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이 될 뻔한 한빛 1호기, 이제는 탈원전으로!

우리나라 핵발전소가 20세기 핵발전소 사고의 대명사인 체르노빌 사고 직전까지 갔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으신 분이 많으실 겁니다. 지난 5월 10일, 전남 영광군 한빛 핵발전소 1호기에서 체르노빌 사고와 유사한 열 출력이라는 중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핵발전소 시험 중 출력 통제 불능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는데 원전 및 규제당국의 늑장 대처로 핵발전정지 조처가 12시간이나 지체된 것으로 드러났죠.


출처 – 이투뉴스


지난 20일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9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아 이튿날 오전 원자로 특성시험을 벌이던 한빛원전 1호기에서 문제가 터졌다고 합니다. 원자로 출력을 높이기 위해 핵연료를 덮고 있는 제어봉을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갑자기 보조급수폄프가 저절로 작동했습니다. 한수원은 당시 원자로 냉각재 온도 상승으로 증기발생기 수위가 올라가 모든 주급수펌프에 정지신호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는데요, 보조펌프 자동 기동은 단순한 고장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한빛 1호기는 원자로 내 열 출력이 운영지침서의 제한치인 5%를 3배 이상 초과한 18%까지 치솟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원자로의 냉각재 온도는 302도까지 치솟았고 증기발생기 수위도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출처 - 한국일보


핵발전소 전문가들에 의하면 원자로는 저출력 상태에서 제어가 매우 어려워 자칫 출력이 폭증하는 열폭주 상태로 치닫기 쉽다고 합니다. 열 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했다면 즉각 원전을 정지시켜야 하는 위험천만한 상태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1986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핵발전소 참사도 마찬가지로 터빈 출력시험 중 제어봉을 조작해 무리하게 출력을 올리다가 짧은 시간에 원자로가 폭주하면서 발생했다는 걸 생각하면 한빛 1호기와 체르노빌의 차이는 안전장치가 작동했고 안 했고의 차이, 그러니까 세우는데 성공했고 실패했고의 차이밖에 없는 셈입니다.

 

출처 -JTBC

 

만약 '아차' 하는 순간 체르노빌처럼 한빛 1호기가 폭주하기 시작했다면 최악의 경우 사람들은 자기가 죽는지도 모르고 죽었을 일이고, 전라도 일대가 증발하고, 경상도와 충청도, 그리고 수도권까지 낙진으로 2차 피해를 입었을 일입니다. 체르노빌, 후쿠시마가 남 얘기가 아니게 될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을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쳤다는 겁니다.


출처 - JTBC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런 중대사고를 일반 원전 고장정지처럼 대응했다는 사실입니다. 한빛 1호기의 이상을 1시간 전에 알았으나 무리하게 가동을 강행한 겁니다. 그리고 원자로 출력 제한치 초과 등에 대해 12시간이 지나서야 공개했습니다. 원전 측이 제한치 초과 사실을 알리지 않아 규제 기관인 원안위가 상황을 파악하고 수동정지를 지시하기까지 무려 12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지역 원전 감시 기구나 주민에게 알린 시점도 이상이 발생한 지 6시간이 넘은 뒤였습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상 열 출력이 제한치를 넘으면 원자로 가동을 즉시 멈춰야 합니다.


출처 - 뉴스1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조사결과 이 사건 당시 조작한 사람이 무면허인 것으로 드러난 부분입니다. 당시 설비 운전자의 제어봉 조작실수로 빚어진 일이었다고 하는데요. 원래 면허자의 직접 운용 또는 감독, 지시하에 제어봉 조작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중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은 셈입니다. 결국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만들어낸 인재였음이 드러났습니다. 한수원은 한빛발전소장과 발전팀장 등 책임자 3명을 직위해제해 사실상 자신들의 원자로 설비 운용 실수를 시인했습니다. 또한 한수원은 규제 감독 기관인 원안위에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즉시 원자로 가동 중지 등의 조처를 취하지 않아 운영 면에서든 지휘 면에서든 심각한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드러냈습니다. 원안위는 현재 특별사법경찰을 한빛원전에 투입해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특별사법경찰은 원자력 관련 위법 행위에 대해 수사권을 가진 공무원이며, 과거 벌칙이나 과징금 등 행정처분에 그쳤던 것과 달리 2017년 특사경 제도 시행 이후 긴급체포, 압수수색, 구속영장 신청 등의 수사활동이 가능해졌습니다. 조사를 철저히 하려는 건 불행 중 다행이지만 이런 운영 미숙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올해 5월 재가동 승인을 내준 것 또한 규제 및 감독 기관인 원안위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체르노빌조차 무자격자 운전 사고는 아니었습니다. 이번엔 운이 좋아서 참사를 면했지만 과정만 놓고 보면 체르노빌보다 더한 인재입니다. 꼬리 자르기가 아닌 원전, 한수원, 원안위까지 원전 마피아들을 완전히 도려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사건입니다.


출처 - 서울경제


인류 최악의 원전사고로 일컬어지는 체르노빌 사고가 30년도 더 된 얘기라 사고 현장 처리가 다 끝난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처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체르노빌 사고 현장을 수백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돔으로 봉인한 것이 겨우 2년 전인 2017년입니다. 이 돔을 만드는 데만 20년이 넘게 걸렸죠. 그나마 봉인은 했으나 사고가 난 핵발전소 4호기 안에는 핵 연료가 80% 남아 있으며 돔 안에서 이제부터 해체에 들어갑니다. 이 봉인된 주변 오염 지역은 2600제곱킬로미터에 이르고, 이 지역에 사람이 다시 살려면 3000년은 넘게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당시 공식적으로만 7000명이 사망했고 70만 명이 관련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런 참사가 같은 핵발전소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핵발전이란 기술을 운영하는 인간, 나아가 탐욕으로 점철된 원전 마피아들을 믿을 수 없다는 점이 이번 한빛 핵발전소 사고를 통해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이제는 정말 탈원전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 어디로 가는가?》의 저자 신동한 에너지전환연구소장의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에너지 체제는 시대에 따라 바뀐다

 

인류는 150만 년 전 불을 사용하면서 엄청난 변화를 시작하였다. 인간의 힘은 미약하기 짝이 없지만 자연의 에너지를 활용하면서 다른 동물들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서기 1년에 2억 명이던 인구는 오늘날 76억 명이 넘는 대가족으로 불어났다.


오랫동안 인류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였다. 세월이 흘러 부잣집이나 대장간에서는 연기가 적고 열량이 많은 숯을 쓰기도 했지만, 이 역시 나무를 이용한 것이다. 목재와 숯을 사용하는 바이오연료 시대는 150만 년을 이어왔다. 지금도 약 27억 명은 가정용 연료로 나무를 때고 있다.


석탄이 에너지원으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900년 전의 일이다. 석유는 1859년에 비로소 상용화되었다. 천연가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수십억 년 지구가 기르고 분해하고 압축하고 걸러서 만들어낸 화석연료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수송하기도 편해 인류의 문명을 극적으로 발전시켰다.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무렵 약 5억 명이던 세계 인구는 석유를 사용하기 시작한 19세기 말 약 12억 명으로 늘어난 뒤 20세기에만 5배 이상 늘었다. 오늘날 인류의 물질문명은 온전히 화석연료에 힘입은 바 크다.


제2차 세계대전의 막을 내리게 한 원자폭탄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핵분열 에너지를 활용하는 길을 열었다. 1960년대 상용화한 핵에너지는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약 5퍼센트를 차지하지만 근본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안전 문제로 이미 세 차례 원자로 용융 사고를 일으키고, 핵폐기물 처리라는 난제를 안은 채 점차 경제성마저 다른 에너지원에 뒤떨어지게 되었다.


1970년대의 두 차례 석유 파동은 화석연료가 한정된 매장 자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각국은 새로운 대체에너지 개발에 나섰고 늘 우리 곁에서 힘을 보태주었던 풍력과 지열, 태양에너지가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화석연료의 도움으로 놀랍게 발전한 과학기술은 이런 재생가능에너지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공해주었다.


1992년에 유엔환경회의가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한 이후, 당사국 정상들은 1997년 교토의정서에 이어 2015년 파리협정이라는 행동계획을 수립하였다. 파리협정에서 G7 정상들은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온실가스의 80퍼센트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21세기 안에 종식시키자고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원자력발전 비중이 가장 높은(75퍼센트) 프랑스는 2026년까지 그 비중을 50퍼센트로 낮추는 대신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두 배로 높이기로 하였다.


이렇듯 에너지 체제는 당시 사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변화해왔다. 21세기 현재의 에너지 체제는 화석연료와 핵에너지 중심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에너지 체제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세를 장악한 건 재생가능에너지입니다. 태양에너지, 풍력, 지열, 해양에너지, 바이오에너지, 수력 등 재생가는에너지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르는 50억 년 후까지 고갈되지 않습니다. 에너지 생산에 따른 환경 파괴도 가장 적은 편입니다. 기후변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변화는 화석연료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 경제는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해마다 수십조 원을 해외로 내보낼 필요 없이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쓸 수 있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에너지 체제의 전환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0)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