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 우리에게 어떤 영향 끼치나?

설 잘 쇠셨는지요? 오랜만에 가족, 친지들과 돈독한 정을 나눈 분도 계실 테고,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계기로 삼은 분도 계시겠지요.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며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원했는데요,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설 연휴 사이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과연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출처 - 경향신문

 

생각비행은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며 한반도에도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이루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했습니다. 그 희망의 빛이 보이는 걸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 시각) 신년 국정연설에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사적 노력"을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대북 압박을 이야기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역사적 노력의 일환이자 주요 전환점이 될 것을 시사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립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미군기로 평양으로 날아가 상대자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정상회담의 합의문을 조율하는 등 실무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소한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던 예전과 달리 양측의 관계와 북미 정상회담을 대하는 자세가 상당히 달라졌다는 증거로 봐도 무방하겠죠.

 

출처 - YTN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전체의 폐기를 약속했다고 공개하는 등 비건 대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인정했습니다. 또한 미국은 완강했던 '선비핵화' 조건에서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의 '동시적·병행적' 이행으로 태도 변화를 보였습니다. 그간 접점을 찾지 못했던 북미 간 대화에 소통의 활로가 트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역사적 노력'을 강조하며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국 내 회의론을 불식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기도 했는데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발언을 보면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님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체제를 향한 논의의 물꼬를 튼다면 동북아 평화에 역사적인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출처 - Dan Scavino Jr./United States Government 
 

지난해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및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포괄적 합의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당연한 목표가 되겠죠. 북미 정상이 회담 일정을 1박 2일로 잡은 것만 봐도 성과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자 지난 6일 환영 논평을 내어 "두 정상은 이미 싱가포르에서 70년 적대의 역사를 씻어내는 첫발을 뗀 바 있다. 이제 베트남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진전의 발걸음을 내디뎌주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 실무 협상 경과를 지켜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소통할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기간에 베트남 현지를 방문할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둔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은 당연히 커집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촉진자 역할을 해서 대한민국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를 이루는 초석이 되길 기대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설 연휴 기간에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가 오는 27~28일로 확정되면서 자유한국당에는 불똥이 튀었습니다.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27일 열기로 했기 때문이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자유한국당은 북미 정상회담의 영향으로 주목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전당대회 날짜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선거관리위원장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지난 6일 "국민적 관심사이자 당의 터닝포인트가 될 전대가 북미회담에 밀리면 의미가 없어진다"면서 "당 사무처의 실무적 검토를 거쳐 8일 선관위 회의를 소집해서 전대 일자 변경을 논의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이렇게 급박하게 전당대회 일정을 바꾸려는 이유가 있죠. 아시다시피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의 영향으로 선거에 참패했기 때문입니다. 내·외신은 물론 국민적 관심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쏠릴 게 뻔하므로 자유한국당은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결국 이해당사자인 자유한국당 대표 후보들은 앞다퉈 연기론을 펴고 나섰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회담은) 한국당 전대 효과를 감살하려는 저들의 술책에 불과하단 걸 이번엔 국민들이 알았으면 한다"면서 "미북회담 일정 변경을 요구할 수 없으니, 당에서 전대를 한달 이상 미뤄 지방선거 때처럼 일방적으로 저들의 책략에 당하지 않도록 검토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공식 출마선언을 앞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당의 중요한 행사가 북미회담이란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연기론에 가세했습니다. 김진태 의원은 "미북회담이 하필 전대일이다. 지방선거 전날 1차회담이 열리더니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며 "김정은-문재인정권이 그렇게 요청했을 것이고 미국에선 한국에 야당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고 일주일 연기를 주장했습니다. 한편 황교안 전 총리는 "선관위가 판단을 하면 의견이 모아진 결과대로 따라가면 될 것"이라며 "선수가 경기 규칙을 이렇게, 저렇게 정해달라 이야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거리를 뒀습니다.

 

출처 - 뉴스1 

 

이런 당내 사정 때문일까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오는 27~28일 양일간 베트남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을 때 자유한국당은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야가 같이 환영의 뜻을 밝힌 것과 대조적인 풍경이죠.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6일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남북 대화와 확고한 한미 공조체계를 바탕으로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수석대변인은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핵을 폐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해야 하며,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행조치에 따라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경제협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죠. 민주평화당 박주현 대변인은 "당력을 집중해 평화문제에 관해 협력할 것이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과거의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서 한반도평화문제의 진전을 위해 함께 뜻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북미 정상의 첫 만남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며 "이제 두 번째 만남이 이뤄진 만큼 행동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성과로 한반도 평화의 새 이정표가 새겨지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전문가들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성과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당분간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면 안보 위기가 부각되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난 6일 《뉴스1》과 통화에서 "북미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으로 본다. 남북한의 관계개선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면서도 "정부·여당에 북미정상회담은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보수층이 볼 때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불만족스럽다면 한국당의 대여공세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에 따라 진보층 역시 결집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지난해에 비해 저조한 상황이며,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과 같은 뜨거운 반응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북미정상회담이 국민의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반대로 실망감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여당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는 점을 강조하면 여당 지지율은 한동안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북미정상회담 결과 북한이 핵을 여전히 보유한 상태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국내에선 큰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우파진영은 종전선언을 두고 유엔사 해체나 주한미군 철수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안보위기 의식이 커지면서 보수층이 강고하게 결집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출처 - 홍준표 페이스북

 

홍준표 전 대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의견을 밝혔는데요, 여기서 북한과 미국이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목적으로 날짜를 전당대회와 겹치게 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습니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12일에 개최된 1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를 두고서도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라고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죠. 이번에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날짜에 문재인 정부가 관여했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억측을 이어나갔습니다. 여론이 움직이는 중요한 국면에서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홍준표의 특기라고 할 수 있죠.

 

지난 4일 홍 전 대표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을 여론 조작 대선으로 규정했습니다. 그가 이런 음모론을 제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뷰에 앞서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론조작으로 진행된 불법 대선을 다시 무효로 한다면 엄청난 정국 혼란이 오기 때문에 대선 무효를 주장하지 않겠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은 할 때가 됐다"고 하며 "다시 여의도로 돌아간다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위해 전국을 순회하면서 국민저항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약 7개월 만에 셀프면죄부를 주며 당권 도전에 나서 전직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얘기하는 것도 기가 찰 노릇이지만, "지난 7개월 동안 '페이스북'과 'TV홍카콜라'를 통해 국민, 당원들과 직접 소통해 온 결과, 댓글 민심은 적게는 61%에서 많게는 94%에 달하는 국민들이 저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어 이제 저는 국민과 당원 여러분들의 엄숙한 부름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말하며 '국민의 부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당권에 도전하는 것을 보면, 홍준표는 여전히 국민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개·돼지'로 인식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2018년 6월 15일에 올린 〈6.13 지방선거로 드러난 민심은 무엇일까?〉라는 기사에서 밝혔듯이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국민의 뜻은 분명했습니다. 구태의연한 수구와는 결별할 시간이며 평화를 위한 진보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개선으로 안보장사는 먹히지 않았고 통일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습니다. 타 정당의 발목 잡기로 속도를 낼 수 없었던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민심이 표출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 몰표를 준 것은 정치개혁을 하라는 국민의 명령이요 민심의 발로였습니다. 

역대급 승리를 거둔 더불어민주당도 자만은 금물입니다. 지난 지방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이지 더불어민주당 자체의 호감도로 승리한 선거가 아니었다는 평가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자만하다 민생을 살피지 못하면 다음 총선 때는 과거 열린우리당 꼴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평화를 향한 여정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소수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선택이 사표가 되지 않고 의석수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연령을 낮추고 비례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구제 개편에 관심을 기울일 때입니다. 참여하는 시민이 민주주의의 대안입니다. '할 수 없다' '될 수 없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다'라는 생각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많은 시민이 삶을 변화시킬 정치에 도전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야 합니다. 홍준표, 오세훈, 김진표, 황교안같이 제 잘못을 모르고 당권에 도전하는 정치꾼과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향한 여정에 걸림돌이 되는 자유한국당 같은 수구 세력을 단죄하는 것이야말로 그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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