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포털 퇴출을 보는 우리의 시각

지난 9월 네이버와 다음에서 연합뉴스 콘텐츠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연합뉴스가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쓴 광고성 기사를 마치 일반 기사인 것처럼 포털에 송출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이었습니다. 네이버, 다음의 뉴스 제휴와 제재 심사를 전담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연합뉴스에 32일간 노출 중단 징계를 내렸는데요, 한 달이 넘도록 노출을 중단한 것은 2015년 출범 이후 처음 내린 조치였습니다. 연합뉴스가 대놓고 독자들을 기만한 사건이기에 저널리즘의 윤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징계였습니다. 연합뉴스는 연간 300억 원의 정부구독료를 받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이기 때문에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겁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연합뉴스에 대한 징계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지난 11월 12일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연합뉴스의 포털 콘텐츠 제휴 지위를 강등했습니다. 이는 한 달간 노출을 중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조치입니다. 포털에서 더는 연합뉴스를 언론사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결정이기 때문이죠. 앞으로 연합뉴스 기사를 포털 뉴스, 랭킹, 모바일 구독 등 뉴스 서비스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검색창에서 검색하면 검색 결과로만 뜨게 됩니다.

출처 - 슬로우뉴스

 

이에 대해 연합뉴스 측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포털 퇴출 결정은 부당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한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법적 조치를 비롯해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연합뉴스 입장에서 보면 필사적일 수밖에 없겠죠. 하루아침에 양대 포털 뉴스 섹션에서 사라지게 됐으니까요. 지난 9월 한 달 노출 중지 징계를 받은 당시, 중단 1주일 만에 구독자가 22만 감소했다고 합니다. 32일간 노출 중단으로 연합뉴스는 400만에 이르던 네이버 뉴스 구독 독자 중 25%에 달하는 100만 명이 사라졌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그런데 이번 강등 조치는 연합뉴스 사업 전반에 더 큰 치명타가 됩니다. 연합뉴스가 전례 없이 강하게 반발하는 입장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예상되는 타격이 엄청나다는 점을 방증합니다. 연합뉴스의 직간접적 경제 손실은 최소 연 수십억 원에서 최대 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합뉴스 결산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양대 포털로부터 얻은 수입은 연 75억 원대이며 이후 네이버 시스템 전환으로 언론의 포털 매출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100억 원을 전후한 수입으로 추정됩니다. 2020년 연합뉴스의 당기순이익은 91억 원 정도였습니다.

 

출처 - 미디어고토사

 

그러니까 2022년 포털로부터 받는 100억여 원이 사라지면 연합뉴스는 그 즉시 적자로 돌아서게 됩니다. 포털에 노출되지 않아 클릭 수가 줄면 광고 단가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 돈을 받고 쓴 광고 기사를 일반 기사처럼 송출해 독자들을 기만한 벌로 강등됐으니, 예전에 돈 벌던 짓거리도 하기 어려워지겠죠. 연합뉴스는 기사형 광고 논란 이후 홍보사업팀과 유관 사업을 전면 폐지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달간 노출 중단으로 100만 명의 독자가 사라졌지만 이번에 강등되면 뉴스 서비스에서 아예 사라지기 때문에 독자 수는 '0'이 됩니다. 강등된 매체는 1년간 제휴 심사에 응할 수 없습니다. 이후 자격을 얻더라도 구독자를 0명부터 다시 모아야 하죠.

출처 - 미디어오늘

 

언뜻 보면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싶지만, 강등 결정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보면 연합뉴스가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포털이 언론 길들이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강등 결정을 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됩니다. 제휴평가위의 구성과 심사방식을 보면 그럴 얘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법조계 등 무려 15개 단체가 추천한 위원 30명의 심사 결과를 수용하기 때문에 포털의 의도가 직접 반영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출처 - 비즈니스워치

 

게다가 이번에 강등된 매체는 연합뉴스만이 아닙니다. 스포츠서울 역시 강등되었습니다. 그러니 연합뉴스에 과도한 조처로 볼 게 아니라 연합뉴스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합니다. 간혹 이중으로 제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제휴위원회의 재평가 제도가 있기 전에는 강등 후 재심사 같은 재평가 없이 즉시 퇴출됐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대로라면 연합뉴스는 지난 9월 퇴출되어 포털 뉴스란에 들어올 수 없었다는 얘깁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연합뉴스의 초기 대응이 너무나 실망스러운 탓에 제휴평가위 내에서 반대 그룹을 키운 면이 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심사가 시작됐는데도 연합뉴스는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 대신 기사형 광고를 쓴 경쟁사들의 기사 내역을 조사해 제출하며 문제가 없다는 적반하장 격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또한 연합뉴스는 문제가 된 2000여 건의 기사를 삭제하면서도 이유조차 소명하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처럼 국민의 세금을 받아 운영되는 국가기간통신사가 수천 건이나 되는 기사를 삭제하면서 어떤 이유도 밝히지 않는다는 건 너무나 큰 결격사유 아닐까요?

 

출처 - 미디어오늘

 

게다가 제휴평가위는 실제 거래 현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 제재에 나서지 않습니다. 징계를 위한 구체적인 물증이 있어야 하고 그 양도 많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봐주는 기준인데, 연합뉴스는 도가 지나치다 못해 어마어마한 물증이 나와 더 봐줄 수 없게 됐다는 얘깁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상황이 이런데도 연합뉴스 경영진은 강등 결정이 나오자 심사위원들에게 연락을 돌려 재심의를 촉구하는 추태를 보였습니다. 그동안 자극적인 속보나 장삿속에 찌든 기사, 지나치게 편중된 정치 기사들에 대해 연합뉴스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있었지만, 데스크와 경영진이 이를 종용했다고 하죠. 내부 비판과 외부의 지적에 눈을 감은 오만함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입니다. 포털로 흥했다가 포털로 망하는 꼴이죠.

 

출처 - 한국언론진흥재단

 

연합뉴스 강등 결정은 우리나라 언론 환경에 대해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연합뉴스는 당연한 조치를 받은 것이지만, 지나치게 포털에 매달리는 언론 산업의 현실을 생각하면 고민이 깊어집니다. 언론계도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세월아 내월아 하고 있는 언론중재법도 조속히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국민의 76.4%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찬성했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죠. 국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언론은 존재할 가치가 없습니다. 더구나 국민을 기만한 매체를 그냥 둘 이유를 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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