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최저임금 시급이 정해졌습니다. 올해보다 1.5%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는데요. 130원 오른 셈이라 동결에 가깝고, 인상율 1.5%는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7%를 경신한 역대 최저 인상률이어서 논의 과정부터 결과까지 논란이 많은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14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최저임금을 심의, 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의 의결로 내년의 최저임금 시급 기준은 8720원이 되었습니다. 월급으로 환산한다면 182만 2480원으로 올해보다 2만 7170원 많아진 수준입니다. 표결 결과는 찬성 9표, 반대 7표로 갈렸습니다. 이에 반발한 한국노총 위원과 소상공인연합회 위원들은 퇴장하기도 했죠.


출처 – 연합뉴스


2021년 최저임금 시급 인상률이 이렇게 낮은 결과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난을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논의 시작 단계부터 노동계의 최초 요구안이 시급 1만 원(16.4% 인상)이었던 반면 경영계의 최초 요구안은 시급 8410원(2.1% 삭감)으로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입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의결된 이번 최저임금안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되고 8월 5일까지 고시해야 합니다. 그러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노사 양측은 고시일 전까지 이의 제기가 가능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저임금이 8720원으로 결정된 직후 노동계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로는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절차상 이의 제기가 가능하지만 최저임금제도 32년 역사상 27번의 이의 제기가 있었으나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또한 안타깝지만 코로나19 사태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으로 인해 최저임금 인상폭과 관련히 이 이상 높이는 것은 여론이 과반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 현재로는 최저임금 이의 제기에 대해 내부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 틀 안에서는 이의 제기를 한들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제도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현재 노사 간 의견이 대립할 때 정부의 추천을 받은 공익위원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는데 이 표들이 매번 불합리한 결정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겁니다. 이번에 결정된 2021년 최저임금 역시 노사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결정입니다. 결국 현재 최저임금은 구조상 경영계와 공익위원들의 표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노동계에서 보기엔 완벽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겁니다.


출처 - 통계청


여기에 추가되는 문제는 경영계와 정치권이 최저임금 논의 때마다 꺼내드는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입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로 경영 악화가 우려되니 외국인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적용받아서는 안 된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법은 2018년과 2019년 매해 발의된 바 있죠.


출처 -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실제 처우는 내국인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입니다.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절반 가까이가 광업, 제조업 등 저임금 일자리에서 종사하고 있고, 임금 상승률 또한 내국인보다 계속 낮았습니다. 200만 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외국인 노동자가 전체의 38%에 달합니다. 이는 OECD 기준으로 내국인 대비 외국인 임금 비율이 64% 수준에 해당하는 셈인데,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나라가 76%인 것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죠. 이런데도 경영계는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맞춰서 주기 어렵다는 볼멘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저임금 제도를 운영하는 이상 외국인에게만 최저임금 미만을 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노동법과 관련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대전제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며, 숙련도가 떨어지는 초보일지라도 생계 유지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저임금 제도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 조약상 노동자의 국적이나 인종과 관계없이 균등한 대우를 보장해야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제외 법안이 통과된다 한들 위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내국인과 외국인의 임금 차이가 커지고 최저임금 예외까지 법제화되면 내국인 노동자들 역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큽니다. 경영계는 일이 서툴더라도 반값밖에 들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려고 열을 낼 테니까요.


출처 - 연합뉴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예외로 하고 있는 장애인까지 품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미래통합당 김예지 의원은 지난 28일 최저임금법에서 제외된 중증 장애인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법과 장애인 고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현행법상 정신, 신체 장애로 노동 능력이 낮은 이는 최저임금 적용에서 단순 제외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장애인 노동자의 평균 급여는 외국인 노동자보다도 심각한 수준으로 내국인의 4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 격차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 큰 문제가 되고 있죠.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일방 제외한 국가는 단 세 곳뿐입니다. 이번 김예지 의원의 발의안은 장애로 노동 능력이 낮은 사람이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합니다.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차별받지 않도록 별도의 임금 기준을 마련하라는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최저임금제도는 이른바 정글자본주의에서 사람이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본적인 토대입니다. 하지만 매해 당연하다는 듯 발표되는 최저임금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일까요? 사회 양극화가 날로 심해지는 시국에 깊고 넓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지난 7월 18일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사이에 26만 명 늘어 팬데믹 발생 이래 역대 최다 신규 확진자 수를 기록했습니다. 이전 최다 신규 확진자 수 기록은 바로 그 전날이었습니다. 전 세계 코로나19 상황이 연일 최다 확진자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얘깁니다. 7월 29일 09시 기준 전체 국가 코로나19 환자는 총 1658만 4341명이며 사망자는 65만 7058명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세계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25만 명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확진자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 나라는 미국, 브라질, 인도 그리고 남아프리카였습니다. 미국은 WHO를 탈퇴하고 마스크 거부 운동까지 일어나는 등 팬데믹 상황에서 정반대로 질주하고 있는 탓에 더더욱 피해가 큽니다. 그동안 마스크를 거부하던 트럼프 대통령까지 마스크를 쓰고 공식석상에 나타났지만 이미 늦었죠.

 

출처 - 질병관리본부/ 7월 29일 09시 기준

 

세계 유수의 대학과 제약회사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가시적인 결과가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백신은 일반인에게 투약되기 전까지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임상시험은 임상전 시험과 1단계, 2단계 3단계로 나뉘는데 현재 3단계에 돌입한 백신 후보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와 아스트라제네카 연구진의 연구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실제 감염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지, 면역반응이 실제하더라도 쇠약해진 환자 특히 노년층이 부작용에 견딜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하죠. 개발 과정이 순조롭다고 해도 전 세계에 배포하고 환자가 실제로 접종 가능한 시기는 훨씬 나중의 일일 것입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코로나19는 항체반응이 생기더라도 유효 기한이 3개월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백신이 될 수 있을지에 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위드 코로나', 즉 코로나19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죠.


출처 -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7월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그 어느 나라도 코로나19 유행의 정점을 예측할 수 없는 유행의 확산기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국가가 봉쇄나 이동 제한을 풀고 방역 조치를 완화하다가 환자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반복해서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통제하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위드 코로나를 정착시키고 이를 위해 사회 각 분야에서 환경, 문화, 제도 등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 질병관리본부


우리나라도 조금 잠잠해질 만하면 다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해 통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외 유입 환자와 지역 감염 환자가 두자리수 아래로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죠. 지난 6월 15일 서울 유흥업소 집합금지 명령이 해제되자마자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확진 판정을 받고 지역사회로 퍼졌던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기에 고민이 더욱 깊어집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지요. 올해 우리나라 2분기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3.3% 감소했습니다. 1분기의 1.3% 감소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입니다. 이 수치는 IMF 사태 당시인 1998년 1분기 –6.8% 이후로 2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실업률 역시 그때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이고요. 정부는 지금까지 약 277조 원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해 경제 활동을 지탱하고 한국판 뉴딜 등의 정책을 발표했으나 전 세계적인 수출 부진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선방한 셈입니다. 호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재정적자를 기록했으며 일본은 –3.4%의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싱가포르 역시 –12.6%, 중국은 –6.8% 등 세계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고 있어 '포스트 코로나'를 쉽게 얘기할 상황은 아닙니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 수도 없는 일이죠. 미국과 일본처럼 경제를 위한다고 방역 규제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했을 때 돌아올 피해는 너무나 큽니다. 미국은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하루 확진자가 7만 명을 넘어선 상황이고, 일본은 안이한 아베 정부의 대처로 인해 코로나 사망자 수가 한국의 세 곱절이 된 지 오래죠. 지난 29일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 넘어 재확산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됴쿄의 추가 감염자수가 이틀 연속 200명대를 넘었다고 하죠.  

 

출처 - 갤럽

 

세계적인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은 지난 27일(현지시각) 글로벌 리더십 순위 조사에서 세계인이 독일의 글로벌 리더십을 가장 신뢰한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독일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지지율은 20017년 41%, 2018년 39%, 2019년 44%로 3년 연속 1위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반면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전 세계적 지지율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에 30%로 떨어졌고, 2018년 31%, 2019년 33%로 독일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집니다. 

 

출처 - 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코로나19 타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7일부터 5일간의 마라톤 회의를 진행한 뒤 7500억 유로(약 1031조 5000억 원)규모의 경제회복기금 조성에 합의했습다. 전체 회복기금 중 보조금 규모는 3900억 유로, 3600억 유로는 저리대출로 운영한다고 하죠. EU 경제회복기금을 주도한 것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었습니다. 이들은 지난 5월 공동성명을 통해 EU에 처음 기금 마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독일의 글로벌 리더십이 왜 세계 최고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코로나 19는 한 나라에 국한된 위기가 아니라 전 세계가 연대해서 풀어야할 정치적인 과제입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가 마주한 최대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다"면서 "EU가 통합국가로 가는 큰 이정표를 세웠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의 역사적인 날"이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출처 - MBC

 

다시 국내 상황을 살펴봅니다. 휴가철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워터파크나 수영장처럼 사람들이 밀집하는 다중시설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이 때문일까요? 최근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한 1인용 수영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혼밥', '혼술', 혼자 운동하는 '혼운'에 이어서 수영마저 홀로 하는 '혼수' 시대가 열렸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1인용 수영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새로운 바이러스가 뒤바꾼 우리의 일상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지 답답합니다.

 

출처 - SBS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처럼 당분간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기 어려워보입니다. 고로 마스크 쓰기, 주기적 소독 및 환기,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개인과 공동이 함께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에게 지금 더 필요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 동시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사회적 연대가 필요합니다. 휴가철을 맞이한 지금 코로나19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자녀들과 함께 고민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생각비행의 책 두 권을 추천합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아름다운 자연은 생물의 다양성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수중과 지상, 도처에 있는 식물, 동물을 포함해 모든 생명체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고 있기에 풍요로운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인류는 생물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축적된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며 살아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극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교란한 결과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백신 개발만 기다린다고 해서 또다시 다가올 파국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집 앞을 흐르는 시냇물, 각종 나무로 울창한 고원, 드넓게 펼쳐진 들판, 광활한 바다, 이 모든 자연이 생명의 다양성이 춤추는 현장이요, 우리 삶의 터전임을 깨닫고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행동할 때입니다.

 

출처 - 환경부

 

지난 5월 22일 '생물다양성의 날'을 기념하며, 환경부는 생물다양성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인스타그램 기대평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 반갑게도 생각비행의 책 《풍요로운 지구를 만드는 생물의 다양성》이 선정되었습니다. 그래픽 노블 형식으로 된 이 책이 아이들에게 생물의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를 잘 알려주기 때문에 환경부가 추천했겠지요? 지구의 미래를 꾸려나갈 미래세대인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생각을 넓히길 기대합니다.

 

 

생각비행이 추천하는 또 다른 책은 《1분 과학 읽기》입니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바쁜 일상에서 몸을 지키는 1분 건강 읽기'입니다. 2부는 '팬데믹 시대에 삶을 지키는 1분 의료 읽기'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유발한 질문은 무수히 많습니다. 사람의 몸에는 면역 체계가 있는데, 신종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손씻기, 마스크 착용, 기침예절 준수 등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을까요? 공공장소에서 함께 쓰는 비누는 과연 안전할까요? 미뤘던 개학이 감염을 줄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요? 코로나19 시대에 필수인 마스크 때문에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도대체 언제쯤 가능할까요?

 
《1분 과학 읽기》는 우리 삶을 위협하는 코로나19에 관한 과학 지식을 알기 쉽게 들려줍니다. 바이러스와 세균이 어떻게 다른지, 바이러스에 대항해 인간의 면역 체계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리고 신종 바이러스 백신 개발이 왜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에 관해 다양한 사진, 일러스트, 인포그래픽 등의 자료를 곁들여 알려줍니다. 아울러 《1분 과학 읽기》는 과학과 인문학이 함께 발전해야 하는 이유를 고민하게 합니다. 우리 삶과 동떨어진 과학은 없습니다. 모든 과학 지식이 우리의 일상과 직간접적으로 닿아 있습니다. 이 책은 '과학' 그 자체를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교훈을 마음 깊이 남겨줍니다.

8월 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었습니다. 오는 광복절이 토요일인 데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과 의료진을 배려한 결정이라고 합니다.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7일(월요일)을 포함하면 사흘을 쉴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출처 - 네이버


그런데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해 뜻밖의 일이 생겼습니다. 국무회의에서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발표하며 쓴 단어인 ‘사흘’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입니다. '사흘이면 4일 연휴라는 얘기 아니냐'라는 뚱딴지같은 소리가 SNS와 커뮤니티에서 퍼지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자 '사흘'이 정확히 며칠인지 알기 위해 검색하는 사람이 많아졌는지, 포털 네이버에서 ‘사흘’이 급상승 검색어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장난으로 일부러 그러는가 싶었는데 '사흘'을 '4일'로 생각하는 사람이 실제로 많았습니다. 아마 발음대로 '사흘'을 '4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잘 몰랐으면 입을 닫고 있으면 중간은 갈 텐데, 적반하장으로 '3일이면 삼흘이라고 해야지 왜 사람 헷갈리게 사흘이라고 하냐'면서 화를 내는 사람마저 등장했습니다. 황당한 일이죠.


출처 - 서울신문


해프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우리말인 3일을 쓰면 되지 왜 난 척 하느라 사흘이라는 한자어를 쓰느냐'라고 비난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한 겁니다. 이 정도면 이 사달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입니다. 날짜에 대한 우리말 단어는 정규 교육과정 중 초등학교에서 배우게 되죠. 그런데 삼일(三日)이 한자어이고 사흘은 순우리말로 '셋+날'을 뜻한다는 걸 모른다면 좀 심각한 상황이 아닐까요? 


 

당황스러운 감정을 추스르고 곰곰이 생각하니 '사흘'의 뜻을 진짜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배운 걸 다 기억할 수는 없는 법이고, 사정상 날짜와 관련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또한 관심 영역의 차이로 날짜를 세는 우리말 표현에 서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국어를 잘하지 못하지만 다른 과목에서 우수성을 드러내는 학생들도 있겠죠. 처음엔 황당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가 이유를 찾자니 차츰 생각이 정리되더군요. 

 

하지만 '사흘'이 급상승 검색어가 되는 해프닝과 관련해서 염려스러운 부분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온라인상에서 뭔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기보다 자신이 틀렸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남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 때문입니다. "3일 쉬는데 왜 사흘로 표현하느냐"며 불만을 드러낸 사람들처럼 말이죠.


출처 - MBC


기초적인 단어 사용과 관련한 해프닝은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에 대한 한 줄 평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라고 쓴 표현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명징(明澄)'과 '직조(織造)'라는 단어를 처음 본다면서 일부러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해서 잰 척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참 의아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동진 씨는 많은 영화평론가 중에서 최대한 대중이 알기 쉽게 영화 관련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에 속하니까요. 

 

출처 - MBC

 

한편 영화를 평하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생소한 단어를 썼다고 하더라도 그게 비난의 요소가 되는 상황은 좀 이상합니다. 대중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대중을 무시하거나 자신의 지적 능력을 과시하려는 뜻으로 〈기생충〉의 한 줄 평을 쓴 건 아니니까요. 게다가 지금은 옛날처럼 두꺼운 사전을 끼고 가나다순에 따라 단어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 불편한 시대가 아닙니다. 잘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있다면 손쉽게 검색해서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시대죠. 그런데 잘난 척한다고 일단 비판부터 한다면 그런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고개를 드는 반지성주의가 이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한편으론 과거 생각비행의 포스팅 중 댓글이 100개 넘게 달리며 뜨거운 토론의 장이었던 '문해력 저하'가 실제 이런 현상으로 나타난 것은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실질문맹률 OECD 최하위권 대한민국의 슬픈 초상 : https://ideas0419.com/457


 

그렇다고 '사흘'과 관련한 해프닝을 단순히 개인의 책임 또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으로 국한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유튜브와 같은 영상에 익숙한 사람들이라거나 책을 많이 안 읽어서 그렇다는 주장이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활자를 많이 읽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는 식으로 단순히 양적인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독서의 질과 교육의 질이라는 문제로 접근하는 편이 본질을 정확히 짚어낸다고 봅니다. 과거 '논술'을 배운다 하면 누구나 신문 읽기를 추천하고, 다양한 신문기사를 활용해 글쓰기를 가르치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짜뉴스가 판치고 기레기가 쓴 기사가 난무하는 현실을 두고서 막연히 밀레니얼 세대를 비판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습니다. 언론과 방송이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걱정이 앞섭니다. 인터넷에서 단지 인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속어나 줄임 말 등을 아무렇게나 끌어다 쓰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출처 - 서울신문


MBN, MBC, 《중앙일보》 등등에서 수도 없이 '4흘'이란 표현을 머리기사 제목으로 사용했습니다. 조악한 말과 글이 난무하는 언론과 방송의 현실 그 자체가 시대의 거울이 아닐까요? 한편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한국어를 우습게 여긴다는 것도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이수한다면 '사흘', '나흘'과 같이 날짜를 세는 단어는 초등학교 때 배워야 할 부분이겠죠. 하지만 요즘 초등학교는 1학년생이 한글을 떼고 이미 상당한 한국어를 습득했다는 것을 전제로 교과를 진행하고 있죠. 사전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야 따라가는 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어 수업을 따라가기가 버겁습니다. 심지어 국어보다 영어를 우위에 두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국적 불명의 영어식 한국어를 남발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이제는 거의 일상적인 표현처럼 굳어진 "커피 나오셨습니다." 같은 이상한 높임법부터 "~로 보입니다.” 대신 "보여집니다.", "생각되어집니다." 같은 영어식 한국어 표현이 비일비재합니다. “끓고 있습니다.”라는 말 대신 "끓여지고 있습니다."처럼 지나친 수동형 표현이 우리말을 좀먹고 있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최근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교육 전문가들은 '학력 격차'를 우려하고 있죠. 학교 현장에서 벌써 중위권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초기에 등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교육을 통해 학업을 뒷받침할 수 있고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쓸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모를 가진 아이들은 학습능력과 성적을 유지한 반면 그렇지 못한 집안 아이들은 눈에 띌 정도로 학습능력과 성적이 곤두박질쳤다는 일선 교사들의 경고를 흘려들어서는 안 됩니다. 중산층이 붕괴하듯 중위권 학생들이 사라지고 '부익부 빈익빈'에 따라 학습과 교육마저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는 꼴이 아닐까요? '사흘'과 '4흘'을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을 철없고 무식한 애들로 치부하는 것으로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다각적인 분석과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하길 기대합니다.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이라는 스페인 공포영화를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시작 부분에 아이들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아이들이 우리와 똑같은 놀이를 한다는 게 놀랍습니다. 영화에서 술래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말 대신 “Un, dos, tres, Toca la pared(하나, 둘, 셋, 벽을 만져라)"라고 말하는 것만 다를 뿐, 술래가 돌아볼 때 움직이면 안 된다는 놀이 방식은 완전히 똑같습니다. 스페인과 우리나라 사이에 놀이문화가 직접 교류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이처럼 똑같은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점이 참 신기합니다.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이라는 영화의 제작자 중 한 명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로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기예르모 델 토로'입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제작자는 '마르 타르가로나'라는 스페인 여성 감독입니다. 이분은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비극인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지난 2018년에 넷플릭스에 공개했습니다. 이 영화가 바로 생각비행이 펴낸 책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와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 작품, 〈마우트하우센의 사진사〉입니다.

 

 

 

〈쉰들러 리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사울의 아들〉 등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과 강제수용소에서 참혹하게 죽어간 피해자들을 다룬 홀로코스트 영화는 꽤 존재합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부터 예술영화까지 다종다양하죠. 홀로코스트를 다룬 그래픽 노블 중에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쥐》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작품 중에서 〈마우터하우센의 사진사〉라는 영화가 독특한 이유는 실화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대인이 아닌 스페인 사람들의 홀로코스트를 조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마우트하우센의 사진사〉


영화 제목에 나오는 '마우트하우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건설한 강제수용소의 이름입니다. 생각비행이 펴낸 책은 '마우트하우젠'으로 번역되어 있죠. 마우트하우젠은 오스트리아에서 화강암을 채석할 수 있는 지역의 지명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나치는 강제수용소를 건설하고 그 이름을 마우트하우젠 강제수용소로 명명했습니다. (이후 영화 제목을 제외하고는 '마우트하우젠'으로 통일하여 쓰겠습니다.) 이곳은 이른바 '절멸수용소'였습니다. 1941년 나치 독일은 25곳의 수용소를 세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했습니다. 그중에 '카테고리 III'는 나치의 입장에서 볼 때 '개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수감자'들을 가두는 곳이었습니다. 절멸수용소에 갇힌 수감자들은 살아서 나갈 희망 없이 문자 그대로 노역하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죠. 참고로 다른 카테고리에 속하는 수용소도 알려드리겠습니다. 나치의 입장에서 '부담되지만 재교육 가능성이 있는 수감자'들을 수용했던 카테고리 II 수용소로는 부헨발트 강제수용소가 대표적입니다. 나치의 입장에서 '개선 가능성이 있는 수감자'를 수용한 카테고리 I 수용소로는 그 유명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가 대표적입니다.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마우트하우젠 강제수용소가 얼마나 끔찍한 곳이었을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겠죠.

 

출처 - 〈마우트하우센의 사진사〉


영화와 책의 주인공인 '프랑시스코 부아'는 1941년 마우트하우젠 수용소로 이송된 후 연합군에 의해 해방될 때까지 신원확인국의 사진사로 일했습니다. 수용소에 수감자가 들어오면 머그샷처럼 수감번호를 들고 신원 확인을 위한 사진을 찍게 되는데, 프랑시스코 부아가 바로 이 일을 담당했습니다. 원만한 사교적 성품의 소유자였던 그는 강제수용소 안에서 나치 장교들의 눈에 들었습니다. 남다른 사진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신원확인국에서 일하는 도중 그는 나치의 충격적인 만행을 목격하게 됩니다. 가혹한 노역에 시달리다 죽은 사람이나 카포(수감자를 관리하는 수감자, 나치의 앞잡이)나 나치 친위대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람들을 마치 수용소를 탈출하다가 죽은 것으로 위장하거나 사고사, 자살 등으로 조작한 사진을 발견한 겁니다. 나치는 수용소 안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만행을 은폐하기 위해 사진술을 이용하여 교묘히 위장하고 있었습니다.

 

출처 - 〈마우트하우센의 사진사〉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각종 일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에 동원되어야 했던 프랑시스코 부아는 진실을 은폐하는 사진들의 원본 필름을 외부로 반출하겠다고 결심합니다. 나치의 만행을 세계에 폭로하기 위해서였죠. 그를 중심으로 수감자들은 2만 장에 달하는 필름을 온갖 방법을 동원해 나치의 감시를 피해 몰래 수용소 밖으로 내보냅니다. 강제수용소가 해방된 이후 프랑시스코 부아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 재판인 뉘른베르크 공판에 증인으로 나서서 빼돌린 필름을 증거로 나치의 만행을 만천하에 고발합니다. 영화 〈마우트하우센의 사진사〉는 이 장면을 담은 기록 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끝이 납니다. 손가락을 들어 누군가를 지목하는 사람이 바로 프랑시스코 부아입니다.

 

출처 - 〈마우트하우센의 사진사〉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주인공인 쉰들러가 자신의 공장을 통해 유대인들의 탈출을 도왔다면, 프랑시스코 부아는 사진사로 일하던 보직을 이용해 나치의 만행을 담은 원본 필름들을 빼돌렸습니다. 그의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은 원작인 그래픽 노블과 넷플릭스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출처 -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 / 생각비행


책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는 영화 이후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어 무척 흥미롭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넷플릭스 영화 속에 나오는 프랑시스코 부아는 영웅적인 주인공처럼 부각됩니다. 용감하고 선한 마음을 품은 주인공으로서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나치의 만행을 폭로함으로써 정의를 이룬다는 클리셰처럼 말이죠. 하지만 책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는 주인공의 영웅적인 면모를 드러내려 하기보다 더 큰 그림을 보여주려 합니다. 역사적으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스페인 홀로코스트의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위키백과

 

그 발단은 바로 스페인 내전이었습니다. 스페인 내전은 1936년 7월 17일 프랑코의 쿠데타로 시작되어 1939년 4월 1일 공화파 정부가 마드리드에서 항복해 프랑코의 승리로 끝난 전쟁입니다. 반란군인 우파가 이끄는 프랑코 측과 좌파 인민전선 정부 측 사이에 발발한 내전으로, 우파와 프랑코의 독재로 끝이 나죠. 스페인 내전은 시기상 제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국제적인 대리전 성격을 띠기도 했습니다. 내전 당시 파시스트 진영인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프랑코를 지원했고, 소련과 각국의 의용군은 공화파인 인민전선을 지원했습니다.

 

Francisco Franco Bahamonde / 출처 - 위키미디어

 

종군기자의 대부인 로버트 카파, 《어린 왕자》의 작가인 생텍쥐페리, 《노인과 바다》의 작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1984》의 작가인 조지 오웰 등 수많은 지식인이 인민전선 정부를 위해 참전했습니다. 이들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경험을 통해 대표작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중에 압권은 피카소의 대표작인 〈게르니카〉입니다. 이 작품은 스페인 내전에서 벌어진 학살을 표현하고 있죠. 수많은 의용군의 참전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내전의 결과는 나치 독일과 손잡은 프랑코 독재정권의 성립이었습니다. 당시 지식인들이 느꼈던 절망감을 알베르 카뮈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출처 - 위키미디어 공용

 

"정의도 패배할 수 있고, 무력이 정신을 굴복시킬 수 있으며, 용기를 내도 용기에 대한 급부가 전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바로 스페인에서."  _알베르 카뮈

 

그 절망의 한가운데에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의 주인공인 프랑시스코 부아가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진 일을 도왔고 신문기자로서 사진을 찍었던 그는, 자신의 고향인 카탈루냐를 위해 인민전선 쪽에서 참전했다가 스페인 내전이 프랑코의 승리로 귀결되자 국적을 상실하고 프랑스로 망명합니다. 하지만 프랑스에 제대로 정착할 수 없었던 스페인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나치에 대항하다 붙잡혀 결국에는 마우트하우젠 수용소로 이송되게 됩니다. 프랑시스코 부아가 마우트하우젠 강제수용소로 가게 된 이유, 수용소 내 신원확인국에서 일하게 된 경위, 사진사로서 나치의 만행이 담긴 필름을 빼돌린 일 등 이 모든 것을 스페인 내전이라는 배경을 통해 이해하지 않으면 실존 인물인데도 작위적인 설정으로 만들어낸 존재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어쩌면 프랑시스코 부아는 스페인 내전을 촬영한 종군사진기자 로버트 카파처럼 생각하며 수용소에서 사진을 찍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 Magnum Photos / © Robert Capa ©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스페인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기교가 필요 없다. 카메라를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스페인 자체가 사진이고, 당신은 그저 찍기만 하면 된다. 진실이야말로 최선의 사진이며 최대의 프로파간다이다."  _로버트 카파

 

좌파 인민전선에 참여했던 프랑시스코 부아는 공산당원으로서 신념이 매우 투철했습니다. 나치의 필름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그의 신념과 다른 당원 동지들의 협력은 아주 주요하게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영화에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영화만 보신 분은 만듦새가 성글다고기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스페인 내전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보면 여러 장면이 뜬금없어 보이고 산만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반면 책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는 그래픽 노블의 특성상 사료와 해설, 풍부한 역주를 통해 스페인 홀로코스트를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러므로 책과 영화를 함께 본다면 스페인 홀로코스트의 실제 역사를 더욱 풍부하게 이해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

 

원작 그래픽 노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백미는 수용소 안에서 일어난 영웅적인 행동이라기보다는 마우트하우젠 강제수용소 해방 이후의 내용입니다. 영화는 프랑시스코 부아의 영웅적인 면모를 기록 영화의 한 장면을 써서 부각하며 끝맺고 있지만, 사실 뉘른베르크 재판 과정에 증인으로 참석한 그가 느낀 절망감은 책을 통해서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

 

제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스페인 내전은 보면 볼수록 한국전쟁을 생각나게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중심으로 놓고 인트로와 아웃트로로 수미쌍관을 이룬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한 국가의 내전이었지만 수많은 국가가 참전하여 국제 대리전 성격이 강했던 상황, 국민의 염원과 달리 외세가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않았거나 국민들의 뜻을 무시한 것도 유사합니다. 스페인을 독재정권에서 해방하기를 거부한 연합군, 통일 정부로서 선거를 치르기를 앙망했던 국민들의 뜻을 무시하고 남한 단독 선거로 정부가 수립되었던 모습도 겹쳐 보입니다. 두 내전의 결과가 결국 독재정권으로 귀결되었다는 점까지 비슷하죠. 스페인에는 프랑코, 북한에는 김일성, 남한에는 이승만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지만 그 어느 나라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던 무국적자 신분의 프랑시스코 부아의 처지는, 해방이 됐건만 일본은 물론 남북한 어디서도 제대로 된 환영을 받지 못했던 조선적(朝鮮籍) 사람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출처 -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


서두에 언급했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처럼 별다른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스페인과 한국의 역사에 이런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마우트하우센의 사진사〉를 더욱 뜻깊게 보기 위해서라도 책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를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 '스페인 내전'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영화만 보는 것은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15년 동안 갇혀 있었던 부분만 보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 대사로 표현되었다시피 〈올드보이〉의 핵심은 15년 동안의 감금이 아니라 '왜 풀어줬느냐'에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시스코 부아의 삶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스페인 사람이면서 동시에 무국적자로서 어떤 나라의 환대도 기대할 수 없었던 스페인 수감자들의 절망감을 이해하는 것이 책과 영화의 핵심입니다. 그래픽 노블을 통해 스페인 내전이라는 그 배경에까지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무엇보다 의미 있는 독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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