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파일에 읽는 시, 천상병의 <歸天>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4월 초파일을 맞아 천상병 시인의 <歸天>이란 시를 소개합니다. 4월 초파일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 즈음에 천상병 시인을 생각하는 까닭은 인사동 조계사 앞에 천상병 시인의 아내인 목순옥 여사가 운영하던 찻집 '귀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문학가와 문학 지망생이 즐겨 찾던, 작지만 유명한 문화공간이었습니다. 고통과 슬픔을 초월한 듯한 마음과 어린아이와 같은 웃음을 가진 천상병 시인은 저에겐 마치 득도한 고승 같은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歸  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삶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가 표현한 '아름다운 이 세상'을 실제로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순탄하지 않았던 그분의 삶 때문이겠지요. 천상병 시인은 비교적 이른 나이인 고등학교 3학년 때 추천을 받고 대학 2학년 때 추천이 완료되어 문단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른 활동과는 어울리지 않게 살아생전에 《새》라는 유고시집을 남겼습니다. 

천상병 시인과 부인 문순옥 여사

천상병 시인은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1967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납치되어 고문을 받았습니다. 그가 이 사건에 휘말린 이유는 간첩 혐의를 받던 친구의 수첩에서 천상병 시인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천상병 시인을 친구들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유고시집을 출간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중앙정보부에서 받은 전기고문으로 몸과 마음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채로 풀려나 거리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시인은 행려병자로 오해를 받아 서울시립정신병원으로 보내졌습니다.  

가난했지만 막걸리 한 잔에 행복을 노래했던 시인은 돈의 맛에 길든 세상, 이기심이 가득한 욕망의 세상을 향해 어린아이와 같은 웃음으로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행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나의 가난은> 중에서)이라며 작은 일에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천상병

1930년 일본에서 출생했으며 1993년 4월 28일 지병인 간경변증으로 죽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강물>로 《文藝》지에 추천받고 서울대 상과대학 2학년에 추천이 완료돼 등단했다. 전기고문의 후유증으로 자식을 낳지 못했지만 평생의 후원자이자 독자였던 목순옥 여사와 결혼해 시를 썼으며 중광, 이외수와 함께 3대 기인으로 불렸다. 
시집으로는 《새》《주막에서》《천상병은 처상 시인이다》《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등이 있다.

* 천상병 시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한 번 더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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