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빼빼로데이는 조금 특이했습니다. 빼빼로를 받았네 못 받았네, 빼빼로데이가 과자 회사의 상술이라는 진지한 비판부터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라는 재치 있는 답변에 이르는 갑론을박 대신 이른바 '싱글세'에 대한 분노와 조롱이 인터넷을 뒤덮었기 때문입니다. 언론에 공개된 정부 고위 관계자의 한마디가 발단이었습니다.
출처 - YTN
아이 낳기 좋은 사회 만들기 대신 징벌적 세금을 매기겠다는 천박한 발상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싱글세(1인가구 과세)’를 매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MK뉴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정부 관계부처가 모여 우리나라의 고착화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 중인 가운데, 11일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가 1인 가구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언급했다고 MK뉴스가 보도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여성 1명이 가임기간 출산할 것으로 예측되는 자녀수가 1.187명으로 OECD 최하위이며, 앞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인구 감소는 국력의 감소로 이어지는 면이 있어 국가 차원에서 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위 발언을 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자식을 낳지 않은 1~2인 가구에 세금을 매겨 저출산 대책 재원으로 삼겠다는 발상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MK뉴스
이에 인터넷과 SNS에서 사람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퍼져나갔습니다. 출산을 장려해 아이를 길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출산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려는 발상의 천박함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저출산의 원인은 제대로 분석하지도 않은 채 세금으로 해결하려 든다며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문제가 커지자 하루 만에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내며 싱글세와 같은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민심은 간을 보다 너무 짜서 관뒀느냐며 싸늘합니다. 그간 청와대와 여당의 인사나 정치적 문제에서 간보기만 하다 역풍을 맞으면 오해라고 해명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싱글세의 경우 지난 2005년 '독신세'란 이름으로 등장하여 한번 홍역을 치른 바 있기에 사람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전국대학생 인구토론대회의 지정 토론 주제 중 하나로 싱글세 도입 문제를 넣기도 했기 때문에 정부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출처 - YTN
실제로 독신자들은 기혼자들과 비교할 때 세금 문제에 관한 한 이미 불이익을 당하고 있습니다. 소득공제 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가족 공제만 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를 복지로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가족 공제가 독신자에 대한 패널티라기보다는 기혼자들에 대한 인센티브이기 때문이지요. 복지를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패널티를 주어 세금을 벌금처럼 부과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같은 결과를 예상하더라도 죄가 아닌 이상 패널티가 아닌 인센티브로 유도해야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싱글세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출산율 저하의 근본 원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출산율 저하 문제는 복지 문제로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조세 문제로 다룬다면 상황은 개선되지 않습니다. 한 아이당 2억이 넘게 든다는 어마어마한 교육비, 육아휴직이나 퇴근을 눈치 보며 해야 하는 직장 분위기 등등, 아이를 기르는 데 드는 경제와 시간적 부담을 국가와 사회가 덜어줘야 해결의 기미가 보일 겁니다. 더구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재원이 필요하다면 해당 예산을 편성하고 세금을 더 거두는 편이 상식적입니다. 여성이 사회 진출하고 돈을 벌어서 애를 안 낳는다는 시대착오적인 소리나 하는 사람들이 고위직에 앉아 있는 꼴에 기가 막힙니다.
부유세, 법인세로 복지예산 충당하라
박근혜 정부는 왜 없는 사람들, 서민층의 돈을 세금으로 긁어모으는 데 혈안인 걸까요? 주민세와 자동차세는 두 배 오를 것으로 보이고, 담뱃값을 비롯해 생활필수품과 기호품의 가격 또한 세금 명목으로 일제히 오르고 있습니다. 반면 부자를 위한 감세에는 참 열심입니다. 부자를 위한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출처 - MBN
국가 재정과 사회 분위기가 건전해지려면 부의 재분배가 원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계에 달한 서민이 아니라 지금까지 공적 자금과 각종 세금 혜택으로 호의호식한 대기업과 부자들한테서 세금을 충당함이 마땅합니다. 소득세와 법인세의 누진율을 올리고 대기업에 주어지는 각종 세금 혜택을 줄여야 하며, 대규모 부동산과 이에 따른 음성적 소득을 밝혀 철저히 과세해야 합니다. 전두환을 비롯한 각종 비리 행위자에 대한 징수 역시 조속히 마무리해야 하겠지요.
대한민국 정부가 진정으로 출산율을 걱정한다면 싱글세 같은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부유세 도입과 법인세 인상 등 부자 증세를 시작하기 바랍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미 9월 구속된 재벌 총수들을 사면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간보기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했던 공약을 파기하는 꼴이 되는데도 말이죠. 대체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국정 운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 권좌에 앉아 국민의 고혈을 짜내고 있으니 나라 꼴이 이 지경이지요. 정 싱글세를 매기고 싶다면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 관료한테나 부과해 모범을 보이기 바랍니다. 애먼 시민을 농락하지 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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