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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톈안먼 민주화 운동 30주년, 중국 정부는 진실을 밝혀라!

by 생각비행 2019. 6. 7.

지난 6월 4일 중국 톈안먼 사건이 30주년을 맞았습니다. 흔히 천안문 사건으로 알려져 있죠.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역린이 된 이 사건은 집요하고도 잔학한 여론 통제로 제대로 된 실상을 아는 사람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알아도 발설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요.


출처 - EBS


톈안먼 사건은 1989년 중국의 민주화와 개혁, 개방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에서 시작됐습니다. 1987년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민주화에 성공한 이웃나라 한국의 6월 항쟁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1989년 4월 15일 중국 공산당에서 개혁가로 통하던 후야오방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사망합니다. 자유주의적 성향의 지식인과 학생들 사이에서 환영받았던 그이기에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애도를 표하려는 사람들이 톈안먼 광장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광장에서는 중국의 개혁에 실망했다는 목소리와 더불어 시위가 확산되었습니다. 민주적 개혁의 속도를 높이라는 인민의 청원을 정부에 요구하기 시작하며 수천 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4월 19일 중국 공산당 본부의 정문인 시화먼을 점거합니다. 정부의 통제력과 시위대가 충돌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공산당에 부역하는 언론들이 학생들이 선동에 놀아난다는 사설을 내놓자 이에 분노한 인민들이 시위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 KBS


이후 당시 개혁가로 평가받던 공산당 서기 자오쯔양이 학생들과의 대화에 나서기도 했습니다만, 곧 시위대가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당시 강경파였던 총리 리펑은 시위대의 요구에 어느것도 합의해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5월 20일 베이징 정부는 계엄령을 발령하고 군 부대가 베이징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많은 시민이 탱크를 둘러싸고 거리에 방벽을 쌓으면서 시위대와 중국 정부 사이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결국 6월 3일 피의 밤이 시작됐습니다. 저녁 무렵부터 무장 차량과 탱크로 밀고 들어온 인민해방군은 시위대를 향해 총기 사격을 하고 탱크로 깔아뭉개면서 강제 해산시킵니다. 인민해방군이 자국 안에서 무장하지 않은 인민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순간이었죠. 이 참혹한 학살 앞에 몸을 던진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톈안먼 사태의 아이콘인 일명 '탱크맨'입니다. 한 사람이 일렬로 쇄도해오는 기갑부대를 막아서는 기적 같은 일을 해내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죠. 6월 4일 피의 밤이 끝나고 톈안먼 광장은 정리됩니다. 낮에 간헐적으로 총소리가 들리고 학생 대표들은 중국을 탈출했습니다. 톈안먼 사건은 6월 항쟁을 희망하며 시작되었지만 5.18 광주의 참극으로 끝난 현대 중국 인민의 가장 큰 비극이자 중국 공산당 독재정부의 가장 큰 치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로이터


이후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건을 중국 인민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습니다. 그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발표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관련 문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죠. 마치 전두환이 5.18을 회피하듯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건을 지우기에만 급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이날을 5월 35일로 부릅니다. 톈안먼 사태와 관련된 모든 단어, 사진, 영상이 금기어이기 때문입니다. 30주년이 된 지금도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건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언급하더라도 그것은 폭란이자 정치적 풍파였기 때문에 중앙 정부가 진압하는 것이 옳았다는 전두환과 같은 전형적인 독재자의 변명으로만 일관하고 있을 뿐입니다.


출처 - 로이터


하지만 중국 정부가 과연 진실을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까요? 30주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무게 때문인지 여태까지 암묵적으로 언급을 자제하던 세계 각국이 중국 정부를 향해 톈안먼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을 질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나서서 공식 성명서를 통해 톈안먼 사건 30주년을 기념했습니다. 30년간의 희망이 좌절됐다며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과 진실 은폐를 비판하며 인권과 자유 증진을 촉구했죠. 캐나다 트뤼도 총리도 중국 정부에 인권과 시위권,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사실을 왜곡하고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출처 - 뉴스타운

 

다른 나라가 내정 간섭을 하는 게 불편하다면 중국 정부는 내부의 이야기에 귀를 좀 기울여보면 어떨까요? 대만 차이잉원 총통은 톈안먼 시위 유혈 진압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라고 요구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역사적 과거에 대해 조속히 사과하라고 말이죠. 하지만 중국 정부는 자기네 선택이 옳았다며 일축하고 있습니다.


출처 - SBS


이에 반해 홍콩에서는 톈안먼 사건 30주년을 맞이하여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홍콩의 중심가인 빅토리아 파크에 무려 18만 명이 모여 톈안먼 추모행사 사상 가장 많은 참여자 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인민은 잊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희생자를 기리고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의 가치를 소중히 기억하자고 외쳤습니다. 


출처 - SBS


시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습니다. 극심한 통제와 세뇌에 가까운 교육으로 톈안먼 사건을 지우고 있을지라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민주화를 향한 희망과 희생자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습니다. 중국이 진정한 세계의 리더 국가가 되고 싶다면 더 늦기 전에 이런 인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5.18 광주의 진실이 하나하나 드러나듯이 중국도 언제까지 진실을 왜곡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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