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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때 아닌 멸공 챌린지 이후, 기업과 정치권 정신 차려야!

by 생각비행 2022. 1. 17.

때 아닌 '멸공' 논란으로 SNS와 정치권이 소란스러웠습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멸공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올린 비타민 사진을 인스타그램이 삭제 조치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며칠 후 복원되었지만 정용진 부회장은 이런 조처에 화가 났는지 중국 시진핑 사진이 포함된 기사를 올리며 멸공이 삭제 사유라면 중국 공산당 사진도 삭제 사유가 되는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이내 스스로 삭제했습니다. 중국 시장이 걱정됐기 때문인지 자신의 멸공은 중국과는 상관이 없고 북한만을 겨냥한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죠.

 

출처 – 연합뉴스

 

정용진 부회장의 정치 성향은 가세연의 뮤지컬 <박정희> 프리뷰에 직접 참석해 인증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죠. 그는 75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SNS 셀럽'이라는 타이틀을 신세계그룹 '오너' 직책보다 중요하게 여기는지, 종종 관종 짓을 벌여 논란을 불러일으키곤 했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쌍팔년도 간첩 잡는 똘이장군 시절도 아니고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멸공'이라는 단어 자체를 쓴 것부터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이런 사고를 하는 사람이 최신 유행을 이끌어야 할 백화점과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오너라니, 하며 국민은 어이없어했습니다. 그런데 고루하기 짝이 없는 국민의힘은 웬 건수인가 하며 멸공 인증 릴레이를 시작했습니다.

 

출처 - MBC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자기 인스타그램에 정용진이 경영하는 신세계 이마트에서 '멸'치볶음과 '콩'조림을 사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멸치볶음과 콩조림을 곁들여 아침을 먹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나경원도 "오늘 저녁 이마트에서 멸치, 콩, 자유시간. 그리고 토요야식거리 국물떡볶이까지. 멸공! 자유!"라며 멸공 릴레이를 이어갔습니다.

 

출처 - YTN

출처 - 한겨레

 

시대 감각이 한참 뒤처진 것도 문제지만 이들 중 군대 근처에 갔다온 사람도 없습니다. 정용진은 과체중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죠. 단기간에 급격한 체중 증량이 있었던 사실을 미루어보면 누가 봐도 군 면제를 위한 꼼수였다는 걸 알 수 있죠.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역시 부동시로 면제되어 군 복무와 관련이 없습니다. 이처럼 군대 근처에 가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전쟁을 선동하는 '멸공' 주장을 운운하니 곱게 받아들일 사람들이 있을까요?

 

출처 - MBC

 

멸공 릴레이에 대해 곧장 시대착오적이며 선동적인 색깔론이라는 여론의 뭇매가 쏟아졌습니다. 얼마 전까지 국민의힘 선대위를 맡고 있던 김종인조차 인터뷰에서 "성향이 원래 그런 사람들"이라며 고질병임을 지적했죠. 선거를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해야지 아직도 멸공에 반응하는 한 줌도 안 되는 사람들만 갖고 선거를 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도 국민의힘을 향해 대놓고 일베 놀이 하는 거냐며 한심하다는 논평을 쏟아냈습니다.

 

출처 - YTN

 

시류에 어긋난 행태에 대해 시장의 평가 역시 냉혹했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의 SNS 멸공 논란으로 인해 일주일도 안 된 지난 11일 증권시장에서 신세계 관련 주가가 동반 하락해 시총이 2000억 원 넘게 증발했습니다. 전체 주가의 8% 가까이가 순식간에 빠진 겁니다. 중국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장중 신저가를 찍기도 했습니다. 신세계는 중국 내에서 화장품 사업과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죠. 향후 베트남과 라오스 등 공산주의 국가들에서의 사업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큰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경우 불매운동이 본격화할 조짐마저 보입니다. 게다가 SSG의 상장과 디지털 전환 등 그룹 차원에서 수많은 도전을 맞이하고 있죠. 신세계의 개미 주주들은 대기업 오너로서의 직책보다 SNS 셀럽으로서 과시가 더 중요한 거냐며 제발 그 입 좀 닫으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오너가 유아적인 자기 과시를 위해 기업 가치와 주가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요?

 

출처 - JTBC

 

여론의 뭇매를 견디다 못한 정용진은 지지부진한 해명을 이어가다 돈이 증발하기 시작하자 뒤늦게 더는 멸공 발언을 하지 않겠노라며 사과 입장을 내놨습니다. 실적 하나하나에 커리어를 걸고 있는 수많은 직원과 자기 재산의 미래를 신세계라는 기업 가치에 건 주주들의 자금이 왜 오너의 헛소리 몇마디에 물거품이 되어야 할까요? 대기업 오너의 한심한 행태에 따른 '오너 리스크'는 우리나라 경제계의 고질병 중 하나입니다. 기업의 오너라면 적어도 직원들만큼의 능력은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 - 한겨레

 

21세기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멸공' 같은 말을 주워섬기는 집단에서 대선후보가 나올 수 있다니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미래를 그런 퇴행적 행보로는 그릴 수 없다는 사실을 속히 깨닫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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