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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와 기레기의 대응

by 생각비행 2019. 5. 31.

저 멀리 해외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 탑승 유람선이 전복되어 큰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세월호 참사 5주기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에 또다시 이런 선박 사고가 일어나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허브레아니호' 유람선을 타고 단체 관광 중이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현지 시각 지난 29일 밤 9시 15분께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뒤따라오던 크루즈 선박 '바이킹 시긴호'에 들이받힌 뒤 빠른 속도로 침몰했습니다.

 

출처 - YTN

 

탑승인원 35명 중 헝가리인 승무원 2명을 제외하면 33명 전원이 한국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까지 발표된 바에 의하면 7명은 바로 구조되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7명은 사망했고 실종이 19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헝가리인 승무원 2명의 생사도 아직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헝가리 국영방송 MTI에 의하면 작은 유람선이 대형 크루즈 선박에 들이받힌 것이 원인으로 거론되었습니다. 당시 다리 밑 물살이 거센 가운데 일렬로 이동하던 배들이 교량 아래서 순간 왼쪽으로 밀렸고, 쫓아오던 대형 크루즈선이 교각을 피하고자 갑자기 선회하면서 앞서가던 허블레아니호를 덮치며 사고가 발생했다는 거죠. 사고 지점인 다뉴브강에는 10여 척의 배가 수시로 교행했는데 사고 직후 배들이 뒤엉키며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를 눈앞에서 목격한 부다페스트 현지 교민을 인터뷰한 MBC 보도에 따르면, 배가 두 동강이 나 큰 배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합니다.

 


출처 - MBC

 

날씨도 문제였습니다. 사고 당일 밤 많은 비가 내려 물살이 빨랐기 때문에 피해 유람선이 빠른 속도로 운항하던 대형 선박에 추돌당해 크게 파손되면서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강풍이 불면 강이라도 파도가 생기고 폭우로 유속이 빨라지면 운항하는 선장이 사고에 대처하기 힘들어집니다. 실제로 탑승객 중 한 명은 사고 지점에서 3.2km나 떠내려간 곳에서 구조되었다고 하죠. 당시 현장은 유속이 빠르고 폭우로 유량이 늘어난 상태였고 배들이 충돌하고 가라앉아 소용돌이가 곳곳에 일어났다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원인으로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배에 타고 있다가 글을 올린 한 한국인 관광객은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안 씌워줬다고 전했습니다. MBC와 인터뷰한 석태상 씨도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을 못 봤다고 했습니다. 전 유람선이 다 입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또한 날씨가 안 좋아도 강 수위가 크게 올라가지 않는 한 유람선 운행은 계속했다고 전했습니다. 유람선 탑승객에게 비상시 안전규칙을 설명해주지 않고 악천후에 운항을 취소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또한 폭이 좁은 강에 매일 수천 척의 선박이 무리하게 운항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출처 - 연합뉴스TV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선 여행업 안전가이드 규정을 근거로 여행사가 관광객들이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했는지 확인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요, 선박 전문가에 따르면 나라별로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사고가 난 허블레아니호 정도 크기의 작은 유람선에선 승객들에게 구명조끼 착용 의무는 없습니다. 이는 국내 법령도 마찬가지죠. 항공과 해운 분야는 공통된 기준을 통용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관련 규정이 대동소이합니다. 구명조끼 착용이 의무는 아니지만 허블레아니호 비치 상황과 관련 안내 여부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구명조끼가 비치조차 되어 있지 않았고 여행사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책임에 고려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선 외교부가 선박 내 비치가 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지난 30일 언론 브리핑에서 밝힌 바 있죠.

 

출처 - 연합뉴스TV

 

사고 당시 구조된 관광객은 갑판에 나와 있어 수영을 해서 빠져나온 사람이 대부분이고, 아래층에 있던 탑승객 상당수는 침몰하는 유람선 밖으로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현장을 목격한 석태상 씨도 갑판에 있던 몇 분이 떨어졌고 한순간에 떠내려갔다고 했습니다. 유속이 너무 빨라서 현장에서 구조하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하류 쪽 다리에 큰 배들이 정박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두 명을 받아서 앰뷸런스로 실어갔다고 하죠.


출처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0일 "이미 조치를 취하고 있겠지만 실종자 구조, 수색 작업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가용한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서 헝가리 당국과 협력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하며 구조 인원, 장비를 최대한 빨리 투입해 사고 수습과 조치에 최선을 다하라고도 당부했습니다. 이에 소방청 구조대 2개 팀을 1차 신속대응팀으로 급파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상황관리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정부는 신속히 대응했으나 문제는 언론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건 당시 전원 구조 오보를 내기도 했고, 사람이 죽었는데 유족이 받을 보험금을 운운하던 5년 전 기레기들의 행태를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일부 기레기들은 이번에도 보험금 타령이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망자 여행자 보험 보험금 최대 1억원'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습니다. 게다가 그 기사의 태그에는 깨알처럼 여행자보험, 헝가리, 사망자 여행자보험, 헝가리 유람선, 배상책임보험 보험금이라는 단어들을 나열하고 있었고요. 금수만도 못하다는 표현은 아마 이럴 때 쓰는 거겠죠. 구조 활동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실종자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해도 모자랄 판국 아닙니까? 최소한의 직업윤리가 있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텐데 말이죠. 국민들의 노도와 같은 비판이 일자 한 시간여 만에 제목을 바꾸긴 했습니다만 태그는 그대로입니다. 사람의 목숨조차 돈으로 환산하는 저열한 기레기 근성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군요.

 

출처 - 고발뉴스

 

변상욱 YTN 앵커(전 CBS 대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이 참사에 또 보험금 소식부터 쓰는 기자들은 참 답답하다. 그걸 내보내는 데스크는 원망스럽다. 더구나 두 기사를 대조해 보면 '나타났다'를 '확인됐다'로 바꿔 썼을 뿐 그대로 복사해 붙인 기사다. 그렇게 기자한들 뭘 이루겠는가"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눈앞이 깜깜해지는 참사를 마주한 실종자 가족들과 유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구조되신 분들이 건강에 이상 없이 무사히 귀국하시길 바랍니다.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이 명확히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세월호 5주기, 헝가리 유람선 참사를 보면 안전한 사회를 이루기가 요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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