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 해결책, '예방'인가 '사회적 안전망'인가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최근 묻지마 칼부림 사건, 빈발하는 성범죄 등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안전망에 관해 생각해보려 합니다.

자살률이 대변하는 '삶의 질'

얼마 전 우리나라 국민의 ‘삶의 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오이시디 국가의 삶의 질 구조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보면, 한국은 자체 분석한 ‘삶의 질’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4.2점을 받아 34개국 가운데 32위를 차지했습니다. 
 

논문을 쓴 이내찬 한성대 교수는 OECD 행복지수 조사 지표에 소수에 대한 관대성, 국가 신뢰도, 지니계수(소득 분포의 불평등도를 측정하기 위한 계수), 빈곤율, 여성차별, 지속가능성,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라는 7개 지표를 추가하여 새로운 지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예전 조사에서는 22~24위로 중하위권에 있었던 우리나라가 새 지표를 추가한 삶의 질 조사에서는 최하위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삶의 질 지표의 수치를 대변하기라도 하듯 한국은 OECD 국가 중 8년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2010년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자살자는 42.6명으로 연간 1만 5566명에 달합니다. 인구 10만 명당 31.2명으로 OECD 평균(12.8명)의 2.4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2위인 일본(21.2명)과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infographicworks.com)

현대 사회에서 자살률은 경제변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국민총소득(GNI, 한 나라의 국민이 일정 기간 생산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벌어들인 소득의 합계로서, 실질적인 국민소득을 측정하기 위하여 교역조건의 변화를 반영한 소득지표)가 2000년 1만 1292달러에서 2010년 2만 562달러로 1.8배나 높아졌지만,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000년 13.6명에서 2010년 31.2명으로 2.3배나 증가했습니다. 2000년 기초생활보장제를 도입하고 2008년 기초노령연금제, 장기요양보험제를 시행하는 등 주요 제도가 정비된 것과는 상반된 결과입니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의 자살률(10만 명당 11.7명)이 OECD 평균과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살률이 높은 원인을 낮은 사회보장제도에서 찾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10대 사망 원인 중 남성의 경우 4위, 여성의 경우 5위에 해당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입니다. 아직 꽃피지도 못한 청춘들이 좌절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회를 향해 분노를 터트리는 이유에 관해 더 나은 삶을 누릴 기회가 사라졌다는 절망에서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의 기회나 직장생활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의 문이 저소득층에게 점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사회 전반의 잠재적 불안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급증하는 아동 대상 성범죄

최근 성범죄를 다룬 기사가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다시피 했습니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런 범죄가 사람의 왕래가 없는 구석진 곳에서 발생할 것으로 흔히들 예상하지만, 사실상 아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에서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람들은 성범죄가 발생하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여 구조적으로 문제를 풀 생각보다는 일단 자신의 아이를 돌보거나 챙기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범죄율이 높아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얼마 전 《한겨레》에 실린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조한혜정 교수의 칼럼(<한 아이를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은 우리 사회가 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기사 일부를 소개합니다.

정말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대책의 핵심은 이런 ‘아저씨’들을 양산하지 않는 데 있다. 요즘 농촌에 가면 고향에 내려와 어슬렁거리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종종 아이들에게 집적거린다는 걸 동네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서로가 안면이 있고 함께 살아야 하는 처지라 모른 척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마을 공동체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오히려 역작용을 하는 상황인 것이다. 중소도시나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이번 경우에도 아이가 길가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도 벌을 받고 있거니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다는 이웃이 있었다고 한다. 아무도 남을 돌보지 않는 상황에서는 계속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자기 한 몸 추스르기 힘든 부모들은 점점 늘어날 것인데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돌봄의 인프라’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왜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는가? 안전한 마을을 만들지 않고는 아이를 낳아 키우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  지역 주민자치센터나 공공회관에 부모들이 모여 사랑방을 마련하고 동네 아이들을 함께 돌본다면 끔찍한 일들을 많이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피시방 한켠에 구직 상담이나 살아가는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는 응접실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스스로를 살리고 서로를 돕는 주민들이 주도하는 마을에서는 약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성범죄나 세상에 복수를 하겠다는 ‘묻지마 살인’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 이유

얼마 전 의정부역에서 벌어진 묻지마 칼부림 사건 이후로 언론을 통해 알려진 관련 범죄만 해도 7건이나 됩니다.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대개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이거나 혼자 사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장기간 경제적으로 빈곤하게 생활했거나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소외된 경험이 범죄의 원인이 된다는 얘긴데요, 최근 여의도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김모 씨(30) 역시 가족과 몇 년째 떨어져 살고 있었으며 회사를 그만둔 뒤 생활고에 시달리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OECD 회원국들은 1인당 GDP가 높을수록 '위험 방지 지출'을 많이 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위험 방지 지출은 노령, 질병, 실업, 재해와 같은 위험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복지 지출(Social Expenditure)을 의미합니다. 앞서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이 경제변수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위 통계를 보면 자살률과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율 간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인 성장은 이뤘지만 사회복지 지출은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이니까요. 

(출처: 사회적기업 창업 교과서)

어느 사회든 문제는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미취업자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제도 강화, 사회적 고립을 겪는 이를 위한 상담 프로그램같이 '사회안전망'은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심리적, 관계적 차원에 이르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사회안전망은 브레턴우즈협정 기관들(세계은행[IBRD],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개발도상국과 동구권국가들에 차관을 제공하면서 요구한 구조조정으로 야기된 실업 및 생계 곤란자 양산이라는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자 마련한 것으로, 이는 기존의 사회보장이나 사회복지라는 개념보다 긴박하고 과도기적인 상황에 대응하는 사회적 장치인 셈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안전망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1997년 경제위기 당시 IMF 및 세계은행이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사회안전망 확충을 요구하면서부터였습니다.

일자리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안전망이다

일본에서 ‘니트(Neet)’란 15~34세의 청년 가운데 일도 공부도 하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들을 약 64만 명으로 추산했는데요, 니트에 속하는 대상을 50세까지 넓힌다면 100만 명이 훌쩍 넘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청년 니트족에 관한 자료를 보면, 2003년 75만 1000명에서 2010년 99만 6000명으로 약 24만 명이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전문가들은 2011년에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청년 실업자 32만 명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에 해당합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 실업자인 니트. 이들을 '지원'하는 일과 '예방'하는 일 사이에 과연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요? 양쪽 다 중요하겠지만, 니트가 되고 난 다음 지원해봐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니트는 앞으로도 계속 생길 테니까요. 급증하는 사회보장비로 말미암아 국가 재정은 점점 심각한 상태에 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출처: 민중의 소리 인포그래픽)


또한 한번 니트가 되면 사회에 복귀하려고 마음먹어도 취직이 어렵다는 문제가 뒤따릅니다. 니트 기간의 공백 탓으로 채용단계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쉽지요. 20~30대 니트 모두가 50세까지 그 상태로 있는 건 아니지만, 가능하다면 상당한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예방하는 편이 전체적인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들 뿐 아니라 각자에게도 훨씬 좋은 결과를 낳습니다. 

뉴욕대 정신의학 교수 제임스 길리건은 20세기 미국의 살인율과 자살률 통계를 분석하여 폭력의 메커니즘을 규명했습니다. 그는 "수치심이 고통스러울 때 이를 남에게 전가하기 위해 강력하게 휘두르는 폭력이 살인이며, 그 방향이 자신에게 향하는 게 자살"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리하여 실업은 수치심을 증폭시키고 실직은 사람을 비참하게 하므로 실업률 해소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IMF 구제금융 시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 사회는 국가와 기업을 위해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했습니다. 노동계에 '비정규직' 바람이 불면서 노동자들은 무한경쟁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지니계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상승 추세를 보였고, 그 결과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제일 높은 상황에 도달하고 말았지요. 

(출처: 사회적기업 창업 교과서)

이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무현 정부는 사회적기업을 육성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사회적기업은 비영리 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일반 기업처럼 이윤을 추구하기보다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이윤의 대부분을 재투자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 육성은 일자리 창출, 특히 경제적 취약계층의 고용과 같은 사회문제 해결에 역점을 두고 진행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회적기업이 남긴 과제가 적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 상당히 기여한 건 사실입니다.  

이와 더불어 기업 또한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사회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기업문화가 점차 강화되는 긍정적인 흐름도 생겼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진정성을 보이며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한계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다시 사회로 복귀시킬 제도적인 장치가 바로 사회안전망이기 때문이지요. 

생각비행은 그동안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동력으로 '사회적기업'에 주목해왔습니다. 사회적기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지막지하게 경쟁하기보다는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하는 대안적인 경제활동을 추구합니다. 성장보다는 사회적 나눔과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에 관심을 보입니다. 사회적기업이 풀지 못한 과제를 협동조합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습니다. 저희도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를 계속 발굴하고 공유하도록 더욱 힘쓰겠습니다. 많은 관심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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