혐오 표현을 표현의 자유로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것이 혐오 표현인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를 갱신하며 규제하려는 노력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인터넷 서비스가 우리 일상에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함께 커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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