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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도서비행

협동조합, 99%를 위한 착한 기업

by 생각비행 2013. 5. 24.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2012년 9월 7일에 <99%를 위한 위한 기업, 협동조합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협동조합에 관한 기사를 올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보고서 동덕여대학보사에서 협동조합에 관련된 원고를 써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동덕여대학보 제441호(2013년 5월 20일 월요일)


학술면 '아틀리에'라는 꼭지는 학보사 기자들이 주제를 정한 다음 외부 필진에게 원고를 청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협동조합에 대해서 아직 개념을 잘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또 협동조합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와 협동조합의 사례 등을 원고지 9~10매 분량으로 자유롭게 써달라는 요청에 따라 원고를 작성했습니다. 

동덕여대학보에 게재된 원고


협동조합, 99%를 위한 착한 기업

오늘날 세계는 하루를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불공정한 무역은 변함이 없다. 빈부격차는 커져만 가고, 빈곤의 문제가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런 현실을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의 존재 목적을 ‘이윤’ 추구로 생각하는 경향이었다.

기업의 생존 논리 앞에서 인간은 노동을 제공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윤 창출을 위한 무한경쟁 논리 앞에서 인간은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에 불과한 신세였다. 자본의 힘을 극한까지 용인한 신자유주의는 자유무역과 국제적 분업을 앞세워 ‘세계화’와 ‘자유화’를 추진했으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의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그 결과 엄청난 실업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협동조합, 일반 기업과 무엇이 다른가?

놀랍게도 전 세계의 ‘협동조합’은 대규모 파산이나 조합원 해고 없이 이 어려운 상황에 잘 대처했다. 아니, 오히려 수많은 협동조합이 이 기간에 성장하고 발전하여 지역사회를 튼튼하게 하는 자양분이 되었다. 이처럼 협동조합이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경제적 약자가 호혜(互惠)의 힘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워 자본주의가 지닌 독점의 치명적인 폐해를 극복하는 대안적인 기업의 형태다. 요즘 뜨는 표현을 사용하자면 ‘99퍼센트의, 99퍼센트에 의한, 99퍼센트를 위한’ 기업인 셈이다.

2012년 세계협동조합의 해 슬로건

일반 기업에서 소비자는 가능한 한 많은 상품을 소비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혁신으로 이룩한 성장의 과실은 일부 지배계급 안에서만 맴돌 뿐 나뉘지 않는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대주주가 결정권을 독점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소비자 또는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탐욕 대신 협동, 신뢰, 명예 같은 동기로 움직이며 고용, 민주주의, 환경 등의 성과를 재무 성과보다 앞세운다. 이런 차이점이 일반 기업보다 경쟁력 있는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
 
협동조합의 현재와 미래

세계적인 축구 명문인 FC 바르셀로나, 세계 유수의 통신사인 AP통신, 전체 사원이 8만 명이 넘는 세계적인 스페인 기업 몬드라곤의 공통점도 바로 협동조합이다. 세계적 식품 브랜드인 썬키스트, 웰치스, 블루다이아몬드도 협동조합이다. 우리나라에는 한살림·아이쿱·두레 같은 생협이 있고, 지역별로 의료생협이 존재한다. 또한 대학 내 복지시설을 관리·운영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도 있다.

협동조합은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위한 조직체다.

이처럼 조금만 관심을 두고 살펴보면 먹거리부터, 환경 및 생태, 교육 및 주거, 에너지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민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풀어내기 위해 수많은 협동조합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경제적 시스템으로서 협동조합은 상부상조, 약자의 연대, 수익과 손실의 공정한 분배, 자조(自助), 자본보다 인간을 우선함, 착취 없는 사회, 민주주의적 원리에 따른 소유와 관리 같은 개념으로 운영되는 대안적인 기업으로서, 지구촌 경제와 기업 생태계에 새로운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양질의 발전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자본주의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11년 12월 말, 우리나라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됨으로써 이제는 출자금 제한 없이 조합원 5명만 모이면 다양한 협동조합을 시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다수의 사회적 기업이 영리 추구와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선을 빚기도 했으나, 조합원의 편익 극대화가 목적인 협동조합이라면 그런 갈등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의 활성화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업체가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게 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기회를 살려 젊은이의 포부를 협동조합으로 펼쳐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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