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겨울은 '삼한사온'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일주일 중 3일 춥고 4일은 좀 따뜻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삼한사미'라는 말이 대체하고 있습니다. 3일 춥고 4일은 미세먼지에 시달린다는 의미입니다. 조금 따뜻해질라치면 중국에서 스모그와 초미세먼지가 밀려와 숨이 막히고, 시베리아 삭풍이 불어오면 미세먼지는 사라지지만 북극 추위가 밀려옵니다. 대한민국의 겨울은 미세먼지로 숨막혀 죽을래, 아니면 추워 죽을래 하고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느낌입니다. 작년에 비해 추위는 좀 누그러졌다지만 초미세먼지는 무시하고 넘길 수 없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출처 - MBC


미세먼지의 원인 파악부터 대책 마련까지 그간 다양한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있죠. 미세먼지와 스모그의 큰 원인인 중국의 적반하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중국 생태환경부 대기국 국장은 중국 미세먼지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른 사람 탓만 하다가는 정작 미세먼지를 해결할 기회를 잃는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대기는 중국의 발표에 의하면 40%가 개선됐는데 한국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악화됐다며 서울의 공기를 오염시키는 물질은 서울에서 배출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겁니다. 이는 중국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발언일 뿐입니다. 

 

출처 - MBC

 

중국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나름대로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우리나라 대기오염 물질의 최소 30%가 중국에서 건너온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중국 정부가 40%나 나아졌다고 자신하는 베이징 일대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최근 3년 모두 같은 해 서울 평균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았습니다. 베이징 일대 초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을 볼 때 중국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죠. 북풍이 부는 시기에 중국에서 밀려오는 공기가 남쪽으로 쓸려내려가 공기가 깨끗해지는 것만 봐도 중국이 한국 미세먼지 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명합니다.


출처 - 조선비즈


초미세먼지와 관련해 또 하나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것은 원전 마피아들입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였고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발생 수치가 높아졌다고 주장합니다. 지난달 14일 MIT 에너지 이니셔티브와 서울대 원자력 정책센터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심포지엄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의 논조를 보면 뻔합니다. 태양광, 풍력 등 대체 에너지는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발생하며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하는 데에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면서 현 시점에서는 기존 원전에 재투자해 설계수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죠. 《조선일보》의 헤드라인은 MIT의 고언 "한국, 미세먼지 싫다면 원자력 투자하라"였습니다. 원전의 안전 관련 우려와 핵연료 처리문제 등 후처리 비용까지 생각하면 원전은 값싼 에너지가 아니고 만약의 경우 치명적으로 위험한 건 원전 쪽이라는 사실에 대해 대부분의 참석자가 눈을 감았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애초에 탈원전을 대신한 화력발전이 미세먼지량을 늘렸다는 것도 틀린 말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석탄 화력 발전량은 2년 전보다 11% 늘어났지만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한 미세먼지는 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원전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통계치입니다. 석탄발전소 6기를 LNG로 전환하고 오염물질을 걸러 내보내는 탈황, 탈진 설비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효과를 본 것입니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중대형 화물차를 조기 폐차하면 최대 3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친환경차 대체 정책도 진행 중입니다. 이처럼 에너지 전환 정책은 긴 기간이 필요한 일이고, 현재 가동 혹은 건설 중인 원전 현황을 봐도 원전 비율이 낮은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미세먼지 문제에 탈원전을 끌어들이는 것은 의도가 의심스러운 주장일 수밖에 없죠.


출처 -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 참모진들에게 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시도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할 때라며 초미세먼지 문제를 재난에 준해 생각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여기에는 최근 중국와 태국이 실시한 인공강우에 대한 염두도 들어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중국과 태국도 하는데 우리는 왜 못 하나 싶으셨을 겁니다. 비로 초미세먼지를 씻어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환경에 끼칠 영향이나 기술적인 문제도 문제거니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기후 조건 때문에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합니다. 서해안 일대의 온난기단이 접근해 따뜻한 날씨의 고기압이 자리잡으면 서풍이 불며 중국발 미세먼지가 대거 넘어오는데요, 이렇게 되면 고기압의 영향으로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가 됩니다. 현재로서는 비구름이 아예 없는 맑은 하늘에서 인공강우를 실현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태국처럼 우리나라가 비구름 생성이 잘되는 온난다습한 기후가 아니니까요. 그러므로 적어도 현재까지는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대책은 되지 못하는 셈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서해상에서 실시했던 인공강우 실험을 분석한 결과, 국립환경과학원과 국립기상과학원은 유의미한 강수 관측은 없었으나, 추가적인 인공강수 실험을 실시하며 미세먼지 변화를 관측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공동으로 실험을 진행했던 국립기상과학원 관계자는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씻어내려면 최소 시간당 10mm 이상의 강한 비가 내려야 하지만, 아직 그 정도의 강우량을 기록할 수 있는 인공강우 기술은 개발되지 못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대통령의 주문으로 단행한 인공강우 실험은 정치적 이벤트로 끝난 셈입니다.

 


출처 - 위키트리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들어 유례없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많아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며 이를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참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사과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표현할 만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이 됩니다. 설 연휴가 지난 현재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나쁨(일평균 36∼75㎍/㎥)' 일수를 40일로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중국의 책임 있는 저감 노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협약화 방안'을 상반기 중 마련하고, 오는 11월 개최될 한·중·일 환경장관 회의에서 제안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미세먼지특위)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위원장인 이낙연 국무총리와 문길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총장 주재로 첫 회의를 갖고 '미세먼지특위 운영 계획'과 '미세먼지 대책 중점 추진계획' 안건을 논의했습니다. 환경부는 연차별로 미세먼지 평균 농도 목표치와 감축량을 설정해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뉴시스

 

미세먼지특위가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적어도 당분간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제대로 기능하는 마스크를 쓰는 등 개인의 노력으로 넘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설 잘 쇠셨는지요? 오랜만에 가족, 친지들과 돈독한 정을 나눈 분도 계실 테고,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계기로 삼은 분도 계시겠지요.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며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원했는데요,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설 연휴 사이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과연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출처 - 경향신문

 

생각비행은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며 한반도에도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이루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했습니다. 그 희망의 빛이 보이는 걸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 시각) 신년 국정연설에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사적 노력"을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대북 압박을 이야기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역사적 노력의 일환이자 주요 전환점이 될 것을 시사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립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미군기로 평양으로 날아가 상대자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정상회담의 합의문을 조율하는 등 실무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소한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던 예전과 달리 양측의 관계와 북미 정상회담을 대하는 자세가 상당히 달라졌다는 증거로 봐도 무방하겠죠.

 

출처 - YTN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전체의 폐기를 약속했다고 공개하는 등 비건 대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인정했습니다. 또한 미국은 완강했던 '선비핵화' 조건에서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의 '동시적·병행적' 이행으로 태도 변화를 보였습니다. 그간 접점을 찾지 못했던 북미 간 대화에 소통의 활로가 트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역사적 노력'을 강조하며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국 내 회의론을 불식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기도 했는데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발언을 보면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님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체제를 향한 논의의 물꼬를 튼다면 동북아 평화에 역사적인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출처 - Dan Scavino Jr./United States Government 
 

지난해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및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포괄적 합의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당연한 목표가 되겠죠. 북미 정상이 회담 일정을 1박 2일로 잡은 것만 봐도 성과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자 지난 6일 환영 논평을 내어 "두 정상은 이미 싱가포르에서 70년 적대의 역사를 씻어내는 첫발을 뗀 바 있다. 이제 베트남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진전의 발걸음을 내디뎌주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 실무 협상 경과를 지켜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소통할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기간에 베트남 현지를 방문할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둔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은 당연히 커집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촉진자 역할을 해서 대한민국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를 이루는 초석이 되길 기대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설 연휴 기간에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가 오는 27~28일로 확정되면서 자유한국당에는 불똥이 튀었습니다.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27일 열기로 했기 때문이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자유한국당은 북미 정상회담의 영향으로 주목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전당대회 날짜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선거관리위원장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지난 6일 "국민적 관심사이자 당의 터닝포인트가 될 전대가 북미회담에 밀리면 의미가 없어진다"면서 "당 사무처의 실무적 검토를 거쳐 8일 선관위 회의를 소집해서 전대 일자 변경을 논의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이렇게 급박하게 전당대회 일정을 바꾸려는 이유가 있죠. 아시다시피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의 영향으로 선거에 참패했기 때문입니다. 내·외신은 물론 국민적 관심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쏠릴 게 뻔하므로 자유한국당은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결국 이해당사자인 자유한국당 대표 후보들은 앞다퉈 연기론을 펴고 나섰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회담은) 한국당 전대 효과를 감살하려는 저들의 술책에 불과하단 걸 이번엔 국민들이 알았으면 한다"면서 "미북회담 일정 변경을 요구할 수 없으니, 당에서 전대를 한달 이상 미뤄 지방선거 때처럼 일방적으로 저들의 책략에 당하지 않도록 검토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공식 출마선언을 앞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당의 중요한 행사가 북미회담이란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연기론에 가세했습니다. 김진태 의원은 "미북회담이 하필 전대일이다. 지방선거 전날 1차회담이 열리더니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며 "김정은-문재인정권이 그렇게 요청했을 것이고 미국에선 한국에 야당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고 일주일 연기를 주장했습니다. 한편 황교안 전 총리는 "선관위가 판단을 하면 의견이 모아진 결과대로 따라가면 될 것"이라며 "선수가 경기 규칙을 이렇게, 저렇게 정해달라 이야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거리를 뒀습니다.

 

출처 - 뉴스1 

 

이런 당내 사정 때문일까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오는 27~28일 양일간 베트남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을 때 자유한국당은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야가 같이 환영의 뜻을 밝힌 것과 대조적인 풍경이죠.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6일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남북 대화와 확고한 한미 공조체계를 바탕으로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수석대변인은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핵을 폐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해야 하며,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행조치에 따라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경제협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죠. 민주평화당 박주현 대변인은 "당력을 집중해 평화문제에 관해 협력할 것이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과거의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서 한반도평화문제의 진전을 위해 함께 뜻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북미 정상의 첫 만남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며 "이제 두 번째 만남이 이뤄진 만큼 행동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성과로 한반도 평화의 새 이정표가 새겨지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전문가들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성과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당분간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면 안보 위기가 부각되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난 6일 《뉴스1》과 통화에서 "북미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으로 본다. 남북한의 관계개선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면서도 "정부·여당에 북미정상회담은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보수층이 볼 때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불만족스럽다면 한국당의 대여공세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에 따라 진보층 역시 결집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지난해에 비해 저조한 상황이며,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과 같은 뜨거운 반응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북미정상회담이 국민의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반대로 실망감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여당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는 점을 강조하면 여당 지지율은 한동안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북미정상회담 결과 북한이 핵을 여전히 보유한 상태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국내에선 큰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우파진영은 종전선언을 두고 유엔사 해체나 주한미군 철수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안보위기 의식이 커지면서 보수층이 강고하게 결집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출처 - 홍준표 페이스북

 

홍준표 전 대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의견을 밝혔는데요, 여기서 북한과 미국이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목적으로 날짜를 전당대회와 겹치게 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습니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12일에 개최된 1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를 두고서도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라고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죠. 이번에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날짜에 문재인 정부가 관여했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억측을 이어나갔습니다. 여론이 움직이는 중요한 국면에서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홍준표의 특기라고 할 수 있죠.

 

지난 4일 홍 전 대표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을 여론 조작 대선으로 규정했습니다. 그가 이런 음모론을 제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뷰에 앞서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론조작으로 진행된 불법 대선을 다시 무효로 한다면 엄청난 정국 혼란이 오기 때문에 대선 무효를 주장하지 않겠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은 할 때가 됐다"고 하며 "다시 여의도로 돌아간다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위해 전국을 순회하면서 국민저항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약 7개월 만에 셀프면죄부를 주며 당권 도전에 나서 전직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얘기하는 것도 기가 찰 노릇이지만, "지난 7개월 동안 '페이스북'과 'TV홍카콜라'를 통해 국민, 당원들과 직접 소통해 온 결과, 댓글 민심은 적게는 61%에서 많게는 94%에 달하는 국민들이 저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어 이제 저는 국민과 당원 여러분들의 엄숙한 부름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말하며 '국민의 부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당권에 도전하는 것을 보면, 홍준표는 여전히 국민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개·돼지'로 인식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2018년 6월 15일에 올린 〈6.13 지방선거로 드러난 민심은 무엇일까?〉라는 기사에서 밝혔듯이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국민의 뜻은 분명했습니다. 구태의연한 수구와는 결별할 시간이며 평화를 위한 진보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개선으로 안보장사는 먹히지 않았고 통일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습니다. 타 정당의 발목 잡기로 속도를 낼 수 없었던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민심이 표출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 몰표를 준 것은 정치개혁을 하라는 국민의 명령이요 민심의 발로였습니다. 

역대급 승리를 거둔 더불어민주당도 자만은 금물입니다. 지난 지방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이지 더불어민주당 자체의 호감도로 승리한 선거가 아니었다는 평가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자만하다 민생을 살피지 못하면 다음 총선 때는 과거 열린우리당 꼴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평화를 향한 여정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소수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선택이 사표가 되지 않고 의석수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연령을 낮추고 비례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구제 개편에 관심을 기울일 때입니다. 참여하는 시민이 민주주의의 대안입니다. '할 수 없다' '될 수 없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다'라는 생각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많은 시민이 삶을 변화시킬 정치에 도전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야 합니다. 홍준표, 오세훈, 김진표, 황교안같이 제 잘못을 모르고 당권에 도전하는 정치꾼과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향한 여정에 걸림돌이 되는 자유한국당 같은 수구 세력을 단죄하는 것이야말로 그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되어 오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 24일 새벽 구속됐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사법행정권 남용의 혐의에 대해 검찰이 제기한 구속영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구속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죠.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표현을 이렇게 자주 사용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대통령, 국정원장, 대법원장 등 국가 권력 서열 1위부터 줄줄이 구속되다 보니 요즘 인기 있다는 넷플릭스 드라마처럼 '지정생존자'라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농담이 인터넷에 유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대한민국 헌법은 법관이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삼권이 분립되어 있고 법관 한 명 한 명이 헌법적 기관으로 존중받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법원행정처를 통해 법관들의 인사권을 거머쥐고서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었으며, 박근혜 정권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재판 사건을 들고 가서 정치적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원세훈 국정원장 댓글부대 여론조작 사건 등의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사실이 만천하에 다 드러났죠. 누구보다 사법부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켜내야 했던 대법원장이 자기 이익과 협잡에 앞장섰던 겁니다. 이런 마당에 누가 사법부 판결의 권위와 헌법적 가치 그리고 양심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출처 - MBC


들끓는 여론 때문인지 서울중앙지법은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적시하며 양승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죠. 사실상 법원도 양승태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이자 이 사태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라고 판단한 것이죠. 이전에 박병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을 때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특히 양승태가 이 사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서 후배 법관들의 진술에 대해 거짓 진술이라는 취지로 반박하거나 자신의 개입 근거가 되는 주요 증거자료에 대해 사후조작 가능성을 주장하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점을 특히 고려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승태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시작될 경우 후배 판사들과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31일 YTN은 <'양승태 구속' 언론 성향별 보도 형태는?>이라는 꼭지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다룬 언론, 방송의 보도 형태를 분석했습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전 대법원장 구속이라는 사건에 대해 5대 일간지를 분석한 결과 조선, 중앙, 동아 중에서 《조선일보》가 130여 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중에서 《경향신문》은 《중앙일보》보다 보도량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독자층이 젊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출처 - YTN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사회적 정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이 주제에 민감한 독자층을 겨냥한 것이었습니다. 아울러 박근혜 정권의 사법농단이 이제야 해결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되고, 젊은층과 진보층을 중심으로 블랙리스트 사건이 어떻게 종결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드러난 측면이 있습니다.


출처 - YTN

 

한편 언론, 방송의 보도를 보면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사건 자체를 스포츠 중계하듯이 일일이 다 중계하는 것이죠. 사법농단이라는 큰 구조 속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이 어떤 의미가 있으며, 관련된 재판의 의미가 무엇이고, 이와 관련해 사법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개혁적 논의 등에 대한 심층적인 기사를 내보내기보다는 당시 일어나고 있는 사실 위주의 스트레이트성 보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언론, 방송 환경의 제한성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심층적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하는 개선점이 보입니다.

 

출처 - MBC

 

사법농단 사태의 몸통인 양승태의 구속으로 사법 적폐 청산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양승태의 지시를 따른 법관들에 대한 탄핵이 거론된 바 있는데요. 이론상 법관에 대한 탄핵이 가능하지만 이전에는 법관에 대한 탄핵이 실제로 일어난 적은 없었죠. 시민단체들에서 탄핵 소추가 필요한 법관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도 했으니 어쩌면 또 하나의 '헌정 사상 최초'라는 표현을 쓰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 MBC

출처 - 한국일보


행정부, 사법부가 헌정 사상 최초 기록을 세웠는데 입법부라고 문제가 없을까요? 양승태 구속의 여파로 국회의원들의 각종 재판 청탁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정황은 검찰 조사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죠. 청탁은 보수, 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2015년 국회 파견 판사한테 지인 아들의 강제추행미수죄에 대한 선처를 요청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은 자신의 민사 사건과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법원행정처에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죠. 특히 홍일표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인 상고법원 신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국정농단에 이어 사법농단에 대한 단죄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향후 수사와 재판으로 부정한 청탁과 불의한 거래를 속속 드러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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