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를 위한 위한 기업, 협동조합의 미래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오늘은 협동조합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2012년은 UN이 지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매년 7월 첫째 토요일은 '세계협동조합의 날'입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1923년부터 기념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었을 때도 전 세계의 협동조합은 대규모 파산이나 조합원 해고 없이 어려운 상황에 잘 대처했습니다. 오히려 많은 협동조합이 이 기간에 성장하고 발전하여 지역사회를 튼튼하게 하는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협동조합이 경제발전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UN은 2009년 12월 뉴욕에서 열린 제64차 정기총회에서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했습니다.

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

협동조합이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협동하는 자율적인 조직을 말합니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 다수가 서로 뭉치고 나누는 호혜의 힘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자본주의 독점의 치명적인 폐해를 극복하려는 기업의 형태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일반 기업과는 달리 협동조합은 국가나 복지단체 혹은 자선단체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고 자기 책임에 바탕을 두기에 요즘 뜨는 표현을 사용하자면 '99퍼센트의, 99퍼센트에 의한, 99퍼센트를 위한' 기업인 셈입니다.

2012년 세계협동조합의 해 공식 로고

세계협동조합의 해 로고는 협동조합의 7원칙을 상징하는 7명의 사람이 협력하여 정사각형의 물체를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정사각형의 물체는 협동조합 사업의 성공적인 진행을 의미한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협동조합의 7원칙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 걸까요?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원칙의 변천 (출처: 세계협동조합의해 누리집)


협동조합의 7원칙

1.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2.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3.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4. 자율과 독립
5. 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
6. 협동조합 간 협동
7.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국제협동조합연맹은 오랜 논의를 거쳐 1995년 100주년 총회에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선언했습니다. 협동조합의 원칙은 여러 상황에 놓인 협동조합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공통점을 정리한 것으로 협동조합 운동의 나침반이자 방향타인 셈입니다. 협동조합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조직을 발전시키기 위한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원칙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거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열쇠처럼 생각해선 안 됩니다. 

원칙이란 계율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행동 판단과 의사 결정의 기준이 된다. 협동조합들은 원칙을 글자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그 정신을 따라야 하며, 각 원칙이 품고 있는 정신을 전체적으로 협동조합의 일상적인 활동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협동조합의 원칙은 연례행사에서만 꺼내는 진부한 목록이 아니라 협동조합이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틀이자 에너지를 제공하는 요인이다.

_ 1995년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발표한 협동조합의 원칙 서문에서

   
세계적인 협동조합, 어떤 게 있나?

FC 바르셀로나
FC 바르셀로나는 1899년 11월 29일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바르셀로나를 연고지로 삼아 세계 최초로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축구 클럽입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17만 3000여 명의 시민이 출자자이자 주인인 셈입니다. 클럽 회원 중 가입 경력 1년 이상,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6년마다 치르는 회장 선거에서 투표할 권리가 있고 이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10년 6월 산드로 로셀(Alexandre Rosell)은 역대 최고 득표율인 61.35퍼센트를 얻어 회장이 되었습니다. 

2006년 9월 12일 FC 바르셀로나는 유니폼 스폰서십을 유니세프와 체결하여 많은 이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니폼 스폰서십은 돈을 받고 특정 회사의 로고를 새겨 홍보하는 대가로 수익금을 창출하는 구조인데요, FC 바르셀로나는 에이즈에 노출된 전 세계 어린이를 돕기 위해 5년간 구단 수입의 0.7퍼센트를 유니세프에 지원하기로 계약했습니다. FC 바르셀로나가 일반적인 축구 클럽 이상의 클럽인 까닭이 바로 이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 있지 않을까요?

AP통신
통신사는 뉴스를 모아 다른 신문사, 잡지사, 방송 사업체에 제공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합뉴스, 중국의 신화통신, 일본의 교도통신이 바로 이런 통신사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5대 통신사로는 AP, AFP, TASS, UPI가 있습니다. 

AP통신은 정부 후원이나 상업적 방식이 아니라 미국 내 1400여 개 이상의 신문사, 잡지사, 방송사가 회원으로 참여하여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공동의 이익(뉴스의 수집과 전송)을 위해 각기 발행 부수의 비율에 따라 경비를 분담하여 운영하는 협동조합입니다. 1848년 뉴욕의 6개 신문사가 입항하는 선박으로부터 유럽의 뉴스를 공동으로 취재하기 위해 결성한 '항구뉴스협회(Harbor News Association)'가 그 기원이라고 합니다. 똑같은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신문사가 이중, 삼중으로 비용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동의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겠다고 생각하여 뉴욕 AP를 거쳐 지금의 AP(Associated Press)로 개칭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2010년 현재 수천 개의 매체에 문자, 사진, 그래픽, 음성, 영상 형태의 뉴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 세계 300개 이상의 지국에서 37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 사진 부문에서 30개의 상을 받는 등 총 49개의 퓰리처상을 받을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몬드라곤
몬드라곤은 1950년대에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서 노동자생산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발전시켜온 협동조합복합체입니다. 그 안에는 가전제품 기업도 있고, 식품회사도 있으며, 유통업체도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노동인민금고’라는 신용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하나로 묶여 있으며 전체 사원 수는 무려 8만 3000명이 넘습니다.

몬드라곤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해고를 하지 않은 기업으로 유명해졌는데요, 일시적인 휴직자가 있긴 했지만 노동자들은 그 기간 동안 80퍼센트의 급여를 받고 재교육을 거쳐 다른 관계사로 복직했다고 합니다. 당시 스페인의 실업률은 25퍼센트에 육박했는데 어떻게 몬드라곤은 완전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현대적인 거대그룹인 몬드라곤은 종업원들이 경영진을 선출하며 종업원 대표로 구성된 의회가 주요 경영 사항을 결정하는 협동조합입니다. 여기에서는 재벌 총수가 독재할 수도 없고, '1주 1표'의 주주 자본주의 원리가 아니라 '1인 1표'의 경제 민주주의로 조직을 운영합니다. 스페인의 10대 기업 집단 안에 들어가는 몬드라곤의 기업 목표는 '이익 극대화'가 아닌 '고용 확대'인 까닭에, 3만 5000명의 노동자 조합원은 1만 4000유로(약 2000만 원)의 출자금을 내고, 평균 7300만 원의 높은 연봉을 받습니다. 출자에 따른 배당금은 계속 쌓아놓았다가 퇴직 시 거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경쟁력

2008년 시작된 세계 공황으로 2012년 현재에도 세계 전역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너럴 모터스나 도요타 같은 대그룹도 이 기간에 수많은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정규직을 해고하지 않고도 어려움을 이겼습니다. 그 이유는 협동조합은 경제와 사회를 바라보는 철학이 일반 기업과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반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관계에 불과합니다. 소비자는 기업의 고객이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소비자에게 상품을 홍보하여 가능한 한 많은 상품을 소비하도록 유도해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가능한 기술혁신으로 부가가치를 높여 매출을 일으키려고 노력하지만 성장의 과실은 일부 지배계급 안에만 맴돌며 나누어지지 않습니다. 점점 기업은 부유해지고 국민은 가난해지는 것이지요.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의 차이 (출처: 2012 세계협동조합의해 누리집)

하지만 협동조합과 조합원의 관계는 이러한 '고객' 관계와는 크게 다릅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모두의 협동에 의해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협동조합은 상부상조적인 결합을 확산함으로써 생산이나 소비에 내재하는 제반 모순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협동조합은 대주주가 결정권을 독점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소비자 또는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합니다. 사회적 경제는 탐욕 대신 협동, 신뢰, 명예 같은 동기로 움직입니다. 또한 고용, 민주주의, 환경 등의 성과를 재무 성과보다 앞세웁니다. 이런 차이점이 오히려 일반 기업보다 경쟁력 있는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토대가 됩니다.

물론 협동조합이 기업 조직의 유일하거나 대안적인 모델은 아닙니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함께 시장에서 선택 가능한 매우 바람직한 조직 모델이라는 점만은 확실합니다. 어떤 특수한 영역이나 특정 시장에 한정되는 예외적인 조직 형태가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주식회사와 어깨를 견줄 수 있습니다. 영국 맨체스터 지역의 식료품 매장을 운영하는 '유니콘'이라는 노동자협동조합 매장에 들어가면 다음과 같은 커다란 글귀가 있습니다.

"삶이 먼저다. 그리고 삶의 실현 방식이 경제다. 그 경제의 조직 방식이 협동조합이고 그건 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그리고 그건 철학의 문제다." 

어떤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조직할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이고 철학의 문제이지만, 1884년 영국의 맨체스터에서 최초의 협동조합이 탄생한 이후 협동조합은 수많은 경험과 연구를 축적해왔습니다. 협동조합이라는 개념과 원리에 그러한 자산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조합원의 참여를 통해 주인의식을 고취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유형적인 하나의 방법이라고 한다면, 협동조합은 그런 정신과 원리를 조직 문화로 정립하여 전수하기 때문에 무형적 차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는 셈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의 미래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모든 경제 영역에서 협동조합을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8가지 종류의 협동조합만 법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엽연초생산협동조합, 중소기업협동조합, 산림조합, 새마을금고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협동조합은 필요할 때마다 제정된 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되었습니다. 

(출처: 한겨레)


이처럼 대한민국은 8개 특별법으로 정하지 않은 어떤 협동조합의 설립도 불가능했기에 협동조합의 불모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사과 재배 농민이 농협을 만들려면 200명 이상이 3억 원 이상의 출자금을 납입해야 했으며, 생협의 설립 요건은 조합원 300명, 출자금 3000만 원 이상이었습니다. 협동조합의 설립 요건도 무척이나 까다로웠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2011년 12월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됨으로써 다양한 협동조합을 자유롭게 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출자금 제한 없이 조합원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인가 없이 신고만으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됩니다. 국회는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하여 공포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내세웠습니다.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의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는 협동조합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농업협동조합법」등 기존 8개의 개별법 체제에 포괄되지 못하거나 「상법」에 의한 회사설립이 어려운 경우 생산자 또는 소비자 중심의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경제적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 제공, 지역사회 공헌활동 등을 주로 수행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을 별도로 도입하며, 협동조합 등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함으로써 자주·자립·자치적인 협동조합의 활동을 촉진하고, 사회통합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려는 것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은 협동조합 설립의 자유, 정부 간섭의 축소, 사업영역의 개방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율과 독립이라는 협동조합의 기본 정신을 되살릴 수 있고, 그동안 정부 예산 지원으로 운영되던 관제 사회적기업의 비효율성을 극복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도 합니다. 주식회사 형태를 띤 다수 사회적기업들은 영리 추구와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선을 빚기도 했으나 조합원들의 편익 극대화가 목적인 협동조합이라면 그런 갈등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협동조합의 활성화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업체가 경제의 한 영역을 차지하게 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출처: 한겨레)


이런 이유로 사회적협동조합에 관한 기대가 큽니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사회적협동조합'을 별도로 정의해 기존에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단체, 비영리법인들이 행하던 사회적 목적사업을 협동조합이 수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다양한 사회적협동조합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와 복지를 활성화하리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으로 좋은 기회가 열린 건 사실이지만,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 민주적 운영,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을 고민하지 않으면 그 아무리 좋은 계획이 있더라도 협동조합이 성공하기는 어렵습니다. 협동은 희생을 기본으로 합니다. 조합의 이익을 우선할 때 개별적 희생이 전체적인 보상으로 돌아옵니다. 협동의 원칙을 이해하고 협동으로 접근할 마음이 있는 분이라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꿈을 펼쳐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10)

  • 2012.09.14 18:06

    협동조합의 정신에 이미 사회적 공익성이 스며들어 있음에도불구하고, 왜 굳이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영역을 따로 분리했을까 궁금합니다. 어쩌면 본질을 흐리는 불필요한 구분짓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듭니다. 굳이 따로 구분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2012.09.17 11:02 신고

      협동조합기본법은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협동조합’을 '사회적협동조합'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철 님 말씀처럼 협동조합의 정신에 사회적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공익성이 이미 들어 있습니다. 기본법이 규정한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의 개념적, 법률적 구분은 그리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협동조합이라고 하여 사회적협동조합의 사업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협동조합조합이 협동조합과 전혀 다른 별개의 조직도 아니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됩니다. 기본법조차 사회적협동조합을 다름 아닌 협동조합의 한 부분으로 보고 있으니까요.

      협동조합은 애초부터 영리법인(PO)과 비영리법인(NPO) 둘 사이에 존재합니다. 민간에서는 비영리조합이라고 규정하려 했는데 우리나라 법 체계에 맞지 않아 일반 협동조합은 법인으로 보고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법인으로 구분했습니다. 기본법이 협동조합을 영리도 비영리도 아닌 그냥 ‘법인’이라고 해놓고 결국에는 상법의 준용을 받는 영리법인으로 규정한 것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을 개별적 협동조합 유형 가운데 하나인 사회적 협동조합과 대칭적으로 양분한 뒤 사회적 협동조합을 비영리법인으로 인정하고 다른 협동조합에 대한 차별적 지위를 부여한 것도 협동조합에 대한 역차별 시비와 정체성 혼란을 부르는 원인입니다.


      사실 기본법 초안이 나왔을 당시부터 사회적협동조합의 정체성 확립이 시급하다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현재 기본법 제93조가 명시한 사회적협동조합의 사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지역사회 재생,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 및 기타 지역사회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사업.
      ② 취약계층에게 복지.의료.환경 등의 분야에서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
      ③ 국가.지방자치단체 위탁 사업 및 공익증진 등에 이바지 하는 사업.

      보시다시피 협동조합이 하는 사업과 구분되는 지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이 의미를 찾으려면 고유의 영역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문제는 2012년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기념하는 일에 우리나라도 빠질 수 없다는 명분이 작용하여 법제정을 서둘렀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봅니다.

      그 외에도 법적인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한 예로 협동조합 또는 사회적협동조합의 최소인원을 5인으로 낮춘 것은 설립의 용이성 조직구조의 유연성을 높이는 바람직한 시도였으나 이러한 취지가 기본법에 분명하게 담겨 있지 못하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기본법 제92조는 총회, 이사회 및 감사를 사회적협동조합의 필요상설기관으로 규정하고 각 기관 고유의 권한과 책임 및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3기관으로 분화된 조직구조는 설립 최소인원을 5인으로 규정한 소규모 협동조합에 적합한 방식이 아니지요.

      또한 기본법 제5절(회계 등)의 여러 규정을 5인으로 시작하는 협동조합 영업 규모에 적용한기에는 과도한 회계 규범일 뿐 아니라 소요되는 비용이 높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기본법 제111조(감독) 제2항을 보면 사회적 협동조합의 설립인가 및 절차의 적합성, 명령 또는 정관 위반 여부, 사업 집행 적법성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 기획재정부장관은 항시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해 그 업무 및 재산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게 하거나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해당 사회적 협동조합의 업무상황.장부.서류,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검사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감시.감독권을 무제한으로 인정하고 그 행사를 소속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에 일임하는 잘못도 범하고 있습니다. 이는 협동조합 제4원칙(독립과 자율)을 해치는 행위이자 사회적협동조합이 국가의 과제수행 지원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요소이기도 합니다.


      다각도로 살펴볼 때 사회적협동조합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을 듯합니다. 그럼에도 현재와 미래(잠재적) 조합원의 사회적 욕망에 방향을 돌려 협동조합운동의 새로운 영역을 찾는 것이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은 협동조합의 기본원칙에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추가하는 등 나름대로 협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왔지만, 우리 사회 협동조합은 생태운동 의미 이상의 사회적 가치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협동조합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고 조합원의 권익을 위한 조직이라면, 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권익을 넘어 지역사회와 취약계층이 필요로 하는 사회서비스나 일자리 제공과 같은 사회적 공익을 위한 참여와 연대 조직입니다. 앞서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제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이 지금까지 조직부문과 사업부문에서 쌓은 오랜 경험이 사회적기업으로 이어지고, 사회서비스 확충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기업의 목적활동을 협동조합이 공유할 때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적협동조합이 국민경제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사회 양극화나 빈부격차 같은 주요 사회갈등 요인을 제거하는 일에 효과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형을 넓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수지킴
    2012.09.17 13:14

    협동조합 기본법에 보면 가장 큰 차이는 영리 목적 유무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3. "사회적협동조합"이란 제1호의 협동조합 중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협동조합을 말한다.

  • 2012.10.19 12:44

    문철님에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도 지금 은평구 중소상공인 협동조합을 준비하고있습니다
    협동조합을 왜 나누어놔는지 저도 이해가 잘안가는 부분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을 기획재정부에서 감독한다는 부분도 잘못되다고 생각합니다

    • 2012.10.26 11:41 신고

      최근에 협동조합 관련 단체들이 18대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와 정당들이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정책과제를 대선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요구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 발효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최근 협동조합에 관심을 보이는 분이 많이 계십니다.

      일단 저희는 협동조합의 특성상 중앙이나 자치단체가 주도하기보다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을 할 수 있도록 간접 지원하는 방식이 더 좋다고 봅니다. 예전부터 저희는 사회적기업이 정부 주도형 사업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취약계층을 진정으로 지원한다기보다는 일자리 창출이 더 큰 목표처럼 보였기 때문이지요. <사회적기업 창업 교과서>의 저자 야마모토 시게루 씨가 사회적기업 운영을 위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정부와 자치단체 혹은 기업과 개인 후원까지도 될 수 있으면 받지 않는 편이 좋다고 이야기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의 특성을 협동조합으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데 굳이 왜 나누었을까 하는 질문에 관해서 답변드리자면,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그간 사회적기업이 나름대로 사회적 성과를 냈고, 정부 주도형 사업의 성과가 결과적으로 협동조합기본법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은 최소 설립인원 5인, 1인 1표의 민주적 의결권, 조합원 자격요건 등 대부분의 사항에서는 동일합니다. 다만 일반협동조합은 운영 사업에 제한이 없는 반면 사회적협동조합은 공익적 사업을 40퍼센트 이상 수행해야 할 뿐더러 시․도지사에 '설립신고'가 아닌 기획재정부장관의 '설립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또한 사회적협동조합은 법적으로 수익(잉여금)이 생기면 30퍼센트를 내부계좌에 저금(적립 또는 내부유보)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적협동조합은 공익적 성격을 감안하여 배당이 금지되며, 청산 시 엄격한 요건을 적용하여 잔여 재산을 국고 등으로 귀속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법을 만들 때는 주도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2012년 세계협동조합의 해'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법 제정이 시급히 진행된 만큼 한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은 협동조합의 가치를 고민하는 분들이 새롭게 열린 장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다양한 실천과 사회적 논의가 풍성해지기 바랍니다. 저희는 많은 협동조합이 그간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틈새를 메우는 동안 협동조합기본법의 한계와 문제를 고쳐나가는 일도 병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큰 물꼬를 텄으니 그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준비하고 계신 은평구 중소상공인 협동조합의 발전을 기대합니다.

  • 2012.12.25 01:48

    오래 동안 지녀온 생각과 '협동조합'이라는 관심사가 맞아 떨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유익한 내용과 책소개에 반갑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저작자님의 글을 저의 블러그에도 담아 놓으려 합니다. 정보공유 외 어떤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원 저작자님의 요청이 있을시는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순수한 뜻으로 넓은 아량을 구합니다.^^

    • 2012.12.30 08:57 신고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 글이 도움이 되었다고 하시니 다행입니다. 널리 공유해주세요. 2012년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 한눈에쏙
    2013.02.07 11:10

    사회적 협동조합은 기존 사회적 기업에 대응하는 개념 아닐까요?
    협동조합은 일반기업과 대응되는 개념이고요.
    나누어 놓고 관리되는게 더 좋지 않을까요?
    사회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소외되고나 취약한 계층에 대한 보호의 개념이니까요.
    사회적 기업이 있기에 사회적 협동조합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좋은세상만들기
    2013.02.18 17:16

    안녕하세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협동조합은 딱 제가 찾던 거에요. 가슴이 뜁니다.
    협동조합 설립을 목표로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위의 안드레아 님과 같은 의도로 좋은글을 저의 카페에 옮겨가도 괜찮을까요?
    괜찮으시다면 이미지와 글을 옮길수 있는 방법좀 알려주세요.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