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골든벨>,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해 11월에 출간한 생각비행의 책, 《르네상스의 어둠―빛의 세계에 가려진 11가지 진실》이 2013년 1월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일전에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고등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퀴즈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도전! 골든벨〉 문제로 소개되었습니다.

세간에 '르네상스'는 굉장히 긍정적인 이미지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과연 그것이 진실일까요? 르네상스기를 그저 '예술과 문화가 찬란하게 발달한 시대'라거나 그 시기에 일어난 '과학기술의 발달로 서구가 세계를 주도하게 되었다'는 식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폭이 좁은 이해에 불과합니다. 《르네상스의 어둠》은 르네상의 시기의 이면을 11가지 열쇳말(예술, 약탈, 해적, 전쟁, 흑사병, 종교개혁, 과학, 마녀, 노예, 제노사이드, 제국주의)로 탐색하면서 빛의 세계에 가려졌던 진실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런 책이 학생들에게 방송을 통해 소개되었다는 점에서 저희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도전! 골든벨>, 그것이 궁금하다

<도전! 골든벨>은 원래 1998년 10월 16일에 처음으로 방송된 <접속! 신세대>라는 프로그램의 일부 코너로 시작되었습니다. 1999년 1월 8일 10회 방송부터 '골든벨'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코너는 꾸준한 인기를 얻은 결과 1999년 9월 3일 방송부터 포맷을 바꿔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독립하게 됩니다.

(출처: KBS 도전! 골든벨)

(출처: KBS 도전! 골든벨 누리집)

프로그램 소개에도 잘 나와 있듯이, 퀴즈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매회 각 학교의 대표 100명이 참가합니다. 50개의 문제가 출제되는데 오답을 쓴 학생은 장외로 나가게 되어, 문제를 풀수록 살아남은 사람의 수가 점점 적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갈수록 흥미진진해집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1명이 50번째 문제까지 정답을 맞히면 골든벨을 울리고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누리게 되니, 학생 개인은 물론 학교 전체로도 기념이 될 만한 일이겠지요. 또한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은 단순히 지식을 대결하는 퀴즈쇼 형식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의 재치와 끼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많은 고등학생이 출연하고 싶어하는 대표적인 퀴즈 프로그램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도전! 골든북' 문제로 선정된
《르네상스의 어둠》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에는 '도전! 골든북'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보통 20번대 문제로 들어가는데요, 한 권의 책을 선정하여 참가자들에게 미리 읽게 한 뒤 책 내용에서 문제를 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2013년 3월 31일 방송에는 수원 조원고등학교 학생 100명이 골든벨에 도전했습니다. 이번 방송에서 '도전! 골든북' 코너인 27번 문제에 도달하기까지 60명의 학생이 탈락했습니다. 그리하여 '도전! 골든북' 문제에는 40명이 도전했습니다.

(출처: KBS 도전! 골든벨)

르네상스의 전성기인 16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이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 놓습니다. 의사였던 이 사람은 흑사병으로 가족을 잃고 자신의 의술에 회의를 느껴 점성술사가 되는데요, 4행시의 예언서 《제세기(諸世紀)》를 통해 미래를 예언해 오늘날까지도 주목받는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어떻습니까? 답을 아시겠습니까? 《르네상스의 어둠》을 읽지 않은 분이라도 이 사람의 이름을 이미 알고 계신 분도 계실 테지요. 그런데 고등학생들에겐 이 문제가 조금 어려웠나 봅니다. '도전! 골든북' 문제에 도전한 40명의 학생중 무려 10명이 답을 맞히지 못해 장외로 나갔습니다. 

(출처: KBS 도전! 골든벨)

이번 방송에 출제된 '도전! 골든북' 문제는 생각비행이 출간한 《르네상스의 어둠》 제5장 '흑사병―인구 집중이 낳은 엄청난 재앙' 편에 나오는 인물에 관한 내용입니다.

서양, 특히 중세를 폄하하는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의 단골 소재로 활용되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목욕과 흑사병입니다. 중세 유럽인들이 목욕을 잘 하지 않아서 더러웠고, 그러다 보니 흑사병 같은 전염병이 수시로 창궐해 수천만 명이 떼로 죽어나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서구 학자들의 방대한 문헌 탐사와 자료 조사 덕분에 이러한 통설은 지나치게 과정되었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실 중세 초기에는 오히려 위생 상태가 상당히 양호한 편이었다. 로마제국 멸망 이후에 벌어진 대혼란 때문에 도시에 사는 인구가 적었고, 많은 사람이 흩어져 시골에 살고 있었으므로 전염병이 쉽게 창궐하지 않았다. 미국의 맥닐 교수에 의하면 767년 이후 약 600년 동안 유럽을 포함한 기독교 지역에서는 흑사병 같은 대규모의 전염병이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중세 유럽인들이 목욕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할 줄 몰랐다는 말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 가난한 농노조차 마을의 개울이나 호수, 강에서 몸을 자주 씻었다. 왕족이나 귀족들은 먼 곳까지 나가기를 귀찮아해서 집에 욕조를 마련해놓고 하인들에게 뜨거운 물을 준비시켜 목욕을 했다. 또한 중세 기사들은 서임식을 앞두고 전날 밤에 반드시 목욕을 했다.
미개하고 잔인한 야만인 정도로 알려진 바이킹들도 알고 보면 목욕을 자주 했다. 바이킹들은 마로니에 열매를 빻아서 비누를 만들어 매주 토요일마다 거품을 내어 목욕을 즐겼다고 한다. 사우나(한증막)에서 하는 증기욕을 개발한 이도 바이킹이었다.
중세 유럽에도 공중목욕탕이 있었다. 중세가 안정기로 접어든 12세기 이후가 되자, 많은 도시에 공중목욕탕이 들어서서 인기리에 영업했다. 개중에는 탕 안으로 매춘 여성을 들여보내어 일석이조의 수익을 노리는 목욕탕도 있었다.
이렇듯 중세 유럽인이 씻지 않고 지저분하게 살았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니며, 지나치게 과장된 편견으로 보아야 한다.
_《르네상스의 어둠―빛의 세계에 가려진 11가지 진실》 본문 중에서

그렇다면 14세기 중엽을 기점으로 흑사병이 그토록 빨리 유럽 전역으로 퍼져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얄궂게도 르네상스 이후 유럽 경제가 발전하면서 일자리를 찾아 각지에서 도시로 몰려든 노동자들로 인한 인구 밀집이 원인이었습니다. 베네치아와 제노바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이 동방 교역으로 부를 쌓으면서 농촌에서 살던 농민들이 대거 도시로 몰려들어 도시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다 보니 자연히 전반적인 위생 수준이 나빠진 것입니다.

도시 빈민도 전염병의 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도시로 간다고 해서 모두가 일확천금을 얻어 잘살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수백 년 동안 가족같이 지내던 작은 마을에서 농사만 짓고 살던 순박한 농민들은 영약한 도시 사람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어렵게 돈을 마련해서 도시로 나간 사람들이 교활한 사기꾼에게 걸려 신세를 망치기 일쑤였습니다. 다행히 일자리를 얻더라도 항구나 가내 공장에서 낮은 임금을 받고 노동하는 일용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 일자리마저 잡지 못한 농민들은 구걸을 하거나 소매치기가 되어 도시의 어두운 뒷골목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빈민이 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시대적 배경하에서 르네상스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6세기에 흑사병은 맹위를 떨쳤습니다. 잉글랜드에서는 국왕 헨리 8세 시절 흑사병이 런던에 창궐하여 한동안 궁정 신료들이 병을 피해 시골로 피난하기도 했습니다. 1592년 흑사병이 런던에 다시 퍼지는 바람에 영국이 낳은 전설적인 문호 셰익스피어가 기획한 연극은 상영 중지를 당했고, 극장들도 한동안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연극을 보려 극장에 사람이 모이면 흑사병이 퍼질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 때문이었죠.

<도전! 골든벨> 문제와 연관된 본격적인 내용은 다음의 내용에 나옵니다. 인물의 이름은 문제와 같이 이 사람으로 처리하겠습니다.

같은 시대 프랑스에서도 흑사병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예언자 이 사람의 원래 직업은 점술가가 아니라 의사였다. 그가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1526년부터 프랑스 남부에는 흑사병이 유행했다.
사람들이 흑사병에 걸려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 사람은 의학 지식을 총동원해서 치료약을 만들어냈다. 장미꽃잎과 붓꽃iris에서 짜낸 기름과 도금양나무의 말린 꽃가루를 섞어 만든 약이었다. 얼마 동안 이 사람이 만든 약이 흑사병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는 듯했다.
그것도 잠시,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흑사병에 걸렸을 때 그토록 자신 있어 하던 약이 전혀 듣지 않았다. 흑사병으로 가족을 잃은 이 사람은 의사로서 자신의 의술에 회의를 느꼈고, 의학으로도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그는 의사 신분을 버리고 점성술사가 되어 미래를 예견함으로써 사람들을 구하는 새로운 길을 걷게 되었다.
_《르네상스의 어둠―빛의 세계에 가려진 11가지 진실》 본문 중에서

자, 이제 답을 아시겠습니까? 학생들은 과연 어떤 답을 제시했을까요?

(출처: KBS 도전! 골든벨)

네. 정답은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였습니다. 이번 방송에서 '도전! 골든북'의 문제는 단순히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사람의 이름을 아는가를 확인하려 했다기보다는, 르네상스 시기에 흑사병으로 가족을 잃어야 했던 한 인간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흔히들 '빛의 세계'로 알고 있는 르네상스기의 이면에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어두운 사실이 많이 있음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스트라다무스

14세기 중엽부터 르네상스의 시기를 거쳐 유럽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흑사병은 1770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것을 끝으로 유럽에서 자취를 감춥니다. 과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흑사병에 걸려 사망했을까요? 확실한 통계는 없으나 최소한 3000만에서 4200만 명은 될 것으로 추측합니다. 서구의 역사학자 사이에서는 흑사병으로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을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빛과 이성의 시대로 알려진 르네상스 시대에 어떠한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었던 흑사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공포에 떨면서 하루하루를 비참하게 살야야 했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많은 분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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