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2일부터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 발송이 시작됐습니다. 그에 맞춰 올해도 어김없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종부세 타령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은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지난해에 비해 42% 늘어 100만 명에 육박하고 고지된 세액이 5조 7000억 원이나 된다며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고 설레발을 쳤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징벌적 종부세가 만든 세금 쓰나미의 대재앙이자 세금 폭탄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출처 - 미디어오늘
보수 진영과 그에 부역하는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한 종부세 세금폭탄 타령은 15년이나 되풀이된 쉰 떡밥입니다. 15년이나 됐는데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세금폭탄 타령을 하니 진부한 수준이 아니라 단단히 미쳤다고 봐야 하겠지요.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 규모나 고지 세액은 국민의힘이 얘기한 내용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세금을 누가 내는지가 중요한 사실이 아닐까요? 올해 우리나라 인구는 약 5200만 명입니다. 국민의힘은 올해 종부세 납부자가 지난해에 비해 42% 늘어 1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절대 다수인 5100만 명은 고지서조차 받을 수 없는 게 바로 종부세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해야 옳지 않을까요? 국민 전체의 2%가 나머지 98%는 손에 쥘 수 없는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다고 말입니다. 이런 불평등이 과연 괜찮은 걸까요?
출처 - 연합뉴스
물론 부자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국민으로서 적당한 세금을 내고 있느냐는 별개로 하고 말입니다. 종부세를 무서워하는 대한민국 2% 국민 중 대부분은 최소 2주택 이상을 가진 다주택자와 법인입니다. 실제로 종부세 고지 세액인 5조 7000억 원 중 다주택자는 48.5만 명, 법인은 6.2만 명으로 세액의 88.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엄청난 고액 주택이 아닌 이상 1주택자가 종부세를 내는 대상에 해당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다주택자 투기 억제를 위한 과세강화 조치로 3주택 이상자 과세 인원이 전년 대비 78%, 세액은 223% 증가했습니다. 다주택자 중 85.6%가 3주택 이상 보유한 부자들인데, 이들이 다주택자 종부세 세액 중 96.4%를 냅니다. 결론적으로 2주택자라고 해도 종부세로 인한 부담은 거의 없다는 얘기이며, 종부세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3주택 이상 다주택자 투기 억제 역할을 그나마 충실히 수행하는 몇 안 되는 세금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간 종부세 주요 회피 수단이던 법인에 대한 과세가 대폭 강화되어 과세 인원은 279%, 세액은 311%로 폭발적 증가를 보였습니다. 이 정도만 살펴보면 현재 종부세 타령을 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출처 - 더불어민주당
1주택자는 전년 대비 종부세 납부 인원과 세액이 모두 줄었다는 게 팩트입니다. 자기가 정말로 사는 집이라면 종부세 걱정할 필요가 줄었다는 얘깁니다. 25억짜리 집에 살더라도 1주택자라면 평균 세액은 50만 원 남짓입니다. 20억 이하 집이라면 평균 27만 원이고요. 소나타 승용차 자동차세가 연 52만 원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봅시다. 25억짜리 집에 살면서 세금을 50만 원도 내지 않겠다면 당장 세무조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단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지부터 확인해봐야겠죠.
출처 - 박태웅 SNS
사실이 이러니 볼멘소리를 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성실히 일하는 대부분의 국민입니다. 직장인의 경우 연봉이 1억이라면 이에 대한 소득세만 35%입니다. 소득세 최고 세율은 45%로 소득의 거의 절반 수준이죠. 이에 비하면 25억짜리 집에서 살면서 겨우 50만 원 내는 종부세로 세금폭탄 타령을 하는 작자들은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 - 미디어오늘
출처 - 미디어오늘
'투기공화국'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몰리는 자금을 사회적으로 선순환시키기 위해서라도 종부세는 한층 강화해야 하는 세금입니다. 현재 보유세 실효세율이 너무 낮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OECD 주요국의 보유세 실효세율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0.16%였다가 2019년 기준 0.17%가 됐습니다.
출처 - 평화시대 / 진보당
미국에서 시작된 부자 증세 논의가 세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인세 최저세율 인상에 프랑스, 독일이 찬성했으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당시 이익을 얻은 사람들에게 부유세나 연대세를 매겨야 한다"고 밝혔다고 하죠. IMF, OECD 등 국제기구들 역시 코로나19 극복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고소득자·대기업에 대한 누진세 강화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 추세와 달리 부유세 논의가 지지부진합니다. 자본주의의 천국이라는 미국조차 부유세 도입에 앞장서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보수는 15년째 종부세 세금폭탄을 운운하고 있으니 기가 막힙니다. 종부세 완화가 아니라 불평등 해소 위해 부유세를 도입하라고 진보정당들이 외치는 판국에 말이죠.
출처 - MBC라디오
2%도 안 되는 사람들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세금폭탄 보도에 열을 올리는 언론을 보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눈과 귀인가 묻지 않을 수 없군요. 15년이나 지겹게 들었으니 더는 속지 맙시다. 우리는 평생 받아볼 수 없는 종부세 고지서를 두려워하는 부자들의 편을 들어주는 언론과 정당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종부세를 핑계로 세입자들의 부담을 늘리려는 다주택자들과 법인들을 감시하고 규제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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