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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사법농단의 주범 양승태의 구속, 그 이후 사회는?

by 생각비행 2019. 2. 1.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되어 오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 24일 새벽 구속됐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사법행정권 남용의 혐의에 대해 검찰이 제기한 구속영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구속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죠.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표현을 이렇게 자주 사용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대통령, 국정원장, 대법원장 등 국가 권력 서열 1위부터 줄줄이 구속되다 보니 요즘 인기 있다는 넷플릭스 드라마처럼 '지정생존자'라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농담이 인터넷에 유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대한민국 헌법은 법관이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삼권이 분립되어 있고 법관 한 명 한 명이 헌법적 기관으로 존중받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법원행정처를 통해 법관들의 인사권을 거머쥐고서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었으며, 박근혜 정권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재판 사건을 들고 가서 정치적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원세훈 국정원장 댓글부대 여론조작 사건 등의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사실이 만천하에 다 드러났죠. 누구보다 사법부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켜내야 했던 대법원장이 자기 이익과 협잡에 앞장섰던 겁니다. 이런 마당에 누가 사법부 판결의 권위와 헌법적 가치 그리고 양심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출처 - MBC


들끓는 여론 때문인지 서울중앙지법은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적시하며 양승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죠. 사실상 법원도 양승태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이자 이 사태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라고 판단한 것이죠. 이전에 박병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을 때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특히 양승태가 이 사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서 후배 법관들의 진술에 대해 거짓 진술이라는 취지로 반박하거나 자신의 개입 근거가 되는 주요 증거자료에 대해 사후조작 가능성을 주장하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점을 특히 고려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승태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시작될 경우 후배 판사들과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31일 YTN은 <'양승태 구속' 언론 성향별 보도 형태는?>이라는 꼭지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다룬 언론, 방송의 보도 형태를 분석했습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전 대법원장 구속이라는 사건에 대해 5대 일간지를 분석한 결과 조선, 중앙, 동아 중에서 《조선일보》가 130여 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중에서 《경향신문》은 《중앙일보》보다 보도량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독자층이 젊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출처 - YTN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사회적 정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이 주제에 민감한 독자층을 겨냥한 것이었습니다. 아울러 박근혜 정권의 사법농단이 이제야 해결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되고, 젊은층과 진보층을 중심으로 블랙리스트 사건이 어떻게 종결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드러난 측면이 있습니다.


출처 - YTN

 

한편 언론, 방송의 보도를 보면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사건 자체를 스포츠 중계하듯이 일일이 다 중계하는 것이죠. 사법농단이라는 큰 구조 속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이 어떤 의미가 있으며, 관련된 재판의 의미가 무엇이고, 이와 관련해 사법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개혁적 논의 등에 대한 심층적인 기사를 내보내기보다는 당시 일어나고 있는 사실 위주의 스트레이트성 보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언론, 방송 환경의 제한성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심층적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하는 개선점이 보입니다.

 

출처 - MBC

 

사법농단 사태의 몸통인 양승태의 구속으로 사법 적폐 청산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양승태의 지시를 따른 법관들에 대한 탄핵이 거론된 바 있는데요. 이론상 법관에 대한 탄핵이 가능하지만 이전에는 법관에 대한 탄핵이 실제로 일어난 적은 없었죠. 시민단체들에서 탄핵 소추가 필요한 법관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도 했으니 어쩌면 또 하나의 '헌정 사상 최초'라는 표현을 쓰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 MBC

출처 - 한국일보


행정부, 사법부가 헌정 사상 최초 기록을 세웠는데 입법부라고 문제가 없을까요? 양승태 구속의 여파로 국회의원들의 각종 재판 청탁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정황은 검찰 조사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죠. 청탁은 보수, 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2015년 국회 파견 판사한테 지인 아들의 강제추행미수죄에 대한 선처를 요청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은 자신의 민사 사건과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법원행정처에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죠. 특히 홍일표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인 상고법원 신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국정농단에 이어 사법농단에 대한 단죄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향후 수사와 재판으로 부정한 청탁과 불의한 거래를 속속 드러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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